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바로미터> 문-안 ‘PK목장의 혈투’ 내막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4.24 10:19:07
  • 호수 11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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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은 아직 선택하지 않았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리턴매치’의 승자는 과연 누가 될 것인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보이며 양강 구도를 굳혀가는 중이다. 그러나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음에도 향방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에 충청권과 함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부산·경남(PK)·울산 표심이 주목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PK가 배출한 대선후보다. 점차 가열되고 있는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사나이들의 PK 공략 빅 매치를 <일요시사>가 추적했다.

문재인-안철수는 지척의 거리서 태어났다(문재인 경남 거제, 안철수 경남 밀양). 두 지역은 천태산과 매봉산을 경계로 행정구역을 접하고 있다. PK는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출신 지역이자 정치적 고향이다. 이 때문에 PK는 두 후보 모두에게 반드시 가져가야 하는 지역이다. PK서의 총력전을 예상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경남 창녕, 전 경남도지사)까지 더하면 벼랑 끝 3파전이 예상된다.

떠도는 PK 표심
누가 낚아채나

현재까지는 3명 중 문 후보가 가장 앞서 있다. CBS가 리얼미터에 의뢰, TV토론 당일과 다음날(지난 13~14일) 실시된 여론조사를 보면 문 후보는 수도권과 PK서 해당 권역별 오차범위 밖의 1위를 유지했다. 전체 지지율은 44.8%. 31.3%의 안 후보보다 13.5% 포인트 앞섰다.

안 후보 입장에선 PK 지지율 급락이 뼈아팠다. 4월1주차 주간집계와 비교하면 문 후보는 PK서 5.1% 포인트 상승한 50.3%를 기록했다. 홍 후보는 6.6% 포인트 상승한 19.6%로 나타났다. 반면 안 후보는 13.0% 포인트 하락해 17.7%로 떨어졌다. 안 후보 지지층이 문 후보와 홍 후보 쪽으로 이동한 것이다.

정당 지지율도 유사한 변화를 보였다. PK서 민주당은 3.3% 포인트 오른 43.8%, 한국당은 1.1% 포인트 오른 16.4%를 기록했다. 반면 국민의당은 2.7% 포인트 하락한 14.7%로 집계됐다. 이로써 국민의당은 오랫동안 지켜오던 PK 2위 자리를 한국당에 내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PK는 대선 풍향계를 넘어 당락을 좌우할 핵심지역이다. 유권자 수에서도 수도권 다음으로 많다. 민주당·국민의당의 지지 기반이 같은 호남이라는 점에서 제2의 기반이 절실한 문-안 모두에게 PK는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지지율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후보들의 정치적 고향이다.
 

안 후보와 당 입장에선 최근 PK에서의 부진이 뼈아플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변화엔 몇 가지 요인이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첫째로 정권교체 후 국정운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정당이 어딘가를 살피는 PK 유권자들이 ‘원내 1당’인 민주당 후보 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거물 인사 영입이다. 문 후보는 지난 3월경 오거돈 당 상임선대위원장을 전격 영입했다. 앞서 오 위원장은 지난해 11월경 김종인 전 대표와 골프 회동을 가지는 등 비문 인사들과 교류하고 있었다. 그사이 문 후보가 오 위원장 영입에 총력을 기울였고 그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했다.

문-안 대회전
“끝까지 간다”

문 후보 공개 지지를 선언한 오 위원장은 “부산의 문 후보를 향한 압도적 지지가 지지율 견인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지방분권, 국토균형발전, 해양발전, 부산발전을 ‘부산대통령 문재인’과 함께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비록 ‘부산대통령’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지만, 부산 유권자에게만큼은 확실히 어필했다는 게 중론이다. 민주당 부산시당은 성명을 통해 “특정 후보를 넘어 당의 입장에서 환영한다”며 “부산서 오 위원장이 가진 위상은 중도와 보수층에 대한 외연 확장에 있어 대선후보뿐 아니라 우리 당의 입장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부산시당의 성명대로 오 위원장의 파급력은 이미 검증이 끝났다. 지난 2014년 6월에 실시된 부산시장 선거 당시 오 위원장은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와의 맞대결서 석패했다. 50.6% 대 49.3%, 단 1.3% 포인트 차이였다.

오 위원장은 비록 선거서 패했지만, 무소속 신분으로 선전했다. 가공할 PK쪽 득표력을 가진 오 위원장의 합류는 그대로 문 후보의 지지율로 연결됐다는 관측이다.

