<명문 야구부 탐방> ‘야구메카’ 군산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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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7.06.19 10:44:05
  • 호수 11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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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의 명수’ 제2의 부흥기 맞았다

<일요시사>가 야구 꿈나무들을 응원합니다. 야구학교와 함께 멀지 않은 미래, 그라운드를 누빌 새싹들을 소개합니다.
 

‘역전의 명수’라 불리는 군산상고 야구부로 대표되는 군산 지역은 인구수 27만명의 소도시다. 

1972년 당시 고 최관수 감독이 이끄는 군산상고가 제26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서 부산고를 맞아 9회 말까지 1대4로 패색이 짙은 경기를 하다가 마지막 공격서 5대4로 경기를 뒤집으며 극적인 우승을 차지한 이래, 이 지역은 호남 야구의 중심지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이후 현재까지 3개의 초등학교 야구부와 2개의 중학교 야구부, 고등학교인 군산상고로의 연계와 진학이 잘 정비된 엘리트야구 최고의 인프라를 형성하고 있다.

1972년 황금사자기 우승 당시의 주역이었던 한국프로야구 원년의 홈런왕 김봉연과 원년 및 프로야구 통산 5회의 도루왕에 빛나는 김일권과 김준환 그리고 해태타이거스의 감독을 역임했던 김성한, 오른손 최고의 교타자였던 김종모, 팔색조라 불리던 조계현, 국민우익수라 불리는 이진영 등 한국야구를 빛낸 수많은 선수들이 군산상고서 배출됐다.

군산상고 야구부는 1999년 제53회 황금사자기 우승 이후, 전국 무대에서 특별한 성적을 거두지 못하며 감독이 수차례 교체되는 침체기에 빠졌고, 2010년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서 준우승의 성적을 거두기까지 10년 동안 내리막길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 석수철 감독 부임 이래 2013년 제41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서 우승하며 다시 한 번 부흥기를 맞았다.

한국프로야구 쌍방울레이더스에 1차 지명을 받았던 석 감독은 현역 은퇴 후 성균관대학교서 11년 동안 지도자의 길을 걸어 온 맹장이다. 부임 후 엄청난 양의 강훈련을 통해 군산상고를 다시 명문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야구부에 모든 장비 일체를 지원해주는 학교와 야구부에 대한 동문들의 열정이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곳이 바로 군산이고 군산상고다. 군산지역과 명문 군산상고 야구부에 끊임없이 선수들의 공급 역할을 해주고 있는 군산지역의 초등학교 야구부를 방문해봤다.

[신풍초]

오래전부터 군산지역 초등학교 야구부의 명문이었던 군산초등학교 야구부가 해체된 후, 기존의 선수들을 모아 새로운 학교로 옮겨 가서 야구부를 새로이 창단한 곳이 바로 신풍초등학교 야구부다. 그러한 창단의 역할을 했던 지도자가 바로 현 오순택 감독이다.
 

모교인 군산상고 졸업 후, 병역을 마치고 스물다섯의 나이에 바로 감독직을 시작한 오 감독은 군산 지역의 덕장으로 알려져 있다. 

2001년 소년체전의 우승으로 군산이라는 도시에 첫 번째 금메달을 안겨 준 그의 지도력은 현재 한국프로야구에서 맹활약 중인 문규현(롯데자이언츠), 차우찬․오지환(LG트윈스), 황대진(기아타이거스), 김석진(SK와이번스) 등 많은 제자들을 배출해냈다.


엘리트야구 최고의 인프라
수많은 스타 선수들 배출

오 감독은 야구에 갓 입문한 제자들에게 훌륭한 선수 이전에 바른 인성을 심어주기를 우선시한다. 오 감독의 지도자론은 선수들을 아이답게, 선수답게 건강한 신체와 따뜻한 마음을 지니게끔 하는 것이며, 이를 훈련 과정은 물론 야구부의 생활을 함께 하며 심어주고 있다. 다음은 신풍초 야구부의 유망주들이다.

▲박찬우(6학년, 160cm/52kg) = 팀의 주장으로 리더십을 갖춘 분위기 메이커다. 투수뿐만 아니라 내야까지 오가며 안정감 있는 수비를 하는 선수다. 도루 능력과 투지가 넘친다.

▲홍주환(6학년, 150cm/45kg) = 좌완의 투수로 제구력이 뛰어나고 매우 영리한 선수다. 공격 시에도 팀의 리드오프를 맡아 정확한 작전 수행능력을 발휘한다.

▲구영준(6학년, 158cm/60kg) = 팀의 포수로 시야가 넓고 포구와 송구능력을 고루 갖췄다. 정교한 타격과 스피드까지 겸비해 작전 수행능력이 훌륭하다.

▲김진서(6학년, 156cm/52kg) = 팀에서 가장 빠른 스피드의 주력을 갖춘 선수다. 리드오프로 출루율이 높고 정확한 판단력에 의한 도루실력이 출중하며, 힘이 동반된 타격을 하는 선수다.

