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믿고 빚내 집 샀다가…

과열 양상을 보인 분양권 전매 제한 등을 골자로 하는 11·3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한 달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시장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20:1을 웃돌던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반 토막이 났다. 거래도 줄면서 집값이 줄곧 오르던 호황기는 끝났고 냉각기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시장엔 변수들이 다수 존재한다. 그중 가장 큰 변수는 ‘정책’이다. 정책에 따라 부동산이 웃기도 울기도 한다. 부동산 정책은 크게 활성화 정책 또는 규제로 나뉜다. 부동산 정책을 알면 어떤 지역에 상품이 주목을 받을 지 예측이 가능하다. 가령 11월3일 부동산 정책은 강남 4구 등 신규 아파트 분양권 시장에 강력한 규제를 강화했는데 이러한 규제를 벗어난 지역이나 수익형 부동산 시장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11·3 대책 후
빠르게 얼어붙어

사실 주택수요 활성화는 일자리 창출 등 실질적인 소득증가로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하지만 박근혜정부는 대출완화 등 인위적인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을 견인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박근혜정부 들어 4년 동안 대략 18번의 정책이 발표된 것으로 나타났다. 3~4개월에 한 번씩 부동산 정책을 쏟아낸 셈이다.

박근혜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이명박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기조를 이어 받는 데 머물지 않고 전 정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과감하고 전격적인 조치를 취해 나갔다. 대표적인 대책으로 부동산 3법 통과와 LTV ·DTI 규정 완화, 전매제한 완화, 재건축연한 단축, 기업형 임대주택 도입 등이다. 분양가 상한제의 빗장도 풀어 버렸다. 이명박정부 내내 안전이 문제된다고 국토교통부가 반대한 바 있는 수직증축 리모델링도 전격적으로 밀어 붙여 허용했다. 재개발 지역에 의무적으로 지어야 하는 공공임대주택 비율 결정권도 지자체에 떠넘겨 버렸다. 각종 재건축, 재개발 활성화 조치를 하루가 멀다 하고 추가했다. 불행 중 다행이지만 다음 정부초기에 결정한다고 미루긴 했지만 안전이 문제되는 ‘세대 간 내력벽 철거’까지 허용한다는 방침을 내고 입법예고까지 했다. 재건축, 재개발, 리모델링을 촉진하고 주택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는 조치는 모두 다 실행에 옮겼다. 빚내서 집 사라는 방침까지 세우고 맹렬하게 밀어 붙였다.

이러한 인위적인 부동산 활성화로 부동산은 여전히 거품이 잔뜩 껴있다. 거품을 빼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택을 공급해야 하며 계속 거주권 보장과 임대료 관리 시스템을 확보해 무주택자에게 안정된 주거를 보장하는 게 절실하다.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의 정책은 역주행을 거듭했다. 인위적으로 집값을 떠받치는 정책을 쓰고 세입자의 고통은 방치하고 조장하기까지 하는 정책을 밀어 붙인 결과라는 비판을 면할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집값을 쏘아 올렸다’라고도 표현되는 박근혜정부는 대선공약부터 부동산시장의 정상화를 내세웠다. 이후 부동산 경기를 띄우기 위해 세제부터 금융, 재건축 등 전 분야에 걸쳐 규제를 풀며 부양책을 실시한 부동산 정책 성적표는 어떨까.

부동산114에 따르면 박근혜 정권이 출발했던 2013년도부터 2016년 9월까지 아파트 매매가격은 초반 2013년도를 제외하고는 줄곧 상승세를 기록했다. 2013년 4월1일 박근혜정부는 첫 부동산 대책인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을 내 놓았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폐지와 주택구입자 양도세 한시 면제, 수직 증축 리모델링 허용 등 굵직한 대책을 대거 쏟아냈다. 이후에도 수도권 주택공급 조절 방안과 주거안정을 위한 전·월세 대책 등 다양한 방안을 내 놓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주택시장은 정부의 부양대책에 탄력을 받지 못하고 서울 집값은 단 0.5% 상승에 그쳤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3.3㎡당 평균 1637만원에서 1646만원으로 불과 9만원 상승에 그쳤지만 전세난은 나날이 가중됐다. 전 정권인 이명박정부 당시 초기 2년간 전셋값 상승률은 8.4%에 그쳤지만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19.3%나 증가했다. 그나마 4·1 대책의 일환인 양도세 면제와 취득세 인하 등 주택매매시장의 규제요인이 해소되면서 주택거래량은 2013년도 60만4331건, 2014년도 64만4268건 총 85만2000건으로 전년 대비 15.8% 올랐다. 수도권의 경우 36만3000건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3.5% 증가했다.

