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듣보잡’ 대선후보들 열전

안 될 줄 알면서도…3억짜리 얼굴도장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후보에 대한 주목도는 ‘빈익빈 부익부’다. 대선 레이스가 막판에 접어들수록 언론과 유권자의 관심은 지지율이 높은 후보에게 집중된다. 지지율이 낮은 후보는 선거가 끝날 때까지 외면받기 일쑤다. 그럼에도 19대 대통령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이들이 있다. <일요시사>가 현재 주목도가 높은 원내 5당 후보들을 제외한 10명의 후보를 조명해봤다.

19대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내달 9일이면 국민들은 새로운 대통령을 맞게 된다. 15∼16일은 대선 후보 등록기간이었다. 양일간 등록한 후보는 15명에 달했다. 역대 최다 후보 등록으로, 17대 대선 때 12명의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새누리당 조원진 후보, 경제애국당 오영국 후보, 국민대통합당 장성민 후보, 늘푸른한국당 이재오 후보, 민중연합당 김선동 후보, 통일한국당 남재준 후보, 한국국민당 이경희 후보, 한반도미래연합 김정선 후보, 홍익당 윤홍식 후보, 무소속 김민찬 후보(기호순) 등이다.

역대 최다 후보
투표용지만 30센티

선거법상 국회 원내 의석이 있는 정당 후보가 우선 순위이며 원내 정당의 경우 의석수 순으로 기호를 배정받는다. 원외 정당 후보들은 정당명의 가나다순이다. 무소속 후보는 추첨을 통해 기호가 정해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따르면 후보자 15명 기준 투표용지의 길이는 약 28.5㎝에 이른다. 선관위 안내문을 포함, 16장에 이르는 벽보를 이어 붙이면 그 길이만 10m가 넘는다.

▲새누리당 조원진 후보= 조 후보는 지난 8일 자유한국당을 탈당하고 새누리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친박(친 박근혜) 세력이 주축이 돼 만든 신생 정당이다. 이후 새누리당은 지난 11일 조 후보를 19대 대선 후보로 추대했다.


새누리당은 “단독 입후보한 조 의원을 당헌당규 규정에 따라 별도 국민 참여경선 없이 후보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조 후보는 “새누리당 후보로 결정해주셔서 한편으로는 영광스럽고 한편으로는 가시밭길에 큰 짐을 지고 가는 것 같다”며 “새누리당 돌풍이 실감날 정도의 관심과 지지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원내 1석을 배경으로 기호 6번을 배정받은 조 후보는 유세송, 선거 포스터 등을 이용,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조 후보는 태극무늬 티셔츠를 입은 곰을 넣은 공식 선거 포스터나 동요 ‘곰 세 마리’를 박정희,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름을 넣어 개사한 유세송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국민대통합당 장성민 후보= 장 후보는 DJ의 젊은 가신, 국회의원, 시사 프로그램 MC 등 다채로운 이력을 가졌다. 그는 지난 1월 서울장충체육관서 자신의 책 <중국의 밀어내기 미국의 버티기> <큰 바위 얼굴>로 북콘서트를 열고 세를 과시했다. 당시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한 장 후보는 국민의당 입당을 타진했으나 종편 TV 프로그램 진행 중 5·18 민주화운동 폄훼발언 등을 이유로 무산됐다.

이후 3월14일 광주시의회서 공식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히고, 국민대통합당 창당을 선언했다. 올해 53세로 다른 후보들에 비해 젊은 편인 장 후보는 SNS, 유튜브 등을 통해 표심 잡기에 나섰다.

유튜브 공식채널을 개설, 자신의 정책을 담은 동영상으로 홍보 효과를 노리고 있다. 장 후보는 지난 18일 대전 중앙시장을 찾아 “1%의 기득권이 아닌 골목상권과 제조업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는 99%의 서민들의 희망을 위해 일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강력한 경제성장 정책으로 쪼들린 경제와 복지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말했다.

▲늘푸른한국당 이재오 후보= 5선 국회의원이자 MB정부 시절 특임장관을 지낸 이 후보 역시 낮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 후보는 지난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복면을 쓴 뒤 “소속 당과 이름, 얼굴을 가리고 누가 위기에 처한 나라를 살릴 수 있는 후보인지 정책토론을 하자”며 복면토론을 요구했다.

3월20일 이 후보는 “대통령이 돼 1년 안에 나라의 틀을 바꾸고 물러나겠다”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늘푸른한국당은 원외정당이기 때문에 국고지원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또 창당 3개월 만에 치르는 선거라 조직력서도 열세다.


