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지 8개월이 됐다. ‘잃어버린 10년’을 강조하며, 정권교체를 이뤄낸 이명박 정부. 그러나 국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이명박 정부 8개월에 대한 평가는 ‘최악’이다. ‘미국발 경제 위기론’으로 7·4·7공약을 비롯해 ‘MB노믹스’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채 종적을 감췄다. 여기에다 ‘이념갈등’, ‘소통 부족’, ‘통찰력이 떨어진다’는 불만도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8개월은 한마디로 긴장의 연속이다. 더욱이 곧 터질 듯 부풀어 오른 불안감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마저 “불안하다”, “강경 드라이브에 브레이크가 없다”고 성토할 정도다. 총체적 위기에 빠진 이명박 정부를 재조명해봤다.
이명박 정부는 경제 위기와 함께 출발한 정부나 다름없었다. 이 때문에 경제 살리기가 이명박 정부의 최대 과제였다. 취임 초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이명박 정부가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분야도 바로 경제다. 경제 위기를 무난히 극복할 것이라는 여론이 형성된 것. 더욱이 “경제 하나만 잘 살리면 성공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말이 회자됐을 정도다.
경제 슬로건 무색
‘리만브라더스’ 신조어 탄생
이를 입증하듯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도 “경제 살리기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신 성장 동력을 확보하여 더 활기차게 성장하고 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취임한 이후 모든 분야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특히 이 대통령이 슬로건으로 내건 경제 분야는 ‘최악’이다. 고유가·미국발 금융 시장 위기론 등 대외 악재 등이 연일 겹치면서 경제 성적표는 신통치 않다. 이명박 출범 초 지대한 기대를 보냈던 국민들 사이에서는 “별 것 없다. 악재만 더 생겼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소리만 요란했지 텅 빈 수레에 수확물이 없다’는 혹독한 비판도 쏟아진다. 이 때문에 여야에선 ‘강만수 경제팀을 교체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수출을 통한 성장에 역점을 둔 경제팀이 상황을 오판, 고환율 정책을 고집하면서 경제 불안이 가속화됐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금융위기의 본질을 꿰뚫지 못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금융·건설 부양 등 규제 완화 정책을 연일 쏟아내고 있지만,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12월 위기설’, ‘2009년 위기설’만 가중되고 있을 뿐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미국발 금융위기론이 확산되면서 9월 위기설을 넘어 12월 위기설, 심지어 2009년 위기설이 꿈틀대고 있어 모든 기업들이 한 번씩 ‘부도설’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는 말들이 빗발치고 있다”며 “사전에 이를 감지하지 못한 강만수 경제팀과 이 대통령의 통찰력에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항간에서는 ‘리만(이명박·강만수)브라더스’라는 유행어까지 나돌고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고환율 정책을 고집했던 강만수 경제팀이 계속 갈 경우 외환위기도 발생할 수 있다”며 “이 대통령이 이들을 바꾸지 않는 것은 엄연히 통찰력이 뒤떨어지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신자유주의를 표명해 감세·민영화·규제완화 등을 펼치고 있는 것도 문제라는 게 야당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미국식 신자유주의의 문제점이 명확히 드러났음에도 불구, 신자유주의 노선을 이명박 정부가 계속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세계 흐름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반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대건설 사장 재임 시절부터 악재는 예고됐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현대건설을 부도로 몰아넣은 ‘실패한 CEO’라는 것. 사실 이 대통령은 현대건설 사장 재임시절 1980년대 이라크가 전쟁 위험에 있고, 미수채권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이라크건설 수주를 무리하게 추진했다. 이 때문에 미수금과 부채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손충당금을 쌓지 못해 현대건설이 부도가 났다. 이는 이 대통령이 ‘경제에 대한 통찰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대목이 아니냐는 게 일각의 중론이다.
그렇다면 소통정치는 어떠할까. 이 대통령은 소통정치를 재개하기 위해 여야 지도부와 만찬 회동을 가졌다. 더욱이 라디오 연설을 정례화 시켜 ‘격주’로 방송을 하기로 했다. 소통정치를 하기 위한 ‘멍석’을 깔아놓았다. 그러나 일방적인 소통정치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민들은 말하려는 대통령보다는 들으려는 대통령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당·청 불협화음 여전
“고집불통으로 통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정수행 지지율은 20%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60대%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다. 일방적으로 이 대통령이 말을 할 뿐 소통정치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일각의 중론이다.
