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어디로 튈지 모르는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3.27 10:41:35
  • 호수 1107호
  • 댓글 0개

킹이냐 메이커냐 당 대표냐 총리냐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전격 사퇴했다. 정치권과 언론계를 중심으로 ‘홍석현 대망론’이 흘러나오던 터라 그의 사직은 ‘대권출마’와 연계됐다. 현재로서는 킹메이커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요시사> 취재결과 안희정 충남지사를 지지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홍 전 회장의 역할론에 따라 대선판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그의 행보를 놓고 여러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의 대망론이 급부상 중이다. 홍 전 회장은 지난 18일, 중앙미디어네트워크 사내 이메일을 통해 “오랜 고민 끝에 저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기로 결심했다”며 회장직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했다.

회장직 사임
정치권 파장

<일요시사> 취재결과 홍 전 회장의 <중앙일보> 사퇴설은 이미 지난 몇 주 전부터 주식 시장서 흘러나온 얘기였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기관에서 홍 전 회장이 대선 때문에 <중앙일보> 회장직을 사퇴할 것이라는 말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며 “이 때문에 이미 주식 시장 큰손들은 <중앙일보> 계열사인 상장사 제이 콘텐트리와 보광그룹(홍 전 회장의 동생 홍석규 회장 소유) 관련 주식을 매집했다”고 귀띔했다.

홍 전 회장이 대권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는 사실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홍 전 회장의 대선 출마설은 지난해 말부터 불거졌다. JTBC가 ‘최순실-고영태의 태블릿PC’를 보도한 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자 일부 친박 지지층에서는 회장직을 맡아왔던 홍 전 회장의 대선 출마를 위한 기획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 직후인 지난해 12월17일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올 초부턴 국가개혁을 내걸며 <중앙일보>와 JTBC를 통해 리셋코리아 프로젝트를 주창하는 등 정치적 메시지를 던져온 점도 그의 대선 출마설에 힘을 보탰다.

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함께 중도 보수층의 유력 대권 주자로 물망에 올랐다.

지난 2월엔 홍 전 회장이 전북서 대선 출마를 한다는 소문이 정치권에 급속도로 퍼지면서 일부 매체가 이를 기사화했다가 홍 전 회장이 부인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아직까지 홍 전 회장은 대선 출마에 대해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고 있다.

다만 <중앙일보>·JTBC 회장직을 사임한 뒤 국가를 위해 모종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은유의 메시지만 던졌을 뿐이다.

“대한민국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기로 결심”
모든 자리서 물러나 이유 두고 해석 분분 

정치권에선 그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에는 물리적으로 늦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같은 연유로 유력 대선 후보를 조력하는 킹메이커 역할을 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각에선 홍 전 회장이 안희정 충남도지사에 대한 지지선언을 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홍 전 회장과 안 지사의 연결고리는 무엇일까. 바로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다. 이 전 지사는 현재 홍 전 회장의 민간 싱크탱크로 주목 받고 있는 ‘여시재(與時齋)’의 총괄 부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8월18일 출범한 민간 싱크탱크인 여시재 연구재단에 참여한 것도 홍 전 회장의 정계구상과 관련이 있지 않느냐는 해석을 낳았다.


여시재에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김도연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이 전 지사, 홍 전 회장,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안대희 전 대법관, 김현종 전 UN 대사 등이 참여하고 있다. 여시재는 조창걸 한샘그룹 명예회장이 ‘한국판 브루킹스 연구소’를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출연금을 낸 연구재단으로서 홍 전 회장의 싱크탱크로 조명받고 있다.

이 전 지사는 안 지사의 최측근 ‘브레인’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2002년 ‘좌희정 우광재’라 불리며 노무현정부 탄생의 일등 공신이다. 최근 안 지사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이 전 지사는 캠프서 확고한 2인자군에 속하게 됐다.

중도·진보
흡수 뒤 연대?

이 때문에 안 지사가 대연정을 공론화하면서 이것이 여시재서 총괄 부원장으로 있는 이 전 지사와 계획된 교감 아래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눈총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인터넷 블로그에 ‘안희정의 배후는 여시재’라고 주장하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홍 전 회장 성향이 중도로 분류되는 만큼, 야권에 지지층이 쏠려 있는 민주당에서 중도 확장성을 가진 안 지사를 지지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홍 전 회장이 참여정부에서 주미대사를 지냈기 때문에 외교안보 전문가로서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다.

홍 전 회장의 모친인 고 김윤남 여사의 출생지가 전남 목포라는 점에서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 대선후보 지원이 가능하다.