안 후보 측도 영입인사들을 발표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50명의 인사를 선보였다. 이날 영입한 인사는 이해성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임혜경 전 부산시교육감 등 부산지역 교육계와 정치권인사 등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서 “패권정치와 분열정치를 넘어 통합과 화합의 정치로 국민주권시대를 열기 위해 안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문 후보 측은 추가 영입인사를 발표하며 맞불작전을 폈다. 공개한 영입인사는 국내 육상계의 전설로 불리는 홍상표 전 부산육상경기연맹 부회장과 추리문학계 대부 김성종씨 등 2명이었다. 민주당 부산 선대위는 “존경받고 있는 원로급 인사들이 속속 선대위에 합류하는 것은 문 후보 만이 경제적, 정치적으로 위기에 빠진 부산을 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거세지는 문풍, 꺼져가는 안풍
갈대마음 PK “될 사람 뽑는다”

질에서는 문 후보, 양에서는 안 후보라는 게 지역 정가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영입전에서 문 후보의 손을 들어주는 의견이 많다. 영입전의 판세는 누가 얼마나 무게감과 상징성을 가진 인사를 영입하느냐에 달렸는데 이 부분에서 문 후보가 이겼다는 것이다.
 

부산 정가 측 사람은 <일요시사>와 통화에서 “오 위원장을 영입한 문 후보가 앞서나가는 게 당연하다”며 “그 사람(오 위원장)은 부산서 상당한 인맥을 자랑한다. 실질적으로 오 위원장 영입 효과를 따져보면 한 명을 데려온 게 아닌 만 명 이상을 데려온 것과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거물급 인사의 영입은 대선을 좌지우지했을 정도로 큰 영향을 미쳤다. 과거 이종찬과 김중권, 김종필, 박태준 등 거물급 인사들을 영입하거나 연대로 이끈 새정치국민회의(현 민주당) 김대중 후보는 15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이들을 통해 외연확대와 호남 고립 등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이 당선의 주 요인이었다. 문 후보도 지난 20대 총선에서 김종인 전 대표를 영입해 부정적인 여론을 뒤집고 새누리당(현 한국당)보다 많은 의석수를 차지한 바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안 후보 측도 명망 높은 인사들을 행사장으로 모셔오고 있다. 지난 15일 수많은 내빈들이 참석한 가운데 출범식을 연 ‘안철수와 국민희망’ 부산모임에는 장혁표 전 부산대 총장, 전진 전 부산시부시장, 장제국 동서대 총장 등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중 장 총장이 참석한 것을 두고 지역 정가는 안 후보가 오 위원장의 맞상대로 그를 영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장 총장은 오 위원장에 버금가는 인맥을 가졌다고 지역 정가는 말하고 있다. 그의 아버지는 지난 2015년 12월 별세한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이다. 그는 학교법인 동서학원과 동서대 설립자기도 하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동서대 총장으로 취임한 장 총장은 부산 내에서 지분이나 영향력이 큰 거물급 인사로 분류된다.

영입전 가열
거물 모시기

앞서 안 후보는 장 총장 영입 시도를 한 적 있다. 지난 2014년 1월경 안 후보는 장 총장을 부산시장후보로 모셔오기 위해 삼고초려를 했다. 그러나 당시 장 총장은 “시장선거에 나서 달라는 요구에는 확답을 하지도, 그럴 준비도 돼있지 않았다. 현실정치 참여에 대해 보다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고사했다.

두 사람의 친분은 꽤나 깊은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2015년 9월 가온포럼 창립 1주년 행사에 장 총장이 참석, 축사를 했다. 가온포럼은 부산내일포럼과 함께 안 후보의 부산조직 양대 축이다.
 

2016년 4월에 있었던 20대 총선을 앞두고 안 후보는 다시 한 번 장 총장 영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장 총장은 그때도 출마를 거부했다. 그는 언론에 “출마를 고려한 적도 없고, 정치에 발을 디딜 생각조차 없다”며 “동생이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뛰고 있는데 형이 딴생각을 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장 총장의 동생은 바른정당 장제원 의원이다.