▲최윤호(6학년, 170cm/58kg) = 우완의 투수로 힘이 동반된 투구를 한다. 성장을 거듭할수록 그 폭이 커져가고 있는 중이다. 힘과 유연성을 갖춘 보기 드문 선수다.

▲나경수(6학년, 166cm/60kg) = 야구에 갓 입문한 선수다. 아직 세밀한 기량이 부족하지만, 팀에서 힘이 가장 좋고 특히 손목의 유연성이 뛰어나 송구능력이 탁월하다.

[군산남초]

1963년 창단된 군산남초등학교 야구부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군산상고 역전의 신화를 만들었던 1972년 황금사자기대회서 ‘스마일피처’라는 닉네임을 얻었던 투수 송상복과 한국프로야구 팔색조의 투수 조계현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야구인재들을 배출했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군산지역의 경기침체와 구도심 인구유출로 인한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며 침체기를 겪었으나 2013년 현 박준모 감독의 부임 후 다시 한 번 부흥기를 맞았다. 

박 감독은 매일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훈련프로그램을 통해 선수들의 기량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부모들도 자발적으로 후원회를 조직해 성장기의 선수들에게 간식 등을 통한 영양보충에 진력하는 한편 각종 전지훈련과 대회출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학교 측은 실내야구장 건축, 훈련장 안전그물망 설치, 훈련장의 야간 조명등 보수, 야구 전광판 설치, 각종 현대식 야구장비의 구비 등 현대적인 야구부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2016년부터는 야구부와 관련된 예산을 모두 학교회계에 반영하고, 매월 예산의 집행결과를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등 투명하고 엄정한 예산 집행 처리로 다른 학교들에 귀감을 보이고 있다.

최근 각종 대회 출전 결과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연속으로 3년간 전국소년체전의 지역대표로 선발, 본선 무대에 출전했다. 

2016년 제45회 전국소년체전에서는 전북을 대표한 모든 구기종목 팀 중에서 유일하게 동메달을 획득, 군산지역 야구의 위상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이 밖에도 많은 전국 규모 혹은 지역대회의 우승과 입상으로 전국의 초등학교 야구부 중에서 최강 팀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올해 전북도청의 지역 공모사업인 ‘전북의 별 육성사업’ 대상 학교로 선정돼 2000만원의 운영사업비를 지원받는 등 지차체의 지원으로 학생 체력단련실을 구축했다. 동문 및 지역의 성인 사회인 야구단으로부터 후원금 또한 지원받아 탄탄한 예산 확보를 토대로 계속 성장하고 있다. 다음은 군산남초 야구부의 유망주들이다.

▲박지환(6학년, 150cm/43kg) = 팀의 주장이며 도루능력 및 순간적인 판단력이 매우 뛰어나다.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유격수로서 최고의 능력을 갖고 있다. 안정적인 타격감을 유지하며, 위기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정신력이 최대 장점 중의 하나다.


▲정주연(6학년, 140cm/37kg) = 빠른 발과 안정적인 수비력을 겸비한 2루수로 내야수비의 중심이다. 학업 성적도 매우 우수하며 빠른 두뇌회전으로 작전 수행능력이 훌륭하다.

▲김종후(6학년, 148cm/42kg) = 주력이 매우 좋고 시야가 넓어 내외야의 수비를 겸한다. 중견수로서 송구능력과 포구가 뛰어나고 흔치 않게 나오는 외야에서의 호수비는 팀의 사기를 높여준다. 타격실력까지 겸비한 팀의 리드오프다.

▲김은호(6학년, 151cm/44kg) = 좌완의 투수로 제구력이 매우 뛰어나 선발투수의 역할을 한다. 장타력을 갖춘 타자로 뛰어난 타격능력과 안정적인 투구능력을 겸비한 흔치 않은 선수로 장래가 기대되는 선수다.

▲최정환(6학년, 154cm/46kg) = 집중력이 뛰어나 기술 습득이 가장 빠른 선수다. 강한 정신력을 갖추어 큰 경기에 출전해도 위축되지 않으며, 뛰어난 집중력은 타격에서 장타를 뿜어낸다. 선구안이 좋아서 출루율이 높고 타격에 대한 감각이 훌륭하다.

▲유성연(6학년, 156cm/50kg) = 유연성과 힘을 고루 갖춘 우완의 투수다. 빠른 직구를 던지며 안정적인 피칭을 한다. 위기 상황에서의 대처가 매우 뛰어나서 팀에 안정감을 준다.

▲이준우(6학년, 148cm/47kg) = 강한 하체와 유연한 어깨를 가지고 있는 포수다. 도루저지 능력이 우수하고 투수들이 안정적인 피칭을 할 수 있도록 공의 배합을 하는 매우 뛰어난 리드실력을 갖고 있다.

