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 몰린 국민의당 딜레마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6.12 11:19:22
  • 호수 11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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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치했는데 ‘민주당 2중대’ 취급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국민의당이 협치 딜레마에 빠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사이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자처했지만 결국 민주당 2중대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청문회를 비롯한 각종 현안에 정부·여당과 각 세우기를 최소화해 ‘강한야당’ ‘선명야당’서 멀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요시사>는 거대 양당 사이서 수세에 몰린 국민의당의 현 상황을 살펴봤다. 
 

국민의당의 시련은 국무총리 임명부터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호남 출신의 이낙연 전 전남도지사를 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정치권에선 국민의당과 호남민심을 고려한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당초 수월하게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됐던 이 총리는 청문회서 ‘아들병역’ ‘위장 전입’ 등 의혹이 나오면서 자질 논란으로 번졌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한국당은 강수를 두며 이 총리 인준표결에 불참했다. 이 총리는 한국당이 빠진 상황서 188표 중 찬성 164표를 받아 국회 인준을 통과했다. 이 총리 임명을 두고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이 후보자가 위장 전입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면서도 “국민의당은 대승적 차원에서 총리 인준안 처리에 협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의 이 총리 지명은 국민의당이 받을 수밖에 없는 카드였다는 분석이다. 호남에 기반을 두고 있는 국민의당이 호남을 대표하는 정치인인 이 총리를 반대할 경우 역풍을 맞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 집권 초기에 정부·여당과 ‘협치’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대선 패배로 뒤숭숭한 당내 분위기와 호남민심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필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총리의 경우 대승적 차원에서 임명에 동의했지만 후속 인사를 두고는 국민의당 내부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특히 국민의당은 각종 의혹에 휩싸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입장을 보였지만, 박지원 전 대표 등이 찬성해야 한다고 공공연히 밝히면서 스텝이 꼬이고 있다.    

국민의당의 갈팡질팡 행보에 한국당은 더 이상 참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국당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7일 이 국무총리 인준안 처리 등을 거론하면서 “국민의당의 오락가락 입장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다른 공직 후보자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야당의 입장 같더니 이후 입장을 바꾸는 걸로 봤을 때 잘못하면 여당의 2중대라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국민의당의 김상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 연장 관련해서는 “결국 채택 찬성으로 가기 위한 절차”라며 비판했다. 

정 권한대행의 작심 비판을 두고 국민의당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거대 양당체제 시절 여당으로서의 꿈을 아직도 깨지 못하고 그 시절 저지른 행태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당은 당당하고 떳떳한 야당, 정부에 협조할 것은 협조하는 준 여당으로서 역할을 하는 새로운 정치의 패러다임을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을 받는 국민의당은 지난 8일에는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불가 입장을 밝혔다. 이날 국민의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에 대해 논의를 진행했다.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는 “강 후보자의 위장 전입, 세금탈루, 거짓해명 등 도덕적 흠결이 해소되지 않았고, 동시에 그 도덕적 흠결을 만회할만한 업무능력이 발견되지 못했다”며 부적격 보고서 채택 이유를 밝혔다.


이에 민주당 제윤경 대변인은 “무리한 몽리”라며 “협치의 정신을 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국민의당의 강 후보자 임명 부동의에 대해 전략적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대선 이후부터 청문회 과정까지 계속해서 민주당에 끌려다니는 모양새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지지율 곤두박질
일단 홀로서기

국민의당의 오락가락 행보의 원인으로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는 지지율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5일 공개한 정당지지도에 따르면 국민의당은 8%에 머물렀다. 2위인 자유한국당(13%)보다 5%가량 낮은 수치다. 1위인 민주당(55.6%)과 비교해선 40% 넘게 차이가 난다. 
 

국민의당의 지지율은 텃밭인 호남서 더욱 심각하다. 국민의당은 10%대 지지율에 그친 반면, 민주당은 60%대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호남지지율은 국민의당 존립과 직결되는 문제다. 

현재와 같은 지지율이 계속 이어진다면 내년 지방선거는 물론 차기 총선서 국민의당은 민주당에 호남을 내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국정운영의 동력이 되는 지지율이 낮은 상황서 국민의당이 제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결국 정부 및 여당과 협조를 하면서 반전을 도모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현 상황에 대해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은 “국가 이익과 정치발전 그리고 호남을 위해 국민의당의 존재 이유는 분명하다”며 “문재인정부가 호남 인사들을 중용하고 있는 것은 국민의당을 의식한 측면이 다분하다”고 해석했다. 

이어 문재인정부에 대해서는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정책과 조처들은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협력할 것”이라며 “대선 과정서 공약했던 것을 지키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앞장서서 비판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하게 되면 국민의당의 존재 의의는 충분히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총리 인준은 OK
외교부 장관은 NO

정 의원은 현재 국민의당의 행보가 자칫 거대 여야의 틈바구니 속에서 양쪽 모두에게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양당을 견제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잘 해낸다면 국민의 지지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국민의당 내부서도 호남 지지율 회복을 위해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해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호남 중진의원과 초선 및 비호남 출신 의원들 간 입장 차가 존재한다.

호남 중진의원을 대표하는 박지원 전 대표는 “국민의당은 여도 야도 아닌 중성당”이라며 “살기 위해 발버둥 치지 말고 더 감내해야 한다”고 말해 국민의당이 나가야할 방향을 제시했다. 


