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 살 거라면… 관리비 싼 데 어디?

경기 광교신도시에 한 상가 내 푸드코트에서 실평수 10㎡짜리 중식전문점을 운영하는 오경란(45·여)씨는 최근 관리비 고지서를 받고 운영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통상적으로 관리비는 공용면적대비 부담하게 되어 있어 임대료 이외에 월 200만원이 넘는 관리비가 상당히 부담되기 때문이다.

여의도에 직장을 두고 있는 김오성(35)씨는 지난해 12월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T오피스텔로 옮겼다. 그동안 거주했던 합정동 D오피스텔 관리비가 3.3㎡당 8000~9000원으로 평균 15만원에 육박해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이번에 옮긴 오피스텔 관리비는 3.3㎡당 5000원, 평균 6만~7만원 선으로 절반 이상이 줄일 수 있었다.

입주자들 부담
절반 이상 줄여

제2의 월세로 불리는 관리비 절감 바람이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도 불고 있다. 각종 관리비 절감 시스템을 갖춰 실수요자는 관리비를 절약할 수 있고, 임차인들의 선호도도 높아져 공실로 오는 우려가 적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주거 기능이 강조되는 오피스텔은 물론 상가, 지식산업센터에까지 관리비 절감 시스템이 도입되는 추세다.

업계에 따르면 수익형 부동산은 공용면적 비율이 아파트보다 높기 때문에 전기료 등 관리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이 때문에 2000년대 초반부터 아파트에 도입되던 관리비 절감 첨단 시스템이 점차 오피스텔,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에도 속속 도입되기 시작됐다. 각 호실에 외출 시 조명을 차단해주는 일괄소등스위치나 불필요한 대기전력을 차단하는 대기전력 조명스위치 등이 도입된 것이다. 또 태양광 발전시스템, 지역 냉난방시스템 등 첨단 에너지 절감 시스템 도입은 물론이고 건축시공에도 이중창, LED 등기구 등을 적용해 열 소비 최소화 노력도 진행 중이다.

실제 분양업체들은 친환경 에너지시스템 등 공용에너지를 줄일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및 적용하거나 공용로비나 엘리베이터 등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태양열 시스템으로 이용하는가 하면 건물 청소 용수나 조경 용수 등은 빗물을 재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에너지 절감 효과가 뛰어난 지역 냉난방시스템 도입도 이어지고 있다. 지역난방은 열병합발전을 이용해 난방열과 전력을 생산하기 때문에 개별난방보다 30% 정도 절감할 수 있다.


‘제2의 월세’대폭 낮춘 수익형 눈길
각종 관리비 절감 시스템 속속 도입

관리비 절감 시스템을 갖춘 수익형 부동산은 분양 성적도 좋았다. 경기 광교신도시에서 선보인 ‘힐스테이트 광교’오피스텔은 정당계약 2일간 모든 호실이 100% 완판됐다. 이 오피스텔은 지역의 폐열을 활용해 가구 내 24시간 에너지를 공급하는 지역 난방시스템을 도입했다.

상가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 송파구 문정지구에서 공급된 ‘H 스트리트파크’상업시설은 지역 냉난방시스템을 적용해 단기간에 100% 분양률을 보였다. 동익건설이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선보인 상업시설 ‘동익 드 미라벨’도 100% 분양을 달성했다. 이 상업시설은 소비효율이 낮은 고효율 자재와 지역 열원을 이용한 중앙식 냉난방 시스템, 태양광발전설비, 절수형 위생기구 및 고효율 장비 도입 등의 에너지 절약 시스템을 적용해 입주자들의 관리비 부담을 낮췄다.

부산 롯데자이언츠 야구단의 홈구장인 사직야구장 바로 앞에 유럽풍 명품 테라스 상가 ‘자이언츠 파크’도 대표적인 성공 분양 사례다. 태양광 발전시스템 설치, 건물 외벽에 자체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 무료 광고 등으로 입점업체의 관리비 제로화를 도입했다.

에너지절감 시스템으로 실질적인 관리비 절약효과를 누릴 수 있는 지식산업센터들도 수요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지식산업센터가 오피스보다 세제혜택이 많고, 임대료나 관리비가 저렴하다고 알려지면서 지식산업센터의 분양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단지들마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관리비 절감에 도움이 되는 친환경 설계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높은 관리비는 임대료와 함께 사용자 부담을 높이는 만큼 관리비만 낮아져도 공실률 측면에서 걱정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날씨가 쌀쌀해지거나 무더워지면 투자자나 실수요자, 임차인 등이 관리비 절감 효과가 있는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을 보인다”며 “분양업체 역시 이 같은 수요자들의 요구에 맞춰 다양한 시스템을 도입한 관리비 절감 특화 수익형 상품을 속속들이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관리비 절감 시스템을 도입한 주요 수익형 상품들이다.


▲간석동 해마루 더 펠리체= 인천광역시 남동구 간석동 241-2외 2필지에 ‘간석동 해마루 더 펠리체’오피스텔이 3월 분양한다. 이 오피스텔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먼저 시공사인 해마루건설에서 5년간 임대 보장제를 실시하며 확약이행을 하기 위해 보증보험에서 이행증권을 발행 또는 공증 확약까지 해주기 때문이다. 또 임대확정계약 수분양자에게는 5년간 생활하자 및 보수를 책임져 깨끗하고 쾌적한 건물관리가 장점으로 꼽힌다.

태양광 발전
지역 냉난방

시공사에서 직접 관리를 해 관리비가 저렴하다. 중개수수료 부담이 없고 몸만 들어와도 생활이 가능한 풀옵션이 제공된다. 대지면적 1295.60㎡, 연면적 1만5391.814㎡, 지하 4층~지상 14층 총 312실 규모다. 총 주차대수는 220대. 인천지하철 1호선 간석오거리역 도보 30초 거리, 초역세권 및 더블역세권 입지다.

