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투성이 프리드라이프 경영행태

간판 뜯어고치고 새 출발해도…일등상조 명성 흠집내는 의문점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고객의 슬픔을 이용해 장사하지 않겠다'던 다짐은 공염불에 불과했다. 프리드라이프로 간판을 뜯어고치고 새 출발을 다짐했건만 여전히 주변에선 의혹어린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지금도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곳곳에 눈에 띈다.

2002년 설립된 프리드라이프(옛 현대종합상조)는 자타공인 상조업계 일등기업이다. 4년 연속 업계 1위라는 명예훈장은 프리드라이프의 15년 연혁을 대변한다. 폭리를 취한다고 손가락질 받던 상조업계를 정제하는 데 공헌했다는 점은 부연설명이 필요 없다. 그러나 세심히 살펴보면 프리드라이프 내부에선 갖가지 의문점들이 제법 눈에 띈다. 여기서 파생된 잇단 구설은 프리드라이프의 명성을 흠집 내는 데 일조한다.

 

종잡기 힘든
[알선료 쓰임새]

프리드라이프는 ‘알선료’라는 일종의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알선료는 상주들에게 버스, 제단, 납골당 등을 소개해주는 과정서 벌어들인 부대수익 개념이다. 매달 행사팀장들은 알선료가 생기면 본사에 입금하고 회사는 일정 비율을 다시 팀장들에게 되돌려주는 방식을 취한다. 5만원에서 많게는 50만원까지 개별 행사팀장마다 알선료 입금 금액은 천차만별이다.

다만 알선료의 쓰임새에 대해서는 회사와 행사팀장들의 입장이 엇갈린다. 일부 행사팀장들은 알선료서 자신들의 몫은 20%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6대 4 비율로 회사와 행사팀장이 알선료를 1차로 나눈 뒤 행사팀장 몫으로 배정된 40%서 절반은 복지후생 명목으로 회사가 관리한다는 주장이다.

알선료에 대한 회사 측 주장은 전혀 다르다. 알선료를 받으면 40%를 행사팀장들에게 지급하고 나머지 60%는 온전히 복지후생에 쓰인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사실상 모든 알선료는 행사팀장들에게 지급한다는 뜻이다.

프리드라이프 관계자는 “행사팀장들의 근로 환경 향상을 위해 노트북을 지급하거나 해외 연수 등의 비용으로 알선료를 사용해 왔다”며 “지역 행사팀장들의 원활한 업무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기본 취지를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행사팀장들이 알선료를 입금한 곳은 법인계좌가 아니라 임원으로 재직 중인 문모씨의 개인계좌라는 사실이다. 행사수익은 법인계좌로, 알선료는 개인계좌로 입금하는 이원화된 체계는 2012년이 돼서야 법인계좌로 일원화됐다. 일각에선 이 시기에 문모씨의 통장으로 수십억대 금액이 흘러갔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프리드라이프 측이 밝힌 전국의 행사팀장은 총 179명. 2006년부터 2011년까지 문모씨의 통장으로 매달 행사팀장들이 20만원씩 알선료를 입금했다고 가정하면 일년에 모이는 금액만 약 4억3000만원에 이른다.

이를 6년 평균으로 환산하면 25억8000만원이다. 행사팀장들의 말대로 전체 알선료의 20%만 행사팀장들에게 되돌아왔다면 20억원을 초과하는 나머지 금액은 어디로 간 걸까? 이 과정서 부각되는 인물이 바로 박헌준 회장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박 회장은 2010년 11월부터 2012년 6월까지 회사를 떠나 있어야 했다. 배임 및 횡령 혐의가 인정돼 징역형을 선고받은 까닭이다.

공교롭게도 문씨의 통장으로 입금되던 알선료 관행은 박 회장이 출소할 즈음에 법인계좌 입금 방식으로 바뀌었다. 물론 검찰이 박 회장을 조사할 당시 문씨 역시 검찰의 수사 대상에 포함됐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알선료와 박 회장을 무작정 연결짓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단순 의혹에 그칠 가능성이 현저히 높다. 