하지만 초선 및 비호남출신 의원들 사이에선 불만이 쏟아져 나온다. 민주당과 각을 세워 ‘강한야당’ ‘선명야당’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국민의당이 민주당과 호흡을 맞춘다고 하더라도 호남 민심을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광주 지역의 정치권 관계자는 “지난 총선을 거쳐 대선까지 오는 과정서 호남은 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양당 구도에 ‘표를 주는 재미’를 느낀 것 같다”며 “여기에 문재인정부가 초반부터 호남을 배려하는 정책을 가동하면서 당분간은 국민의당에 여론이 호의를 갖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부 사안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되 호남 배려 정책에 대해서는 협조하는 것이 그나마 민심 이반 방지책이 될 것”이라며 “당분간은 정부·여당과의 ‘절묘한 줄타기’가 국민의당의 최선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당설 ‘솔솔’
용비어천가 그만

여권에선 호남서 맥을 못 추는 국민의당이 민주당과 합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설훈 의원은 지난 8일 사견을 전제로 “국민의당과 합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의당은 야당이기 때문에, 야당의 역할을 하려고 하겠지만 지지기반인 호남 분들 다수가 이런 상황서 '민주당과 협조하라' 이것이 지지자들의 명령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지원 전 대표 등 국민의당의 많은 분들이 이 상황에선 민주당에 협조를 해야 한다는 게 주류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김대중 대통령이 살아계신다면 당장 합당하라고 하셨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당 내부에선 민주당과의 합당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박지원 전 대표는 연일 정부에 협조를 강조하는 발언을 이어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민주당과의 연대 혹은 합당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이다. 

박 전 대표의 행보에 이언주 수석부대표는 “용비어천가를 부르며 ‘나를 좀 봐달라’고 하는데 (민주당서) 오라고 하지 않으니 당을 팔아서라도 가려는 것이냐”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한 자릿수 지지율…합당이냐 홀로서기냐
‘선명야당’ 고민 중…호남 vs 비호남 갈등↑ 

일단 외견상 국민의당은 홀로서기에 나선 모습이다. 

지난달 26일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합당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일각서 제기된 합당설에 선을 그었다. 그는 “합당 운운은 정치공작으로 권력의 남용이고 협치라는 시대정신에 대한 배반이므로 단호히 맞설 것”이라며 “구태정치 표상인 거대 양당제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합당에 대한 현실적 고민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합당을 하게 되면 총선 혹은 지방선거서 기존 국민의당 의원과 민주당 원외 인사 간 당내 경쟁이 불가피하다. 또 당 하부조직간 마찰도 배제키 어렵다.
 

국민의당 창당 배경을 보면 민주당 친문계에 대한 반발이 가장 큰 요인이기 때문에 민주당과 국민의당 의원들이 융화되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두 당이 합쳐질 경우 지도부 구성에 난맥상은 불보듯 뻔하다.

합당의 장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국민의당은 민주당의 지지율과 여당의 지위를 얻게 된다. 민주당은 과반수 의식을 차지한 여당이 되고 문 대통령은 국정운영에 동력을 얻을 전망이다. 

일각에선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합당을 통해 세를 불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위해서라도 두 당의 합당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두 당이 합쳐진다면 국민의당 40석, 바른정당 20석을 합쳐 제3정당이 탄생한다. 

국민의당은 민주당과 호남에서 격돌하고, 바른정당은 자유한국당과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호남 기반의 국민의당과 영남·수도권 중심의 바른정당이 합친다면 지역주의를 극복한다는 명분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5당 구도서 
3당 구도로?

두 당의 합당에 대해 양승함 연세대 명예교수는 “지역 간 통합 및 협치의 틀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며 “현재 국회에서의 5당 구도는 복잡한 형태의 다당 구조이기 때문에 3∼4개 정당의 다당 구조가 국회의 비효율적 운영 가능성도 제거해준다”고 말했다.

현재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자강론에 방점을 찍은 모양새다. 다만, 내년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나서야 두 당의 연대 및 합당 논의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야인’ 안철수는 지금…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지난달 31일 제주도 방문을 끝으로 보름간 이어온 낙선 이후 활동을 마무리했다. 그는 5·9대선에서 패배한 뒤 전국을 돌면서 국민들을 만나거나 시도당을 방문했다. 5·18민주화 운동 기념식 참석 직후 광주에서 시작된 민생 투어는 경남·충청·강원으로 이어졌고 제주에서 종료됐다. 

대선에서 패한 직후 정계에서는 정계은퇴나 해외체류 등 당분간 휴식을 가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는 민심투어를 선택했다. 앞서 안 전 대표는 대선 직후 차기 대선 재도전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지난달 14일 그는 본인 지지자 그룹에 “5년 뒤 제대로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사람으로 인정을 받고 결선투표제하에서도 승리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향후 안 전 대표의 행보로는 크게 당권도전 혹은 내년 지방선거 출마설이 지배적이다. 안철수계에서는 안 전 대표가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해 위기의 당을 바로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에 반해 동교동계는 안 전 대표가 백의종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장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당에 안 전 대표를 제외하고 마땅한 후보군이 없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안 전 대표의 향후 행보에 대해 “전대 출마설이나 서울시장 출마설들이 나오지만 안 전 대표가 그 같은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당분간은 언론에 부각되지 않으면서도 최근 민심투어처럼 시도당을 격려하고 챙기는 일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사 속 기사> 누가 국민의당 이끄나?

국민의당은 대선 이후 박지원 전 대표가 물러나고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오는 8월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선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민의당에는 마땅한 당권 후보들이 떠오르지 않고 있다. 

이는 국민의당에서 절대적 지분을 차지하던 안철수 전 대표의 부재와 동시에 중량감 있는 차기 리더가 보이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1월 전당대회서도 국민의당은 인력난을 겪은 바 있다. 당대표와 최고위원 등 5명을 선출하는 전당대회에 5명의 후보만 도전해 가까스로 정원 미달 사태를 막았다. 당 일각에선 안철수계로 불리는 문병호 전 의원과,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바 있는 천정배 의원, 정동영 의원 등이 당의 구원투수로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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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