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비운의 황태자 김정남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2.21 08:58:01
  • 호수 11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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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 저 나라 떠돌다 ‘객사’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한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이자 유력한 후계자로 주목받았던 김정남이 타국서 피살됐다. 이 소식에 세계는 발칵 뒤집어졌다. 현재까지 배후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목되고 있다. 김정남은 후계구도서 밀려난 이후 끊임없이 신변에 위협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야말로 비운의 황태자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지난 13일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서 피살됐다. 한국 정부와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김정남은 이날 쿠알라룸푸르공항서 쓰러진 뒤 병원으로 이송하던 중에 사망했다.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밖으로 출국하려 했음을 짐작하게 하는 부분이다.

김일성 장손
김정일 눈밖에

<로이터통신>은 말레이시아 경찰을 인용해 “김정남은 마카오행 비행기를 타려고 했으나 쿠알라룸푸르공항에서 뒤에서 누가 얼굴을 잡아당기는 듯한 느낌과 함께 어지럼증을 느꼈다”며 “공항 진료소로 옮겨졌다가 병원으로 후송되는 앰뷸런스 안에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말레이시아에는 북한 정찰총국 산하 사이버 작전 기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일부는 지난 15일 오전 브리핑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살해된 인물에 대해 “김정남이 확실시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말레이시아 현지 경찰이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라며 암살 도구, 피살 원인 등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선 밝힐 수 없다고 입을 닫았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하면 김정남이 피살되던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히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김정남은 이날 마카오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2청사 로비서 탑승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지난 6일 말레이시아에 들어왔고 일주일 만에 출국하려던 참이었다. 이때 여성 2명이 김정남에게 다가갔고 이들은 독극물로 추정되는 액체로 공격했다.

이후 김정남은 공항 안내데스크로 걸어가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도움을 요청했다. 무스타파 알리 말레이시아 출입국관리소장은 “(김정남이) 출국심사대를 통과하기 전에 공격을 당했다”고 밝혔다.

첩보영화 같은 일이…말레이 공항서 피살
용의자 두 여성 검거 “북 지령 받았나”

김정남을 공격한 도구가 무엇인지는 언론마다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 일각에선 ‘누군가 김정남의 얼굴에 무엇인가를 문지르고 갔다’고 보도했으며, 또 다른 언론에서는 ‘누군가 김정남을 붙잡고 얼굴에 액체를 뿌렸다’고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반관영 통신사 <베르나마>는 “남성(김정남) 뒤로 접근한 한 여성이 남성의 얼굴에 액체가 묻은 천을 감쌌다”고 전했다. 다수의 한국 언론과 익명의 정부 관계자들은 김정남이 ‘독침’을 맞고 숨졌다고 밝혔으나 말레이시아 경찰은 이런 보도들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

김정남의 사망 원인과 살해 방법 등을 밝혀줄 시신 부검은 지난 15일 진행됐다. 이날 북한은 김정남 시신 인도를 요청했지만 말레이시아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쿠알라룸푸르병원 안팎엔 긴장감이 돌았다. 강철주 말레이시아 북한대사는 오후 2시경 병원에 도착해 부검이 끝날 때까지 머물렀지만 부검 현장에 들어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정보원은 김정남 독살이 5년 전부터 북한 당국 차원에서 치밀하게 계획한 범행이라고 밝혔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 출석해 “김정남 암살은 김정은 집권 이후 ‘스탠딩 오더(Standing Order)’,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명령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2009년 후계자로 지목된 김정은은 집권 전이자 아버지 김정일이 생존해 있던 2009년과 2010년에도 각각 평양과 중국 베이징서 김정남 암살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은 “(김정은 집권 이후인) 2012년 본격적인 (암살) 시도가 한 번 있었다”며 “그해 4월 김정남이 김정은에게 ‘살려 달라’고 읍소하는 내용의 서신을 발송했다”고 설명했다.

권력서 밀린 후
해외생활 전전

이 때문에 김정남 피살은 북한 소행이라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그간 북한은 국제사회서 수많은 테러·납치·파괴·공작 등을 자행했다. 특히 김정남은 김정은의 권력을 위협하는 유력한 경쟁자였다는 점에서 북한의 배후설이 유력한 상황이다.

