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골육상쟁> 담철곤 고소장 공개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3.16 08:45:09
  • 호수 11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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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남편 때문에 틀어진 공주 자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또 피소됐다. 이번에는 처형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으로부터다. <일요시사>는 사면초가에 놓인 담 회장의 고소장 전문을 입수했다. 담 회장이 고소된 내막은 무엇일까.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처형인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에게 특가법상 횡령혐의 등을 이유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한 당한 것으로 지난달 24일 확인됐다.

딸이냐 사위냐
선대 주식 공방

현재 서울중앙지검은 사건을 조사1부(부장검사 이진동)에 배당해 관련 사항을 살피고 있다.

이 전 부회장은 담 회장이 과거 자신의 상속재산 아이팩 주식을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회장은 측은 “포장지 전문업체 아이팩의 주식을 담 회장이 2006∼2015년 사이 본인명의로 전환해 오리온에 팔아 상속재산을 횡령했다”며 고소장을 냈다.

담 회장이 횡령한 돈이 최소 200억원에서 최대 1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담 회장은 동양그룹 채권피해자 모임과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지난해 11월, 경찰 고발 및 지난달 검찰 고발을 당한 데 이어 이번에는 자신의 처형으로부터 또 고소를 당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이 전 부회장 고소장 전문에 따르면 아이팩은 동양그룹 창업자인 고 이양구 회장이 설립한 회사다. 이 회장 사후 그의 아내 관희씨와 이 전 부회장, 담 회장의 처인 이화경씨 등에게 주식 47%가 상속됐다.

동양가 장녀 이혜경 횡령 혐의 고소
부친 물려준 아이팩 차명 주식 공방

이 회장은 1988년 4월경 이관희씨와 두 딸(이 전 부회장, 화경씨)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동양제과의 일감을 받는 포장지 납품 업체인 신영화성공업을 5억원에 인수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이후 친척인 박모씨에게 회사 대표이사를 맡겼으며 이 회장은 회사 주식을 박씨와 임직원 명의로 신탁해 신영화성공업을 운영·관리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1989년 10월 사망한 후 신영화성공업을 아내 관희씨와 이 전 부회장, 화경씨에게 공동 상속한 것으로 고소장에 쓰여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그 주식 명의는 박씨를 비롯한 임직원 앞으로 돼 있는 상태였다. 그 증거 또한 고소장에 첨부돼 있다. 다음은 ‘제2호증 서울지방검찰청 담철곤에 대한 피의자 신문조서’를 발췌한 것이다.

▲검찰 : 피의자는 언제부터 아이팩 임직원의 명의로 차명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인가요?


▲담 회장 : 1988년 4월 경 동양그룹 창업주이신 고 이양구 회장님께서 아이팩의 전신인 신영화성공업을 인수하신 후 (중략) 이양구 회장님께서 돌아가시면서 자연스럽게 자녀들인 이혜경·이화경에게 상속이 이루어졌고…

이 회장의 사망 이후 신영화성공업은 1991년 2월경 신농으로 상호가 변경됐으며, 1997년 7월경 아이팩으로 상호를 재변경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그 과정서 “아이팩 주식 85%가 여전히 위 상속인 이관희, 이혜경, 이화경의 공동소유인 박씨를 비롯한 6인 명의의 차명주식이었다”라고 진술했다

고소장 보니…
구체적인 정황

담 회장은 아이팩의 배당금을 장모에게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1년부터 2005년 사이 차명주식 통장으로 입금되는 아이팩 이익 배당금을 임직원을 통해 수령해 이를 담 회장이 장모인 관희씨에게 전달했다고 고소장에 나왔다.
 

실질적으로 담 회장이 아이팩 차명 주식을 관리했다는 것. 이 전 부회장은 그 증거로 담 회장의 피의자 신문 조서를 발췌했다.

이후 이 전 부회장은 담 회장이 아이팩 차명 주식을 자기 명의로 전환했다고 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담 회장이) 위 이관희와 고소인(이 전 부회장) 소유 주식을 횡령할 것을 마음먹고 부하 임직원들로 하여금 그 방안을 검토했다”고 적었다.

2005년 담 회장은 당시 아이팩 대표이사였던 김모씨에게 차명주식에 대한 실명 전환 및 지분 이전 방안에 대해 추진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다음은 이 전 부회장이 주장한 고소장의 일부다.

▲가. 2006년 3월31일경 아이팩의 자금을 이용해 김씨가 박씨 명의 아이팩 차명주식 22만3000주 중 1만300주를 4억7380만원에 인수한 것처럼 가장했다. 김씨의 명의 차명주식 지분을 20.96%로 확대했다.

▲나. 2006년 12월경 피고소인(담 회장)은 김씨에게 자시해 홍콩에 실제 영업 실적이 없는 페이퍼컴퍼니 ‘Prime Linked Investment’(이하 PLI)를 설립했다. 2008년경부터 2009년까지 총 3회에 걸쳐 박씨 명의 차명주식 16만1000주를 약 53억원에 PLI 명의로 전환했다. [증 제2호증 서울지방검찰청 담철곤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1회) 발췌, 증 제3호증 서울지방검찰청 담철곤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3회) 발췌]

▲다. 2011년 3월 경 피고소인은 박씨 명의 나머지 차명주식 5만1700주와 김씨 명의 차명주식 9만4300주, 이모씨 명의 차명주식 3만7750주, 이모씨의 차명주식 250주를 피고소인 명의로 전환했다. [증 제4호증 아이팩 주주명부 현황 (1997∼2014.)]