지난달 9일 전북 부안 대명리조트서 열린 원광학원 보직자 연수 특강서 홍 전 회장이 독일과 영국, 미국 등의 예를 들며 개헌과 대연정을 통합 대통합으로 국가 시스템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당론으로 정한 바른정당이나 자유한국당과의 협력도 가능하다.

홍 전 회장이 킹메이커로 나서서 자신이 힘을 실어준 정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차기 정부 국무총리에 발탁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홍 전 회장의 영향력은 대선판을 흔들 만큼 폭팔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한 라디오 인터뷰서 “김대중정부서 세대교체를 위해 홍 전 회장을 국무총리로 임명하려고 했었다”며 “직접 출마를 하든 킹메이커가 되든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폭발력을 가진 분”이라고 평했다.

이렇게 정치권서 홍 전 회장의 향후 행보에 적잖이 신경을 쓰는 이유는 홍 전 회장이 무시할 수 없는 ‘정치적 저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는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싱크탱크 ‘리셋코리아(보수·진보가 함께하는 국가 개혁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1월13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서 <중앙일보>와 JTBC의 국가개혁 프로젝트인 ‘리셋코리아 : 내가 바꾸는 대한민국’ 행사를 열기도 했다. 이날 홍 전 회장은 환영사에서 “‘이게 나라냐’ 하는 말이 어느새 유행어가 되었지만 한탄만 하고 있을 수가 없다”며 “고민 끝에 작은 결론을 내린 것이 바로 리셋코리아로 나라의 기본을 다시 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 정의화 전 국회의장, 성낙인 서울대학교 총장, 고은 시인 등 거물급 인사들이 리셋코리아 행사에 대거 참여했다. 리셋코리아를 만들면서 13개 분과를 설정하고 분과장까지 발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홍 전 회장이 사실상 내각체제를 만들어 대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다시 불거졌다.


홍 전 회장은 1949년 10월20일 서울 출생이다. 홍진기 전 <중앙일보> 회장의 4남2녀 가운데 장남이다. 누나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아내다. 아래 남매들을 순서대로 살펴보면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 홍라영 전 삼성미술관 리움 총괄부관장이다.

안희정과
연대설 솔솔

신직수 전 법무부장관의 장녀인 신연균 재단법인 아름지기 이사장과 결혼해 2남1녀를 뒀다. 장남 홍정도씨는 중앙미디어네트워크·<중앙일보>·JTBC 공동대표 사장을 맡고 있다. 며느리 윤선영씨는 J콘텐트리M&B 경영총괄이다.

장녀는 홍정현씨로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의 장남인 허서홍 GS에너지 상무와 결혼했다. 차남 홍정인씨는 중앙미디어네트워크 신사업추진단 부단장 겸 휘닉스호텔앤드리조트 경영기획실장이다. 며느리는 박기범 전 대한피부과의사회 회장의 차녀인 박연환씨다.

홍 전 회장은 1972년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1977년 3월 세계은행으로 파견나가 이코노미스트로 일했으며, 1978년 스탠퍼드대학교 대학원 산업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3년 전두환정부서 대통령 비서실장 보좌관을 맡았다. 1985년에는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을 역임했다. 1986년 9월부터 1994년 4월까지 삼성코닝서 일하며 상무-전무-부사장으로 근무했다.

1994년부터 2003년까지 <중앙일보> 대표이사를 맡았다. 2003년에 <중앙일보> 회장으로 승진해 2005년까지 역임했다. 이때 ‘삼성 X파일 사건’이 터졌다. 홍 전 회장은 2005년 주미 한국대사로 임명되면서 정계진출을 시도했지만 이 사건으로 결국 자리서 물러났다.


홍 전 회장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이학수 당시 삼성그룹 부회장과 사적으로 만났다. 이 자리서 홍 전 회장과 이 본부장은 이회창 대선후보 측에 정치자금 100억원을 전달하는 문제와 검사 7명에게 ‘명절 떡값’을 돌리는 문제를 논의했다.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는 이 대화 내용을 도청해 녹음했는데 이 녹음파일이 삼성 X파일로 불렸다.

힘받는 대망론…대권 대열 합류?
아니면 다른 잠룡 도우미 역할?

2005년 7월 이상호 당시 MBC 기자(현 고발뉴스 기자)가 안기부의 녹음파일을 입수해 공개하면서 삼성의 비자금이 불법 정치자금이 사실로 알려져 파장이 일었다. 홍 전 회장은 그해 2월에 주미 한국대사로 임명됐지만 9월에 물러났다. 주미대사 이후 유엔사무총장 진출을 추진했는데 그 자리는 반기문 당시 외교통상부장관에게 돌아갔다.

