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이인성미술상 수상자' 이태호

멜랑꼴리아 속 사색과 성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청정 이인성 작가는 1929년 입선 이후 천부적인 재능과 신선한 표현 감각을 발휘한 수채화와 유화를 선보이며 천재화가로 각광받았다. 특히 불투명 수채화의 과감한 표현 처리는 근대 한국 미술사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런 그를 기리고자 만든 이인성미술상의 수상자 '이태호'의 전시가 대구미술관에 착륙했다.

‘이인성미술상’은 1912년 태어나 1950년 6·25전쟁 당시 사망한 대구 출신 천재화가 이인성을 기리기 위해 1999년 대구시가 제정한 상이다. 2014년(15회)부터 운영을 주관해온 대구미술관은 이인성미술상의 위상과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하고 회화 영역을 후원하고자 매년 독창적인 평면작업을 이어온 중진작가를 선정, 수상했다.

좌절의 시간

지난해 제16회 이인성미술상의 주인공은 이태호 작가. 대학서 회화를 전공하고 전업 작가로 50여년간 활동해 온 그는 회화 속 대상과의 관계, 대상의 다의적 해석을 통해 사회 문제를 표현해 왔다. 또 오랜 시간 평면 작업에 천착해 우리 시대 일상의 삶과 인간에 대해 밀도 있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지난 4일부터 대구미술관 2·3 전시장에서 전시 중인 <그림자, 구름, 그리고…이태호 회화의 멜랑꼴리아>전은 작가의 초기작부터 현재까지의 작품을 총망라한다. 전시 타이틀은 작가의 작품 분위기를 잘 반영했다는 평이다.

작가는 “작업할 때나 작업실 생활이 먹먹하고 고통스럽고 힘들다”며 “아주 가끔 괜찮은 작품을 했다는 기쁨도 있지만 대부분 좌절의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작가는 소심해야 하며 늘 상처받을 수 있는 심성이어야 한다고 다짐하는 나를 보면 내 작업의 의미들이 그렇게 읽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선 양면성을 드러낸 초기작부터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들여다본 ‘우리 시대의 초상’ 시리즈나 ‘억새’ ‘물-결’ 등 시대의 부조리를 풍자 작품뿐 아니라 인생에 대한 사색과 성찰을 조용히 이끌어내는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우리 시대의 초상’ ‘기척’ ‘낌새’ 등의 작품에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담겨있다. 이 작품들은 1996년부터 1999년까지의 작업들이다.
 

작가는 작업실 부근의 100년도 더 된 소나무들이 도로 공사를 이유로 무참히 베이는 것을 목격하고 자연의 훼손과 인간 규모를 벗어난 오만과 허위의 삶을 사색하던 시기였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1990년대 중반 삼풍백화점이 붕괴되고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화석연료가 고갈된다는 위기의식이 있었다”며 “작가로서 대안을 제시하려 했다”고 말했다.

16회 이인성미술상 수상 기념
초기작부터 최근작 80점 망라

억새 연작과 물결 연작서 나타난 작업 세계 변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전시담당자 김혜진 큐레이터는 억새, 물결 연작 이전 작업에 ‘우리’를 보는 시선이 담겨 있었다면 최근작에선 내가 보는 작업, 목격하는 듯한 느낌으로의 시각 변화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에 작가는 “억새 연작을 작업하면서 살면서 만나는 모든 것들, 그것이 사물이든 풍경이든 사람이든 삶을 그나마 구체적이고 현장감 있게 모든 것을 잘 대접하고 잘 떠나보내는 일이 사람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 “물결 연작 당시에는 작업이라는 것은 화면과 시간에 맞서는 스스로를 느끼고 호흡하는 일이며 어떤 흐름과 균형을 느끼는 ‘짓’을 통해 춤을 추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작가는 이인성미술상의 수상자로 선정된 것에 대해 “그냥 꽃이기나 했으면 좋겠고, 향기라도 지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으며, 그냥 도도하게 사라져갈 일이라 생각했다”면서 “이런 의미에서 이인성미술상 수상은 나에게 또 다른 할 일들을 제시하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오늘날 미술이 가벼울 뿐 아니라 지나치게 기술적인 측면을 부각하고 있어 ‘손의 회복’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반짝이며 세련된 것이 아니라 투박하고 담백한 어떤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이인성미술상은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작가를 발굴한다는 데 있어 유효하다”고 평했다.

인생의 성찰

대구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80점의 작품을 소개하는 대규모 전시”라며 “멜랑꼴리하면서도 사색을 이끌어내는 작품을 통해 인생을 성찰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번 전시는 내년 2월12일까지 열린다.


<jsjang@ilyosisa.co.kr>

 

 

[이태호는?]

▲학력

경남 고성 출생(1950)
마산고등학교 졸업(1969)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회화과 졸업(1974)
동아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전공) 졸업(1980)

▲개인전

소민아트센터, 부산(2015)
갤러리 李, 부산(2014)
북하우스 아트스페이스, 헤이리, 파주(2009)
갤러리 유우, 부산(2002)
갤러리 李, 부산(2001)
백길리 작업실(1999)
백길리 작업실(1998)
백길리 작업실(1996)
덕원미술관, 서울(1993)
K갤러리, 일본 동경(1988)
관훈미술관, 서울(1986)
사인화랑, 부산(1986)
원화랑, 부산(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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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