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후폭풍> ‘특검보다 더할’ 특수본 수사 시나리오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3.13 10:52:15
  • 호수 11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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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목에 검찰 운명 달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특검 수사가 막을 내렸다. 정권실세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성역이라 불렸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시키며 화룡점정을 찍었다. 하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나머지 부역자들에 대한 수사를 마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헌재 판단도 끝났다. 향후 온 국민의 시선이 검찰에 쏠렸다. 2기 검찰 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본)가 국정농단 ‘3라운드’ 수사에 착수한다. 1기 검찰 특수본이 하지 못한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90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지난 6일 수사결과를 국민에게 보고했다. 122명으로 꾸려진 ‘블록버스터’급 특검은 30명을 재판에 넘기는 기염을 토했다. 특검팀은 국정 농단 의혹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활동을 종료했다. 특검은 총 46회의 압수수색을 통해 수사 대상에 대한 광범위한 자료를 수집했으며 이를 근거로 총 30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46회 압색
30명 기소

특검법상 특검의 수사 대상은 수사 중 인지된 사건을 포함, 총 15가지였다.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사건 ▲국민연금공단의 삼성물산 합병 관련 사건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이화여대 입시 및 학사비리 사건 ▲비선 진료 및 특혜 의혹 사건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민관 인사 및 이권사업 개입 사건 ▲청와대 행정관 차명폰 개통 사건 등 7가지로 분류했다.

먼저 특검이 가장 집중했던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사건에선 이 부회장을 비롯해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 최씨 등 6명을 기소했다. 특검은 이 사건 수사를 위해 총 15곳을 압수수색하는 등 사실상 특검 수사력을 모두 쏟아부었다.

특검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 및 지배구조 개편 과정서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편의를 제공받는 대가로 최씨 일가에 433억2800만원의 뇌물을 건네거나 약속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총 298억2535만원의 회사자금을 횡령했다는 것이 특검 판단이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최씨 딸 정유라씨에게 지원한 78억여원을 재산국외 도피로, 말과 훈련비용 지원을 숨기기 위해 허위계약서를 작성한 것을 범죄수익 은닉으로 판단했다. 이 부회장에게는 국회서 “최씨를 몰랐다”고 위증한 혐의도 적용됐다.

특검팀 수사 자료 검찰로 넘겨
놓치거나 못 건드린 부분 숙제

문형표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됐다. 특검은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해 이 부회장 등 삼성그룹 대주주가 최소 8549억원의 이득을 챙기고 국민연금은 최소 1388억원의 손해를 봤다고 밝혔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수사로 특검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등을 비롯해 7명을 재판에 넘겼다.

특검은 “세월호 참사와 같이 선량한 국민의 희생을 추모하자는 의견을 밝힌 것만으로 탄압의 대상이 됐다”고 강조했다. 특정 단체에 활동비를 지원하도록 한 ‘화이트 리스트’ 사건 역시 사실로 드러났다.

이화여대 학사비리에는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 등 9명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최씨 딸 정씨의 입시 및 학사관리에 특혜를 준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이대가 각종 국책사업에 선정된 것은 사실이나 이와 관련된 대통령의 지시나 최씨의 관여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연장만 됐어도’
기간 짧아 한계


최씨가 금융기관 인사에 개입하거나 미얀마 공적원조 사업 이권 확보를 위해 미얀마 대사, 코이카 이사장 인선에 개입한 것도 특검 수사 결과 모두 사실로 밝혀졌다. 박 전 대통령을 ‘비선 진료’했던 김영재 원장은 의료법 위반과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휴대전화를 옷에 닦아 최씨에게 건넨 영상으로 유명한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은 의료법 위반과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박영수 특검팀은 특별검사 제도가 도입된 이후 최대의 성과를 올린 팀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하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특검 기간이 짧은 탓에 남은 부역자들에 대한 수사가 미진했기 때문이다. 특검이 하지 못한 수사는 향후 검찰의 2기 특수본이 공을 넘겨받는다.

대검찰청은 지난 3일 “김수남 검찰총장이 기존 특수본을 재정비해 특검서 인계받은 사건을 차질 없이, 엄정하게 수사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특수본은 특검서 받은 자료를 면밀히 검토하고 조속히 수사팀을 재구성한 뒤 본격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특검팀은 이날 오후 7시30분쯤, 지난 90일의 수사기록을 검찰에 넘겼다. 특검팀의 수사자료는 모두 10만 페이지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물 박스 20개 분량이다. 앞서 검찰은 2만 페이지 상당의 자료를 넘긴 바 있다.

검찰 특수본(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6일 특검으로부터 이첩받은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이영렬 수사본부장, 노승권 1차장 및 총 31명 검사들로 수사본부를 재편했다. 지난해 최순실게이트를 수사했던 형사8부(부장검사 한웅재),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 첨단범죄수사2부(부장검사 이근수)가 다시 수사에 나선다.

박 전 대통령·우병우 핵심 타깃
대기업들 조사도 관심거리

2기 특수본은 ▲박근혜 전 대통령 조사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수사 ▲SK·롯데·CJ그룹 등 대기업 수사 등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검이 실패한 박 전 대통령 대면조사, 우 전 수석 구속 수사 등을 성사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만 했고, 우 전 수석의 경우 수사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사건 일체를 인계했다. 삼성 외 다른 대기업에 대한 수사는 본격적으로 벌이지 못했다.

특수본의 첫 번째 타깃은 우 전 수석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지난해 우 전 수석의 개인비리 의혹 등을 수사했으나 ‘봐주기 수사’ 논란에 시달렸다. 뚜렷한 결론도 내리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특검팀으로부터 우 전 수석에 대해 모두 8개 항목의 11가지 범죄 사실을 넘겨받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공정거래위원회, 외교부 공무원 등 인사에 부당 개입한 혐의, 특별감찰관의 직무수행을 방해한 혐의,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진상 은폐 혐의, 민간인 불법사찰 혐의 등이 포함됐다.