박근혜 정부 부동산 정책 보니…
인위적인 활성화로 여전히 거품

이후 2014년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방안(2·16)에서 임대소득세 과세방안 마련, 서민 주거비 부담완화 조치 등이 제시됐다. 같은 해 주택시장 활력회복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의 걸림돌로 지적되던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를 각각 70%, 60%로 상향 조정했다. 그 결과 2014년 연간 총 주택 매매거래량은 100만5173 건을 기록하며 2006년 이후 최대치를 보였다.

역대 최고 주택 거래량을 기록했던 2014년에도 박근혜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쏟아져 나왔다. 2·26 임대차 선진화 방안부터 7·24 부동산대책 및 경제 활성화 대책,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공공택지 전매제한 완화와 민영주택 청약 가점제 사실상 폐지 내용을 담은 9·1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특히 부동산 3법(분양권 상환제 완화, 초과이익제 폐지, 재개발 다주택자 분양 허용) 연내 처리 합의를 담은 12·23 대책을 펼치면서 부동산 시장의 ‘대못’이 뽑히며 재개발·재건축 수혜 기대감이 높아졌다.

이같은 규제 완화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가져오면서 2015년 한 해에는 주택매매거래가 119 만3691건에 이르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도권의 주택매매거래량은 전년 대비 32.4% 증가했다. 특히 서울지역의 증가율은 49.5%에 이르렀다. 이와 함께 분양시장에도 꽃이 피면서 같은 해 아파트 분양물량은 전년 대비 55.8% 증가한 51만6000 가구로 5년간 승인 물량 평균치(27만4000가구)의 2배에 육박했다.


가계부채 폭증
대책강도 낮아

청약제도의 개편으로 수도권의 경우 청약요건이 2년에서 1년으로 줄면서 투자 목적의 수요자들 진출입이 쉬워졌기 때문이다. 부동산 3법 통과로 올해 부동산 시장이 상승장을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전세난이 가중되면서 전세 세입자들이 매매 실수요자로 전환되는 등 매매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했다. 이와 함께 임대주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육성정책이 첫 선을 보였다.

임기가 시작됐던 2013년도부터 지난해까지만 해도 박근혜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주택매매 활성화에 집중해 ‘빚내서 집사라’는 기조를 이어갔다. 그 결과 박근혜정부에서 가계부채는 가장 많이, 그것도 가장 빠르게 늘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로 지난해 8월까지 늘어난 가계부채는 308조5000여억원에 달했다. 이명박정부 5년간 늘어난 가계부채가 298조8000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출범 3년5개월 만에 이를 넘어선 것이다.

결국 가계부채 해소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박근혜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해 주택담보대출 구조를 기존 변동금리·일시상환 대출에서 고정금리·장기분할 상환 대출로 전환해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지난해 8월25일에는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한국은행·금융감독원 합동으로 택지 공급을 축소하고 집단 대출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했다. 집단대출과 상호금융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업계로부터는 가계부채 폭증을 막기에는 대책 강도가 턱없이 낮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공급택지 조절을 통해 집단대출을 막겠다는 계획은 그 효과가 시간을 두고 나타날 수밖에 없는 데다 공급 축소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위험도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박근혜정부 출범 당시 경제가 워낙 좋지 않은 시기였기 때문에 다양한 거래활성화 정책이 금융위기를 탈피하는데 도움이 됐다. 다만 정부가 시장에 민감하게 반응하다 보니 너무 짧은 시기에 정책들을 쏟아내면서 서둘렀다는 평가다.

그렇다면 부동산 시장의 과열되었다는 판단이 들었을 때 정부의 주요 규제 유형과 내용을 살펴보자. 먼저 과잉 건축을 틀어막는 공급규제가 있다.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인다고 판단할 때 정부에서 꺼낼 수 있는 첫 번째 카드는 민간주택 공급이 줄어들도록 유도하는 규제다. 대표적인 것으로 공공 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보증 심사 강화가 있다. 공공 임대주택 공급 확대의 목적은 규제라기보다 서민 주거복지 보호에 더 가깝다.

