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6일~25일)이 시작되면서 보좌진들은 주말을 반납하거나 밤을 지새워가며 국감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국감 준비를 위해 1개월 전부터 MB정부 8개월·참여정부 5년 등에 대한 모든 자료들을 세세히 모집하고 있을 정도라는 것.
실제로 국감을 준비하는 보좌관들은 연일 전화통을 붙잡고 있다. 보좌관과 피감기관간의 ‘과실’을 따시며 서로 간의 언성이 높아지는 모습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전의에 불탄 보좌진
전화통화를 한 뒤 한숨을 내시며 기자를 반겼던 A보좌관은 “국감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자료를 하나 둘씩 보내주고 있다. 이 때문에 보좌진들은 자료를 보고, 문제점 등을 지적하느라 밤을 샐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컴퓨터 앞에서 국감 자료를 준비하고 있는 B보좌관은 “대부분의 피감기관들이 자료 요청에 응하지 않거나 기존 자료에서 한 가지씩만 업데이트를 할 뿐”이라며 “그런데 일부 문제점이 지적된 기관에서는 사람들이 수시로 의원실을 방문한다. 이상하게 일을 하려고 하는 순간 이들이 방문해 모든 일이 ‘스톱’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 때문에 일과 외적인 시간에 일을 할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실제로 국감 준비 기간 의원회관 주변은 24시간 ‘불야성’이다. 낮에는 보좌관과 피감기관 인사들 간의 언성이 높아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피감기관이 자료를 내놓지 않고 변명(?)하기에만 급급한 모습도 종종 있기 때문. 이런 까닭에 “의원님을 무시하는 행위다”라는 등의 막말이 오가기도 한다. 여기에다 의원들도 국감 자료 마감 데드라인을 설정해 놓고 있어, 보좌관들은 자료전쟁과 더불어 의원들과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밤에는 피감기관에서 받은 자료를 정리하기에 바쁘다. 빠진 자료들을 일일이 체크해야 할 뿐 아니라 자료를 분석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다.
이런 이유에서 보좌진들의 피감기관에 대한 불만이 하나둘씩 표출되고 있다. 나름대로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하지만, 문제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자료 협조를 하지 않는 것이라는 게 보좌관들의 판단이다.
이 때문에 보좌진들은 국감에 ‘전의’를 불태우며, 뭔가 ‘작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여기엔 피감기관의 ‘비협조’가 보좌진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또 다른 요인은 18대 국회 첫 국감이라는 점이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된다’는 속담처럼 국감을 발판 삼아 보좌관들이 모시고 있는 의원을 스타로 만들겠다는 고도의 계산이 깔려 있다. 이는 대중적 이미지를 향상시켜 19대 총선에서 ‘안전판’을 구축하기 위한 노림수인 셈이다.
실제 민주당 C보좌관은 “‘부실 국감’이 될 것이라는 게 일각의 시각이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며 “18대 첫 국감을 통해 의원들이 향후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 등에 도전할 때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총력을 쏟을 것이다. 따라서 국감이 향후 행보 플랜에 중요한 ‘출발점’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회가 국정 전반에 관하여 행하는 감사’라는 국감 기본취지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 주변의 우려 섞인 목소리다. 특히 한나라당에서는 ‘참여정부 5년’, 민주당에서는 ‘MB정부 6개월’에 흠집을 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어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스타 의원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보좌진들이 눈에 띄는 ‘한 건’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그렇지 않아도 여·야에서는 18대 국감을 통해 ‘스타 의원’을 발굴하려는 측면이 짙다는 게 정설이다. 여·야간의 몸싸움도 이를 너무 의식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일례로 국감이 시작된 지난 5일 사이버모욕죄를 놓고 공방전이 벌어진 데 이어, 다음날인 7일에는 ‘YTN 사장의 기자 해고 문제’를 놓고 첨예한 대치가 이뤄지기도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대안 제시가 아닌 여·야 흠집 내기에 몰두할 경우 보좌진과 의원들의 궁극적인 목표(?)를 모두 다 놓칠 수 있다는 반응이다. 결국 18대 첫 국감에서 아무런 소득 없이 국감이 막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 건’ 찾아라!
이처럼 국감을 앞두고 보좌진들은 ‘대형사건’을 하나 터트려 의원을 ‘스타’로 만들기 위해 풀어헤쳤던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보좌진들의 이같은 행보가 과연 어떤 결실을 맺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