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후폭풍> 대 이은 막장부녀 권력사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3.10 17:53:55
  • 호수 1105호
  • 댓글 0개

'그녀' 최태민 혼령에 발목 잡혔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인연’이 ‘악연’이 되기까지 40여년의 시간이 걸렸다. 세월만큼이나 최태민 일가와 박근혜 대통령 사이는 끈끈했다. 최순실과 박 전 대통령은 경제공동체로 묶였다. 대한민국은 경악했고, 탄핵의 목소리를 높였다. ‘죽은 공명이 산 중달(사마의)을 이기다’라는 말처럼 최태민은 지하세계서도 박 전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수차례 경종에도 대한민국은 눈과 귀를 닫고 있었다. ‘설마’하는 마음이 컸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증 과정서 최태민 의혹이 불거졌다. 박 전 대통령은 “실체가 없다”며 관련 의혹을 일축했다.

실체가 없다?
드러난 거짓말

그러나 현 상황에 비춰보면 이는 박 전 대통령의 거짓말로 판명났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에도 최태민의 딸 최순실과 사위 정윤회로 이어지는 무한 루프에 갇혀 있었다.

경선 때 제기된 의혹은 현재 거론되고 있는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미르·K스포츠재단이 설립되기 전이라 실체화되지 않았을 뿐이었다.

2007년 6월18일 발간된 <월간조선>은 “1970년대 후반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던 박근혜 후보와 함께 ‘대한구국선교단’ ‘새마음 봉사단’을 이끌었던 최태민 목사의 딸과 사위 등 가족들이 서울 강남구 요지에 수백억원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17일에는 한나라당 당원이라고 밝힌 김해호씨가 “최태민과 그의 딸이 육영재단에 개입해 임의로 어린이회관 관장을 바꾸고 직원들을 해고했다”고 주장했다. 잇단 의혹에 박 후보는 입을 열었다.

“그분(최태민)이 횡령을 했느니 사기를 쳤느니 하는 얘기가 있던데 실체가 없다. 천벌을 받으려면 무슨 짓을 못하느냐는 말도 있다”고 두둔했다. 첫 번째 경종이었다.

함께 경선에 임하고 있던 이명박 후보 측은 최태민이 박 후보의 이름을 업고 권력형 비리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최태민은 정보기관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 전력이 있었다. 중앙정보부가 그의 비리 혐의를 파악해 박정희 당시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서를 올렸단 사실도 드러났다.

이른바 ‘최태민 보고서’였다. 이는 범여권 대선주자였던 이해찬 전 총리의 홈페이지에 게시되면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A4 용지 16쪽 분량의 보고서에는 최태민의 출생과 성장 배경, 경력,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게 된 과정, 구국여성봉사단 창설 이후의 각종 비리 혐의, 상습적인 성추문 혐의 등이 상세히 기술돼 있었다. 7개의 이름과 6명의 부인을 둔 사실도 알려져 국민들을 경악시켰다.

“영적인 부부”
괴담 쏟아져

1912년 황해도 출생인 최태민은 일제강점기 시절 순사를 지낸 뒤 해병대의 비공식 문관으로 활동했다. 공화당 중앙위원, 영세교 교주 등의 이력도 가지고 있다. 1975년 구국선교단 총재를 지내면서 명예총재로 박 전 대통령을 임명했다. 최태민은 지난 1994년 지병인 만성신부전증으로 사망했다. 향년 82세였다.


‘최태민 보고서’에 따르면 최태민은 구국선교단 등 자신이 만든 단체의 업무를 총괄하면서 기업으로부터 출연금을 거둬 수백만 명의 단원을 확보했다. 미르·K스포츠재단과 같은 수법이었다.

이 과정서 사기와 횡령 등 각종 비리를 저질렀다. 최태민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은 10·26 뒤 재판부에 제출한 항소이유보충서를 통해 “이 문제(최태민)가 10·26혁명의 동기 가운데 간접적이지만 중요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두 번째 경종은 지난 1990년 육영재단 운영권을 둘러싼 박 전 대통령과 동생 박근령씨의 마찰 때 울렸다. 당시 박근령씨를 지지하던 숭모회 회원들은 최태민의 전횡을 비난하며 그의 퇴진을 요구했다. 당시 최태민은 재단 고문을 맡고 있었다.

이들은 최태민이 육영재단의 각종 사업을 배후 조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박근령씨는 “사기꾼 최태민을 엄벌해 최태민에게 포위당한 언니 박근혜를 전직 국가원수 유족 보호 차원서 구출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노태우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육영재단 사태로 공식 석상서 물러날 때까지 최태민은 ‘구국여성봉사단’ ‘박정희·육영수 기념사업회’ ‘근화봉사단’ 등에 박 전 대통령과 함께 등장했다.

정보기관 단골손님 최태민의 실체
“물 한 모금도” 박통 의존도 심각

박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게 된 건 육영수 여사가 세상을 떠난 지난 1974년이었다. 상심에 빠진 박 전 대통령에게 최태민은 여러 차례 서신을 보냈다.

<김형욱 회고록>에 따르면 최태민은 “어머니(육영수 여사) 목소리가 듣고 싶을 때 나를 통하면 항상 들을 수 있다. 육 여사가 꿈에 나타나 내 딸이 우매해 아무 것도 모르고 슬퍼만 한다면서 이런 뜻을 전해 달라고 했다”는 취지의 서신을 보낸 것으로 나온다.
 

