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35) 군사력

  • 황천우 작가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5.29 10:10:19
  • 호수 11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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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가 누구의 나라입니까"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임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선덕여왕이 정신이 들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조카의 무사귀환에 감회가 남다른 듯 주변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아니하고 춘추의 손을 잡았다. 

“자리하시지요.”

춘추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을 건네자 선덕여왕이 정색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이번 고구려 행에서 절실하게 느낀 바 있습니다. 김유신 장군도 함께 들어 주십시오.”

“무슨 내용인가요?”


“냉혹한 현실세계를 경험했습니다. 철저하게 이익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국가 간의 관계 말입니다.”

최정예 병사

“그런데요?”“그런 차원에서 자생력, 국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 즉 강해야 상황을 주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선덕여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하, 그래서 부탁드리려 합니다.”

“부탁이라니요?”

“방금 김유신 장군이 이끄는 최정예 병사들의 모습을 보면서 일시적이 아니라 항구적으로 병력을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느꼈습니다.”


“그러면 임시로 구성된 병력을 해산하지 말고 한 곳으로, 즉 김유신 장군의 소관으로 하자 이 말인가요?”

“그뿐만 아닙니다. 그를 기반으로 군사력을 강화하고 우리 독자적으로 힘을 키워야 합니다.”

춘추의 간곡한 말에 선덕여왕이 유신을 주시했다.

“그런 경우라면 우리가 주도권을 가지고 외교에 임할 수 있습니다. 오늘 이모님을 다시 뵐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군사력 때문이었습니다.”

“그건 또 무슨 말인가요?”

“고구려 지도부에 김유신 장군이 신라 최정예 부대를 이끌고 고구려를 치려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제가 풀려날 수 있었습니다.”

“그랬군요.”

“하오니 전하의 친위부대로 삼아 경주 인근에 주둔시키고 유사시를 대비하심이 바람직합니다.”

선덕여왕이 골똘히 생각에 잠겨들었다.

그 모습에 두 사람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무언의 눈짓을 주고받았다.

“두 사람의 생각이 그렇다면 그리하도록 하지요.”

침묵 끝에 선덕여왕이 마치 물러서듯 결정 내렸다.


“그러면 당장 김유신 장군을 압량주(경북 경산) 군주로 삼아 주십시오.”

“압량주라면 지금 염종이 군주로 있는 곳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전하.”

“그것은 좀 곤란합니다. 염종이 그 직을 쉽사리 내놓으려 할까요?”

“전하, 이 나라가 누구의 나라입니까?”

춘추가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내가 보위에 앉아 있지만 대신들 간의 회의에 따라 결정해야 할 일 아닙니까?”

“그리해야지요. 하오나 전하의 확고한 의지만 있다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저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터인데!”

“그와 함께하는 진골들이라면 비담을 비롯하여 몇 명 되지 않습니다. 그 부분은 제게 일임하여 주십시오.”

“공의 힘으로 되겠습니까?”

“명분입니다. 신라의 부흥을 꾀한다는 대 명분이지요.”

선덕여왕의 동의가 떨어지자 김춘추가 급히 알천과 필탄을 집으로 초대했다.

두 사람 모두 진골로서 고매한 인품과 용맹함으로 모든 진골들의 신망을 받고 있었다.

여러 전투에서 공을 세운 그들로부터 김유신을 지원할 힘을 끌어낼 참이었다.   

평소 가까이 지내던 두 사람이 춘추를 만나자 먼저 고구려에 다녀온 노고를 치하했다. 

“금번에 고구려를 다녀오며 실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고구려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알천이 은근한 투 말을 받았다.

“두 분께서는 고구려라면 감회가 남다르실 겁니다.”

“그때 평양성까지 그대로 진격해서 아예 뿌리를 뽑아버렸어야 했는데. 아니 그렇소, 알천 장군.”

“당연히 그리했어야지. 그랬으면 춘추 공이 그 고생하지 않았을 터인데.”

깨달음 얻은 춘추…군사력 증강 건의
고민에 빠진 선덕여왕…신라 미래는?

638년에 고구려 군이 칠중성(경기도 파주시 적성 구읍)에 쳐들어오자 알천과 필탄이 이를 격퇴하고 불안한 민심을 달랬었다. 

칠중성은 진흥왕 시절 신라영토가 된 이래 선덕여왕 때에 북방 변경의 요충지인 칠중현에 축조된 성이었다.

“바로 그런 차원에서 두 분의 협조가 필요하여 이렇게 모셨습니다.”

“기탄없이 말하시게. 춘추 공이 하고자 하는 일이라면 기꺼이 도울 걸세. 그렇지 않소, 필탄 장군.”

“당연한 일이오만, 먼저 고구려가 어찌 변했는지 그 속사정부터 알아봅시다.”

춘추가 두 사람에게 고구려의 권력 이동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 특히 연개소문에 관한 일과 아울러 고구려가 당나라를 상대로 일전을 각오하고 있는 사실 등을 설명했다.

“고구려가 당나라와 일전을 불사하겠다고!”

“그런 상황이다 보니 당나라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신라가 고울 리 없지요. 그러니 그 수모를 당하고 왔다 해도 무방합니다.”

“고구려는 그렇다 하고, 백제 역시 가만히 있지 않을 터인데.”

“제가 우려하는 부분도 바로 그런 일입니다. 고구려가 당나라로 신경을 돌리면 백제의 침범이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테고, 그런 차원에서 반드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생각합니다.”

“물론 복안이 서 있을 테고?”

잠자코 듣고 있던 알천이 이어받았다.

“김유신 장군을 중심으로 하여 만반의 준비를 갖추려 합니다. 이미 여주께서도 용인한 상태입니다.”

“여주께서 용인했으면 그리 시행하면 될 일 아닌가?”

“그런데 그게 조금 여의치 않은 듯하여. 김유신 장군을 압량주 군주로 삼아 신라군을 강군으로 육성하려는데 현재 그곳 군주가 염종이라.”

“압량주! 염종!”

두 사람이 동시에 보인 반응이었다.

“그래서 두 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두 사람의 표정이 급격히 어둡게 변해갔다.

압량주 군주

“물론 쉽지 않은 일임은 알고 있지만 우리 신라를 위해서는 반드시 그리 되어야 합니다.”

“결코 쉽사리 물러나지 않을 사람인데.”

알천이 근심스런 표정으로 필탄을 주시하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순간 춘추가 두 사람 앞에 무릎 꿇었다. 

“훗날 두 분께 이 몸이 필요하게 된다면 일고의 여지도 없이 보필하겠습니다. 그러니 도와주십시오! 이 모두 신라를 위하는 길입니다.”

춘추의 간곡한 요구에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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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