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의 최순실 회사들 실체

드디어 돈줄이 걸려들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이번 ‘최순실 게이트’는 쉽지 않아 보인다. 임기 말 터진 권력형 게이트인데다가 그 핵심이 ‘최순실’이라는 점에서다. 현재 최씨가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있는 K스포츠재단. 최씨가 국내·외 유령회사들을 통해 K스포츠로부터 돈을 지원 받았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은 K스포츠다. 먼저 최씨가 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과 운영에 깊숙이 개입한 의혹이 제기된다. 실제로 K스포츠재단 이사장 자리에 자신이 단골이었던 스포츠 마사지센터 원장을 앉힌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5월13일 취임한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은 그 직전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서 ‘운동기능회복센터’라는 이름으로 스포츠마사지 센터를 운영했다.

K스포츠에 달린
이상한 업체들

이 센터는 최씨가 지난해까지 살았던 신사동 자택과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50m 떨어져 있다. 최씨는 5년이 넘게 이곳을 찾는 단골손님으로 전해진다. 최씨의 치료와 상담은 정 원장이 직접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K스포츠가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독일 전지 훈련 숙소를 구해주기 위해 최소한 두 차례 재단 직원을 독일 현지에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지난 1월, 독일서 정씨가 살집을 구입하기 위해 직접 나섰으며 당시 K스포츠재단 직원인 박모 과장과 현지 직원들이 최씨를 수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독일 교포들의 증언에 따르면 “직원들이 최씨를 ‘회장님’으로 불렀으며, 승마 선수 전지 훈련 숙소용 호텔을 구하려 돌아다녔다”고 한다.


최씨를 수행한 K스포츠 직원과 현지인은 박 과장과 노모씨다. 박 과장은 K스포츠의 인재양성본부에 소속된 직원이다. 노씨는 독일서 마장을 운영하는 사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호텔을 구하던 1월은 K스포츠가 설립 되던 때로 재단 설립과 최씨 딸에 대한 지원이 거의 동시에 이뤄졌음을 추정할 수 있다.

호텔을 물색한 1월뿐만 아니라 호텔을 구해 이사하는 과정도 K스포츠가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공한 지난 5월13일 ‘재단법인 K스포츠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1월 프랑크푸르트에 나타났던 박 과장이 4월3∼14일 ‘해외전지훈련장에 대한 협의’를 위해 다시 독일에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기록돼 있다.

박 과장의 독일 출장 직후 5월 최씨와 딸 정씨는 자신을 지원·관리하는 10여명 직원과 함께 애초 거처인 프랑크푸르트 인근의 예거호프 승마장을 떠났다. 정씨는 프랑크푸르트 북쪽에 위치한 방 20개 안팎의 호텔을 구해 이사했다. 이 호텔은 당시 손님을 받지 않은 채 정씨와 지원인력이 거주하고 있는 상태로 알려졌다.

K스포츠 직원 정유라 독일 현지 지원 왜?
독일 유령회사 통해 K스포츠 자금 받았나

정씨의 독일 승마 훈련에 들어가는 비용이 한 달에 최소 1억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씨가 머물었던 프랑크푸르트 호텔은 매입가가 20억원에 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매입이 아닌 임대의 경우 하면 한 달에 3000~40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현재 정씨를 지도하는 독일 챔피언 수준의 코치를 영입해 개인지도를 받는 비용 또한 최소 2000만원 이상, 마방 사용료 및 사료비, 마장 임대료 등 말 관리 비용을 합하면 이 또한 수천만원 이상이 들어간다는 게 승마업계의 시각이다.


최씨가 이 같은 거액을 어떻게 대는 것일까에 의문이 제기된다. 이 의문점을 풀 수 있는 키가 독일 현지에 있는 스포츠마케팅 회사 ‘비덱’에 있다. K스포츠가 한 재벌 기업에 80억원의 추가 지원을 요구하며 명목으로 제시한 프로젝트 주관사 비덱이 최씨와 정씨가 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재단 배후에 최씨가 있고 재단 설립 목적 역시 승마선수인 정씨의 지원을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K스포츠가 최씨 모녀와 연결된 사업에 거액을 집행하려 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대기업→K스포츠→비덱’으로 이어지는 사업 및 자금 흐름을 통해 그 동안 설만 무성했던 최씨의 존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올해 K스포츠는 ‘2020 도쿄 올림픽 비인기 종목 유망주 지원 사업’에 국내 재벌 그룹으로부터 80억가량을 투자받았다. K스포츠는 이 사업의 주관사로 독일 현지 기업 비덱을 선정했다. 그런데 이 비덱은 최씨가 소유한 유령 회사다.

유령회사 의혹
최씨네 자금줄?

비덱의 주주 명부에는 최씨의 개명 후 이름인 최서원(Choi, Seo Won)과 딸 정유라(Chung, Yeoora) 두 명이 올라 있다. 최씨는 1만7500만유로(약 2192만원)의 주식을, 정씨는 (약939만원)의 주식을 각각 보유해 모녀가 총 3000여만원의 주식을 소유한 회사인 것이다.

회사의 설립 시점은 지난해 7월17일이다. 정씨가 독일로 승마 훈련을 떠나기 두 달 전이다. 이 회사의 피고용인은 매니저로 등록돼 있는 크리스티앙 캄플라데 한 명이다. 캄플라데는 정씨의 현지 승마 코치다.

