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37) 염종의 반격

  • 황천우 작가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6.13 08:13:30
  • 호수 11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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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를 말아먹는다”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선도해가 잠시 침묵을 지키다 말을 이었다.

“막리지 대감께서는 백제가 당나라의 권고를 무시하고 신라의 당항성을 칠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그곳은 다른 곳도 아니고 신라가 당나라에 조공품을 바치는 중요한 거점인데.”

연개소문이 가만히 그 말을 새기다가는 하늘을 바라보며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니까 우리가 먼저 백제의 진정을 살피고, 물론 턱도 없는 소리지만 생색만 내고 빠지자는 이야기입니다.”

생색 내기


“결국 말이 그리 되는가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일시에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신라에 있는 우리 세작들 바빠지게 생겼소이다.”

연개소문이 한마디 덧붙이자 웃음소리가 더욱 커져갔다.

“하온데, 막리지 대감.”

웃음소리가 서서히 멈출 즈음 선도해가 은근한 투로 연개소문을 불렀다.

“또 있습니까?”


“이제 고구려가 당나라를 상대로 일전을 불사하리라는 확고한 의지를 신라나 백제도 알고 있지 않습니까?”

“당연히 그러겠지요.”

“이제는 방식을 달리해야 합니다.”

“달리하다니요?”

“두 나라, 특히 신라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당나라에 고할 거란 말이지요.”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무엇을 말이오?”

“당나라와 일시적으로 우호 관계를 유지하십시오.”

“전쟁을 준비하면서 어찌.”

“물론 당분간입니다. 그 방법이 의외로 당나라와 신라의 관계를 소원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신라 놈들의 고자질이 무색하도록 만들면서 내실을 기하자는 이야기로 들리오.”


“그런 연후에 당항성이 아닌 신라 국경 몇 군데를 건드려 당나라 놈들을 자극하고요.”

“거 김춘추인가 뭔가가 약속한 땅 말이오.” 

답을 한 연개소문이 힘차게 웃음을 터트렸다.

“대감, 이럴 수 있소!”

염종이 비담의 집을 방문하여 대면하자마자 목청부터 높였다. 

“밑도 끝도 없이 갑자기 그 무슨 소린가?”


비담이 차분하게 말하며 손짓하자 염종이 한숨을 내쉬며 자리 잡았다.

“소식 듣지 못하셨습니까?”

“무슨 소식 말인가?”

“지금 김춘추 이놈이 제 자리를 빼앗기 위해 장난치고 있다 합니다.”

“자네 자리를 빼앗다니! 무슨 소린지 좀 찬찬히, 상세하게 말해보게!”

“이놈이 김유신을 압량주 군주로 삼기 위해 곳곳을 들쑤시고 다니는 모양입니다.”

“뭐라!”

“아니, 대감께서는 이곳에 계시면서도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셨습니까?”

염종의 힐난에 비담이 눈을 가늘게 뜨고 이를 갈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 쥐새끼들이!”

“무슨 일인데요?”

이제는 염종이 차분했다.

“이 놈들이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가 근처에 가기만 하면 쉬쉬하기에 무슨 일인가 했더니, 결국 그 이야기였네.”

“그런데 감도 잡지 못하고 있었습니까?”

“이 사람아. 정상인이라면 그런 추측이 가능하겠는가?”

“무슨 말씀이신지요?”

“나는 달리 생각하고 있었네.”

“달리라니요?”

드러난 김춘추 속셈은?
김유신, 압량주 군주행?

“금번에 김춘추 그 놈이 고구려에 다녀오지 않았는가?”

“그랬지요.”

“호언장담하고 갔던 놈이 어떻게 돌아왔는가?”

“그야 빈손으로 돌아왔지요.”

“바로 그 말일세. 그래서 단순히 그 놈을 치죄하지 못하도록 모사를 꾸미는지 알고.” 

“허허 참, 어찌 그리 안일하시게.”

염종이 말하다 말고 비담의 눈치를 살폈다.

“아니 이 사람아. 그 지극히 당연한 일 아닌가. 제 밥그릇도 챙기지 못한 놈이 어찌 남의 밥그릇을 빼앗는가. 그게 가당키나 한가!”

“하기야 벌을 받아도 시원치 않은 마당에 그 짓거리하고 돌아다니리라 누가 감히 상상이나 하겠습니까.”

염종이 허탈한지 혀를 찼다.

“자네 자리를 빼앗아서 무얼 어떻게 하겠다든가?”

비담이 빈정거리는 투로 말하며 염종을 주시했다.

“김유신을 중심으로 그곳을 군사요충지로 만들겠답니다.”

“군사요충지라니. 국경 부근도 아니고 경주 근처에.”

“그는 핑계에 불과하고 결국 그 두 놈이 이제부터 서서히 신라를 말아먹겠다는 속셈이지요.”

“신라를 말아먹는다!”

“경주 근처에서 병권을 장악한다는 의도가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뱀눈을 한 비담이 염종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지금 어느 정도까지 진행 중이라던가?”

“압량주에 있는 제가 어찌 상세한 내용까지 알겠습니까. 그저 김춘추 이 쥐새끼가 저를 쫓아내고 김유신을 앉히려 작업하고 있다는 정도지요.”

“그렇다면 이미 여주와도 어느 정도 이야기가 끝났다는 이야긴데.”

“여주와도 말입니까!”

“그러니 공론화 되고 있는 게 아니겠는가.”

“허허, 참!”

“귀도, 생각도 얇으니 하자는 대로 또 솔깃했겠구먼.”

비담이 말하다 말고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일을 두고만 보실 겁니까?”

“그럴 수는 없지. 그런데 말이네.”

“말씀하시지요.”

“여자가 왕위에 앉아 있는 일을 어찌 생각하는가?”

“그걸 말씀이라고 하십니까?”

“허면?”

혼란한 정국

“말도 안 되지요. 그동안도 그냥 모른 척하고 넘어갔는데 하는 짓거리가 그게 뭡니까. 만날 이상한 짓에만 신경 쓰는데다 퍼뜩하면 남에게 의지하려 들고. 여하튼 작금의 상황만 보아도 그렇지요. 신상필벌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나라꼴이 뭐가 제대로 굴러가겠습니까!”

염종이 빈정댔다 소리쳤다 하면서 한껏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서 하는 말이네만 우리 전략을 새로운 방향으로 잡아야겠네.”

“새로운 방향이라니요?”

“여주의 치부를 드러내어 공략하자 이 말일세.”

“예를 들면요?”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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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