실제로 담 회장은 2006년 홍콩에 자본금 119만원의 ‘뉴 스텝 아시아’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2년 뒤 PLI로 사명을 바꿨다. PLI는 2011년까지 아이팩 지분 46.67%를 사들였다. 담 회장은 아이팩 지분 23.33%를 자사주로 매입하고 차명 지분 30%를 인수했다. 아이팩 53.3% 지분으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담 회장은 아이팩으로부터 2011년 201억원, 2013년 151억원 등 총 352억원의 현금 배당을 받았다. 2013년 아이팩이 거둔 순이익의 6배가 넘는 배당금을 챙겨 ‘황제 배당’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오리온은 2015년 3월 아이팩을 흡수 합병했다.


이 전 부회장은 차명주식을 담 회장이 자신의 명의로 전환하는 과정에 그 어떤 동의도 없다고 진술했다. 이 차명주식이 상속재산이라는 것을 충분히 인지한 것으로 파악하기 때문에 이 전 부회장은 담 회장이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 전 부회장은 왜 이제야 아이팩 소유권을 주장할까. 먼저 아이팩 소유권 논란은 지난해 11월 동양사태 피해자 모임과 약탈경제반대행동이 담 회장을 경찰에 고발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고발장에는 이 전 부회장이 “아이팩 지분을 매각해 동양사태 피해자들의 구제를 돕겠다”는 증언이 활용됐다.

담철곤 회장 과거
검서 상속 인정

이 전 부회장은 동양사태 때 고가의 미술품을 빼돌려 매각한 혐의(강제집행면탈)로 2015년 12월, 1심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현재 2심이 진행되고 있다. 이 전 부회장으로서는 동양사태 피해자를 구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 전 부회장은 직접 고발에 나서지 않았다. 동양 사태 피해자들은 이 전 부회장의 소극적인 대처에 분노했다. 이에 지난달 이 전 부회장을 강제집행 면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강제집행 면탈 혐의는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손괴·허위양도 또는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여 채권자를 해하는 죄다.


김대성 동양 사태 피해자 대표는 “이혜경 전 부회장은 지난해 은닉재산을 고백하는 자필 자백서를 동양그룹 사기피해자에게 제공했다”며 “자신의 은닉재산이 환수돼 피해배상으로 쓰이길 바란다고 밝혔으면서도 지금까지 그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당시 이 전 부회장의 고발 이유를 밝혔다.

제부 vs 처형 “제대로 붙었다”
중간 낀 이화경 중재 노력 불발

이 전 부회장 입장에선 현재 재판을 받고 있어 추가 고발이 부담되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동양 사태 피해자들의 거센 압박이 친동생과 등을 돌릴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배경이 됐다는 시각이 다분하다.

이 전 부회장은 진퇴양난에서 담 회장 고소를 망설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녀가 오리온서 근무하고 있다는 점과 친동생 남편을 고소해야 하는 점이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부회장의 변호인은 한 언론과 인터뷰서 “이 전 부회장이 변호사 수임료가 없어 담 회장 고소가 지연됐다”며 “동양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을 돕기 위해 강경하게 나가겠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오리온은 담 회장의 아이팩 주식 횡령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오리온 측은 “아이팩은 담 회장이 과거 직접 인수한 회사다. 2000년도 초반에 동양그룹에 분리가 되면서 정리가 다 됐다. 그것 관련해서는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2011년 이미 담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아이팩 차명 주식을 인정한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오리온 측은 “검찰조사 내용은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막아보려 했지만
언니 고소 검토

담 회장의 아내 화경씨는 언니 이 전 부회장의 고소를 막아보려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사태는 악화됐고, 화경씨는 언니를 무고죄로 고소할지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두 친자매는 서로 등을 돌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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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송사 끊이지 않는 담철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송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해 담 회장은 광복절 특사를 앞두고 비자금 사건에 가담할 정도로 최측근이었던 조경민 전 오리온 전략담당 사장에게 고소를 당했다. 조 전 사장은 지난해 7월 담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 부부를 상대로 200억원 규모의 약정금 청구 소송을 서울북부지법에 제기했다.

담 회장 부부가 20여년 전 주식가격 상승분의 10%를 지급하기로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2012년 담 회장과 함께 집행유예로 풀려난 조 전 사장은 수개월 뒤 스포츠토토 비자금 의혹으로 다시 재판에 넘겨져 2013년 징역 3년형을 받았다. 당시 검찰 수사에서는 비자금 중 일부가 담 회장 일가에 흘러들어 갔다는 진술이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종적으로 조 전 사장의 개인비리로 재판은 마무리됐다.

그 과정서 조 전 사장은 2012년 해임처분을 받고 스톡옵션부여도 취소당했다. 조 전 사장은 수십 년간 오리온서 근무하면서 담 회장을 도와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충성을 다한 것으로 전해진다.

동양사태 피해자들도 지난달 15일 담 회장을 고소했다. 이들은 담 회장이 동양그룹의 은닉재산을 횡령했다며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 와중에 처형인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에게 횡령으로 또 고소당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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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