대한승마협회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매달 대한체육회에 제출한 정씨의 ‘국가대표 촌외 훈련 승인 요청서’에 따르면 정씨의 코치는 크리스티앙 캄플라데로 돼 있다.

결국 비덱은 직원이 한 명밖에 없으며, 그 직원이 정씨의 코치인 것으로 미뤄보면 페이퍼 컴퍼니에 가깝다는 게 중론이다. 비덱의 주요사업은 ‘한국과 독일의 스포츠매니지먼트, 스포츠 엘리트 양성, 스포츠 마케팅 홍보’ 등이다. 관련 종목은 펜싱·테니스·배드민턴이다. 이 회사는 호텔 사업도 운영 중이다. 이 회사는 실제로 최근에 독일 현지 3성급 호텔도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재계에선 ‘대기업→K스포츠→비덱’의 자금흐름에 대해 “비리 기업 등이 해외에 유령회사를 세운 뒤 계열사 등을 통해 사업을 지원하고 자금을 빼돌리는 수법과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K스포츠는 비덱을 주관사로 한다고 하면서도 이 회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회사인지 소개하지 않았다고 한다.

비덱, 더블루K, The Blue K…
까도 까도 끝없는 ‘양파 모녀’

비덱 같은 회사는 독일뿐만 아니라 국내에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기업인 더블루K는 스포츠 컨설팅 전문 기업으로서 독일에 법인을 둔 것으로 전해진다. 독일 법인인 The Blue K는 최씨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국내법인 더블루K의 사내이사는 고모씨다. 고씨는 The Blue K의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국내의 더블루K와 독일의 The Blue K의 지배 구조의 정점에는 최씨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더블루K는 K스포츠 설립 하루 전인 지난 1월12일 설립됐다. 회사의 주요 구성원들은 K스포츠 직원으로 등록돼 있으며, 이들은 독일에서 정씨가 머물 호텔을 구입하는 일도 했다. 더블루K의 주소지는 서울 청담동으로 현재 사무실은 텅 빈 상태다.


독일의 The Blue K는 최씨 모녀가 100% 지분을 갖고 있다. 비덱과 사업내용도 같다. 두 회사의 주요 사업이 ‘스포츠 유망주 육성’ 등인 것처럼 K스포츠의 설립 취지와도 똑같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의 정관이나 창립 총회 회의록 등이 판박이였던 것처럼 The Blue K와 비덱의 사업 목적을 적은 독일어 문구도 거의 일치한 것으로 전해진다. The Blue K의 사업장 소재지도 비덱과 같으며, 사실상 샴쌍둥이나 다름없다.

일각에선 더블루K가 청와대를 뜻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최씨가 직접 재단 관계자들을 만나서 “브이아이피(VIP)의 관심 사항이다. 나라를 위해 애써달라”는 당부를 했다고 한다. VIP는 청와대 관계자들 사이서 보통 대통령을 뜻한다. 그러고 나면 실제로 재단의 일은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이나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행사로 이어졌다고 재단 관계자들은 전했다.

더블루K
청와대 의미?

그 동안 최씨 관련 의혹은 무수히 제기됐지만, 그가 운영하는 국·내외 사업체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이 회사의 사업 내역과 자금 흐름을 추적하면 K스포츠와 관련된 의혹은 물론 최씨의 탈세 및 해외 재산 도피 의혹 등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최순실 딸 파문 미꾸라지가 한마리가…


80일이 넘는 학생들의 본관점거에도 꿋꿋히 버티던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최순실씨 딸 의혹 앞에 무릎을 꿇었다. 최 총장은 지난 17일 교수와 교직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 특혜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명은 학내 구성원들을 납득시키지 못했다.

급기야 교수들도 1886년 개교 이래 처음으로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기로 하는 등 최 총장을 압박했다. 교수들의 집회는 지난 19일 오후 3시30분 열릴 예정이었다. 약 1시간30분 전인 오후 2시께, 최 총장은 보도자료를 내 사임한다는 뜻을 밝혔다.

최 총장은 공식 보도자료에서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추진으로 시작된 이번 학내 사태로 인해 구성원들이 더는 분열의 길에 서지 않고 다시 화합과 신뢰로 아름다운 이화 정신을 이어가자는 취지에서 오늘 총장직 사임을 결정하게 됐다”고 사임 이유를 밝혔다.

각종 의혹에 이대총장 결국 사퇴
“돈도 실력” 과거 SNS 발언 논란

한편 최씨의 딸 정유라씨는 이화여대 특혜 입학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가운데 정씨가 과거 SNS에서 “돈도 실력”이라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씨는 2014년 12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말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정씨는 “있는 우리 부모 가지고 감놔라 배놔라 하지 말고. 돈도 실력이야”라며 “불만이면 종목을 갈아타야지. 남의 욕하기 바쁘니 아무리 다른 거 한들 어디 성공하겠니?”라고 적었다. 이어 “뭘 새삼스럽게 병이 도져서 난리들이야, 내가 만만하니? 난 걔들한테 욕 못해서 안하는 줄 알아?…놀아나주는 모자란 애들 상대하기 더러워서 안하는 거야”라고 썼다.

정씨가 이 같은 글을 쓴 시점은 국가대표 선수로 발탁된 때로 밝혀졌다. 2014년 9월 16일 정씨는 이대에 입학 원서를 냈고, 20일 아시안게임 승마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받았다. 정씨는 또한 그해 10월31일 SNS에 “이화여대 합격!”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 날은 이화여대가 2015학년도 수시전형 체육특기자 합격자를 발표한 날이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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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