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부 회장님’의 전관예우 의혹

  •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7.03.14 08:18:17
  • 호수 11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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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키운 검찰…의혹 뻥튀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수 기자 = 영장 기각에 이어 집행유예. ‘130억대 비리’ 타이틀이 그럴싸했지만 싱겁게 끝났다. ‘변호발’이 아닐까. 피의자가 돈 많은 ‘회장님’이라 말들이 많다. 거물급 변호인이 앞장서 전관예우 의혹이 제기된다.

임오식 임오그룹 회장은 1970년 남대문시장 0.7평 구멍가게로 시작해 국내 주방업계 대표주자인 임오그룹을 일궜다. 코렐, 테팔 등 글로벌 주방용품의 국내 판권을 딴 게 발판이 됐다. 수저업체 화인센스, 냉동업체 임오냉동 등을 인수해 몸집을 불렸다. 2009년엔 모피로 유명한 진도를 인수했다.

자신하더니…

재벌 반열에 오른 임 회장은 검찰 수사 선상에도 올랐다. 2015년 6월 압수수색부터 수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손준성)는 임 회장이 회삿돈을 빼돌린 정황을 포착하고 서울 마포구 서교동 임오그룹 본사와 서류창고, 서대문구 홍은동과 동작구 신대방동에 있는 임 회장의 자택 등 7곳을 털었다.

검찰은 앞서 그룹 임직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임 회장의 비리를 확보하고 수사에 들어갔다. 회사 회계자료 등을 확보한 검찰은 6월19일부터 수차례에 걸쳐 피의자 신분으로 임 회장을 소환, 횡령 혐의와 관련해 구체적인 수법과 규모 등을 캐물었다.

검찰은 주저하지 않았다. 그해 7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혐의로 임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발표한 비리금액은 130억원이나 됐다.


검찰에 따르면 임 회장은 2005∼2015년 회사 매출액을 부풀리고, 2008∼2013년 회사에서 근무한 적 없는 자신의 친인척들에게 급여를 지급한 것처럼 회계장부를 조작하는 등의 수법으로 회삿돈 13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명의 이전을 통해 그룹 소유 부동산을 빼돌리고 회계자료를 조작해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다.

당초 구속이 유력했다. 검찰은 자신만만했다. 확실하다는 표정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내부에선 상당히 만족스러워하는 분위기였다”며 “충분한 내사와 물샐틈없는 철저한 수사가 성공적이었다는 자평이 나왔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이도 잠시. 서울서부지법은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염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보강 수사를 통해 재청구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임 회장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계는 물론 법조계마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전관예우’의혹이 제기됐다. 사법부와 사정기관의 ‘재벌 봐주기’행태가 도마에 올라 비리 기업인들에게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는 와중에 벌어진 결과라 의아해하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실제 <일요시사> 취재 결과 임 회장은 당시 거물급 변호인을 선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인공은 서울중앙지검장 출신의 최교일 의원. 그와 함께 법원 출신 변호인도 임 회장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의원은 대검 연구관, 법무부 법조인력정책과장,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장, 대검 과학수사기획관, 수원지검 1차장검사,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 서울고검 차장검사, 법무부 검찰국장 등을 지냈다. 2011년 8월∼2013년 4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을 끝으로 검복을 벗고 법률사무소를 개업했다.

서울 서초구와 자신의 고향인 경북 영주에 사무실을 차린 그는 20대 총선(영주·문경·예천)에서 새누리당 의원으로 당선됐다. 지금은 자유한국당 소속이다.


130억 횡령 혐의 영장기각에 이어 집유
재벌 신상필벌? 거물급 변호인의 선방?

당시 최 의원의 법무법인 측은 임 회장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사실만 인정한 채 자세한 해명과 반박 등을 거부했다. 법무법인 관계자는 “임 회장을 변호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뭐 하려고 물어보냐”고 경계했다. 그는 “변호사는 어떤 사건이든 맡을 수 있는 것 아니냐. 전관예우 같은 건 없다”고 일축했다.

임오그룹 역시 공식으로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어떠한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회사 직원은 “답해줄 사람이 없다. 찾아보고 연락주겠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이후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로부터 19개월 뒤, ‘설마’했던 상황은 현실이 됐다. 검찰은 “임 회장이 회사 내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 증거를 인멸해 수사기관까지 방해했다”며 징역 5년을 구형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김양섭)는 지난달 17일 임 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 200시간의 사회봉사를 선고했다. 임 회장의 혐의 중 일부만 인정한 재판부는 “수년간에 걸쳐 거액을 횡령하고, 이 금액을 차명계좌에 입금해 관리하는 등 죄질이 나쁜 점, 아직 피해 회사에 대해 공식적으로 피해회복이 안 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친인척과 지인들에게 급여 명목으로 허위 지급한 29억원을 횡령하고, 그 금액을 차명계좌에 입금한 점만 유죄로 인정된다”며 “그중 약 9억원은 변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나머지 혐의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았다. 먼저 임 회장이 2005∼2006년 56억원 상당을 횡령했다는 혐의.

재판부는 “차명계좌로 입금됐다든지, 금액을 사용했다는 객관적 자료도 제출되지 않았다. 56억원 부분은 검찰의 기소 내용이 합리적인지 의심이 들 정도”라며 임 회장의 손을 들었다.

그가 2007∼2013년 회삿돈 23억원을 법인계좌에 입금하지 않고 개인 차명계좌로 입금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검찰이) 객관적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임 회장이 명의이전을 통해 그룹 사업장을 빼돌리려 했다는 혐의 역시 “검찰 증거만으로는 명의이전 사업장이라는 주장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범죄내용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허술한 증거

임 회장에 대한 2심은 곧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다 잡은 고기’를 놓친 검찰이 이대로 망신을 당할까. 또 다시 별다른 반전 없는 전관예우 의혹이 불거질까. 사라진 130억원을 두고 벌어지는 임 회장 재판에 세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관예우 의혹’ 최교일 의원은?

자유한국당 최교일 의원은 TK(대구·경북) 출신에 고대 법학과를 나와 법조계에서 ‘MB맨’으로 분류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수사,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재수사 때 ‘봐주기’를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2013년 공직자재산공개 당시 법무·검찰직 재산공개 대상자 가운데 가장 많은 120억원에 달했다.

특히 지검장 시절 전관예우 발언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2011년 검찰 출신 변호사 개업식에 참석해 후배 검사들에게 “도와달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었다. 2013년 CJ그룹 수사 땐 담당검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수사 상황을 확인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됐다.

영주 사무실을 개업하면서 유명인사들의 이름이 걸린 ‘뻥 화분’으로 망신을 당하는가 하면 영풍그룹(고려아연)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 ‘방패막이’노릇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2014년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사위 이모씨의 마약 사건 변론을 맡아 구설에 오르더니 최근엔 ‘최순실 청문회’서 사전 모의 의혹에 휩싸여 국조특위 도중 위원직에서 사임하는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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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