다만 박 회장이 감옥에 있는 동안에도 알선료가 문씨의 통장으로 계속 입금됐다는 점은 논란을 야기한다. 정확한 내용 파악을 위해 알선료가 문씨 통장으로 입금된 내역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프리드라이프 측은 별다른 반응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개인계좌로?
[이상한 보증금]


프리드라이프는 행사팀장들과 처음 계약을 맺을 때 행사팀장들에게 입사보증금을 선납하도록 하고 있다. 보증금은 행사팀장이 개인의 영리목적으로 행사비를 유용하는 폐단을 막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 개념이다.

회사 덩치가 커지는 사이 행사팀장이 계약 시 납부해야 할 보증금 규모는 나날이 확대됐다. 초창기에 300만원이던 보증금은 2010년 무렵 700만원으로 상향조정됐고 몇 년 후 1000만원으로 다시 인상됐다. 이를 두고 과도한 인상이라고 무작정 매도할 필요는 없다. 초창기에 100만원대에 불과했던 상조상품이 최근에는 4∼5배 급등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계약이 종료되면 되돌려 받는 게 원칙이다.

문제는 보증금 입금 과정서 알선료와 비슷한 의혹이 제기된다는 데 있다. 보증금 역시 법인계좌가 아닌 개인계좌로 입금된 탓이다. 알선료가 문씨의 계좌로 입금됐다면 보증금은 김모씨 계좌를 통한다는 내용만 다를 뿐이다. 법인계좌로 입금이 이뤄진 건 보증금이 1000만원으로 인상되면서부터였다.

프리드라이프 측도 보증금을 둘러싼 논란이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음을 인정하고 있다. 박 회장이 수감될 당시 김씨 계좌로 보증금을 입금했던 사실이 부각된 바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달리 말하자면 박 회장이 법적 책임을 이미 충실히 이행한 만큼 더 이상 보증금을 가지고 왈가왈부할 여지가 없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프리드라이프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일전에 보증금을 개인계좌로 입금했던 전례에 문제가 있었다는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다”며 “개선의 필요성은 회장님께서도 충분히 통감했고 책임을 명확히 했던 만큼 지금은 더 이상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의문이 온전히 해소된 건 아니다. 검찰은 1심 당시 박 회장과 고석봉 대표가 회사 자금을 횡령 및 배임하고자 김씨 명의의 차명계좌로 보증금을 송금 받아 관리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당시 검찰이 주목했던 기간은 2006년 2월부터 2010년 8월까지 2년6개월이었다. 그러나 보증금이 법인계좌로 귀속된 건 박 회장이 출소할 즈음의 일이고 그가 감옥에 있는 동안에도 보증금은 지속적으로 개인계좌를 통해 입금됐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 놀라운 건 보증금을 관리하던 김씨는 박 회장과 친분이 있는 사이로만 알려질 뿐 프리드라이프와 무관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즉, 회사에 귀속돼야 할 수억원대 자금을 회장의 판단만으로 외부인에게 맡겼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제식구 배불리기
[뻔뻔한 결합상품]

지난 5월 프리드라이프는 본격적으로 결합상품 마케팅을 도입했다. 프리드라이프가 포문을 열자 나머지 상조업체들도 경쟁적으로 결합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러나 소비자를 현혹시킨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법 들렸다. 

실제로 지난 11일 열린 정무위 공정거래위원회 국감에서도 이 사안이 불거졌다. 국민의당 박선숙 의원은 상조업체들의 기만적인 결합상품 광고가 급증하고 있지만 공정위는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프리드라이프는 결합상품을 왜 선보인 걸까. 새로운 마케팅 방식이라는 점을 떠나 프리드라이프와 연계해 결합상품을 내놓은 회사의 특성을 살펴봐야 한다. 박 회장은 슬하에 1남2녀를 두고 있다. 이 가운데 장녀인 은혜씨, 차녀 은정씨, 장남 현배씨는 직간접적으로 회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인물이 바로 현배씨다. 프리드라이프 계열사인 하이프리드서 감사에 이름을 올렸던 현배씨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직책이 있다. 일오공라이프코리아라는 회사의 대표직이다.

