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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아트인> ‘기억과 망각’ 이진주기억 속 이야기 작품이 되다
  • 장지선 기자
  • 승인 2017.04.12 08:07
  • 호수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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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삶의 순간순간 떠오르는 다양한 기억 속에서 우리는 아름다움이나 기쁨 혹은 잔혹함을 남긴 상처나 트라우마를 발견할 때가 있다. 일상 속에서 무심하게 ‘툭’ 떠오른 형상이 환기시킨 기억의 늪. 작가는 특유의 예민한 촉각을 이용해 이야깃거리를 찾아낸다. 초현실적이며 몽환적인 미지의 세계를 담은 작품은 보는 이의 무의식을 자극해 또 다른 해석들을 끊임없이 소환한다. ‘불분명한 대답’과도 같이.

   
▲ 얇은 찬양_2017_ 100x162cm_ Korean paint on Linen <자료 및 사진=아라리오 갤러리>

작가 이진주는 예민한 촉각을 가졌다. 작가가 곤두세운 촉각은 집착하듯 이야깃거리를 찾아 나선다. 이진주의 방식대로 재해석의 과정을 거친 이야깃거리는 캔버스 안에서 극도로 기이하면서도 동시에 지극히 아름다운 풍경으로 탈바꿈한다. 갤러리 아라리오서 열리고 있는 이진주의 개인전 ‘불분명한 대답’은 작가가 천착한 기억과 망각에 대한 처절한 고뇌의 결과물이다.

예민한 촉각

기억과 망각에 대한 고민은 작가가 곳곳에 심어놓은 ‘알레고리’를 거치면서 그 기이함이 증폭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성들이 캔버스 표면을 표류하고 불안하게 서성인다. 여자들 곁에는 어울리는 것 같지만 어색한, 세심한 것 같지만 거칠게 뒤엉킨 오브제들이 곳곳에 배치돼있다.

여자들 곁에 배치된 오브제들은 본연의 역할을 잊은 채 작가가 준 역할만을 품고 있다. 여자와 오브제들은 이진주가 창조한 꿈과 같은 초현실적 공간에 놓인다.

일상에서 튀어나온 기억
기이하고 아름다운 풍경

비평가 크레이그 오웬즈는 알레고리를 가리켜 작가가 특정 형상의 1차적 상징 그 이상의 것으로 해석한 ‘가장 객관적인 자연주의를 가장 주관적인 표현주의로, 가장 확고한 사실주의를 가장 초현실적으로’ 변화할 수 있고, ‘항상 파편적이고 불완전하며 미완성적인 것’이라 했다.
 

   
▲ 오목한 노래 120x240cm Korean paint on Linen 2017 <자료 및 사진=아라리오 갤러리>

이진주가 의도했든 아니든 작품은 이미 수수께끼와 같은 수많은 알레고리를 내포한 채 기억과 망각의 경계에 서 있다. 마치 영원히 끝나지 않는 문장처럼.

미술평론가 안소연씨는 “이진주의 그림은 보통 개인의 기억에 의해 재구성된 서사적 장면을 다뤘다. 그녀는 줄곧 일상의 어느 한 순간 불현듯 되살아나는 자신의 기억에 대해 탐색해왔고, 그것을 작업의 중요한 소재로 끌어들였다”며 “그녀의 그림은 대부분 감춰진 기억서 갑작스럽게 추출돼 낯을 보이는 다소 병약한 형태들에 의해 짜인다”고 말했다.

보는 이의 무의식 자극
끊임없이 이어지는 문장

이어 “그녀가 만들어내는 서사는 매우 희미하면서도 순식간에 몰입되는 어떤 기억의 단초들로 구성돼있다”며 “하지만 그것들은 공동의 기억으로 엮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서로 다가가지 못하는 서사와 기억의 빈틈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오목한 노래’는 제작연도가 2017년으로 돼 있지만 작가가 2014년부터 그림에 어떤 제목도 붙이지 않은 채 3년간 작업실에 펼쳐놓고 그 위에 차곡차곡 형태를 쌓아 올린 작품이다. 작품은 2014년 어느 날부터 그녀의 진부한 삶 속에 콕콕 찌르듯 침투해 들어온 예기치 못한 사건의 잔상과도 같다.
 

   
▲ 가짜 우물 Deceptive Well, 2017, Korean paint on linen, 260x528cm <자료 및 사진=아라리오 갤러리>
‘보이지 않는 것’은 내가 본 것을 바로 망각의 차원으로 밀어 넣고 더 이상 보이지 않는 것으로 혹은 사라져가는 것으로 존재를 다시 인식해야 하는 일련의 태도를 환기시킨다. 다시 말해 이진주의 그림은 그가 본 것을 눈앞에 고정시키는 게 아니라 그렇게 보기를 끊임없이 포기하는 시도에 가깝다고 봐도 무방하다.

불완전한 대화

안 평론가는 “이진주의 이번 전시는 ‘보는 것’에 있어서 존재의 불확실성에 대해 사유하는 주체의 인식 구조를 매우 정교하게 다루고 있다”고 평했다. 이진주는 불분명한 대답이라는 제목을 두고 그동안 자신의 작업에서 지속적으로 주목하고 다뤄왔던 대화 혹은 기억과의 대면이 어떤 감춰진 내면들끼리의 불완전한 대화라고 그 의미를 밝혔다. 전시는 5월7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이진주는?]

1980년 부산 출생.

▲학력

홍익대학교 동대학원 수료(2005)
홍익대학교 동양화과 졸업(2003)

▲개인전

‘An Obscure Reply’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2017)
‘JINJU LEE’ 두산갤러리 뉴욕, New York, USA(2014)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갤러리현대 16번지갤러리, 서울(2011)
‘기억의 방법’ 갤러리현대 윈도우 갤러리, 서울(2010)
‘모든 입 다문 것들의 대화’ 갤러리 정미소, 서울(2008)
‘무늬에 중독되다’ 갤러리 DOS, 서울(2006)

▲수상 및 선정

송은 미술 대상전, 우수상 수상(2014)
경기문화재단 유망작가 지원 프로그램 선정 작가(2012)
중앙미술대전 선정작가, 우수상 수상(2009)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젊은 예술가 성장 프로그램 선정 작가(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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