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이슈 따라잡기> 4대 돌풍에 긴장한 정치권 내막



정치권에 돌풍이 불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존재에서 애물단지로 변한 해외 펀드, 직업을 구하지 않는 청년 니트족 1백만 시대 등이 그것이다. 게다가 안정감을 보이던 환율의 요동과 증시의 널뛰기 대폭락 장세, 북한의 남북관계 전면차단 포함 중대결단 검토 등이 이슈로 부각되면서 여의도 정가는 긴장감이 팽배하다. 물론 개별적으로 보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점에 정치권은 주목하고 있다.

펀드불패가 무너졌다. 해외펀드는 1년짜리 반짝 인기상품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황금알에서 애물단지로 변한 것이다. 엄청난 손실에 환매 사태로 번지면서 환율불안의 주범이란 오명까지 뒤집어쓰고 있다.

<이슈1>
무너진 펀드불패
환매 러시에 투자자 울상


지난 2006년 시중에 돈이 너무 풀려 부동산 가격이 급상승하는 현상이 빚어지자 정부는 세제혜택을 주면서 해외펀드 투자를 권유했다. 부동산 투기자금을 해외펀드로 돌리겠다는 정부의 의지에서 촉발된 고육지책이었다. 이로 인해 부동산 투기에서 재미를 보지 못한 투자자가 해외펀드 투자로 쏠리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증권사를 중심으로 금융기관을 통한 다양한 종류의 펀드가 생겨났다. 펀드에 가입하지 않으면 뒤처진 사람으로 치부되는 사회적 풍토도 조성됐다. 중국펀드나 브릭스 펀드 등 해외펀드는 고수익을 내면서 인기를 모아 지난해 10월 기준 62조원까지 급증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추세가 물거품된 것이다. 주가가 급락하면서 투자금액이 반토막 나는 등 투자자들은 엄청난 투자금액의 손실에 넋을 잃을 정도다. 환매가 늘면서 주식형 해외펀드 가입 잔액은 지난 10월10일 기준으로 1조7천억원 가까이 줄었다.

뿐만 아니다. 중국 주가가 연초 대비 69%나 폭락하면서 중국관련 펀드를 환매하려는 투자자도 급증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서 해외주식형 펀드의 큰 손실이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급등을 부추겼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해외펀드를 운용하던 금융사들이 환율 변동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선물 계약을 맺었다가 손실을 내면서 올 들어 1백억 달러를 사들이는 등 달러 매집에 나서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해외펀드는 이제 황금알을 낳는 재테크 수단으로 인식되던 시대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한 시대를 맞이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슈2>
무니트족 1백만명 시대
주요인은 경기불황·과잉학력


진학이나 취직을 하지 않으면서 직업 훈련조차 받지 않는 15~34세 ‘청년 무업자’가 1백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일을 하거나 직장을 구하기 위한 뚜렷한 의지도 없는 니트족이 매년 증가추세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지난 1주일간 주된 활동이 ‘쉬었음’인 사람과 미혼으로 가사, 발령 대기, 입대 대기, 결혼 준비 중인 사람들이 여기에 속한다.

실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통계청의 경제활동 인구조사를 바탕으로 지난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청년 무업자의 생활 실태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말 15~34세 전체 인구 1천4백75만9천1백93명 중 청년 무직자는 95만1천8백51명(6.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03년 83만5천1백51명에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사실 니트족은 1998년 영국의 의무교육을 마친 16~18세 젊은이 중 9%에 해당하는 16만명이 취업도 진학도 하지 않아 국민이 큰 충격을 받으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니트’란 말도 이때 생겼다. 일본도 2004년 니트족이 85만명에 이른다는 통계가 나온 적이 있다.

지난달 신규 취업자수는 11만명을 간신히 넘겼다. 3년7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자기 눈높이에 맞는 직장을 찾으려고 하는데 취업기회가 부족하다 보니 구직활동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부쩍 늘고 있다. 경기변동에 취약한 임시직과 일용직이 각각 1.7%, 3.2% 감소했다. 20대와 30대 취업자도 각각 1.2%와 0.9% 줄었다.

특히 우리나라 니트족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매우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펴낸 월간 노동리뷰 9월호 ‘통계프리즘’에 따르면 한국의 15~29세 청년층 가운데 졸업 후 5년경과 시점의 니트 비율은 36.8%다. 비교 대상 13개국 중 1위이다.

OECD 고용전망 2008년판을 인용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졸업 후 1년 경과시점의 니트 비율은 그리스가 69.9%로 가장 높고 한국은 36.8%로 5위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졸업 후 1년, 3년, 5년이 경과하도록 니트 비율이 낮아지지 않는 게 특징이다. 졸업 3년 후 니트 비율은 28.5%로 낮아졌다가 5년 후 비율은 36.8%로 다시 높아졌다.

‘대5족(대학 5학년생)’이나 ‘토폐인(토익 폐인)’ 문제도 심각하다. 취업·인사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지난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1만4천여 명의 재학기간을 조사한 결과 남학생은 7년2개월(85.6개월), 여학생은 4년8개월(55.7개월)이었다.

