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시나리오> 만약 문이 된다면?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4.24 10:32:29
  • 호수 11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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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은 노무현이 아니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양강구도를 형성하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상승세는 한풀 꺾이면서 문 후보의 청와대 입성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일요시사>는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어떻게 정국을 이끌어 나갈 지 예측해봤다.

지난 1월5일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경찰 수사권 독립과 국정권 수사권 박탈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권력기관 개혁 공약을 내놨다. 그는 기조연설을 통해 “권력기관을 대개혁해 국가시스템을 바로잡고 반듯하고 공정한 나라의 기틀을 세우기 위한 약속을 하겠다”며 “새로운 나라로 가기 위한 첫걸음으로 권력적폐 청산 3대 방안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참여정부 시즌2'?

문 후보는 당내 경선과정서도 ‘적폐청산’을 기치로 내세우며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을 따돌리고 민주당 대선후보로 낙점받았다. 대선이 20일도 남지 않은 현재 문 후보는 안 후보와 격차를 벌리면서 대권에 한 걸음 다가선 모양새다.

이 기세를 몰아 문 후보가 당선된다면 당장 5월9일부터 대한민국 정부는 문재인 체제로 돌아가게 된다. 문 후보는 국정운영 경험과 국회 제1당인 민주당의 든든한 지원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국정운영을 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정치권에선 문 후보가 내세운 ‘적폐청산’ 기치가 문 후보의 국정운영에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적폐청산이 과거 지향적이라는 점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과거 폐단을 청산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정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며 “일종의 편가르기 식으로 느껴질 수도 있고 따라서 반 문재인 정서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실제 국정운영서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자칫 과거에 얽매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모양새로 비쳐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줄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문 후보가 이야기하는 ‘적폐’ 대상들이 스스로를 적폐라고 생각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19일 대선후보 2차 TV토론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문 후보가 적폐라고 이야기하는 부분에 대해 “적폐라고 인정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고 비꼬았다. 문 후보가 적폐로 규정한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선을 그으면서 적폐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른 일각에선 적폐청산이라는 구호가 모호하고 대상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도대체 언제를 적폐 시작으로 봐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지난 보수 정권 10년 동안의 적폐인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쌓인 폐단을 의미하는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또, 문 후보의 정치권 기반인 노무현 정권서도 정권말기에 권력형 비리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스스로가 적폐 대상에 포함될 여지도 있는 셈이다.

또한 대통령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로 ‘인사’가 꼽히는데 문 후보의 ‘패권주의’가 자칫 ‘코드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과거 노무현의 참여정부는 ‘코드·보은 인사’로 여론의 뭇매를 받았다.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만 등용해 다른 세력과 불화를 겪었다. 이는 참여정부 내내 노 전 대통령을 괴롭혔다.

아울러 문 후보가 주장하는 적폐청산이 제대로 이뤄질지 여부도 미지수다. 경찰 수사권 독립의 경우 검찰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검찰이 견제를 받지 않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당장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은 경찰에 수사권을 줄 경우 후폭풍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적폐 청산 내세우다…국론 분열 우려
안보·외교 불안…일자리 해결 미지수


일각에선 문 후보 정권이 들어서면 안보·외교 분야가 취약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대통령이 되면 문 후보는 군복무기간 18개월 단축 공약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참여정부의 ‘국방개혁 2020’에 따른 것이다. 병사 복무기간이 단축되면 ‘직업군인’을 선발해 부족한 인원을 충당해야 하는데, 여기엔 거액의 비용 투입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문 후보는 재원 마련에 대해서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에 따르면 군 복무기간이 1개월 줄어들면 병력이 1만1000명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 후보의 공약이 실현될 경우 최고 3만여명의 모병이 충원돼야만 하는 것이다. 군 당국은 복무기간이 단축될 경우 ‘병사들의 숙련도’가 떨어질 것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정부차원의 대북기조가 전면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는 개성공단 2000만평 확장 및 재개를 통해 북한과 대화국면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북한의 핵 위험이 존재하는 현 상황에 개성공단 확장 및 재개가 가능하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스트롱맨인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강경 기조는 대화를 강조하는 문 후보의 대북관과 상충된다는 분석이다. 문 후보가 미 대통령의 협조하에 대화로 북한의 핵 폐기를 약속받고 남북교류가 이어진다면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북한의 핵은 남겨둔 채 섣부른 개성공단 재개는 보수 진영의 ‘퍼주기’라는 공세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가 제1 공약으로 내세운 일자리 창출 방안도 실현 가능성 여부에 ‘회의론’이 불고 있다. 문 후보는 공공일자리 부문 81만개를 약속했다. 지난 17일 문 후보는 ‘10조원 이상 일자리 추경(추가경정예산)’을 약속했다.

이는 ‘큰 정부’를 만들어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여소야대’ 국회 상황을 넘어야 한다는 점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기획재정부 한 관계자는 “만약 추경 집행이 가을 이후로 미뤄지게 된다면 사실상 추경 편성의 효과를 거두기 어려워진다”며 “이 경우엔 2018년 본예산을 더 확장적으로 편성하는 것이 재정 집행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추경안을 제시했을 뿐 재원 조달 방안은 드러나지 않아 박근혜정부가 주장한 ‘증세 없는 복지’ 슬로건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만약 문 후보가 합리적 재원조달 방식으로 제시하지 못한다면 국민적 비난에 시달릴 가능성도 배제키 어렵다.

분열의 정치

국민의당 박지원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 17일 문 후보에 대해 “내 편이 아니면 모두 적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문재인식 분열의 정치에 소름이 돋는다”고 일침을 가했다. 지난 19일 자유한국당 박찬우 의원은 “문 후보는 노무현정부서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했다. 노무현정부의 공과를 그대로 쥐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후보가 정권을 잡으면 ‘노무현 시즌2’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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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