지난 4월 설립한 이 회사의 주력상품은 안마의자. 프리드라이프서 결합상품으로 선보인 안마의자는 이 회사 제품이다. 아들 회사 제품을 아버지 회사서 끼워 팔았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안마의자가 결합된 프리드라이프 상품은 39개월간 월 9만원대를 납입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 여기에 325만원에 달하는 안마의자의 가격을 그대로 적용하면 실제 상조서비스 명목으로 빠져 나가는 금액은 매달 3000원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 금액은 안마의자 할부금이다. 중도에 계약을 해지하더라도 사은품의 할부금은 계속 갚아야 하는 조건이다. 

 

은근슬쩍 갑질
[할부·할당 전가]

프리드라이프는 갑질 논란서도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회사서 구입한 운구용 차량의 할부 값을 행사팀장들에게 전가한다는 주장은 수년 전부터 거론되는 사안이다. 차량은 회사명의로 뽑고 할부금은 행사팀장들이 갚는 것에 대한 견해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행사팀장과 회사간 계약이 해지되면 차량 노후, 흠집 여부를 점검해 팀장들께 금전적인 부담까지 안긴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외에도 차량할부금을 둘러싼 다양한 소문이 넘쳐나고 있으며 다수의 행사팀장들 사이에서 일방적인 회사 방침에 반발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협력사에 밀어내기를 종용한다는 소문도 섣불리 지나치기 힘든 내용이다. 상조업은 차량, 꽃, 수의, 유골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파생상품을 아우르는 분야다. 그만큼 여러 분야가 긴밀한 협조관계에 놓여 있다. 물론 최상단에 위치한 건 상조회사다. 그만큼 파급력이 엄청나다.

문제는 상조업체의 파워가 협력업체들에게는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일부 협력업체들이 프리드라이프와 연계해 일하는 조건으로 상당량의 상조 가입자를 유치해야 한다는 괴소문마저 퍼지고 있다. 프리드라이프의 강압적인 분위기 조성 여부를 떠나 수평적이 구조를 만드는 데 소홀한 회사 방침을 질타하는 분위기도 무르익고 있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헌준 회장 구속부터 복귀까지 

2011년 11월부터 프리드라이프는 장기간에 걸친 총수 공백기를 겪었다. 박헌준 회장이 배임 및 횡령 혐의로 옥살이를 한 탓이다. 박 회장은 2006년 2월부터 2010년 8월까지 부당계약, 허위 수당·급여 지급, 공사대금 과다계상, 보증금 유용 등을 통해 회사 자금 총 13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로 2010년 10월말 구속기소 됐다.

1심 재판부는 엄중한 처벌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며 박 회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고석봉 대표에게는 징역 2년이 내려졌다. 이어진 항소심에서는 일부 혐의가 무죄로 판단되면서 박 회장의 고 대표의 형량은 1년6개월로 낮춰졌고 고 대표에게는 3년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그러나 항소심 결과에 불복한 박 회장은 상고를 결정했고 상고심서 대법원은 사건을 다시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하이프리드서비스서 지급 받은 주식배당 부분 공소사실이 불분명함에도 원심서 이를 명확히 하지 않고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결국 파기환송심서 서울고등법원은 박 회장과 고 대표에게 이전 판결을 그대로 유지해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하기에 이른다. 횡령금액 일부에 대해 추가로 유죄가 인정되지만 전체 액수에 비해 큰 비중이 아님을 고려한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자유의 몸이 된 박 회장은 곧바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파기환송심 판결이 내려진 지 불과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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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