▲김민승(6학년, 155cm/45kg) = 팀에서 가장 빠른 스피드를 갖고 있다. 그러한 스피드를 바탕으로 범위가 매우 넓은 외야의 수비능력을 자랑한다. 야구 입문 시기가 조금 늦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신체능력이 탁월해 투타에서 많은 발전이 기대된다.

[중앙초]

야구부의 역사가 50년이 넘은 군산 중앙초등학교 야구부는 근래에 수급되는 선수의 부족으로 팀 운영과 존폐의 위기를 맞았었다. 현 오장용 감독이 부임했을 당시 야구부의 총 인원은 3명에 불과했으나 이런 야구부를 맡은 오 감독의 노력으로 현재 야구부원이 17명으로 불어났다. 
 

아직 팀을 운영하기에는 부족한 선수인원이지만 오 감독의 탁월한 지도력은 이 같은 어려움을 빠르게 극복할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 감독은 모교인 군산상고 재학 시 1999년 봉황대기 준우승 당시 포수로 활약했다. 이후 경희대를 나와 바로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서울고등학교와 수원의 유신고등학교서 코치로 지도자를 시작했다. 

2004년 한국리틀야구연맹의 서울 성북구리틀야구단을 창단한 후, 창단 6개월 만에 협회장기 3위의 입상 성적을 거둔 집념의 지도자다. 다음은 중앙초 야구부의 유망주들이다.

▲이주훈(6학년, 163cm/50kg) = 팀의 2루수와 타순서의 3번 타자를 맡을 만큼 공수 양면에서 정확성을 갖춘 훌륭한 기본기의 선수다. 특히 타격의 재능이 무척이나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명현(6학년, 165cm/50kg) = 빠른 스피드를 가지고 있는 선수다. 수비 범위가 넓은 중견수를 맡고 있으며 뛰어난 도루능력을 갖고 있다.

▲강주현(6학년, 167cm/50kg) = 팀의 투수이며 빠른 직구와 제구력을 갖고 있다. 변화구도 잘 던져 상대하는 타자들이 그의 예리한 변화구 각에 애를 먹게끔 한다.

▲정민성(6학년, 167cm/50kg) = 힘이 뛰어난 팀의 포수이며 포수로서의 포구와 송구, 그리고 블로킹 능력 등 기본기가 훌륭하다. 뛰어난 힘을 바탕으로 장타력을 보유하여 팀 타순의 4번 타자를 맡는다.

▲양근형(6학년, 145cm/35kg) = 팀의 유격수를 맡는다. 작은 체격조건이지만 야구의 기본기가 훌륭하고 센스가 뛰어나 작전 수행능력과 주루플레이가 출중하다. 수비범위가 넓은 훌륭한 자질의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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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군산 전통의 강호 - 군산중 야구부

군산중학교는 1923년 개교한 군산지역 전통의 명문 중학교다. 야구부도 개교와 함께 창단됐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우승의 주역이었던 이진영(kt 위즈), 정대현(롯데 자이언츠), 전 해태 타이거스 감독이었던 김성한, 그리고 현재 군산상고의 감독을 맡고 있는 석수철 감독 등을 배출했다.

1928년 당시 조선체육회가 개최한 제14회 전국중등우승야구의 조선예선대회 (제8회 전조선중등학교 야구대회)에 전북지역 최초로 전국적인 규모의 야구대회에 출전한 팀으로 기록돼있다. 1945년 해방과 함께 해체됐으나 이듬해 당시 재직하던 정윤기 교사의 노력으로 재창단됐다. 이후 각종 대회에 출전해 우승을 거두거나 입상을 하는 등 전북지역과 군산을 대표하는 학생 야구팀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1951년 학제 개편으로 중학교와 고등학교로 학교가 분리되며 야구부는 군산중에 존속하게 됐다. 현재 야구부를 이끌고 있는 한동희 감독은 군산 출신으로 군산남중과 군산상고를 거친 후 한국프로야구 현대 유니콘스에 2차 지명으로 입단해 현역 시절을 보낸 군산 출신의 야구인이다. 현역 선수 은퇴 후 유소년야구인 군산리틀야구단의 감독으로 활동하다가 지난 2014년 12월 현 감독으로 부임했다.

그의 지도방식은 선수 개인마다 맞춤별 훈련프로그램으로 유명한데, 단거리 러닝을 위주로 하는 팀 전체 기초훈련을 빠짐없이 실시한다. 매번 세부적인 러닝 내용을 달리해 선수들이 지루함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야수와 투수들의 기술 훈련을 철저히 분리, 기초체력부터 고급기술의 습득까지 철저하고 세심하게 지도한다.

올 시즌 선수단은 총 28명으로 구성돼있다. 소년체전 중등부 지역예선의 결승에서 아쉽게도 전라중학교에게 0대2로 석패하며 본선 진출이 무산됐지만,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절치부심하며 대통령배 등 여타의 전국 규모 대회 입상을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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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