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여! 진정성 있는 합당 논의하라”

<대한민국을 이끌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⑨>노철래 미래희망연대 원내대표

오는 2012년 대선을 2년 여 앞둔 시점에서 <일요시사>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라는 기획으로 편집국장 대담을 진행한다. 지난 세월 대한민국 정치발전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고 앞으로도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판단되는 여야 유력 정치인, 정계 원로와의 만남을 통해 차제의 시대정신과 정치발전 과제 등에 관한 철학과 지혜를 담아낼 예정이다. 그 아홉 번째로 노철래 미래희망연대 원내대표를 만나봤다. <대담=최민이 편집국장>

미래희망연대가 지난 21일 창당 3주년을 맞았다. 지난 2008년 18대 총선을 한달여 앞두고 ‘친박연대’라는 이름으로 정치권에 신생정당의 탄생을 알린지 꼭 3년이 지난 것. 그동안 희망연대는 18대 총선에서 14명의 당선자를 내는 좋은 날도, ‘공천헌금’ 문제로 서청원 전 대표가 구속되는 궂은 날도 보냈다. 최근에는 한나라당과의 합당 논의가 재추진되고 있기도 하다.

지난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희망연대 대표최고위원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노철래 원내대표를 만나 당을 둘러싼 수많은 궁금증을 풀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창당 기념식 찾은 서청원
“‘창당의 주역’ 참석은 당연”
 
- 지난 21일 창당 3주년을 맞았다. 오랜만에 서청원 전 대표가 모습을 드러냈는데….
▲ 서청원 전 대표는 창당의 주역이다. 정치적 예의상 당연히 모셔야 되고 당직자 당원들도 원하는 일이었다. 미래희망연대 구성원들은 정치이념이나 정치철학 등 서 대표가 지향하는 정치노선을 따르는 사람들이다. 당연히 당 행사에는 모셔서 같이 하는 게 정치 후배들로서의 도리이자 예의가 아니겠나.

- 서 전 대표의 이번 행사 참석을 정계 복귀의 신호탄으로 보는 데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정치 복귀의 계기라는 식으로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더라. 하지만 그건 절대 아니다. 복권이 돼야 정치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당 행사에 창당 주역, 당의 최대 주주로 모신 것 외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사면 복권이 됐다면 본인이 향후 비전이나 계획을 말할 수도 있었을 것이나 여러 언론에 보도됐듯 서 전 대표는 의미를 부여한 바 없다. 
 
- 8·15일쯤 사면, 복권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데….
▲ 8·15가 아니라 석가탄신일이라도 좋다. 하루라도 빨랐으면 좋겠다. 그러나 최종 법적 권한을 가지고 있는 대통령이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다.

- 한나라당과의 합당 논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 합당 얘기가 나온 게 1년 쯤 됐다. 6·2지방선거 전 보수대연합의 일환으로 얘기가 나와서 4월2일 전당대회에서 합당선언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안됐다. 그때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합당을 하자고 해서 나섰는데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니 지지부진해졌고, 4·27 재보선을 앞두다 보니 합당 얘기가 또 나오고 있다.

지난 총선 직전 창당한 미래희망연대, 창당 3주년 맞아
한나라당과 합당 논의, 1년 전 시작해 아직도 지지부진

- 합당은 가능하다고 보는가.
▲ 진정성의 문제다. 진실성이 있었으면 이미 끝났을 문제다. 진보적 색체가 있는 야권 정당들이 단일화 한다는 얘기가 나오면 합당에 대한 말이 나오고는 한다. 선거 때만 되면 우리가 후보를 못 내게 하기 위해, 공천 타임을 뺏기 위해 합당 얘기를 꺼내고 선거가 끝나면 합당은 지지부진해진다. 합당 문제 때문에 6·2 지방선거에서는 후보를 내지 않았다. 이렇게 가다가는 이번에도 후보를 못 낼 수 있다. 하지만 한 번 속지 두 번 속나.

선거철 되면 합당 운운
4·27 재보선 물밑 준비 중

- 그렇다면 4·27 재보선에서 희망연대 후보를 낼 생각인가.
▲ 재보선에 출마할 후보는 아직 어느 당도 확정된 바 없다. 우리도 물밑에서 내밀하게 접촉하고 대화를 꾸준히 하고 있다. 가상되는 정치일정에 대비해서 합당이 안 될 경우 6월 지방선거처럼 타임을 놓쳐서 후보를 내지 못하는 실수는 하지 말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 한나라당과의 합당에서 걸림돌,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일각에서는 증여세 13억 미납을 지적하고 있다. 
▲ 한나라당은 조그마한 군소정당이 아니라 거대 집권여당이다. 또한 증여세라는 것이 불법인 것을 한나라당이 내줘야 하는 것이라면 국민의 지탄을 받을 수 있으나 납세의 의무이기 때문에 내주는데 있어서 법적 문제가 없다. 증여세 문제는 하나의 핑계지 굳이 부담이 돼서 미적대는 건 아니라고 본다.

