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첫 국정감사가 끝나자마자 국회의원회관에 보좌진 살생부가 나돌고 있다. 다름 아닌 보좌진들의 물갈이가 이뤄지고 있는 것. 국감을 통해 국회의원들과 보좌진들 사이에서 손발이 척척 맞아 매스컴을 타고 언론에 공개되는 스타의원들이 있는가 하면, 국감 기간 내내 언론에 얼굴 한 번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 의원들도 많다. 이것은 곧 보좌진들의 능력으로 평가되고 있어 자신과 손발이 맞지 않고,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보좌진들을 갈아치우는 초선의원들이 늘고 있어 그 내막을 취재했다.
드디어 18대 첫 국정감사가 막을 내렸지만, 초선의원들 방은 분주하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국감 후유증으로 인한 보좌진들의 물갈이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회관을 돌아다니다 보면 “어느 초선의원실 누구누구 보좌관이 잘렸대! 어느 비서관은 사표 쓰고 나갔대! 누가 곧 잘릴 것이래…”등 말들이 많다. 또 국회 홈페이지(www.assembly.or.kr) ‘의원실 소식’란에는 의원실마다 ‘보좌진’을 채용하기 위한 공고가 연일 올라오고 있다.
잘리거나 혹은 자퇴하거나
이번 국감을 준비하면서 의원과 보좌진들 간의 호흡과 손발이 잘 맞은 의원은 철저한 국감준비로 언론과 매스컴을 통해 얼굴이 알려지면서 스타의원이 됐다. 반면, 국감 기간 내내 언론에 한 번도 부각되지 않은 의원들도 수두룩하다. 특히 이러한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의원들은 초선의원들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초선의원들은 18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하면서 많은 포부와 각오를 하고 들어 왔을 것이다. 더욱이 초선이다 보니 의정 활동에 대한 열의와 열정이 앞서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의원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감에 대한 결과다. 국감의 성과여부가 의원들의 성적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또한 국감 결과에 대한 평가는 곧 보좌진의 능력과 자질로 이어지게 된다.
국회 7년 경력의 E보좌관은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이번 18대 첫 국감에서 특히 많은 초선의원들이 매스컴에 부각되고 싶어했다”면서 “그러나 국감을 통해 언론에 부각된 의원은 전체 의원 중 20%도 안 된다”고 밝혔다.
E보좌관은 “그런데도 대부분의 의원들이 자신의 국감활동에 대한 기사가 언론에 얼마나 보도 됐느냐에 관심이 굉장히 높다”면서 “이러하다 보니 국감 과정에서 언론에 부각이 되지 않은 대부분의 의원들은 보좌진을 탓하게 되고 새로운 보좌진들로 다시 구성하는 방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보좌진들 물갈이는 대부분 초선의원실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원회관에 나도는 몇 가지 사례를 들면 다음과 같다.
한나라당 K초선의원실은 국감 과정에서 보좌관과 손발이 맞질 않아 방 분위기가 굉장히 삭막했다고 한다. 결국 4급 G정책 보좌관은 이를 견디지 못하고 사표를 쓰고 그 방에서 나왔다고 한다.
민주당 B초선의원실은 보좌관이 국감 자료를 충분히 수집하지 못해 국감 질의서를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는 이유로 B의원이 굉장히 불쾌해하며 4급 Y보좌관 1명을 해고했다고 한다. 이를 못 마땅하게 여긴 또 다른 4급 C보좌관과 5급 K비서관은 다른 의원실로 옮겨가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한나라당의 P초선의원은 보좌진들을 모아놓고 이번 국감에 대해 불만족스러움을 표하면서 S보좌관을 물갈이하려고 고민 중에 있다고 한다. 의원 결정만 남겨 두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이외에도 능력을 인정받아 승진해서 다른 의원실로 옮겨가는 경우도 있다. 민주당 J초선의원실은 5급 E비서관이 국감 전에 능력을 인정받아 5급 비서관에서 4급 보좌관으로 승진해서 H의원실로 스카웃된 사례도 있었다.
15대 국회부터 국회에 근무해 온 K보좌관은 “자신이 모시는 의원과 정치철학, 생각이 맞지 않을 때 보좌관으로 가장 힘이 든다”면서 “의원과 어떤 관계를 맺느냐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보좌진 임면권을 쥔 의원들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비서로 대우하느냐, 참모로 대우하느냐에 따라 보좌진의 역할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그는 “대부분 새롭게 뽑는 보좌관들은 의원이 배정받은 상임위에서 일한 경험이 있거나 유관기관에서 근무한 경험, 또는 해당분야 석박사 학위 소지 여부를 주요 채용기준으로 내세우고 있다”면서 “국감이후 이러한 보좌진 물갈이 현상은 매년마다 있어왔다. 특히 17대에 비해 16대가 가장 심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의원에게 보좌진 임면에 대한 전권이 있기 때문에 보좌진 신분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자연 보좌진 교체율이높아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지난 16대 국회를 살펴보면, 전체 국회의원 3백14명(정원 2백73명에 각종 재보궐선거를 통해 등원한 의원 포함)에 4급 보좌관으로 임명된 인원이 총 1천3백35명으로 나타났다. 4급 보좌관 정원 6백28명을 감안해보면, 4년 임기 동안 의원실마다 최소 한 차례 이상 4급 보좌관 2명을 전원 교체한 셈이다.
국감 결과=보좌진 능력
의원과 보좌진의 관계가 업무로 결합됐기보다는 동고동락의 관계로 묶여 보좌진의 전문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있다.
E보좌관은 “국감에 대한 보좌진의 실수도 있지만 의원들 상임위가 자주 바뀌는 것도 문제다. 한 상임위에서 전문성을 쌓고 싶어도, 의원이 상임위를 바꾸면 거기에 맞춰 해당 부처 업무를 취급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