3~4개월 한번씩 4년에 18번 발표

하지만 공공 임대주택 공급 확대로 집을 사야 할 실수요자들이 민간 주택을 선택하지 않게 된다면 건설사 입장에서는 미분양을 우려해 신규 건설을 자제할 가능성이 높다. 이 정책은 박근혜정부가 지난 2014년 10월30일 발표한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 방안’에 포함됐다. 공공임대리츠 1만가구 확대, 준공공임대주택 활성화 등이 당시 발표된 대표적 공급규제형 정책들이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분양보증 심사 강화는 건설사들의 신규 분양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주택도시보증은 신규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와 인근 아파트 평균 가격을 비교해 일정비율을 초과할 경우 고분양가로 규정, 심사를 강화하고 분양가 인하를 유도한다. 고분양가 판정 기준이 강화되면 건설사는 높은 분양수익을 기대하기 힘들어진다. 대표적인 사례로 주택도시보증이 최근 서초, 강남 일대 일부 재건축단지들의 고분양가 판정 기준을 110%에서 100%로 내리자 5000만원 이상의 분양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던 아크로리버뷰의 분양가가 3.3㎡당 4194만원으로 주저앉았다.

다음으로 간접적이지만 강력한 조세규제가 있다. 조세규제는 주택 수요나 공급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집을 거래하거나 한 채 이상 보유하는 행위에 영향을 미쳐 부동산 시장을 움직인다. 대표적인 조세규제가 양도소득세(이하 양도세)다. 양도세는 부동산, 영업권, 회원권, 유가증권 등 다양한 자산에 적용되는 거래세로 주택 양도세는 1가구 1주택일 경우 보유기간 2년 이상, 양도가액 9억원 이하라면 과세되지 않는다.

다주택자나 고가주택 보유자가 주택 거래를 할 경우 차익에 대해 최대 38%의 세금이 부과되고 경우에 따라 10%의 탄력세가 중과된다. 박근혜정부가 2013 년 내놓은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에는 ‘미분양·신축주택 외에 기존주택도 양도세 5년간 면제’가 포함됐는데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정부의 부동산 경기 부양 의지가 강력하다고 진단했다. 재산세도 일종의 조세규제로 꼽힌다. 투기심리를 잡는 거래규제도 있다. 거래규제는 투기세력에 의한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주로 사용된다. 대표적인 규제가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 지정이다. 투기과열지구는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에 비해 지나치게 높고 청약경쟁이 과열된다고 판단되는 지역을 국토교통부 장관 또는 시·도지사가 지정한다.

마지막으로 최후의 카드로 꼽히는 금융규제가 있다. 4대 부동산 규제 중 가장 강력한 것이 금융규제다. 금융규제는 수요나 공급에 앞서 돈줄을 조여 버리기 때문에 시행 즉시 시장에 반응이 나타나며 효과 또한 강력하다. 대한민국 금융규제의 꽃을 꼽자면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다. 이 두 정책은 주택 수요자의 대출을 옥죄는 방식으로 수요를 줄인다. DTI는 현존하는 부동산 정책 중 가장 강력한 장치로 꼽힌다. 2000년대 초중반 노무현정부가 부동산 급등을 막고자 10여 차례에 걸쳐 내놓은 대책의 대미도 바로 DTI였다.


올해 투자는?
수익형 주목

온갖 규제를 비웃듯 과열을 이어가던 부동산 시장이 2007년 1월 DTI 40% 적용범위를 6억원 미만 주택으로 확대한다는 정부 발표가 나오고 난 이후에야 진정국면에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2017년 부동산 시장 전망은 어떨까. 역시 정책이 2017년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주택시장은 연이은 금융규제로 냉각이 되고 있는 가운데 반사이익으로 시중 부동자금들이 수익형 부동산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주택 분양시장이 전매제한과 청약통장 사용이 강화된 반면 규제에서 벗어난 오피스텔 분양시장이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오피스텔, 상가 등은 매매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업계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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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