김정은은 2011년 말 집권 이후 공포통치를 통해 자신의 ‘유일 지배체제’에 걸림돌이 되는 인물들을 숙청해왔다. 자신의 후견인이자 북한 권력 서열 2위였던 장성택이 첫 희생자다. 장성택의 죄명은 ‘불경죄’였다.

지도자의 권위에 도전했다는 것인데 당시 장성택이 중국과 김정남의 옹립에 대해 논의했다는 내용이 해외 언론에 흘러나왔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자신들에게 껄끄러운 인사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제거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1995년 발생한 이한영씨 피살 사건이다. 이씨는 스위스 제네바에 유학 중이던 1982년 귀순했다. 그의 이모는 김정일의 첫 번째 부인인 성혜림이며, 성혜림은 김정남의 친모다.

1995년 북한이 보낸 특수공작단에 의해 경기도 성남의 아파트 현관서 총에 맞아 피살됐다. 당시 북한서 내려보낸 암살단은 2인 1조로 활동한 것으로 전해진다.

외교가는 김정은이 자신의 절대권력에 대한 잠재적인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암살을 지시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아울러 김정은이 친중파인 고모부 장성택을 지난 2013년 처형한 데 이어 중국의 보호를 받아 외국 생활을 한 김정남까지 제거하면서 북중 관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김정남은 사실상 ‘백두혈통’의 적자다. 북한 내에서 쿠데타 등 권력에 대한 도전이 발생할 경우 그 주도 세력은 해외에 있는 김정남을 새 권력자로 옹립할 것이라는 전망이 끊임없이 나왔던 게 사실이다. 김정남은 김일성 전 북한 국가주석의 장손이자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당의 유일사상 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은 백두혈통의 권력 승계를 명문화하고 있어 김정남은 최고 권력을 쥘 수 있는 자격을 충분히 인물이다.
 

이 때문에 북한 사회서 이번 김정남 피살은 보통 일이 아니다. 장성택 처형보다 의미가 크다. 북한 사회서 백두 혈통에 대한 살해라는 것은 쉽게 꿈꿀 수 있는 일이 아닌 만큼 이번 김정남 피살은 김정은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보는 게 정설이다.


김정은의 지시를 받아 암살을 실행한 조직은 북한의 정찰총국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복수의 북한 전문가들은 그 동안 북한 정찰총국이 김정남 감시를 맡아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 정찰총국은 요인 암살에 관여하는 조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서운 김정은
수차례 암살 시도

김정남은 그야말로 ‘비운의 황태자’였다. 1990년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뒤를 이을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됐지만, 결국 이복동생인 김정은에게 밀려 북한을 들어가지도 못하는 떠돌이 신세로 전락했다.

김정남은 1971년 5월 김정일과 배우 출신 성혜림 사이에서 태어났다. 김정일은 유부녀이던 성혜림을 강제 이혼시킬 정도로 사랑했다. 그와 동거하며 낳은 아들 김정남에게 각별한 애정을 쏟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정일의 신임을 받으며 자라온 장남 김정남은 1995년 인민군 대장 계급장과 군복을 직접 선물 받으면서 자타가 공인하는 후계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김정남은 개방적인 성향 탓에 점차 후계 구도서 밀려났다. 젊은 시절 유흥을 즐기며 방탕한 생활을 했고, 외국인 전용 유흥주점서 외국인 유학생과 시비가 붙자 천장으로 총을 발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 북한 전문가에 따르면 김정남은 어릴 적부터 명품에 둘러싸여 호화로운 생활을 했으며 국가 운영을 위한 자질 면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1980년 스위스 제네바 국제학교로 유학을 떠나 해외에서 생활하며 국제사회의 정보를 습득한 그는 평소 중국식 개혁개방을 북한에 도입해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언급했다. 특히 1990년대 말 북한 고위층 자녀들에게 “내가 후계자가 된다면 북한은 개혁개방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이 후계 구도서 밀려난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주장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연관?
풀리지 않은 의문점들

