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성남 의원은 ‘강하지만 항상 미소 짓는 여인’이다. 씨티은행에 몸담다가 이헌재 전 금융감독위원장에 발탁돼 금감원 부원장보로 일할 때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으로, 그리고 현재 국회의원이 되어서도 그의 입가엔 항상 웃음이 가득하다.
이 의원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처음 가졌던 마음가짐이 ‘위든 아래든 내가 먼저 다가가자’였고, 먼저 마음을 열고 진정성이 통하면 사람의 마음은 움직인다”며 “그게 내 평생 사회생활에서 많은 사람을 얻었던 원칙이고, 정치도 결국 마찬가지라 생각한다”고 자신의 정치철학을 밝혔다.
민주당 이성남(61) 의원은 금융계의 대모로 인정받는 정통 금융인이다. 그 분야 여성 중엔 보기 드문 전문성과 능력을 인정받아 2004년 금융위원장 추천으로 금통위원 자리에 올랐다. 최초이자 유일한 여성 위원이었다. 지난 4월 임기만료를 눈앞에 두고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의 제안을 받고 민주당에 입당, 비례대표로 금배지를 달았다.
이 의원은 “민주당이 여성 금융 전문가를 1번으로 낙점한 배경엔 경제 살리기 정책이 한나라당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주고 싶었던 면이 강하게 작용했던 것 같다”면서 “이는 민주당이 변화하고 지향해야 할 미래상을 염두에 둔 결과로 본다. 앞으로 민주당이 나가야 할 길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해서 강금실 전 장관이 제안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 의원과의 일문일답.
- 자신만의 정치철학이 있다면.
▲ 사회생활을 하면서 처음 가졌던 마음가짐이 ‘위든 아래든 내가 먼저 다가가자’였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먼저 마음을 열고 진정성이 통하면 사람의 마음은 움직인다. 그게 내 평생 사회생활에서 많은 사람을 얻었던 원칙이었다. 정치도 결국 사람을 얻는 과정이므로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 환율과 물가가 오르면서 경제침체가 계속되는데 어떻게 풀어야 하나.
▲ 정부가 정권초반에 인위적으로 환율시장에 개입했다가 시장의 신뢰를 잃고 말았다. 시장이 정부를 믿지 않는데, 시장신뢰 회복을 위한 가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시장신뢰를 잃은 경제팀의 교체가 시급한 이유다. 정부는 장단기적 정책과제 중 우리경제가 지향해야 할 장기적 비전을 제시하고 그에 걸맞는 성장동력을 확충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내수확충을 위한 산업구조 조정작업이 필요하다. 내수시장 확충은 일부 대기업 중심의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중소기업, 특히 소재 및 부품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서 수입대체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고용의 98%를 담당하는 중소기업이 튼튼해야 고용이 안정되고 그에 따라 내수가 안정된다.
- 금산분리 완화와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등 정부의 금융규제 완화 방침에 대한 견해는.
▲ 금융, 특히 은행과 산업에 분리를 둔 것은 국민경제의 건강함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칸막이다. 그 근본취지를 수정할 만한 적절한 시기가 지금은 결코 아니라고 본다. 또 현재의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이 적절하게 통제되지 않은 파생금융상품의 부실에서 비롯되었다고 평가되는데 자통법 시행에 따라 다양하게 도입될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적절한 규제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 최근 이슈가 되었던 종합부동산세 완화 문제에 대해.
▲ 토지는 완전 자본재가 아니라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다. 부족한 자원으로 인해 토지를 보유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기회비용 차이가 너무 크다. 거기에서 투기가 발생하고 과도한 양도차익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가가 적절한 수준에서 보정하는 것이고, 거둬들인 세금의 100%를 지방재정 확충과 교육?복지사업에 충당하고 있기 때문에 부의 재분배 기능을 담당하는 조세기능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본다.
- ‘쌀 직불금’ 파문은 참여정부의 실정이 부각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참여정부를 타깃으로 정책 실패를 밝혀내려는 계산이 깔려있는데.
▲ 맞다. 한나라당이 참여 정부에 대해 책임을 떠넘기려는 이러한 태도는 국민들의 눈 높이와 정치 수준을 너무 낮게 평가 하는 행동이다. 정세균 대표도 말했듯이 ‘쌀 직불금’ 문제는 여야의 문제가 아닌 우리 국민의 문제이기 때문에 쌀 직불금 제도를 악용한 사람들을 꼭 찾아내고, 밝혀내서 제도를 바로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18대 첫 국감을 마친 소감과 국감의 화두와 중점을 두었던 분야는.
▲ 개인적으로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우리나라 금융발전의 당위성과 금융위기를 촉발한 문제점 사이에 놓인 긴장감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췄다. 한정된 질의시간과 과도한 대상기관 문제로 피상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한계가 아쉽다. 상설소위를 제도화해서 상시국감체제가 되어야 심도 깊은 국정감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 18대 국회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일해야 할 곳이 정무위원회다. 앞으로의 계획은.
▲ 향후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주요한 법안들이 입안되어 있다. 당리당략보다는 금융산업이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데 수십년 동안의 현장경험을 잘 살려 제대로 입법되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 7개월간의 MB정부에 대해 평가를 한다면.
▲ 한마디로 평가하면 ‘말의 성찬’, 말만 있고 실천은 없었던 말 따로 행동 따로의 ‘따로국밥’이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 ‘나는 갈 테니 따라 올 테면 오라’는 식의 권위주의적 리더십만 보이고 있다. 분권적이고 참여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소프트한 21세기 리더십으로는 부족한 면이 많다.
이성남 의원 프로필
▲2008년 제18대 민주당 국회의원
▲2004년~2008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2003년 국민은행 상근감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