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황당한’ 2016 X파일

[일요시사 취재2팀] 김경수 기자 = 다사다난했던 2016년. 그만큼 황당한 사건·사고도 많았다. 지난 1년간 본지 <금주의 X파일>에 실린 기사 중 진짜 황당했던 사건·사고를 월별로 추려봤다.

[1월] 집안 꼴이…조카에 마약판 이모부

서울 관악경찰서는 1월12일, 20대 조카에게 마약을 판 임모(55)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이모부 임씨는 2015년 4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길가에서 조카 하모(25·여)씨에게 돈을 받고 마약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하씨가 마약 전과가 있는 임씨에게 마약을 요구, 이에 임씨는 하씨에게 60만원을 받고 필로폰 0.25g을 넘겼다.

하씨는 친구 김모(25·여)씨와 함께 맥주에 필로폰을 타 마셨지만, 곧 어지러움 등을 호소하며 119에 신고했고, 출동한 119대원들이 이들의 마약 투약을 의심, 경찰에 신고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2월] 여성 12명과…성관계 동영상 올리고 자수

서울 강남경찰서는 2월10일 여성과의 성관계 동영상을 상습적으로 인터넷에 올린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2월9일 오후 3시쯤 여성 2명과 성관계 당시 찍은 영상을 인터넷에 올린 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며 자수했다.

경찰은 A씨의 자택을 수색한 결과 컴퓨터 저장장치서 여성 10여명과의 성관계 영상이 추가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보이는 약품을 발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 의뢰했다.

[3월] 왕따 화나서…마을 우물에 살충제 투약

전주지법 형사5단독은 주민이 자신을 비난하자 이에 보복성으로 마을 공동우물에 살충제를 넣은 A(53)씨에게 3월28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5년 9월18일 오후 8시쯤 전북 임실군의 한 마을 우물에 다량의 살충제를 부어 넣은 혐의로 기소됐다.

주민들은 평소와 다르게 물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자 경찰에 신고,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A씨는 “어떤 주민이 마치 내가 봉지커피를 훔쳐간 것처럼 말해 홧김에 공동우물에 살충제를 부었다”고 진술했다.

[4월] 사장, 변호사, 법원 직원…‘1인 3역’ 사기꾼


서울 노원경찰서는 휴대전화 소개팅 어플리케이션으로 중국 동포 여성을 만나 자신을 ‘M&A 회사 사장’이라고 소개한 뒤 법원 직원과 변호사 등으로 1인3역을 하며 6400여만원을 받은 김모(42)씨를 4월13일 구속했다.

김씨는 자신을 서초동 법원 직원, 변호사 등으로 속인 뒤 지난 2014년 11월부터 2106년 1월까지 총 143회에 걸쳐 6400여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회사 법인 카드를 잃어버렸다며 50만원을 빌려달라고 하는 등 2016년 1월까지 “거래처에 수수료가 필요하다. 회사의 돈이 국고로 들어가지 않기 위해 벌금을 내야 한다”는 말로 돈을 가로챘다.

김씨는 서울의 유명대학을 졸업한 M&A 회사 사장이라고 행세하면서 피해자들이 한국 물정에 어둡고 한국 사람의 목소리를 잘 구별하지 못하는 약점을 이용, 공중전화로 목소리를 변조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계좌로 돈을 송금받았다.

김씨는 법원 국제금융처리과 직원, M&A 회사 법무팀 변호사로 속이면서 1인3역으로 중국 동포 여성을 속였다.

[5월] 난간서 애정행각 중 키스하다 추락사

서울 용산경찰서에 따르면 이태원동 3층 주택 옥상서 키스를 하던 미국인 남성 A(31)씨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인 여성 L(26)씨가 5월8일 추락해 숨졌다.

경찰은 주변 목격자의 증언에 따라 이 둘이 옥상 난간 근처에서 키스를 하다가 L씨가 먼저 떨어졌고 A씨가 L씨를 잡으려고 하다가 같이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주택은 A씨가 세들어 살던 집이었다. 이들은 사고 직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머리를 크게 다쳐 숨졌다.

[6월] 귀가하던 중 날벼락…투신남에 부딪혀 사망

광주 북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퇴근해 귀가하던 A(40)씨가 아파트 20층서 떨어진 공무원 시험준비생 B(25)씨에 부딪혀 둘 다 숨졌다.