이모인 성혜랑이 1996년 미국으로 망명한 것도 그의 입지가 좁아지게 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2001년 도미니카공화국 위조 여권으로 일본에 밀입국하려다 적발돼 중국으로 추방된 사실이 대외에 공개되며 국제적 망신을 산 일로 완전히 김정일의 눈 밖에 났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김정일과 유부녀인 성혜림의 부적절한 관계서 태어난 자식이라는 점이 김정남이 후계자가 되는 데 걸림돌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일성에게 인정받지 못한 데다 북한 간부들에게 자신 있게 내세우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2009년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된 이후 김정남은 이후 중국과 마카오, 동남아 등지를 떠돌며 호화스러운 생활을 누렸다. 그러나 김정일이 사망하고 그의 뒤를 봐주던 고모부 장성택마저 처형되면서 경제적인 지원이 끊겨 궁핍한 생활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2013년 장성택이 처형된 이후 한국에 망명을 요청했다는 이야기도 나돌았다.

김정은 후계구도가 완성된 2010년 김정남은 일본 <아사히TV>와의 인터뷰서 “개인적으로 3대 세습에 반대한다”는 등 체제 비판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으나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북한 정치나 체제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살려 달라” 애원
‘백두혈통’ 제거

김정남은 김정은 집권 이후 신변 위협 속에서 동남아 각국으로 거처를 옮기며 생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김정남은 2014년 1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한식당서 포착됐고, 그 해 5월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레스토랑서 여성과 함께 있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최근까지도 김정남은 주로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를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피살 당일 김정남이 왜 말레이시아에 있었는지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정보당국은 말레이시아에 내연녀를 두고 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사라진’ 김일성 왕족들

김정남이 피살된 가운데, 그의 가족과 다른 혈육에 대한 신변에도 빨간불이 켜진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김정남을 모종의 정치적인 목적으로 김정은이 제거를 한 것이라면 그의 장남 김한솔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16일 정보당국에 따르면 김정남과 둘째 부인 이혜경 사이에서 태어난 김한솔은 프랑스 파리 유학 후 마카오로 돌아와 생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살 직전 김정남의 출국 목적지 역시 마카오였다. 그러나 마카오에서 김한솔의 최근 행적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대학원에 합격했지만 등록하지 않았다.

김한솔은 유학 시절 숙부인 김정은을 독재라라고 언급하고 민주주의를 선호한다고 하는 등 거침없는 언행을 보였다. 이 때문에 김정은에게 부친인 김정남 못지 않게 미운털이 박혔을 가능성이 크다. 2013년 12월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처형된 직후에는 유학 중이던 프랑스 현지 경찰의 밀착 경호를 받는 등 신변 위협설이 끊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김정남의 가족이 중국 당국이 마련한 별도의 장소에서 보호를 받고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가정보원도 김한솔이 마카오에 머물고 있으며 중국 당국이 보호하고 있다고 전날 국회 보고에서 밝혔다.

김정은의 숙부인 주체코 북한대사 김평일의 신변 역시 관심이다. 그는 김일성과 둘째부인 김성애 사이에서 태어났다. 김정일의 이복동생으로, 1988년 주헝가리 대사로 부임한 뒤 핀란드, 폴란드 대사를 거치며 줄곧 외국에 머물렀다. 일각에서는 김정은의 절대권력을 위협하는 백두혈통 중 김평일만 유일하게 남았다는 시각도 있다.

또 김정은의 친형제는 북한에 거주하고 있는 형 김정철과 여동생 김여정이 있다. 이들은 모두 김정일의 세 번째 부인인 고용희에게서 태어났다. 김정철은 경호 명목으로 항상 따라다니는 보위부 요원들의 감시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감시와 견제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애초 김정철은 권력에 관심이 없음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며 행동했다.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은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으로 김정은을 밀착 보좌하는 실세로 활동 중이다. 그는 지난달 미국 정부가 인권유린 혐의로 올린 제재 대상에 포함돼있기도 하다. 그러나 7개월 이상 공개 활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해 6월29일 최고인민회의 제13기 제4차 공식 행사에 참석해서 신분증을 들어 보이는 사진이 노동신문에 실린 게 마지막이었다.

지난해 10월 국정원은 김여정의 활동이 뜸해진 이유에 대해 “신병을 치료 중이거나 임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도 김여정이 보이지 않자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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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