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인터뷰> 상아탑 복원하는 박순준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2.13 10:02:38
  • 호수 11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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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대법이 없다는 게 믿어집니까?”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대학에 어둠이 드리웠다. 이화여대는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게 각종 특혜를 제공, 사학비리의 끝을 보여줬다. 최경희 전 총장, 김경숙 전 학장, 남궁곤 전 입학처장, 이인성 교수 등 이대 수뇌부 인사 모두 특검의 수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대 사태는 빙산의 일각일 뿐, 돈과 권력에 취한 대학·법인이 전국에 만연한 상태다.

대학 구성원들을 중심으로 한 자정 노력이 한 줄기 빛이 됐다. 이대 사태가 언론을 통해 공론화된 이후 학생과 교수, 교직원이 들고일어나 거악을 뿌리째 뽑아냈다. 이는 교육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망각한 채 각종 이권에만 관심 있던 법인과 대학 수뇌부를 향한 경종이었다.

결국 대학의 핵심 주체는 학생과 교수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과연 무너져 가는 상아탑을 복원할 수 있을 것인가. <일요시사>는 박순준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이하 사교련) 이사장을 직접 만나 현 대학의 근원적인 문제를 진단해봤다. 다음은 박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 사교련을 소개해 달라.
▲지난 1987년에 창립한 사교련은 전국 97개 대학교수(협의)회가 가입돼있는 우리나라 최대의 사립대학 교수단체다. 5만여 사립대학 교수들의 권익보호는 물론 교육계의 현안 해결과 새로운 정책 개발, 그리고 사학비리 척결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 사학비리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
▲사립대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대학 내 부정비리부터 제거돼야 한다. 사교련은 단위 대학들이 홀로 맞서기 어려운 불법과 부정비리에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다. 대학 내 교수자치단체인 교수회가 법적 지위를 부여받을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 이대가 최순실 국정 농단의 중심에 있다. 대학이 권력의 입맛에 길들여지는 원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자기 앞가림에만 몰두하는 이기적인 교수들이 권력에 스스로 아부하고 기생함으로써 이 나라 고등교육을 병들게 했다. 교수들의 빗나간 모습은 시대적 상황과도 연계돼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이 기업화, 자본화 되면서 돈을 끌어들여야 능력 있는 교수로 인정받을 수 있다. 결국 돈을 위해 권력과 손을 맞잡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사교련에서 예방 대책을 세우려 하고 있다.


- 사학비리는 재단법인에 의해 발생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재단법인을 감시·견제할 제도적 장치는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이에 대한 개혁도 필요하다는 입장인지?
▲교육부는 현행법에 따라 부정비리·부실경영을 저지른 사학법인을 강력히 제재해야 한다. 더불어 법인평가지표를 만들어 법인이 얼마나 대학에 기여하는지, 인사권을 어떤 식으로 사용하는지 등을 평가해야 한다. 그렇게 했을 때 대학 구성원과 법인이 서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환경이 마련될 것이다.

-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에서 대학 정상화를 심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분위는 대학 정상화라는 명목 하에 부정비리로 퇴출된 사학법인 세력을 회생시키고 옹호하는 등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사학분쟁을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켰다. 사분위 폐지를 포함한 타당한 조치를 강구해야할 시점이다.
 

- 조기 대선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 속에서 대선주자별로 ‘대학 아젠다 공약’ 준비에 한창이다.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현행 ‘대학설립운영규정’을 법률로 승격시켜야 한다. 현행 규정은 대통령령이라서 교육부가 사학법인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임의 개정을 단행해왔다. 또한 규정을 위반하더라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대학의 부실을 방지하고 교육 여건의 향상을 위해서라도 조속히 이 규정을 법률로 승격시켜야 한다.

이대 사태로 수면 위 오른 ‘사학비리’
교육부·사분위 퇴출된 비리세력 비호

- 최근 유력 대선주자들 사이에서 ‘교육부 폐지론’이 제기되고 있다.
▲그간 교육부는 ‘갑’의 지위서 ‘대한민국의 교육’에 폐가 되는 수많은 부작용을 유발해온 것이 사실이다. 문제가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도록 초정권적인 기구가 마련돼야 할 시점이다. 교육부를 폐지하거나 행정보조기관으로 강등시키고 백년대계를 기획하는 국가고등교육위원회 같은 기구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 이를 심도 깊게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정치권서 마련되길 바란다.

- 재정이 어려운 사립대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국립대와의 격차가 커지는 상황인데.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안’을 재검토해 국립대와 사립대가 상생 발전할 수 있도록 법률로 제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학지배구조를 거버넌스 체제로 전환시켜 여건이 어려운 대학들은 국립대에 편입시키든지 국가책임형 사립대학으로 전환시키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한다.

그러나 재정적 위기에 처한 대학들에 국가가 일반경비 중심의 재정지원을 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이 때문에 재정지원법에 따라 정부의 도움을 받는 사립대는 법률에 제시된 여러 가지 조건들(개방이사 인원수 확대, 총장후보자 선출제도, 자정 작용할 수 있는 장치 마련 등)을 이행하도록 명시해야 할 것이다. 등록금 납부고지서상의 반값 등록금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라도 대학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필요성이 있다.


- 현행 ‘사립학교법’에 대한 문제 제기도 끊이지 않고 있다.
▲사립학교법은 여건이 판이하게 다른 고등교육기관과 초중등교육기관에 관한 규정들을 함께 포함하고 있어 대단히 복잡하다. 또한 대폭적인 개정과 재개정이 거듭되면서 법률로서의 효율성을 잃었다. 사립학교법에는 대학의 종류만 나와 있지, 대학 본연의 기능인 교육에 관한 내용이 없다. 고등교육에 관한 법률체계를 제대로 갖추기 위해서라도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는 ‘사립대학법’을 따로 제정할 필요가 있다.


<chm@ilyosisa.co.kr>


[박순준은?]

▲전 동의대 대학평의원회 의장
▲전 동의대 교수협의회 회장
▲전 대학교육개발협의회 부회장
▲현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연금위원
▲현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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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