박 전 대통령과 최태민의 일화는 여러 사람의 입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전기영 목사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최태민이 생전 박 전 대통령에 대해 한 말을 증언했다. 전 목사는 당시 ‘최태민·박근혜 연인설’에 대해 최태민에게 직접 물어봤는데 그때 최태민이 “박근혜와 나는 영의 세계 부부이지, 육신의 부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앞서 전여옥 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서 박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당대표 시절 “꿈에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가 나타나 ‘나를 밟고 가라. 그리고 어려운 일이 닥치면 최태민과 상의하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최근 방영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선 박 전 대통령이 10·26 사태 이후 칩거에 들어갔던 일화가 전해졌다. 최태민의 의붓 손자인 조용래씨의 부인은 해당 방송서 “(10·26 사태 이후 박 전 대통령이) 넋이 나가서 벌벌 떨고 있었다. 주로 기도하러 최태민 집에 와 ‘나무천국사불’이라는 주문을 반복했다”고 전했다. ‘나무천국사불’은 사이비종교 교주였던 최태민이 만든 주문이다.

“1위 최순실
박근혜는 3위”


박 전 대통령이 최태민의 부인 임선이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했다는 일화도 소개됐다.

조용래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임선이는 박근혜의 모든 것을 관리했다. 박근혜-최태민 집안 관계의 몸통은 임선이였다”며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을 위협하는 세력이 있다고 믿었으며 자신을 지켜주는 최태민에게 삶의 모든 부분을 의지했다. 마시는 물 한 모금, 약 한 봉지까지도 최태민이 직접 챙겨줬다”고 말했다.

세 번째 경종은 정윤회 문건 파동 때 울렸다. 박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한 정윤회씨가 공식 직함 없이 정호성·안봉근·이재만 등 문고리 3인방을 정기적으로 만나 인사에 관여한다는 문건이 공개된 것이다.

정씨와 최태민의 다섯 번째 딸 최순실은 부부 사이였다. 문건 파동이 있던 당시는 최순실의 이름이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던 상황. 박관천 전 행정관이 검찰에 출두해 “우리나라 권력 서열 1위는 최순실, 2위가 정윤회, 박 (전) 대통령은 3위에 불과하다”고 소리쳤을 때도 주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정윤회-최순실은 문건 파동 직후 이혼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에 있었던 최순실 게이트 국조특위 4차 청문회서 증인으로 출석한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은 “2014년 1월 정윤회 문건 파동 이후 박 전 대통령이 정윤회·최순실 부부의 이혼을 권유했고 3월에 이들이 이혼한 것으로 취재했다”고 밝혔다.

박정희→최태민, 국고환수 가능?
세 번 울린 경종, 더 늦었더라면…


이혼 후 두 사람은 재산 분할소송을 벌였다. 정윤회가 전 부인의 ‘숨겨진 재산’을 찾아달라며 법원에 ‘재산명시신청’을 한 것이다. 재산명시신청은 재산분할을 위해 법원이 재산 공개를 요청하는 제도로 수표나 증권, 보석류 등 상세한 재산 목록을 제출해야 하는 만큼 “숨겨진 재산을 밝힐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순실이 드러난 수백억의 재산 외 거액의 재산을 은닉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정윤회는 재산 분할 청구를 돌연 취하했다.
 

최태민 일가의 재산은 대중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조용래씨는 자신이 쓴 <또 하나의 가족>이란 책을 통해 부정축재의 단서를 제공했다. 최태민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남긴 돈을 자신의 일가 쪽으로 넘겼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선 최순실이 독일 등 해외에 수조원대 차명계좌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자금이 대통령 정치자금과 연관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최태민-최순실 부녀의 불법 재산형성 의혹은 특검법상 14개 수사대상 중 하나다.

못 다한 특검의 수사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이어갈 예정이다. 과연 부정축재한 최태민 일가 재산을 얼마나 국고로 환수할 수 있을지가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인연은 지난 1986년 독일 유학을 다녀온 최순실이 육영재단 부설 유치원장을 맡은 뒤부터 본격화됐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육영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이 지난 1998년 보궐선거를 통해 정치에 입문한 후에도 인연은 계속됐다. 박 전 대통령이 2006년 서울시장 선거 유세 현장서 피습을 당하고 병원에 입원했을 때 최순실이 극진히 간호하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증언도 전해질 정도다.

청와대 입성 후에도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관계는 끊어지지 않았다. 최순실은 박 전 대통령의 그림자 권력으로 군림하며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내몰린 것은 최순실의 국정 농단 실체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인연→악연
40년 걸렸다

박정희-최태민 때부터 이어져 온 두 사람의 인연은 파국을 항해 달려간 셈이다. 박영수 특검은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최순실은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하여 이재용 등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강산이 4번이나 바뀐 지금,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은 서로를 법의 심판대로 내 몬 악연이 되고 말았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최태민 의붓손자의 폭로

최태민의 의붓손자 조용래씨가 쓴 <또 하나의 가족>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에 출간됐다. 이 책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태민 일가의 관계를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의 역사적 배경을 짚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조씨는 아버지 조순제(최태민의 의붓 아들)와, 장기간 박 전 대통령의 개인 생활과 건강관리를 도왔던 어머니의 증언을 바탕으로 박근혜·최태민·임선이의 어두운 역사를 재구성했다.

<또 하나의 가족>은 최순실 이전 조순제가 박근혜·최태민이 벌인 각종 사업에 관여하게 된 이유, 박정희 전 대통령 사후 재산이 최태민 일가로 넘어간 일, 박근혜·최태민의 미스터리한 관계에 이르기까지 숨김없이 공개돼있다. 또 ‘조순제 녹취록’과 조순제가 죽기 전 쓴 진정서 초안 전문도 부록으로 수록돼있다.

조씨는 출판에 앞서 지난 8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은 경제공동체를 넘어 사실상 한 가족이다. 정계입문 선거 자금도 임선이가 댄 것”이라고 밝혔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