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권상우의 갑작스런 영화 출연 번복이 연예계 핫이슈로 떠올랐다. 권상우와 영화사 간의 팽팽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그는 지난달 29일 오후 자신의 팬카페 ‘천상우상’에 직접 올린 글을 통해 “출연 번복 사태는 영화 제작사와 소속사 간 갈등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다. 하지만 중간자적 입장에 있었던 나에게 결국 가장 먼저 피해가 오는 것 같아 애석한 마음이 크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상대배우인 하지원에게는 “함께 오랜 우정을 나눠왔던 관계로 다시 작품에서 만나게 돼 기대도 많이 했었는데 미안한 마음이 크다”며 본의 아니게 작품에서 중도하차 하게 된 것에 대해 안타까운 심경을 밝혔다. 이번 논란으로 영화사는 신뢰를 잃고, 권상우는 이미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됐다.
사건 전말은 이렇다. 권상우는 일본 팬미팅 이후 돌연 영화 <내 사랑 내 곁에> 출연을 취소했다. 제작사 영화사집 측은 공식적으로 일본 도쿄 팬미팅 현장에서 영화 출연 취소를 밝힌 권상우에 대해 ‘영화 <내 사랑 내 곁에> 권상우 출연 번복’이라는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내보냈다.
권상우가 11월 중순 촬영을 시작할 예정인 <내 사랑 내 곁에>에서 하차했다는 내용이었다. 영화사집 측은 “권상우가 제작사와 영화에 출연하기로 합의하고 지난 9월23일 상호신뢰 하에 출연 확정과 11월 크랭크인 예정 사실을 보도자료를 통해 공식 발표까지 한 터라 프로덕션 막바지 준비 중이던 제작사에 상당한 제작 손실이 발생할 전망이다”고 밝혔다.
권상우 소속사 팬텀엔터테인먼트 측은 “너무 당황스럽다. 현재 영화계가 불황이고 투자가 불확실해 투자자와 배급사 확인을 위해 여러 번 요청했으나 영화제작사는 이를 기피했다”고 책임을 전가했다.
출연 번복 시점부터 엇갈려
또한 “좀 더 신중히 알아보고 심사숙고 한 뒤 27일 만나서 영화사 측과 최종합의를 하여 결정하기로 약속했으나 영화사 측에서 권상우 측이 갑자기 통보해 출연취소를 알렸다는 등의 내용을 보도했다”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영화사 측은 “권상우가 24일 일본에서 기자 회견 중 차기작에 대한 질문을 받고 ‘드라마다. 이틀 뒤에 발표할 것이다’라고 말했다”며 권상우 측 주장을 반박했다.
여기에 영화사 측은 권상우 측이 밝힌 투자 및 배급 상황에서 대해 “투자는 다 이뤄졌고 배급도 메이저 회사와 논의 중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권상우 측은 이에 대해 “투자 배급 상황에 대해 알려 달라고 했지만 제대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재반박했다.
또 영화 제작사가 권상우와 소속사 관계자들이 지난주부터 고의적으로 연락을 끊었다는 식의 보도와 관련 권상우 소속사 측은 “지난 25일 일본에서의 팬미팅 참석차 일본에 머물고 있었고, 일본에 가기 전까지도 제작사들과 합의점을 찾기 위해 연락을 해 왔다. 오히려 영화 제작사 측이 오늘 최종 합의하기로 한 약속을 무시하고 일방적인 억측으로 기사화해 보도했다”고 반박했다.
영화사와 권상우 측은 출연 번복을 밝힌 시점부터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영화사집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22일 오후 5시께 팬텀 측으로부터 ‘출연하지 못한다’는 전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팬텀 측은 “일본 팬미팅(25일)을 마치고 귀국해서 영화사 측과 최종합의를 할 예정이었다”고 주장했다.
공식기록이 없는 한 양측 주장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지만 최소한 권상우가 지난달 25일 일본 사이마타 슈퍼아레나에서 열린 팬미팅에서 “다음 작품은 드라마로 결정했다”며 “이틀만 기다려 달라. 한국에 돌아가자마자 발표할 것이다”라고 말했다는 사실은 권상우 팬카페 ‘천상우상’과 일본 현지 뉴스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권상우 측 “투자자와 배급사 확인 위해 여러 번 요청했으나 대답 없었다”
영화사집 측 “투자는 다 이뤄졌고 배급도 메이저 회사와 논의 중이었다”
권상우는 이에 앞서 24일 열린 일본 기자회견에서도 “다음 작품은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다”라고 못박으며 “곧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며 내년 초쯤엔 여러분께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팬텀 측의 주장대로 최종합의가 27일 예정돼 있더라도 “다음 작품을 드라마로 결정했다”고 권상우가 지난달 25일 말했다는 점은 최종합의 이전에 권상우 측이 결정을 완료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팬미팅 현장에서 “영화가 아닌 드라마로 결정했다”고 기존 발표를 뒤집고 나서 또 다시 최종합의에서 무엇을 결정할 예정이었는지가 의문점으로 남는다.
팬텀 측이 주장한 투자·배급 문제에 대해서도 영화사집 측은 “메인투자가 이미 결정된 상태였고 배급사도 국내 배급사와 해외 배급사 가운데서 조율 중이었다”며 “전작 ‘너는 내 운명’, ‘그놈 목소리’를 연출한 박진표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권상우·하지원이 주연으로 출연하는데 35억원 내외의 제작비를 투자 받는 것이 문제가 돼서 출연을 번복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권상우가 출연을 번복한 시점이 크랭크인 전인데다 계약서에 서명을 마치지 않은 상태라 법적인 구속력을 갖고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한국영화의 현주소 한 단면
영화사집 측의 한 관계자는 “배우와 계약서를 작성하는 시기는 경우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다”며 “상호신뢰 하에 구두 계약을 통해 중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합의를 마치고 캐스팅 보도자료를 발표했는데 공식 발표 전에 취소하는 경우는 종종 있어도 발표 후 취소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권상우가 출연을 번복했다고 발표한 것은 진실공방이나 법적대응을 하기 위함이 아니라 영화사에 대한 대외적인 신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권상우의 경솔한 행보가 아쉬운 이유는 영화 출연에 대한 공식 발표 후 적절한 절차를 밟지 않고 팬미팅 현장에서 번복 의사를 밝혔다는 점이다.
이번 논란으로 영화사는 신뢰에 타격을, 권상우는 이미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됐다.
권상우 입장에서 보면 그는 지난 7월 드라마 <대물> 캐스팅이 확정돼 출연하는 것으로 발표됐지만 편성이 미뤄지면서 컴백이 불발됐고 긴 휴식기를 보내고 있다.
소속사 관계자는 “권상우, 고현정이라는 거물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편성이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 한국영화 시장이 위기를 맞으면서 투자에 대한 불안감이 상당했다”고 전했다.
뒤집으면 한국영화의 위기가 배우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고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방증이다. 최근 한국영화계는 투자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년간 준비해 온 작품들이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먼지 속에 잠들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
한 가지 더, 한류스타로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인기 배우가 이런저런 발목에 붙잡혀 이미지가 훼손되고 결국 자기 발등을 찍게 되는 현실도 짚어봐야 할 문제다. 권상우는 일본에서 스타의 입지를 굳힌 배우다. 그가 성장하고 발전하도록 한국 사회, 연예계가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죽어가는 한류를 살리기 위해서는 한류스타들이 열심히 좋은 작품을 통해 활발히 활동해야 한다는 주장도 곱씹어봐야 한다. 이번 권상우 논란은 그의 출연 문제를 벗어나 한국영화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