검찰은 삼성 X파일을 수사한 끝에 2005년 12월14일 홍 전 회장과 이 부회장을 불기소처분했다. 횡령혐의로 처벌하기 힘들고 뇌물공여 혐의도 공소시효가 끝났다는 것이다. 이때 수사를 지휘했던 검사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다. 홍 전 회장은 2006년 12월 <중앙일보> 회장으로 복귀했다.

홍 전 회장은 합리적 실용주의자로 평가받으며, 보수성향을 보이지만 외교와 통일문제 등을 놓고 다소 진보적 태도를 취해 예비 정치인으로서 강점으로 꼽힌다. 김대중정부 시절엔 스스로 햇볕정책 지지자라고 밝힌 적이 있다.

끈기 있고 인재를 귀하게 여기는 성격으로 손석희 JTBC 보도국 사장 영입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출간한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습니다>서 손 사장을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일화를 소개했다.

이 책에 따르면 홍 전 회장은 손 사장의 영입을 시도했다가 거절당하자 직접 찾아가 술자리를 연 끝에 전권위임을 조건으로 영입에 성공했다. 당시 심경을 “천하의 인재를 찾기 위해 제갈량의 초가를 찾았던 유비의 심정과 비유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끈기있는 성격
대선 변수되나

지난해 11월 22일 청와대서 홍 전 회장을 불러 손 사장의 퇴임을 요구했다고 <시사플러스>가 보도했다. 그러나 중앙미디어네트워크는 즉각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JTBC의 뉴스 프로그램인 <JTBC뉴스룸>은 보수 편향 일색의 방송계서 성역 없는 보도로 주목받았다. <JTBC뉴스룸>은 지상파 3사의 메인 뉴스와 비교해 시국 사건에 대해 더 공신력 있는 보도를 한다고 평가받았다. 2013년 <기자협회보>가 선정한 올해의 언론계 10대 뉴스의 하나로 ‘JTBC 뉴스의 돌풍’이 꼽히기도 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손석희, 홍석현 보도는?

손석희 JTBC 보도국 사장이 “JTBC는 특정인을 위해 존재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의 사임 후 정계 진출 도전 의사를 밝힌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손 사장은 지난 20일 방송된 JTBC ‘뉴스룸’ 앵커 브리핑 코너서 “지난 주말부터 여러 사람의 입길에 오르내렸는데, 무엇보다 우리가 그동안 견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진심이 오해되거나 폄훼되는 것이 가장 가슴 아프다”라고 운을 뗐다. 홍 전 회장의 사임과 대선출마설 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어 손 사장은 “우리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명확하다. ‘우리는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이제 생겨난 지 얼마 안 된 언론사로서, 그동안 특정 기업의 문제를 보도하거나 정치권력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낼 때 고민이 없지 않았다. 예외 없이 반작용을 초래했기 때문”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시대가 바뀌어도 모두가 동의하는 교과서 그대로의 저널리즘은 옳은 것이며, (그것은)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을 위해 존재하거나 복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 전 회장은 18일 직원들에게 보낸 고별사를 통해 “회장직을 내놓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겠다”고 밝혔다. KBS, SBS등 공중파 방송사도 홍 전 회장의 사임을 보도하면서 비중있게 다뤘다. 그러나 같은 날 JTBC는 이 소식을 전혀 다루지 않았다. <창>
 

<기사 속 기사> 홍석현 테마주는?

제이콘텐트리(036420)이 급등세다.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의 사임 표명과 대선출마설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일 오전 9시15분 현재 코스닥시장서 제이콘텐트리는 전일대비 9.09% 오른 4440원에 거래됐다.

지난 18일 홍 전 회장은 돌연 사임 의사를 밝혔다. 사임 배경과 향후 행보를 둘러싸고 대선출마설 등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홍 전 회장이 대선에 나설지는 아직 구체적이지 않다. 홍 회장의 행보가 공식화되면 제이콘텐트리는 정치 테마주로 부각될 수 있다.

테마주는 대상과 큰 연관성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제이콘텐트리는 안랩과 마찬가지로 직접 관련성이 있는 만큼 대장 테마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제이콘텐트리가 정치 테마주로 떠오르는 것이 호재가 될지는 미지수다. 테마주로 주목받지 않아도 주가 반등을 기대할 만한 상황서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날 휘닉스소재도 홍 전 회장의 테마주로 분류되며 급등했다. 코스닥 시장에서 휘닉스소재는 전일대비 21.1%(250원) 오른 1435원에 거래됐다. 거래량이 598만주를 상회하며 전일 거래량의 10배에 육박했다. 휘닉스소재는 홍 전 회장의 동생인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이 소유하고 있어 '홍석현 테마주'로 분류되고 있다. <창>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