검찰에 따르면 특수본 내부에는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를 주축으로 한 ‘우병우 전담팀’이 꾸려졌다. 김 총장은 검찰 요직을 장악한 ‘우병우 사단’의 수사 방해를 막기 위해 우 전 수석과 연고가 없는 검사들 위주로 전담팀을 꾸리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 혐의에 초점을 맞춘 특검과 달리 검찰은 탈세·횡령 등 개인비리 확인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우 전 수석이 자신의 통신비와 승용차 유지비 등을 가족회사 ‘정강’ 자금으로 충당한 것이 탈세와 횡령에 해당하는지 등은 그간 상당한 수사가 이뤄졌다. 여기에 검찰은 몇몇 기업서 입금된 30억∼40억원에 이르는 수상한 자금 흐름을 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부역자
이번엔 골인?

검찰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변호사로 활동하다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발탁된 2014년 5월 3∼4군데 기업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았다. 검찰은 일단 변호사 시절 받기로 한 수임료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으나 대가성 불법자금일 수도 있다는 판단 아래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지난 8일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과 관계없이 수사하나”라는 질문에 “그래야 하지 않겠나. 넘어온 사건을 안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탄핵심판이 어떤 식으로 결론 나든 일체의 다른 고려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계획대로 맡은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특검이 손대지 못한 대기업 수사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특수1부의 경우 대기업 관련 수사를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건넨 것으로 의심되는 SK, 롯데그룹 등 대기업 관련 수사를 검찰로 넘긴 바 있다. 이들 기업은 특수본의 주요 수사 대상으로 꼽히고 있어 검찰에서도 정예인력인 특수1부가 맡을 게 유력해 보인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대기업 출연금을 둘러싸고 드러난 특검과의 시각차를 어떻게 조화시킬지도 관심사다. 지난해 10∼11월 수사를 담당한 1기 특수본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 등이 강압적으로 대기업들의 출연을 성사시켰다고 보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강요 등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특검은 청와대-삼성 부당거래 의혹을 수사하면서 삼성의 재단 출연금 204억원을 대가성 뇌물로 보고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28일 최씨를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하면서 최씨의 기존 사건 재판과 병합해 심리해 달라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에 신청했다.
 

지난 6일 재판서 검찰 측은 “기록 검토를 마치지 못했으니 추후 의견을 밝힐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재판부는 “특검이 추가 기소한 최씨에 대한 뇌물죄 관련 사건은 당분간 병합하지 않고 별도로 공판 준비절차를 진행하는 게 좋겠다”고 답했다.

지난해 12월 검찰 특수본은 삼성을 포함한 대기업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을 ‘강요’에 의한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검찰은 최씨와 박 전 대통령,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대기업을 압박해 돈을 받아낸 것으로 보고 최씨와 안 전 수석에게 강요와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했다.

반면 특검팀은 두 재단 출연금을 포함해 삼성이 최씨 측에 건네기로 한 433억여원 모두를 뇌물로 의율했다.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이 공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돕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법리다.

뇌물 혐의는?
공소장 변경?

검찰이 대기업을 강요와 직권남용 피해자로 본 반면 특검팀은 뇌물공여자로 법리를 구성했고, 이 사건이 다시 검찰로 돌아온 것이다. 직권남용과 뇌물공여는 병립이 불가능한 혐의인 만큼 검찰이 공소장 변경을 신청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검찰의 공소장 변경이 받아들여지면 출연금을 낸 다른 대기업에 대한 수사도 뇌물공여 혐의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재판 준비하는 특검

수사결과 발표를 끝으로 공식적인 활동을 마무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공소유지를 통한 법정 공방 체제로 전환, 새로운 보금자리 마련에 나섰다. 특히 공소유지 업무를 하며 법정을 오가야 하는 탓에 서울중앙지법과 가까운 서초동에 사무실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공식수사 기간 대치동에 사무실을 마련했던 특검은 현재 사무실 이전 장소로 법조타운이 있는 서초동을 최우선 검토 중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30명에 달하는 국정농단 사건의 피고인 수사 자료를 재판 때마다 법정에 옮겨 법리 공방을 벌이려면 지리적으로 법원과 가까운 곳이 낫다는 게 특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특검은 또 서울중앙지검과 이번 사건 피의자와 피고인 수사 및 공판 공조를 위해 서초동에 사무실을 마련하는 게 용이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특검 일각에선 서초동 건물에 공실이 많지 않고 임대료가 비싸다는 점에서 다른 지역에 사무실을 두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창>

 

<기사 속 기사> 이재용 초호화 변호인단

뇌물공여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재판이 지난 9일부터 시작됐다. 현재 이 부회장 변호인단으로는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과 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낸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송우철 변호사와 판사 출신 문강배 변호사 등 태평양에서만 10명의 변호인이 이름을 올렸다.

또 2003년 ‘대북송금 의혹 사건’수사 당시 특별검사보를 지낸 김종훈 변호사와 고검장 출신인 행복마루 법무법인의 조근호 대표변호사, 오광수 변호사도 합류했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담당 재판부(형사합의33부)가 지정된 지난 2일 곧바로 특검 수사 기록 열람과 복사를 재판부에 신청했다.

이 부회장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소환조사와 법원 영장실질심사 당시 법무법인 외에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법무팀의 법률 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미래전략실이 전격 해체되면서 그룹 차원의 법무팀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됐다. 해체된 미래전략실 법무팀 관계자 중 일부는 법무법인 태평양으로 적을 옮겨 이 부회장 사건을 계속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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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