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시대> 알바하는 노인들 ‘실상’

몸 팔고 생체실험까지…힘든 말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평균 기대수명은 늘어난 반면 은퇴 연령은 빨라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평균 기대수명에 비해 행복수명은 8년 이상 짧다는 결과도 있다. 사망에 이르기까지 8년 정도는 행복한 삶을 살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노인 인구는 매년 급속도로 늘고 있지만 복지는 그에 비례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늘그막에 불안정한 생활에 던져진 노인들은 살기 위해 다시 일자리를 찾아 나선다.

내년이면 칠순을 맞는 서울 서초구의 한씨 할머니는 2015년부터 아파트 청소 일을 시작했다. “자식들도 먹고살기 힘든데 손 벌릴 수는 없고, 연금만으론 버거워 (일을) 하게 됐다”며 “마땅히 할 줄 아는 게 없어 청소 일을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노후 대비를 하지 못한 노인들이 취업시장에 뛰어드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20∼30대 구직자와 경쟁하는 것은 물론 같은 연령대 노년층 간 일자리 다툼에 내던져진 채 방치되고 있다. 경쟁 끝에 어렵사리 따낸 일자리의 질이 낮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70세까지 일해야

지난달 20일 한국노동연구원이 발간한 ‘2017년 3월 월간 노동리뷰’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 기대수명은 2015년 기준 82.1세로 과거 45년 동안 20세가량 높아졌다. 반면 주된 직장으로부터 은퇴하는 연령은 2005년 50세에서 2016년 49.1세로 오히려 낮아졌다.

선진국에 비해 근속이 짧고 직장서 은퇴 나이가 빨라지면서 연금 등 노후 소득 부족으로, 65세 이상 노인 2명당 1명꼴로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통계청,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층의 빈곤율은 46.9%로, OECD 평균(12.6%)과 비교해 4배 가까이 높다.


노인 인구↑ 일자리 경쟁↑
고령 2명당 1명 빈곤 시달려

‘소일거리’가 아닌 살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노년층의 비율이 증가했고, 이는 노동시장 은퇴 연령 증가로 나타났다. 노동시장 은퇴 연령은 2000년 남성 67.1세, 여성 65.9세에서 2014년 각각 72.9세, 70.6세로 5년 이상 늘어났다. 70세가 넘어서야 노동시장서 완전히 분리될 수 있는 것이다.

통계청의 ‘노인실태조사: 전국노인생활실태 및 복지욕구 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취업노인의 종사 직업은 단순노무직이 36.6%로 가장 많았다. 과거 1994년부터 2011년까지 취업 노인의 50% 이상이 농·어·축산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2014년 단순노무직에 취업한 노인은 2011년과 비교해 10%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아파트 경비원, 지하철 청소 일을 하는 노인들을 이전보다 쉽게 볼 수 있는 이유다.

문제는 이마저도 경쟁이 치열해 ‘알바 인생’으로 전락한 노인층이 과거에 비해 늘어났다는 점이다. 700만명이 넘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퇴직이 본격화되면서 노인들의 일자리 구하기가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 또 60대 초반의 노인들이 60대 후반의 노인들을 일자리에서 밀어내는 기현상이 발생하면서 빈곤 문제가 심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노인 취업시장서도 갈 곳을 잃은 이들은 단기 임시직에 뛰어든다. 전체적으로 임시직의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인 데 반해 60세 이상에서는 그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임시직은 1개월 이상 1년 미만인 단기 일자리를 의미한다.
 

전체 임시직은 지난해 11월 같은 기간 대비 17만4000명 증가, 12월에는 11만3000명이 늘었다. 올해 1월에는 1만9000명으로 증가폭이 크게 둔화됐고, 2월에는 오히려 9000명 감소했다. 반면 60세 이상 임시직은 지난해 12월 13만8000명, 올해 1월 11만3000명, 2월 9만1000명, 3월 11만7000명 등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경비나 청소직에 국한됐던 노인 일자리는 주차요원, 베이비시터, 패스트푸드 직원 등으로 그 폭이 넓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최근 노인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일자리는 임상시험이다. 20∼30대 젊은 층에서 큰 인기를 누렸던 임상시험 알바가 노년층의 ‘희망알바’로 각광받고 있는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 구조는 어린이들의 비율이 줄고 만 65세 이상의 비율이 늘어나는 전형적인 고령화 모습을 하고 있다. 지난 1월 행정자치부는 만 65세 이상 인구가 699만5652명으로 전체 인구의 13.5%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반면 만 15세 미만 인구는 691만6147명으로 전체 인구의 13.4%였다. 만 65세 이상 인구가 만 15세 미만 인구를 앞지른 건 행자부가 2008년 주민등록 통계관련 시스템으로 인구 통계를 관리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 중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14% 이상인 고령사회로 진입 초읽기 상태다.

임상 시험…시위에 동원도
‘살기 위해’ 일터서 허우적

고령인구의 증가로 노인들이 자주 걸리는 질환에 대한 치료약 개발이 활발해졌다. 치료약을 시판하기 위해서는 임상시험이 필요한데, 여기에 노인들이 대거 지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임상시험이란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실험으로 주로 제약회사나 병원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지하철을 타고 가다 보면 벽면 광고서 쉽게 접할 수 있다.

한 대형회사가 고혈압·고지혈 관련 임상시험을 진행할 때 전체 지원자 중 절반가량이 60대 이상 노인이었다. 서울의 한 병원에서 진행한 골다공증 임상시험 지원자 모집에도 노인들이 몰렸다. 노인들이 임상시험 알바를 선호하는 이유는 다른 일에 비해 수당이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험 의약품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약을 1회 투여하는 데 평균 4만∼5만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최저시급 언저리서 왔다 갔다 하는 경비, 청소직에 비해 고수익이라 돈이 궁한 노인들에겐 ‘꿀알바’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제약업계 측에서도 고령층 의약품 시장이 커지는 만큼 노인 임상시험 대상자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높은 보수가 곧 위험수당이라는 점이다. 임상시험 알바가 20∼30대 젊은 층에 한창 인기를 끌 때 ‘마루타 알바’라는 말이 함께 유행했다.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 모르는 임상시험으로 자신의 몸을 혹사시키며 돈을 버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임상시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식약처에 따르면 임상시험 도중 약물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신고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총 476건에 달했다.

일각에선 노인들이 돈을 받고 집회·시위에 참석하는 일도 빈곤 문제로 인해 나타난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달 6일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화이트리스트’를 언급했다. 정부와 반대되는 성향의 문화체육계 인사들의 명단이 담긴 ‘블랙리스트’와 달리 화이트리스트는 정부가 지원하고 관리하는 특정 단체의 명단을 일컫는다.

슬픈 자화상


특검에 따르면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2014년 대기업서 받은 자금과 전경련 자금을 합해 청와대 지정 22개 단체에 지원했다. 특검은 이 돈이 세월호 참사 반대집회와 관련이 있다고 봤다.

이 사실은 지난해 4월 <시사저널>이 보도한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 개최한 세월호 반대 집회에 일당 알바가 대규모로 동원됐다는 의혹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노인들이 빈곤에 떠밀려 마구잡이로 선택하는 일들이 자신의 몸을 망치는 것은 물론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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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