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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아트인> ‘이방인으로 살아온’ 이은경나를 만나고 나를 위로하다
  • 장지선 기자
  • 승인 2017.03.15 09:05
  • 호수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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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우리는 매일 타인을 접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에 필연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이 때문에 타인의 시선에 따라 행동을 결정하는 일도 잦다. 현대인은 자신을 바라보는 일에 서툴다. 자아성찰을 아예 외면해버리는 경우도 많다.

   
▲ 거울시리즈

서울 인사동 갤러리밈이 작가 이은경의 개인전 ‘위로하는 자화상’ 전을 연다. 아프리카서 태어나 러시아에서 성장한 작가는 대학에 들어갈 때쯤 한국에 왔다. 타국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이 작가는 늘 자신을 이방인으로 여겼다. 이 때문에 자아를 찾는 일에 일찍부터 골몰했다. 이번 전시는 그 결과물이다.

관계의 틈을 보다

자화상은 말 그대로 자신을 화폭에 담은 그림이다. 거울 앞에 자신을 훤히 드러내야 한다. 김대신 박사는 “자화상은 화가가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라고 했다. 이번에 전시된 이은경의 자화상 연작은 계획한 시간과 장소에서 제작한 것이다.

모든 작품에 작가가 매일 녹여낸 감정이 기록돼있다. 이은경은 공기, 색깔, 조명, 공간 등 수많은 변화 속에서 관계의 틈을 바라본다.

거울 앞에 선다는 건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이은경에게 자화상은 진실을 만난다는 측면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위로 행위다. 소멸하고 생성하는, 이성적이지만 동물적인, 짐승의 내면을 가진 양가적인 인간을 마주한다. 자화상은 또 다른 자기애의 표현이다. 자화상을 그린다는 것은 세계 안에 존재하는 나를 꺼내고 즐기는 나르시시즘에 가깝다.

어린 시절 타국에서 생활
스스로를 이방인으로 생각

거울 속 자아는 세계와 만나고 부딪친다. 자화상 속에 나와 타인이 공존한다. 자화상을 통해 자기도취를 넘어 소통과 공유의 지점을 찾는다. 자화상은 위로가 된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사회적 현상과 역사적 인식을 공감하고 타인과 관계를 회복하고자 했다.
 

   
▲ 이은경_686Grand Ave. Ridgefield1_종이위에아크릴_105.5x75cm_2016
자화상에 드러난 작가의 몸은 주체이며 대상이다. 작가의 손놀림은 거울과 마주한 존재의 떨림이자 진동이 된다. 김 박사는 “자화상을 그린다는 것은 몸의 양면성을 확인하는 과정”이며 “몸은 무한 변수의 대상이자 인식의 주체로 새로운 감각의 덩어리로 다시 태어난다. 몸의 역전”이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그림 속에서 타인이 된다. 작품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표정이 없고 어딘가 모르게 불편하거나 부자연스러운 모습이다. 그 모습들조차 모두 ‘나’다. 이은경은 자화상을 그리는 행위를 통해 고립돼있는 자신의 위치를 재확인했다. 그 순간 타인은 또다시 내가 된다. 작가는 자화상을 비추는 거울의 표면으로 올라와 다시 주체로 선다.

자화상 통해 마주보기
자아를 찾아 위로하기

이은경의 작품은 잔인하고 냉혹한 데가 있다. 유토피아의 환상, 예술의 고상함과는 거리가 멀다. 결핍되고 어긋난 불투명한 형상들은 윤리, 도덕, 정치, 종교 등 익숙한 잣대에서 벗어나 있다. 자화상의 변형과 왜곡은 상처 나고 멍들고 날카롭다. 롤랑 바르트가 설명한 예측 불가한 푼크툼처럼 일상에서 벗어나 찢기고 아픈 실존의 지점을 재현한다.

푼크툼은 작가의 의도보다 받아들이는 관객의 상황이 관람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작가의 마음속에 숨겨진 다양한 실존의 사건은 현실에서 늘 잠재성으로 작용한다.
 

   
▲ 이은경_686Grand Ave. Ridgefield2_종이위에아크릴_105.5x75cm_2016

작품에는 낭만주의와 표현주의 양식의 경향성이 짙게 깔려 있다. 동시대 회화는 주관성과 시의성을 강조하는 화법으로 대상의 실체를 드러내려 애쓴다. 이은경은 세상을 방심하지 않고 관찰하는 서사적인 회화의 가치를 추구한다. 위장과 가식은 느낄 수 없다. 알몸을 드러낸 자화상은 오히려 관음적인 주체를 무력화시킨다.

치유 방편으로 제안

김 박사는 “이은경은 동시대인으로 살아가며 현실에서 실존적인 한계를 깊게 공감하면서도 생존 본능의 의지를 굳게 세우고 있다”며 “상식을 흔들고 외상과 혐오로부터 자기를 찾으며 타자의 이해와 공존의 지혜를 구한다. 불합리한 세계에 역설의 자화상을 치유의 방편으로 제안한다”고 했다. 전시는 오는 26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이은경은?]

서울대학교 대학원 서양화과 판화 전공 졸업(2014)
서울대학교 서양화과 졸업(2006)

[개인전]

<위로하는 자화상>, GalleryMEME, 인사동(2017)
<관계의 초상>, art space Qualia, 평창동(2016)
<余所余所しいもの>, Gallery KYOTO, Kyoto JAPAN(2015)
<익숙한 혐오감> , Gallery SOBAB, 양평(2015)
<부자연스러운 풍경> , Gallery KISS, 신사 가로수길(2014)
<부자연스러운 풍경> , Gallery KISS, 이태원(2014)
<이은경 개인전>, 우석 홀, 서울대학교(2011)

[2인전]

김홍석, 이은경의<왜곡> 2인展, 갤러리8(2015)
이소영, 이은경의<3 dots> 2인展, Gallery Vandahl(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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