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12) 계략

  • 황천우 작가 shs@ilyosisa.co.kr
  • 등록 2016.12.12 09:50:41
  • 호수 10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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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한 정국…영류왕의 운명은?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그게 살리는 길인가, 혼을 죽여 놓고!”

고대양의 온 몸이 바르르 떨렸다.

“그만들 하게!”

이리와 고대양이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자 그를 감지한 영류왕이 급히 제동 걸었다.

“이미 우리 입장은 정해졌으니 아우는 그리 알고 가만히 지켜보게.”


“형님, 정녕 저 놈들에게 굴복하시렵니까?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그리 힘들여 천리장성을 축조하고자 했습니까. 오랑캐 놈들을 이 땅에 발도 들이지 못하게 함이 아니었던가요?”

“아직 완성 되지 않았지 않은가?”

“그러니 서둘러 완성해야지요.”

“그러면 당나라가 가만히 있겠소?”

이리가 다시 끼어들자 고대양이 그를 무시하듯 힐끗 살피고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영류왕을 주시했다.

“그런 연유로 연개소문의 직위를 인정하지 않는 겁니까? 한낱 오랑캐에 지나지 않는 당나라 눈치를 보느라!”

말을 마친 고대양이 이리에게 날카로운 시선을 보내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형님, 부디 고구려의 정신을 잊지 마십시오. 저는 이 순간 이후 모든 일에 손을 떼고 야인으로 물러나렵니다.”

고대양이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는 천천히 자리를 물렸다.

 

고대양이 집에 도착하자 오래 전부터 기다리고 있던 연개소문이 선도해와 함께 황급히 맞이했다.

“자네들이 어인 일인가?”

“뵙고 드릴 말씀이 있어 예고도 없이 찾아뵈었습니다.”

“마침 잘되었네. 그렇지 않아도 자네에게 주의 줄 일이 있어 부르려던 참이었다네. 어서 들어가세.”

“조정에서 긴한 일로 회의를 하고 계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만.”

자리를 잡자마자 연개소문이 조심스럽게 운을 떼었다.

“회의는 무슨. 죽일 놈들 같으니라고!”

“어찌 그러시는지요?”

“고구려가 어떤 나라인데 오랑캐들에게 이런 수모를 당한다는 말인가. 무슨 낯으로 조상님들을 뵐 수 있는지!”

선도해의 질문에 고대양이 자학하듯 중얼거렸다.


“자세히 일러 주시지요.”

“이리들 가까이 앉게.”

두 사람이 자리를 가까이 하자 고대양이 방금 전에 있었던 일을 상세하게 전해주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연개소문의 얼굴이 급격하게 굳어갔다.

“어떻게 그런 일이!”

“당나라가 고구려를 치기는 쉽지 않을 걸세. 그저 공갈협박으로 고구려를 밀어붙여 경제적 실리를 극대화하자는 의도일 걸세.”


“그래서 진대덕이란 병부 놈이 사절로 들어오는군요.”

“그러니 자네가 그 놈이 입국하면 수하를 붙여서 놈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말고 상세하게 살펴야 하네.”

순간 선도해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선 책사에게 좋은 생각이 있는 모양일세.”

“예, 저하. 이미 일이 그리되었다면 그를 이용하시지요.”

“이용하다니!”

“일단 그들의 생각을 그대로 따라주어야 합니다.”

“그들이라니?”

“물론 조정 간신배들과 당나라 놈들이지요.”

고대양-영류왕 갈등…당나라, 고구려 접수?
연개소문 분노…보장 왕자 책봉 계획 착착

선도해의 말을 가만히 되새기던 고대양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과연 선 책사네 그려. 이른바 허허실실 전술일세.”

“굳이 표현하자면 그렇지요.”

“무슨 말인지.”

“대인, 당나라 사절이 입국하면 우리가 먼저 손을 쓰자는 뜻입니다. 조정에 들기 전에 우리 쪽에서 먼저 손을 써서 저놈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자는 이야기지요.”

연개소문이 잠시 생각하다가는 역시 웃음을 터뜨렸다.

“오랑캐 놈들 귀빈 대우 해주어야겠습니다.”

“그런 연후에 일을 도모하시면 됩니다.”

“도모라니!”

고대양의 시선이 연개소문에게 향하자 연개소문이 얼른 무릎을 꿇었다.

“저하, 고구려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습니다.”

두 사람의 표정을 번갈아 바라본 고대양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의 동정을 살피고는 다시 돌아왔다.

“지금 어느 정도까지 진행 중에 있는가?”

“오래지 않아 거사를 일으킬 생각입니다.”

“후사는?”

“그런 연유로 저하를 찾아뵈었습니다.”

“나를 말인가?”

“그러하옵니다. 저하께서 뒤를 이으셔서 쇠퇴해가는 우리 고구려 혼을 다시 살려주셔야 하옵니다.”

고대양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왜 그러시는지요?”

“건강이 그리 좋지 않아 그러네. 나이 탓인지 이제는 기력이 영 딸리는구먼. 그러니 나로서는 무리네.”

고대양의 근심의 요지가 두 사람에게 전이된 듯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렇게 얼마간 시간이 흐른 즈음 느닷없이 선도해가 무릎을 쳤다.

“무슨 좋은 생각 있는가?”

“저하의 아드님이신 보장 왕자님이 계시지 않습니까?”

“너무 어리지 않은가, 아직 스무 살도 되지 않았는데.”

“저하께서 계시지 않습니까?”

“그리고 저희도 있습니다.”

선도해와 연개소문이 이어 말하자 고대양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일이 그리되어야 하는가?”

“현재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저하.”

연개소문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그것만이 고구려를 살리는 길이라면 무엇 때문에 주저하겠나. 응당 목숨이라도 내놓아야지.”

고대양의 얼굴에 가볍게 경련이 일어났다.

 

경계

 

“오라버니 계세요?”

김유신이 집에서 홀로 망중한을 즐기는 중에 뜻하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다.

오래전에 김춘추에게 시집 간 동생 문희였다. 유신이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었다.

“외숙부 저예요.”

“소장 인사드리옵니다.”

문희 옆에 고타소, 김춘추의 전 부인인 보라 궁주에게서 태어난 딸과 그녀의 남편인 이찬(伊飡, 17등급 중 두 번째 직급) 김품석이 유신을 향해 고개 숙였다.

“너희들이 기별도 없이 어인 일이냐?”

“아이들이 오라버니께 작별 인사드리겠다고 해서 갑자기 찾아왔어요.”

“작별 인사라니!”

“일단 들어가서 말씀드리지요.”

유신이 문희의 뒤를 따라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서는 품석을 눈여겨보았다.

“조카사위가 어디로 가는가?”

채 자리 잡기도 전에 유신이 세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외숙부, 이 사람이 대야성(大耶城, 경남 합천) 성주로 발령 났습니다. 그래서 임지로 떠나기 전에 인사드리려고 들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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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