안상수 대표도 공개적으로 증여세를 끌어안겠다고 밝혔다. 최고위원회의에서 얘기했을 때 이의를 제기하거나 거부한 이가 아무도 없다. 당대당 합당, 통합이라고 하는 것은 하고자 하는 사람의 의지이고 정치적인 관념이나 이념, 결단의 문제이지 그런 지엽적인 문제가 걸림돌이 되거나 거기에 발목이 잡힌다고 하는 것은 국가대사를 논하는 주체인 정당에서 소의적 사고를 하는 것이고, 진짜 그렇겠냐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  


- 합당 문제에 대한 박근혜 전 대표의 입장은 무엇인가.
▲ 박근혜 대표가 견지하는 입장은 이렇다. 어차피 정당이라고 하는 것은 헌법이나 정당법 등 법적인 요건을 갖춰 구성된 정치 결사체다. 정당은 박 대표가 이래라저래라, 합당해라 마라하는 시비의 대상이 아니다. 희망연대 구성원들이 한나라당과 협의해서 독자적으로 진행할 일이지 자신의 정치 노선에 유불리를 계산해서 하라고 할 일은 아니라고 선을 그어줬다. 박 대표가 시시비비를 말한다거나 해서 합당이 늦어지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 그런 오해를 할 수 있는 게 희망연대를 박 전 대표의 외곽 친위조직으로 인식하는 이들이 많다. 박 전 대표로서도 자신을 따르던 이들이 외곽에 남아있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지 않겠나.
▲ 희망연대가 박 대표의 정치이념과 철학, 지향점을 공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친박’이라는 고유명사를 사용할 때부터 공개된 사실이다. 지난일이야 접어둔다고 해도 박 대표의 앞으로의 정치행보에 걸림돌이 된다거나 방해요인이 된다거나, 불편을 주고자 하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박 대표가 정치적으로 지향하는 목표점에 도달하기까지 모든 역량을 다 발휘해서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게 공통목표다.

- 희망연대가 합당을 하지 않고 있을 때의 ‘독자 역할론’이 있다고 보는가.
▲ 우리국민들은 한나라당이 ‘보수’를 대표적 성격으로 가지고 있지만 모든 보수를 끌어안고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같은 보수적 시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나라당에 거리를 두고 있는 층들을 끌어안은 것이 희망연대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희망연대는 13.2%의 득표를 했다. 한나라당에서 끌어안지 못하는 세력을 우리가 안고 있다는 것이다. 진보 진영의 경우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이 각각 끌어안고 있는 진보가 있고 선거 때가 되면 이들 진보를 합치기 위해 통합후보를 내고 있다.

보수도 한나라당을 선호하고 지향하는 보수, 희망연대를 선호하는 보수가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끌어안지 못하는 보수를 우리가 끌어안고 총선이나 대선에 임한다고 하면 박 대표에게 불리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총선이나 대선 정국에서 지난 총선처럼 희망연대가 제 몫 해주면 대권행보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희망연대는 그 역할, 몫을 해 낼 수 있고 역량을 가지고 있다. 


- 합당이 안되면 희망연대도 재보선, 총선을 앞두고 세 확산을 해야 한다. 세 확장을 위한 지도부 복안은 무엇인가.
▲ 꾸준히 각 시·도지구당을 통해 정치적 프로그램을 지시하고 있다. 어제도 일부 핵심당직자들이 중앙당에 와서 우리의 정치적 역할을 고민하고 총선에서 얻은 13.2% 지지도 배가 운동을 하기 위한 전략적 지침을 내리는 등 비전을 제시하는 정당이 되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하고 있다. 

 - 합당과 관련, 한나라당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진정성을 가지고 솔직했으면 좋겠다. 국민들은 보수가 흐트러지는 것을 원하고 있지 않다. 보수가 대통합을 해서 국민이 원하는 사안을 충족시켜 줘야 한다. 합당의 시너지 상승효과를 내야 하는 것이 한나라당의 역할이고 취해야할 자세다. 희망연대는 합당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데 한쪽이 미온적이면 ‘보수통합’이라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게 된다는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다.