니트족이 이처럼 급증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대학 졸업생의 과잉공급이다. 우리나라 대졸 진학률은 82%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때문에 청년층의 취업 의지가 감소한 것이 노동과 직업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갖지 못한 탓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슈3>
환율 널뛰기
고환율 시대 재림하나


원화 가치의 추락이 재개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10월16일 기준으로 1천3백원대로 복귀했다. 하지만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1천1백원과 1천5백원 사이를 오가는 불안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적 신용경색에 따른 외화유동성 부족 현상이 해소되지 않는 한 환율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2천3백억 달러대의 외환보유액 덕분에 큰 문제는 생기지는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다만 적절한 유동성 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되면서 실물경제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현재 우리 증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 미국 다우지수다. 이 지수에 따라 국내 증시도 널뛰기 장세의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화유동성 부족 현상이 개선되지 않는 점 역시 원화가 두드러진 약세를 보이는 이유다. 외환 스와프 시장에서 현물 환율과 선물 환율 간 차이인 스와프포인트 1개월물은 외화자금 부족 영향으로 이틀간 1.50원 하락하면서 -6.50원을 기록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투신권의 달러화 환매수 수요를 차단키로 했다. 하지만 최근 환율 하락을 주도했던 수출 대기업의 매물이 자취를 감추면서 시장에서 달러화 수요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에 경제가 위축현상을 보이고 있다. 재계 일각에선 세계적 금융불안이 완화되지 않으면 환율이 당국의 개입으로 1천2백원 아래로 떨어지더라도 오래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른 일각에선 고환율이 장기화되면서 수입업체가 어려움을 겪는 등 실물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들린다.

실제 환율상승과 신용경색의 불똥이 국내 산업과 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외환시장에 공급되는 달러가 평소의 절반으로 줄면서 달러 확보에 비상이 걸렸고 은행대출 제한으로 시중에 돈줄이 말라 기업자금 담당자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국내 외환시장에 공급되는 달러는 하루 50억~60억 달러로 평소의 1백억~1백20억 달러의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정유·항공·식료품 업계는 고환율은 물론 원자재 구입을 위한 달러 확보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이슈4>
北 중대결단 검토
초강수 들고 반격 나섰다?


북한은 지난 10월16일 노동신문에서 ‘어리석은 망상을 추구하는 자들과는 끝까지 결판을 볼 것이다’ 제하의 논평원 기사를 내보냈다.

북한의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은 이 논평원을 인용하면서 “역사적인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따라 북남관계를 발전시키고 자주통일과 번영의 시대를 열어나가는 것은 우리의 시종일관한 입장이다. 이명박 정부가 우리의 존엄을 훼손하며 무분별한 반공화국 대결의 길로 계속 나간다면 우리는 부득불 북남관계의 전면 차단을 포함해 중대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의 이번 논평원의 글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북한의 공세가 본격화된 지난 4월1일 논평원의 글을 게재한 후 약 7개월 만의 일이다.

논평원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짓밟고 남조선을 과거 독재시기로 되돌려 놓고 대결과 전쟁을 추구하는 극우분자들이 괴뢰 정권에 들어앉아 있는 이상 북남 관계가 정상화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고 밝혔다.

북한은 또 남쪽에서 거론되고 있는 북한 ‘급변사태 대비 계획’, ‘작전계획 5029’, ‘각종 한미합동군사연습’ 등을 열거하면서 “우리의 최고 존엄을 감히 건드리는 것은 우리 체제에 대한 정면도전이고 선전포고다. 우리는 북남관계를 귀중히 여기지만 그 누가 우리에게 도발을 걸어온다면 대결에는 대결로 전쟁에는 전쟁으로 단호히 맞받아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를 두고 북한이 남북당국간 대화와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상황에서 개성공단 사업의 중단을 포함해 각종 대남 강경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북한이 초강수를 둘 가능성을 염두에 놓은 셈이다.

실제 북한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관망 자세를 보이다가 남한의 식량지원 제의를 거부하고 남한 당국과 접촉과 대화를 중단했다.

정치권에선 북한의 이번 대남 초강수에 대해 일단 대미 관계개선에 대한 북한 나름의 낙관적 전망을 바탕으로 남측에 남북관계에 대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대북정책을 고수할지 아니면 북한이 말하는 ‘6.15공동선언 시대’로 돌아갈지 양자택일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하는 분석이 우세하다.

북한의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통일전선부는 노동당 소속이다. 노동당의 정리된 입장이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을 통해 인용됐다.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테러지원국 지정의 해제라는 선물을 받는 등 미국과의 협력체제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정치권 한 인사는 “이번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의 승리가 예상되는 상황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흐름이라고 판단하고 대남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며 “북측은 남측 보수 민간단체의 북한 붕괴를 전제로 한 각종 주장들을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과 연계시켜 이명박 정부의 속심(속셈)으로 간주해 남북관계 중단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본 전제인 상호존중이 이미 무너졌기에 대화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면서 “북한의 정책 재검토는 남북당국간 회담과 협력이 전무한 상황에서 경제협력 사업을 포함해 민간차원의 협력사업 중단의 의사표시로도 비쳐진다”고 분석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북측이 금강산에서 남측 인원의 철수 입장을 밝힐 때도 군사 논평원의 입장 발표 후 후속조치가 현실화됐다. 이번 발표가 개성공단과 같은 민간급 사업으로 이어질지 우려스럽다”고 전언했다.

한편 정부는 “북한이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명했다”며 확산 경계에 나섰다. 통일부 김호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북한 노동신문이 남북관계 전면 차단 가능성을 언급한 논평원의 글은 노동당의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이해한다. 노동신문 논평원의 글은 공식입장을 대내외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논평원의 글에 담긴 내용이 당장 무슨 조치를 취한다는 태도는 아닌 것 같다. 북한이 여러 가지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명한 것이다. 정부는 북한의 향후 상황을 지켜볼 것이다. 남북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풀어나간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노동신문이 북한 노동당의 기관지일 뿐 아니라 북한 사회 특성상 논평원의 글은 당국의 승인을 받지 않을 수 없다”면서 “기명일 경우도 그렇지만 무기명일 경우는 더욱 기관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개인적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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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