역대 최다 15명 등록 ‘후보 난립’
군소후보들도 메이저·마이너 갈려

늘푸른한국당 측은 5억원 규모의 ‘초절약’ 대선을 치르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돈 안 드는 선거운동은 불편하지만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앞으로 우리 정치가 나아갈 길”이라며 “대선서 돈 덜 쓰고 선거운동하는 새로운 기록을 한 번 만들어보겠다”고 밝혔다.

▲민중연합당 김선동 후보= 김 후보는 2014년 12월 헌법재판소 판결에 의해 해산된 통합진보당 출신이다. 앞서 2011년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강행을 막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서 최루탄을 터트린 사건으로 더 유명한 인물이다. 그는 당시 대법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확정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김 후보는 지난해 3월 흙수저당, 비정규직철폐당, 농민당이 연합해 창당한 민중연합당에 입당, 1년 뒤인 올 3월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된 17일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유세를 펼치며 “대통령이 되면 전시작전지휘권을 환수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어 “주권자인 국민의 동의 없이 미국의 압력에 굴종해 한미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고 사드 배치를 강행하는 나라는 민주공화국이 아니다”고 일갈했다.

▲통일한국당 남재준 후보= 박근혜정부 첫 국정원장 출신인 남 후보도 대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남 후보는 서해 북방한계선 논란과 관련해 2013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했을 당시 원장이었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이 한창 피어오를 무렵이었다.

그는 지난달 24일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지키겠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사드 배치를 넘어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전술핵 재배치와 경우에 따라 독자적인 핵무장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안홍준 전 의원이 2015년 창당한 통일한국당은 남 후보를 대선 후보로 추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한국당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건국 정신 및 박정희 전 대통령의 민족중흥 정신 등을 계승하겠다고 선언한 보수 정당이다.

남 후보는 14일 “지금 제도로는 무소속 후보의 승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인식과 충고를 토대로 정체성과 일치하는 통일한국당의 후보 추대 제의를 받아들인다”며 수락 의사를 밝혔다.

이색 홍보로
한 표만 호소

조원진·장성민·이재오·김선동·남재준(기호순) 후보는 정치에 관심 있는 유권자들에게는 미약하나마 지명도가 있는 경우다. 국회의원을 지냈거나 국정 요직을 맡는 등 언론에 오르내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주목도가 절정에 이른 원내 5당 후보나 미미하게라도 알려진 5명의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는 말 그대로 ‘누구세요’ 수준의 인지도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는 공직선거 기탁금 납부제를 시행하고 있다. 기탁금 납부제는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의원 선거 등에서 후보자가 되려고 하는 사람에게 후보등록 신청 시 관할 각급 선거관리위원회에 법률이 정한 일정금액을 기탁하도록 하는 제도다. 후보자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할 경우 기탁금을 반액 또는 전액 돌려받을 수 있다.

기탁금 3억 내야
득표율 10% 이하 ‘0원’


공직선거법 제56조에 따르면 대선 후보는 기탁금으로 3억원을 내야 한다. 후보들은 최종득표율이 15% 이상인 경우 전액, 10% 이상 15% 미만인 경우 반액을 선거일 후 30일 이내에 보전받을 수 있다. 10% 이하일 경우 기탁금은 국고로 귀속된다. TV토론회에 출연하는 등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원내 5당 후보 중에도 기탁금 반환 여부가 불분명한 후보가 있을 정도로 득표율 10%는 매우 높은 수치다. 반전이 일어날 수 있겠지만 군소정당 후보들에게는 꿈의 득표율이나 다름없다.

▲경제애국당 오영국 후보= 포털사이트서 오 후보를 검색하면 ‘하하그룹 회장’이라는 이력이 나온다. 하하그룹은 의료용 대장 세정기를 판매하는 업체다. 오 후보는 국제금융 혁신 주도국을 건설하겠다는 이색 공약을 내놨다. “지구촌을 운영하는 국제금융그룹 산하의 금융·법리·재단·과학 등 7개 본부를 유치해 한국을 글로벌 중심축으로 우뚝 세우겠다”는 공약이다.

방문판매 등과 관련한 법령을 개정하고 폐지해 유통업 활성화를 이루겠다는 공약은 자신의 사업과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낳는다. 오 후보는 이 공약을 통해 800만명 이상의 사업자를 구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 후보는 1976년과 1982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각각 징역 1년6월과 집행유예 3년,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010년에는 사기죄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는 등 대선후보들 중에서 전과 이력으로는 공동 2위다. 또 후보들 중 여성인 심상정 후보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군복무를 하지 않았다.

▲한국국민당 이경희 후보= 이 후보는 전과 이력에 있어서만큼은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후보는 2004년 공직선거법 및 선거부정방지법 위반으로 벌금 1500만원, 2005년에는 소음진동규제법 위반으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2008년 8·15특사로 사면받았다. 이후 2010년 업무방해와 권리행사방해로 벌금 100만원, 2012년 상해죄로 벌금 300만원, 2014년 식품위생법과 공중위생법 위반으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 전과 5범의 이력이 있다. 벌금 총합계만 2500만원에 이른다.