▲강남지웰파인즈= 서울 강남구 수서역이 SRT 개통 이후 수도권 교통 허브로 거듭나면서 강남구 세곡동의 수익형 부동산이 투자자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수서역 인근의 복층형 오피스텔 ‘강남지웰파인즈’가 뛰어난 입지 조건과 편리한 주거 설계 등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지하 3층~지상 8층, 근린생활 및 업무시설 총 135개 호실로 구성돼 있다. 수서역 인근의 문정동 도시개발구역과 동남권 유통단지, 위례신도시 등을 생활권으로 한 강남지웰파인즈의 가장 큰 장점은 교통 환경이다. 수서역이 도보 8분 거리다. 송파IC, 수서IC, 내곡IC, 동부간선도로와 가까워 지방 진출도 효과적이다. 강남, 서초, 송파 등 중심업무지구까지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강남지웰파인즈가 자리한 강남구 세곡동은 대모산, 범바위산, 근린공원, 탄천, 세곡천 등 풍부한 녹지와 수변 환경이 인접해 있다. 여기에 복합쇼핑몰 가든파이브, 삼성서울병원, 현대백화점, NC백화점, 이마트 등의 생활인프라도 즐비하다. 주거 설계도 탁월하다. 합법적으로 복층 3.4m 층고를 확보했다. 큰 방과 큰 거실을 제공해 넉넉한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 건축물 에너지 효율 1등급, 스마트 빌딩 시스템, 내진 설계 적용, 냉난방시스템 등의 다양한 빌트인 시스템도 제공된다. 에너지 절약과 관리비 절감을 위한 친환경 태양광 에너지도 확보한 상태다.

▲동탄 테크노리움= 경기도에도 속속 관리비 절감형 수익형 부동산이 공급 중이다. 먼저 풀옵션 복층 소형오피스텔 ‘동탄 테크노리움’은 총 8가지 타입으로 직주근접 근로자들이 다양성을 선택할 수 있다. 1~2인 가구가 선호하는 전용면적 19.41~24.71㎡의 소형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4.2m의 높은 층고 등의 특화설계가 도입돼 개방감 또한 우수하다.

GTX·KTX, SRT 동탄역과 동탄 테크노밸리 앞에 자리하고 있다. 또 풀옵션오피스텔로 풀퍼니시드 인테리어를 제공한다. 가구와 가전 역시 풀옵션 빌트인으로 생활의 편의성이 부각되며 복층형 프리미엄 설계에 따라 더욱 쾌적한 실내공간을 구축했다. 관리비가 저렴한 지역난방을 제공하고, 최고층에는 옥상정원을 만들어 입주민의 휴식공간까지 조성했다.

▲광교 캠퍼스플라자= 동진산업개발이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광교신도시에 캠퍼스플라자 상가를 분양 중이다. 이 상가는 대지면적 1363㎡에 지하 2층~지상 9층, 전용면적 60~254㎡ 총 61실로 이뤄졌다. 지역난방을 적용해 인근에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상가와 비교했을 때 약 20%의 관리비 절감효과가 있다. 이 상가는 사거리 코너에 있어 앞·옆·뒤 3면이 모두 전면인 입지적 장점과 도보 5분 거리에 신분당선 광교(경기대)역이 있다. 동수원IC와 서수지IC 등을 통해 고속도로 접근이 용이하다.

이중창, LED 등으로 열소비 최소화
건물청소·조경용수 빗물로 재활용

▲영종도 미단시티 굿몰= 대형 상가의 경우도 규모의 경제 및 최첨단 건축기법을 도입해 관리비를 절감하고 있다. ㈜굿몰은 인천광역시 중구 운북동 962번지 일대에 원스톱 대형복합쇼핑타운인 영종도 미단시티 굿몰을 공급한다. 연면적 약 10만2719㎡에 지하 2층~지상 5층 규모로 4개동으로 지어진다. 900여개의 상가, 오피스텔 168실로 구성된다. 분양 관계자는 “최근 몰링족, 싱글족, 1인가구가 늘면서 이들을 겨냥해 전국 곳곳에서 ‘몰링형’복합 쇼핑몰 공급에 나서고 있지만 특색과 콘텐츠를 한꺼번에 갖춘 유일한 대형복합쇼핑몰은 영종도 미단시티 굿몰이 최초라는 평가”라고 전했다.

▲지젤엠청라= ‘지젤엠청라’는 문화시설이 미비한 청라국제도시에 들어서는 최초의 복합문화공간이다.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비롯해 컨벤션센터, 청라 최대 스포츠센터, 다양한 문화와 체험이 가능한 엔터테인먼트 공간, 크고 넓은 최고의 주차공간이 조성된다. 이 단지는 청라 명소인 커넬웨이 수변도로 진입 상가다. 커넬웨이와 지하광장이 직통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쾌적함은 물론 풍부한 유동인구를 흡수할 수 있다. 대지면적 1만995㎡, 건축면적 6484㎡, 연면적 5만9546㎡ 규모다. 지하 3층~지상 5층으로 지어진다.

절감 특화 상품
줄줄이 공급 중


청라를 관통하는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 발표 및 지하철 9호선이 공항철도와 연계돼 운행될 계획이다. 제2외곽순환도속도로 등도 개통될 예정이다. 600여대 동시 주차가 가능하다. 53%대의 높은 전용률을 자랑한다. 계약금 20%, 중도금 40% 무이자 혜택을 제공한다. 준공은 오는 8월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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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