더욱이 국민들은 강만수 경제팀 교체를 원하고 있다. 지난 15일 한 여론조사기관에 따르면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이 ‘잘 대처하고 있다’는 대답은 12.8%에 불과한 반면, ‘잘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한 국민이 62.5%를 차지했던 것. 결국 국민들의 강 장관에 대한 신임도가 땅에 떨어진 만큼 ‘바꿔야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를 의식하듯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의 입을 통해서도 ‘청와대 개각설’이 대두되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원래 정부가 연말이 되면 새롭게 뛰기 위해 신발끈을 고쳐 매는 것이 정치 일정”이라면서 “대통령이 그런 기회를 다시 가지리라 본다. 국정쇄신을 위해 연말에 한번 대통령이 새로운 구상을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 역시 “연말 개각은 꼭 필요하다”면서도 “국가적으로 총체적 위기에 내몰린 만큼 힘을 합쳐야 할 뿐 아니라 서로간의 의사소통이 잘 이뤄져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밝혀, 강만수 경제팀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청와대에서는 콧방귀도 안 뀌고 있다. 오히려 국민과 여당에서 새어나오는 강만수 경제팀 교체론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을 정도다. 경제 위기론이 급부상한 가운데 연말 개각을 준비할 경우 또 다른 불안감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 “아직까지는 바꿀 때가 아니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다.
경제 위기론 가속도…“금융위기 막을 통찰력 부족하다” 비판
앞에선 ‘소통’ 강조 뒤에선 ‘일방통행…이미 예견됐던 일”
일각, “이명박 2년 안에 무너진다” 팽배…탄핵 열풍 ‘꿈틀’
이 때문일까.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소통정치를 하겠다는 말만 앞설 뿐 실천을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만 귀를 막고 일방통행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이 대통령의 일방통식 정치가 등 돌린 민심을 더 등 돌리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의 봇물이 줄을 잇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소통정치 부활은 먼 나라 얘기(?)인 셈이다.
문제는 소통정치는 임기 말까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현대건설 사장 재임시절부터 왕회장도 이 대통령의 고집을 꺾지 못할 정도로 ‘고집불통(?)’이었다는 후문이다. 게다가 ‘대형사고를 한 번 정도는 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런 점으로 미뤄 이 대통령의 ‘일방통행’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부정적이다. 더욱이 좌파정부와의 차별화 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이른바 ‘이념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좌파 정권 청산에 총력을 쏟고 있다. 더욱이 남북관계를 주도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북한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이로 인해 남북관계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을 뿐 아니라 실용적 유연성을 잃어버렸다는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
특히 보수 지지층으로만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이는 좌파·우파라는 확실한 선을 긋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 주변에는 ‘인물’이 없다는 말까지 회자될 정도다.
국민, 대통령 불신 점입가경
“하루도 조용할 날 없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국가적으로 위기감이 팽배해 있는 가운데 국민통합은 못시키고 좌파·우파로 나누는 것은 이념 갈등을 조장해 국가 분열을 일으키는 사례다. 더욱이 참여정부에 대해 비판을 하는 등 남 탓을 하는 것도 문제”라며 “좌파·우파를 나누는 것보다는 통 큰 정치를 해야 된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이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점입가경이다. 일부에서는 경제 위기를 비롯해 이명박 정부가 총체적 위기에 빠져 있는 만큼 “2년을 넘기지 못하고 탄핵 당할 것”이라는 말들이 국민들 사이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실정이다.
어느덧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8개월이 됐다.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을 만큼 큰 사건이 연일 터지고 있는 이명박 정부. 리더십이 총체적으로 흔들리면서 ‘통찰력·소통 부족, 이념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연일 제기되고 있다. 아직 이 대통령의 임기는 많이 남아 있다. 이 같은 비난의 여론을 무마하고 이 대통령이 강조한 ‘경제 살리기’, ‘소통 정치’ 등을 할 수 있을지 여부는 전적으로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