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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나를 위해서만김경민 저 / 위즈덤하우스 / 1만3800원
   
 

무엇도 위로가 되지 않을 때, 혼자가 되는 고독이 필요할 때, 나는 책 한 권을 들고 작은 공간에 앉아 책장을 넘긴다.
전작 <시 읽기 좋은 날> <젊은 날의 책 읽기> 등을 통해 유쾌하면서도 깊이 있는 글로 많은 사랑을 받은 김경민의 독서 에세이 <오로지 나를 위해서만>이 예담에서 출간됐다. <오로지 나를 위해서만>에서 저자는 일상 속에서 떠올린 수많은 책과 독서로 배운 삶의 자세에 대해 솔직담백하고 위트 있게 풀어놓는다. 첫돌 무렵의 둘째 아이가 잠에서 깨지 않게 책을 읽으려고 헤드 랜턴을 쓰기도 하고, 침실에 딸린 작은 화장대의 불빛에 의존해 글을 쓰면서도 쉬지 않고 습관처럼 독서를 하는 이유에 대해 “그냥 책을 읽는 시간이 좋아서”라고 말하는 저자는 독서로 내면을 정직하게 바라볼 수 있었고 “열등감과 자괴감을 극복할 힘을 얻었다”고 고백한다. 이처럼 이 책은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보기 위해 ‘오로지 나를 위해서만’ 책장을 넘겼고 그렇게 이전보다는 온전하고 주체적인 인간이 되어갔다는 한 열혈 독서가의 ‘혼자 책 읽는 시간의 매혹’에 관한 이야기이다.

온전히 나 자신이 되게 한 모든 순간의 책들. 책은 삶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삶 속으로 들어가는 도피가 된다.
<오로지 나를 위해서만>은 주변을 향한 원망과 자신에 대한 혐오로 가득 찼던 열일곱 살 여자아이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권정생의 동화 <강아지똥>을 통해 한 권의 책이 인생을 바꿀 수도 있음을 깨닫는 것으로 시작한다. 암에 걸려서도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고 한류 드라마와 독설을 즐기며 투병 기간을 보내는 사노 요코가 쓴 에세이 <사는 게 뭐라고>를 읽으면서 ‘매력 터지는 할매’가 되자고 다짐하는 저자는 이럴 땐 이런 책이 제격이라고 꼽기도 하는데, 그 목록과 이유도 독특하다.
아우슈비츠 수용서의 처절한 절망과 고통의 기록이 담긴 프리모 레비의 장편소설 <이것이 인간인가>는 역설적으로 희망과 행복에 대해 생각해야 할 때 꺼내 본다. 침묵의 중요성은 알지만 여전히 침묵하지 못할 때는 침묵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많은 말을 보여주는 신기한 인문서 막스 피카르트의 <침묵의 세계>가, 누군가의 말을 가만히 들어준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위로가 될 수 있는지를 깨달을 때는 김사인의 시집 <가만히 좋아하는>을 읽는다. 또 다른 사람의 평가에 흔들릴 때는 삶을 돌아보며 인간관계에서 존엄성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하는 페터 비에리의 <삶의 격>을 되새기고 타인의 참견에 지칠 때나 누군가에게 참견하고 싶을 때는 부도덕한 일을 줄줄이 열거하며 마음껏 하라고 반어적으로 부추기는 미시마 유키오의 <부도덕 교육강좌>를 떠올리면 통쾌해질 수 있다.
이렇게 폭넓게 독서를 하며 끊임없이 자신과 소통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 저자는 이 책을 쓴 이유에 대해 “누구에게나 ‘쓸모 있는 어떤 것이 되어야 한다’라는 강박에서 벗어나,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이 되는 시간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이처럼 우리는 모두 “충족되지 않는 무엇인가 때문에 꿈을 꾸고, 글을 쓰고, 책을 읽고, 다른 무언가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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