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개혁성향 초선모임인 ‘민본21’이 신소장파로 부각되고 있다. 민본21은 단순한 초선 의원들의 정책연구 모임이나 친목 계파모임 성격보다는 정치개혁 성향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18대 들어 위축된 ‘남경필 원희룡 정병국’ 의원의 뒤를 이어 당내 소장파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당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동안 한나라당 내에서 “18대 국회 새내기들이 제 목소리를 못 내고 있다”, “한나라당 초선의원들이 안 보인다” 등 말들이 빈번했다.
하지만 개혁 성향의 초선 의원들의 모임인 ‘민본21’이 목소리를 내면서부터 이러한 말들이 쑥 들어갔다.
민본21이 한나라당 내 새로운 소장파로서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당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편논란 때문이다. 민본21은 정부가 과세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조정하는 내용의 종부세 개편안을 내놓자마자 긴급 회동을 갖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어 9월25일에는 당론 결정을 위한 의원총회에 앞서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을 정면 반박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청와대와 각을 세웠던 당 지도부나 중진 의원도 이 대통령이 나선 후에는 한발 물러서곤 했던 전례에 비춰보면 놀랄 만한 기세다. 그간 18대 국회 초선의원들이 제 목소리를 못 내고 있다는 정치권 안팎의 문제제기가 적잖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선한 목소리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논란을 빚었던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이 결국 한나라당 지도부의 ‘결단’으로 정부안을 그대로 수용키로 결론을 내렸지만 앞날은 여전히 깜깜하다. 야당뿐 아니라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벼르고 있는 의원들이 많아 대대적인 ‘성형’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정부의 종부세 개편 방침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했던 ‘민본21’ 또한 국회의 심의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태세다. ‘민본21’ 간사이자 법사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소속 의원인 주광덕 의원은 “종부세에 대해 우리가 성명서를 발표한 것처럼 국정감사가 끝나면 상임위별로 법안심의를 거쳐 의정활동을 통해 다시 목소리를 낼 것이다”라며 “반드시 민본21의 입장이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계파 초월한 민본21
지난 9월4일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입을 다물고 있던 한나라당 초선 의원 12명이 ‘민본 21’을 발족시켰다. 당 안팎에선 한나라당에 미약하나마 개혁적인 변화의 움직임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기대가 나온다.
미래연대(16대) 수요모임(17대) 이후 맥이 끊겼던 여당의 소장개혁파 모임이 ‘민본21’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들 모임의 출발점은 촛불시위가 계속되던 때 열린 한나라당의 의원총회였다. 의총에서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 재협상에 준하는 추가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의원들이 서로를 눈여겨보았던 것이다. 김성태 의원은 “의총 때 쇠고기 수입 협상 시 성난 민심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면서 “이때의 발언이 민본21에 참여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권영진 의원은 “생각이 비슷한 의원들이 한번 모여 국회 연구모임을 만들어보자는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민본21에 속한 12명 의원의 면면만 보더라도 다양함을 알 수 있다. 계파로 보면 친이, 친박, 중립 의원이, 출신으로 보면 학생운동, 노동운동, 법조계, 언론계, 한나라당 당직자, 이 대통령의 서울시 인맥 등 다양하게 섞여 있다. 권택기 김성태 김영우 정태근 의원이 친이 계열로, 김성동 현기환 의원이 친박 계열로, 그외 권영진 김성식 신성범 윤석용 주광덕 황영철 의원이 상대적으로 중립의원으로 분류된다.
이들 의원 중 눈에 띄는 점은 16대 때 한나라당의 소장 정치인 모임이었던 미래연대다. 권영진 권택기 김성식 정태근 황영철 의원이 미래연대 출신으로 그 당시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미래연대와 민본21은 관련이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권영진 의원은 “미래연대는 정치적 결사체라고 할 수 있지만 민본21은 순수한 정책공부 모임”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참석 의원도 “미래연대 때 활동하던 의원이 있지만 미래연대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민본21은 정부의 올바른 국정 수행을 위한 건강한 문제 제기 낡은 정치의 극복과 한나라당의 미래지향적 개혁, 웹 2.0 환경에 부응하는 시민사회와의 소통 등을 주요 사업으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경제회생과 민생을 챙기는 국회를 만들자는 취지로 결성된 이 모임은 매주 목요일마다 모여 국정 현안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해당 분야 전문가를 초청, 의견을 구하고 발제자를 지정해 1시간 의상 토의하는 연구모임으로 정책 관련 ‘내공’은 이 과정에서 쌓였다.
주광덕 의원은 “한창 국감기간인데 이번주도 11명이나 모일 정도로 출석률이 높다”면서 “다른 여러 모임도 많지만 민본21에는 우선적으로 참여한다”면서 “그만큼 유익하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최근에는 모임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치는 젊은 초선들도 간간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모임 규정상 2명의 추천과 전체 결의가 있어야 입회가 가능한 만큼 아직까지 추가 증원은 없는 상태다.
이에 대해 주 의원은 “뚜렷한 계파가 없기 때문에 민본21은 항상 열려있다”며 “앞으로 들어오고 싶은 의원들이 있다면 받을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 애정 어린 충고를 서슴지 않는다는 것을 기조로 하고 있다. 주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 지향하는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정책에 대한 합리성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문제제기를 하겠다”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명박 정부가 더욱 발전하는 데 보탬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