5월31일 오후 9시48분께 북구 오치동 한 아파트 20층서 투신한 대학교 4학년 B씨가 이 아파트 입구를 지나던 A씨를 덮쳤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에 의해 두 사람 모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아파트 20층서 발견된 B씨의 가방에선 B씨가 쓴 것으로 보이는 A4용지 2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공무원 시험준비가 외롭다. 사회적 열등감을 느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전남 한 군청 공무원인 A씨는 마중나온 부인과 집으로 가던 중 이같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와 B씨의 가족 등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7월] “엄마 교회 줘” 목사님의 소유욕

7월25일, 전북 전주 덕진경찰서는 교회에 불을 지르려 한 혐의(현주건조물방화미수 등)로 목사 A(44·여)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같은 달 21일, 자신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전주 시내의 한 교회 주차장서 경유를 뿌리고 불을 지르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A씨는 자신의 어머니가 교회 운영권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을 지르려 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A씨가 어머니에게 “이제 나도 교회를 맡고 싶다”고 했으나 어머니가 이를 거절하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전했다.

[8월] 이발비가 52만원? 장애인에 바가지


8월9일, 충북 청주지법 충주지원 형사1단독(황병호 판사)은 충주의 한 미용실 주인 A(48·여)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A씨는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게 과다한 요금을 상습적으로 청구하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5월, 좋은 약품과 특수 기술로 미용시술을 한 것처럼 속여 뇌병변 장애인에게 비용 52만원을 받는 등 2015년 4월부터 범행을 저질렀다.

대상은 장애인·탈북자·저소득층 등 8명으로 알려졌다. A씨는 총 11회에 걸쳐 239만원의 부당 요금을 청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9월] 취중 닥터헬기 소동…술주정 대가가 25억?

9월18일, 충남 천안 동남경찰서에 따르면 A(42)씨 등 30∼40대 남성 3명이 8월11일, 천안 동남구 단국대병원 헬기장에 들어가 닥터헬기의 구동축을 휘어지게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3년 전 무선 조종 비행기 동호회서 만난 사이로, 이날 모임을 가진 뒤 술을 마시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정밀 검사 진행 과정서 고가의 부속품까지 파손된 점이 확인돼 이들은 법적 처벌뿐 아니라 수리비 25억원을 고스란히 떠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10월] 강남 유명 한의사 알고 보니 중졸

서울 강동경찰서는 오피스텔에 진료실을 차리고 수년간 불법 의료행위를 해 약 10억원을 챙긴 혐의로 지모(58)씨를 10월14일 구속했다.

경찰은 같은 혐의로 간호사 정모(40·여)씨도 불구속 입건했다.

지씨 등은 지난 2007년부터 강남구 역삼동의 한 오피스텔에 진료실을 차리고 70∼80대 노인을 대상으로 불법 한방 의료행위를 해 총 10억원가량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 경찰이 파악한 피해자만 약 2000명에 달한다.

지씨는 ‘생체파동 분석기’라는 기계를 구비하고 환자의 머리카락을 넣어 건강상태를 분석해 그에 맞는 한방약을 처방하는 식으로 불법 의료행위를 했다.

지씨가 사용한 기계나 한방약은 전혀 의학적 근거가 없는 것이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중졸 학력인 지씨는 환자들에게 “대체의학분야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과거 한의원 운영 경력이 있다”고 속여 왔다고 경찰은 전했다.

[11월] 독극물 풀어 민물고기 싹쓸이

경북 영양경찰서는 전국을 돌며 고압전류와 독극물로 잡은 민물고기를 시중에 유통한  A(42)씨 등 2명을 11월1일 구속했다.

A씨 등은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경북 영양과 청도, 경남 하동 등지서 청산가리를 하천에 살포하고 고압전류를 흘려보내는 방법으로 138차례에 걸쳐 민물고기 1380㎏, 시가 1억6000만원 어치를 잡아 식당가에 팔아넘긴 혐의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차량에 고압 건전지와 대형그물, 소형보트 등을 싣고 다니며 심야시간에 범행을 저질렀다.

이들은 독극물로 포획한 민물고기를 그대로 시중에 유통시키고, 자라와 얼룩새코미꾸리 등 멸종위기 어종도 닥치는대로 포획했다.

경찰은 이들이 독극물을 사용해 불법 포획·유통시킨 민물고기의 양이 10톤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여죄를 조사하고 있다.   

[12월] 봉지값 50원 때문에…편의점 종업원 살해

경북 경산경찰서는 편의점 종업원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A(51)씨를 12월14일, 붙잡아 조사했다.

A씨는 이날 오전 3시30분쯤 경산시의 한 편의점서 종업원 B(35)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음료수를 사려다 ‘비닐봉지 값을 달라’는 B씨와 시비가 붙자 집에 있던 흉기를 들고 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범행을 목격한 주민의 신고로 현장서 붙잡혔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