당시 안 후보 영입 리스트에는 오 위원장도 있었다. 제3당의 기치를 올리며 공식 창당했던 국민의당은 PK 공략의 교두보로 장 총장과 오 위원장을 고려하고 있었다. 그러나 장 총장이 출마를 거부한 데다 오 위원장도 “배지 한 번 다는 것보다 후학 양성이 더 중요하다”며 출마를 고사한 채 동명대 총장행을 선택했다. 그리고 현재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돼 안 후보를 저지하는 편에 섰다.


‘거물’ 오거돈 영입효과 톡톡
안의 반격은? 아직 오리무중

국민의당 입장에선 PK 지역 총선 전체를 관장할 수 있는 두 인물을 놓친 셈이다. 결과적으로 국민의당은 20대 총선서 PK 지역에 단 한 곳도 당선인을 배출하지 못했고, 이는 이번 대선서 국민의당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셋째는 빠른 움직임이다. 문 후보와 당은 지난 11일 PK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부산서 선대위 발족식을 열었다. 이번 대선 들어 민주당 최초의 지역 선대위 출범이었다. 문 후보와 당이 부산을 얼마만큼 신경 쓰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행사장서 오 위원장은 “부산서 승리하고 부산시민들이 선택해야 전국서 선택받아 (문 후보가) 국민 대통합 대통령이 된다”며 “부산서 60% 이상 받아야 힘이 생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반해 국민의당은 지난 19일 부산 선대위를 공식 출범했다. 공식 명칭은 ‘일만 선대위, 갈매기 유세단’. BIFF(부산국제영화제) 광장서 치러진 이날 행사에는 민주당을 떠나 국민의당에 입당한 이언주 의원이 참석해 안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민주당에 비해 선대위 발족이 일주일 이상 늦은 시점이었다.

부인들의 지원 유세도 차이를 보였다. 지난 18일 문 후보의 부인 김정숙씨는 부산을 찾아 표심을 공략했다. 부산 강서체육관서 열린 한국민간어린이집 보육비전 선포식에 참석한 김씨는 “아이들이 행복하고 부모, 원장, 교사가 행복한 보육환경을 만드는 중심에 문 후보가 있도록 하겠다”며 지지를 당부했다.

반면 안 후보와 그의 부인 김미경씨는 함께 호남을 찾았다. 안 후보와 김씨는 광주 광산구의 자동차부품산업단지, 양동시장, 금남로, 충장로 일대를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후 김씨는 전남 영암·완도·여수를 차례로 찾는 등 호남 공략에 집중했다.

오거돈-장제국
안, 제의 거부

PK 유권자들은 과연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대체로 문 후보를 향하고 있지만, 아직까진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다는 게 부산 정가의 반응이다.

부산의 한 인사는 <일요시사>에 “PK 민심이 문-안 중 아직 선택을 못 한 상태라고 해석하면 된다”며 “만약 민심이 한쪽으로 기울었다면 오 위원장, 장 총장 등 PK의 핵심 인사들이 민심을 읽고 한 사람을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고 흩어져 있다. 지금까지는 문 후보가 지지율에서 앞서 있지만, 대세가 기울었다고 말하긴 이르다. 대선 전날까지 PK 유권자들의 고민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BW 의혹 난타전

“주주들 속이고 주머니 채웠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안랩’을 경영할 당시 발행했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연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안랩의 BW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편법증여를 목적으로 발행한 삼성SDS BW보다 더욱 싼 가격으로 발행해 안랩 주주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추가 의혹을 내놨다. 박 의원은 문 후보 선대위 종합상황본부 2실장이다.

이 자리서 박 의원은 ‘공정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안 후보가 정작 정당한 문제제기를 외면하고 적반하장식으로 법적대응을 언급하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박 의원은 “안 후보 측이 외부 평가기관의 평가액보다 높은 5만원에 BW를 발행했다고 하지만 삼성SDS의 반값 발행보다 못한 40% 수준의 헐값 발행이었다”며 “자기 스스로에게 헐값 BW를 몰아주며 엄청난 부를 축적하는 것이 도덕적이고 공정한 행위냐. 벤처 기업가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한 방’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부를 축적하라고 권유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안 후보 측은 BW 의혹에 대해 “지난 2012년 검찰에서 조사한 후 위법성이 없고 공소시효도 지났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안랩이 BW를 발행해 안 후보에게 전량을 배정했던 1999년 당시 상법으로는 불법이 아니었더라도 BW 제도의 본취지가 자금조달 목적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공정경제’를 주장하는 안 후보가 관련 의혹에 대한 명쾌한 입장을 내놔야 한다”고 압박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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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