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래서 남은 자들은 더욱 혼란스럽다. 탤런트 안재환의 사망사실이 밝혀진 지 60일이 넘었지만 사건의 진실은 아직도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대신 그 자리를 각종 의혹과 주장이 차지해 더욱 복잡한 상황에 빠지고 있다. 유가족들과 안재환의 지인들은 타살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정선희와 또 다른 고인의 지인들은 입장표명을 거부하거나 자살을 확신하고 있어 논란만 가중되고 있다. 특히, 끝없이 ‘안재환의 지인’이라는 이들이 등장해 충격적인 사실을 흩뿌리면서 진실게임으로 치닫고 있는 실정이다. 이중 핵심논란은 고인의 사채규모와 채무관계, 죽기 전 사채업자들로부터 심리적 압박을 받았는지 여부다. 과연 안타깝기만 한 안재환의 죽음은 자살일까. 아니면 타살인 것일까.
자살인가? 타살인가? 다시 불붙은 ‘진실 게임’의 실체는?
안재환의 셋째 누나 안미선씨는 타살이거나 자살에 이르게 한 인물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미선씨는 “9월1일 정선희에게서 ‘안재환이 감금돼 있다’는 말을 들었으며, 2일 직접 만났을 때도 ‘안재환이 사채를 빌린 은 이사라는 사람이 데리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또한, 10일 검찰에 제출한 탄원서에는 “정선희가 ‘안재환과 함께 사채업자에게 납치됐다. 5억원을 준다고 약속한데다, 혼인신고 안 됐다는 것을 알고 풀어줬다. 5억원을 대출받아 줬다. 후에 5억원을 더 요구받았으나 안 줬다’는 말을 했다”고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안미선씨는 최근 안재환의 지인이라는 A씨로부터 받았다는 ‘안재환 동영상’을 근거로 더욱 강력하게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안재환이 실종된 것으로 알려진 후에도 함께 있었다는 A씨는 “이번 사건과 관련된 동영상이 있다. 유가족의 말이 90%이상 맞다”고 밝혔다.
A씨와 직접 만났다는 안미선씨 또한 “우리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며 타살 의혹을 다시 제기했다. 안미선씨는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동생이 끌려 다니면서 쓴 메모가 있다. 유서라고 알려져 있지만 자살이 아닌데 유서라는 말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시신이 발견된 차량에서 나온 음식물과 여러 종류의 담배들은 사망 전 누군가와 함께 있었다는 증거다. 동생은 배고픔, 더위를 못 참는 사람이다. 죽기 전 먹은 흔적도 없고, 연탄을 피웠으면 정말 뜨거웠을 것이다”라며 시신이 발견된 차량내 상황에 대한 의문점도 지적했다.
사채업자면서 안재환과 ‘엄마-아들’이라 부르고 지낼 정도로 친분이 있었다는 원모씨는 “나를 포함한 채권자 7명중 안재환-정선희에게 공갈, 협박한 사람 없다. 늙은 사람이 납치할 기운이 어디 있느냐”며 강하게 반발, 공갈 협박을 부인했다. 그러나 “어떤 사채업자가 안재환을 납치했으나, 받아낼 돈이 없음을 알자, 납치사실을 지우고자 죽인 것 아니겠냐”며 자신의 사견을 내놓아 자신은 아니지만 다른 사채업자들의 압박의혹을 제기했다.
사채업자 K씨도 “채권자 중 B씨가 빚독촉을 가장 심하게 하며 괴롭혔다. 재환이가 ‘그를 죽이고 싶다’고 한 적도 있다”고 밝혀 타살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정선희는 사채업자들에게 협박을 받은 사실은 고백했다. 하지만 납치설은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이 부분이 유가족 측 주장과 대립되는 부분이다.
정선희는 9월29일 사건을 수사중인 노원경찰서에 출두해 납치감금설에 대해 “그런 말 한 적 없다. 그런 일은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은행대출을 위한 2억5천만원 빚보증을 선 사실만을 털어놨다.
정선희는 18일자 한 시사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사채업자들에게 압박을 받았다”고 협박사실을 자세히 털어놨으나 납치를 부인했다.
정선희는 “남편이 모습을 보이지 않자 사채업자가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채업자들은 가족과 나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사채업자들이 나를 만나겠다고 했다. 어떤 사채업자는 건달이 남편을 데리고 있다고, 모든 것을 폭로하겠다고 했다. 사채업자들은 말을 계속 바꿔가면서 공갈하고 협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선희가 말을 바꾸고 있다’는 말이 나돌자 25일자 인터뷰에서 다시 납치설을 부정하는 입장을 전했다.
정선희는 “9월2일 사채업자가 매니저를 통해 ‘돈놀이하는 건달이 재환이를 데리고 있다’는 전화를 걸어왔다. 9월4일에는 사채업자가 다시 매니저에게 전화를 해 ‘정선희가 사람을 풀어서 어떻게 하겠다고 하는데 가만히 있지 않겠다. 신문사, 잡지사에 안재환의 모든 것을 폭로하겠다’고 했다. 그 사채업자 말고도 사채업자들이 당근과 채찍을 들고 나를 압박했다. 사채업자들이 계속 만나자고 했다. 무서웠다”며 협박 사실을 보다 구체적으로 털어놨다.
“정선희가 안재환과 함께 납치됐다가 5억을 주고 혼자 풀려났다”는 유가족의 탄원서에 대해서는 “남편이 실종됐을 때 나는 하루에 생방송 두 개를 하고 녹화 방송이 두세 개씩 잡혀 있었다. 내가 납치되면 세상이 다 안다. 어떻게 납치가 가능한가”라며 다시 한 번 납치설을 강력 부인했다.
안재환 가족 타살 의혹 제기 “정선희가 안재환과 함께 납치됐었다”
‘안재환 동영상’ 무슨 내용이 담겼나?… 실체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
사채업자 원모씨는 “안재환이 연락이 끊기기 전인 8월 18일에는 모회장으로부터 1억5천만원, 21일에는 다른 이로부터 5천만원 총 2억원의 사채를 빌릴 수 있도록 주선해 줬다”고 밝혔다. 밀린 가게 임대료와 가게 주류비, 직원 월급 등을 치뤘다는 것.
결혼 발표 후 빌려간 돈의 액수가 억대로 커졌다. 원모씨는 “안재환이 올 1월쯤 ‘엄마, 선희가 내가 빚이 많으니까 자신한테 피해가 갈까 봐 혼인신고 안 한대. 그래서 싸웠어’라고 털어놨다”며 “(사채업자) 석 회장은 10억 빌려줬다. 내가 아는 사람들 것만 대략 25억인데, 그럭저럭 하면 30억 안 되겠냐”고 밝혔다. 안재환의 사채규모를 대략적으로 밝혀준 증언이었다.
정선희는 남편의 사채에 대해 “처음에는 몰랐으나 안재환 측근들로부터 30∼60억 정도 된다는 말은 들었다. 경찰서에서는 원금이 30억 정도인데 이자를 합하면 78억5천만원 가량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