올해 43세로 최연소 후보인 이 후보는 2002년 서울시장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했고, 2004년엔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 역시 무소속으로 출마해 떨어졌다. 부동산개발업 및 임대업을 해왔다는 이 후보는 65억3947만원의 재산을 신고해 안철수 후보(1196억9000여만원)에 이어 재산 순위 2위를 기록했다.


그는 국정원장·대법원장·감사원장 선거로 선출, 초·중·고·대학교 통폐합, 군 복무기간 16개월로 단축 등의 공약을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가장 근접한 후보가 바로 나”라며 “선거 기간이 좀 더 길었다면 당선 가능성이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한반도미래연합 김정선 후보= 국가보훈처 산하 제대군인지원정책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는 김 후보는 김영란법 폐지, 기초의원 폐지, 사이버특수군 10만명 양병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박 전 대통령 탄핵 기각을 꾸준히 주장해왔다.

각양각색 이력과 출마 이유
인지도 높이려 훗날 도모?

김 후보는 사기 2건 등 전과 3범의 이력을 갖고 있다. 2002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이듬해에도 징역 10개월과 집행유예 2년, 2003년엔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김 후보 측은 서울, 경기지역 외 일부 지방에 벽보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부지역에선 김 후보의 벽보 없이 14명 후보자들의 것만 부착됐다.

▲홍익당 윤홍식 후보=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의 정신을 이어받은 후보도 있다. 윤 후보는 “내가 받고자 하는 것을 남에게 베풀자는 정신을 사회 제반 분야를 넘어 정치 현장에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대학서 사학과 철학을 전공한 후 13년간 20대 이상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인문학 학원을 운영해왔다. 5년 전부터는 유튜브서 무료 인문학 강의도 진행했다.

그가 출마를 결심한 계기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지난해 11월 윤 후보는 창당발기인 서명 작업에 돌입하면서 대권을 꿈꿨다. 독립운동가·순직자·의인 등의 후손에 최대한 지원, 공직자 채용 시 양심평가지표 도입, 방산비리 추적 전담조직 구성 등의 공약을 앞세웠다.

윤 후보는 대선 기탁금 3억원을 후원금으로 충당했다. 인터넷을 통해 그의 강의를 듣는 해외동포들이 선거 자금을 후원해 4억원 정도를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는 “최순실 사태 이후 기존 정치권서 더 이상 희망을 찾지 못하게 됐다”며 “평범한 국민도 대선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 출마했다”고 밝혔다.

▲무소속 김민찬 후보= 김 후보는 15명의 후보 중 유일하게 당적이 없는 무소속 후보다. 원광디지털대 자연건강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템플턴대 상담심리학과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현재 문화예술학회인 ‘월드마스터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월드마스터위원회는 김 후보가 국내외를 오가며 발굴한 장인들을 한데 모아 관리하는 단체다.

비무장지대(DMZ)에 세계문화예술도시 건설, 전통 문화 보존에 전념하는 각계 명인 및 명장 발굴, 문화예술인을 위한 다각적인 일자리 창출 등 주요 공약은 문화예술 분야에 치중돼있다. 그는 한국을 세계문화예술의 중심지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외에도 부처 및 공공기관 내부서 이뤄지는 상시 감사 체계를 강화할 수 있도록 국가진단위원회 설치 등을 주장했다. 빚을 내 기탁금을 마련했다는 김 후보는 “장난으로 출마한 게 아니다”며 “국민은 국정에 참여할 수 없다는 열패감을 타파하고 다양한 의견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나왔다”고 전했다.

선관위는 24일 군소후보 10명을 대상으로 비초청 후보자 토론회를 진행한다. 공중파, 종편, 선관위 등이 주관하는 총 6번의 토론회 중 군소후보가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이번 한 번에 불과하다. 늘푸른한국당 이재오 후보는 이른바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식으로 대선 주자를 나눠 TV토론회를 실시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마이너 후보들
토론도 한 번뿐

이 후보는 “후보자들이 3억원의 기탁금을 동일하게 냈음에도 똑같은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는 것은 불평등하다”며 “특히 토론회를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로 나눠 후보자를 차별하면 선거 결과에 치명적인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공직선거법 82조는 국회 5인 이상의 소속의원을 가진 정당이 추천한 후보만 초청후보 토론회에 참석할 수 있다.

한편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이들 군소후보의 눈은 대선 너머에 고정돼있다는 시각도 있다. 일부 후보들은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 등 훗날을 도모하기 위한 포석으로 출사표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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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