선거철마다 “합당하자”…두 번 안속아 물밑 재보선 준비 중
합당해도 안 해도 박근혜 지원 “역대 이만한 대통령감 있었나”


뜨는 ‘박근혜 대세론’ 
대선까지 변함없을 것

- 대선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지만 벌써부터 ‘박근혜 대세론’이 제기되고 있다. 어떻게 보나.
▲ 과거에도 집권당의 후보군으로 거명되면 여타 후보들보다는 선두에 섰던 게 사실이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박 대표에 대한 지지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 다만 우리는 거기에 플러스알파 요인을 제시하고자 한다.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국가관, 안보관, 경제·사회 복지관을 박 대표에게 함축적으로 끌어 담아 놓고 있다. 과거에 저만한 대통령감이 있었는가? 국민들 마음속에 믿음과 신뢰, 정직,  국정을 이끌어가는 정치적 미래지향점 등을 종합해볼 때 박 대표가 충분한 대권후보로서의 자질과 역량, 정치관을 가지고 있다는 게 플러스 요인이 돼 선두적 대권후보의 자리를 굳히지 않았나 생각한다. 

- 내년 대선까지 그런 인식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 충분히 가능하다. 국민들 사이에 과거 정당사를 돌아봐도 박 대표만큼 대통령의 자질이나 정치적 역량이 함축적으로 모아진 이가 없다는, ‘저 정도면 됐다’는 인식이 충분히 내재돼 있다. 변함은 없을 것으로 본다.


- 합당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선을 치르게 되고, 만약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된다면 야당인 희망연대가 여당 대선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되는데.
▲ 박 대표를 지원하는 것에는 이론, 재론의 여지가 없다. 우리는 태생적으로 희망연대의 전신, 친박연대가 탄생할 때 박 대표의 정치이념과 국정비전을 바탕에 깔고 출발했다. 지금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념은 창당될 때나 지금이나 전혀 변함이 없다. 
 
- 박 전 대표가 극복해야할 아킬레스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박 대표의 장점과 좋은 점만 가지고 앞으로의 선거구도를 짜고, 박 대표의 당선에 모든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때문에 불리한 점, 아킬레스건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을 안 해봤다.

-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이 박 전 대표에게도 영향을 주지 않겠나.
▲ 헌정이후 역대 대통령 중 퇴임 후 국민 7~80%에게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이는 박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물론 인간이기에 누구나 장단점은 있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7~80%로 나온다는 것은 결국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다는 말 아니겠나. 박 전 대통령의 이념이나 철학이 박 대표에게 전수되면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은 해도 마이너스로 작용할리는 없다고 본다.   
 
해프닝으로 끝난 개헌
정치적 계산 “딱 걸렸네”

- 현 정권의 국정운영을 어떻게 평가하나.
▲ 남북문제만을 놓고 본다면 남북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새로운 대북정책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 누구든 대북특사를 보내서 진솔하게 대화하고 돌파구를 찾는 것이 남북이 같이 사는 방법이다.  
   
- 박 전 대표의 ‘대북특사’를 거론했는데, 아직도 유효한가.
▲ 유효하다. 남북 경색은 정치권도 원하지 않는 일이다. 공신력있는 지도자나 정치인이 문제를 푸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꼭 누구여야 한다는 것은 없다. 그러나 국내 현 정치상황에서는 박 대표가 가장 적임자라는 게 개인적인 정치소신이다.

- 개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시기가 늦었다. 개헌을 하려면 임기 초에 대통령이 기득권을 다소 내놓더라고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기여하겠다고 추진했어야 한다. 막강한 대통령 중심제에서 권한상의 불이익이 있다고 해도 개헌을 추진한다고 하면 얼마나 진정성있게 받아들여졌겠나. 이재오 특임장관도 개헌 전도사로 나서려고 했으면 국회의원, 특임장관이 아닌 야인이었을 때 나섰어야 했다. 개헌을 위한 세 축 중 야당도 국민도 늦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해프닝으로 끝난 것이 아닌가. 
 
- 그럼에도 지금 개헌 논의를 꺼낸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 친이계가 현재 정권의 최대주주인데 다음 대선에서 다른 계파나 야권으로 대권이 갈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분권형으로 가면 주주 행사를 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이다. 계산된 정치 목적이 깔려 있으니 국민이 동의해주지 않은 것이다.

- 군소정당의 원내대표로서 애로사항이 많으실 텐데.
▲ 우리나라 국회 구조에서는 군소정당이 설 자리가 없다. 그러나 군소정당에 속해 있다고 해도 국민의 선택을 받은 헌법기관이라는 데는 변함이 없다. 국회법에 융통성이 있어서 교섭, 비교섭단체라는 한계를 두지 말고 헌법기관으로서 역할을 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 희망연대 원내대표로서나 국회의원 노철래라는 이름을 걸고 꼭 이루고픈 일이 있다면.
▲ 정치인의 한사람으로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깊이 인식하고 있다. 미력이나마 국가·민족·사회가 안고 있는 병리현상을 꼭 치유하고 싶다.

또한 희망연대는 정치의 한축으로 여기에 상응하는 역할을 언제든 염두에 두고 있다. 국민이 바라는 정권 창출을 통해 복된, 행복한 나라를 제시하는 것이 희망연대의 목표다. 
정리=장미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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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