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24시간 현장 행정’으로 민(民) 섬기겠다"

<대한민국 이끄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3> 김문수 경기도지사


오는 2012년 대선을 2년여 앞둔 시점에서 <일요시사>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라는 기획으로 편집국장 대담을 진행한다. 지난 세월 대한민국 정치발전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고 앞으로도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판단되는 여야 유력 정치인, 정계 원로와의 만남을 통해 차제의 시대정신과 정치발전 과제 등에 관한 철학과 지혜를 담아낼 예정이다. 이번이 세 번째로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서면으로 만나봤다.

과학비즈니스벨트는 경기도 과천에 유치돼야
‘자유민주주의’ 추구로 대한민국 잘 살게 돼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더 낮은 곳으로 더 뜨겁게’라는 주문을 머릿속에 자주 떠올리고자 노력한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김 지사의 서민밀착 행정은 지난 설 연휴 기간에도 이어졌다. 김 지사는 지난 2일 택시운전에 나섰다. 그의 택시운전은 이번이 24번째로 이제껏 총 2,756km를 운행했다. 지난 2009년 1월27일 첫 택시운전을 시작한 김 지사는 어느새 택시운전 2주년을 맞았다. 그는 “택시 운전대를 잡으면 뒷좌석에서는 결코 알 수 없는 도시의 모습이 펼쳐진다”면서 “택시 운전의 생생한 현장감은 공무원의 보고서보다 낫고, 더 가까이에서 국민의 삶을 공감할 수 있어 좋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지사와의 일문일답.

사회주의는 ‘현실’ 아닌 ‘이상’
소련 붕괴 지켜보며 현실 직시

- 과학비즈니스벨트 ‘과천 유치’를 주장했다. 충청권 유치는 지난 총선·대선 한나라당 공약 아니었나.
▲ 과학비즈니스벨트는 정치인의 표 논리로 결정해서는 안된다. 어떻게 하는 것이 과학기술을 위해 바람직한지 정치인을 배제시킨 채 과학자분들에게 의견을 물어 결정해야 한다.

- 김 지사는 ‘정통 보수층의 지지가 다소 미흡하지 않나?’ 라는 일각의 지적이 있는데.
▲ 보수층의 지지 없이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만큼 다양하고 폭넓은 경험을 한 사람도 없다. 노동운동과 민주화 운동으로 옥고를 치렀고, 국회의원·도지사 등 상하 계층을 넘나들며 보수와 진보의 생각을 담아낼 수 있었다. 이를 토대로 좌·우를 아우르는 통합의 정치를 펼칠 수 있게 됐다.

- 노동운동을 하다 보수 정당에 입당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 오랫동안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을 했고 민중당을 통해 진보 정치를 꿈꾸기도 했다. 그러나 소련 붕괴를 보며 사회주의는 ‘이상’일 뿐 ‘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 후 우리 대한민국이 선진 강대국으로 발전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결심한 결과 입당하게 됐다.

- 각종 ‘운동’ 과정에서 많은 고난과 역경이 있었을 텐데.
▲ 노동운동을 통해 머릿속에만 있던 이상을 현실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밑바닥 삶을 살아왔다. 사람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이 무엇인지 익히 잘 알고 있다. 지금도 그 마음 변함없다. 자나깨나 오로지 국민에 대한 헌신과 나라를 위해 애국하는 마음으로 한결같고자 노력한다.

- 지방 행정을 이끌며 어떤 점이 가장 기억에 남았는지.
▲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경제적 약자분들을 뵐 때 마음이 아프다. 어렵고 소외된 곳에서 따뜻한 손길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분들을 잘 보살피고 불편함을 덜어드리는 것이 공직자의 사명이라 생각한다. 경기 북부 한센촌에 ‘행복학습관’을 지어 드린 적이 있는데, 그 분들이 배우고 익혀 이메일을 통해 ‘고맙다’는 인사를 나에게 전해왔다. 그때 진정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꼈다.


- 민주당이 다수인 도의회와의 관계는 어떤가.
▲ 도지사와 도의회는 도정을 이끌어가는 두 축이다. 집행부는 앞바퀴고 도의회는 뒷바퀴다. 앞·뒤 바퀴가 잘 맞물려 돌아가려면 상호 협력이 중요하다. 민주당을 도의회 다수당으로 만들어 준 것도 도민의 뜻이다. 분점 정부 상황에서 도민이 진정 원하는 것은 끝없는 싸움보다 ‘대화와 타협’이라고 생각한다. 그 결과 경기도는 무상급식 논란을 친환경 급식 확대라는 묘수로 풀어 상생의 길을 열었다. 서울보다 면적이 17배나 넓고 인구도 150만 명이나 더 많은 경기도는 할 일이 참 많다. 의회와 싸우고 갈등할 시간이 없다. 의견 충돌도 있겠지만 상호 존중하는 마음으로 여소야대 정국을 지혜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국민 머슴돼 정직하게 봉사하고
도의회와 적극적인 소통하겠다

- ‘유기농 식자재’라는 조건부 무상 급식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해달라.
▲ 경기도는 2011년 예산심의에서 무차별 무상급식이 아닌 친환경 급식 확대를 위해 관련 예산을 58억원에서 400억원으로 증액했다. 일부 언론에서 경기도가 무상급식에 동의했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잘못됐다. 친환경 급식은 경기도에서 생산되는 유기농산물이나 G마크 농산물을 학교급식 식자재로 공급할 수 있도록 농가나 생산자 단체에 경기도가 비용을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을 먹임과 동시에, FTA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내 농가에게 WTO 협정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도움 드릴 수 있는 일석이조 이상의 아이디어다.

친환경 급식 ‘아이들+도민 농가’ 윈-윈 전략
통일은 우리 민족에게 큰 기회 ‘꼭’ 이뤄내야


친환경 농산물을 학교에 급식하려면 친환경 농산물이 일반 농산물에 비해 비싸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공급자는 일반 농산물 가격으로 친환경 농산물을 학교에 납품하고, 그에 따른 차액을 경기도에서 농가와 생산자에게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지난해까지 경기도의 친환경 학교급식 예산은 도비 58억원과 시·군비 135억원의 3:7 비율로 편성됐다. 올해는 전액 도비로 책정됐고 금액도 400억원 규모로 증액 편성됐다. 이에 따라 기존 시·군에서 편성한 예산인 135억원이 붕 뜨는데, 그에 대한 용처는 추후 시·군에서 알아서 할 문제다.

- 김 지사는 ‘행정의 달인’ 칭호도 받는다. 외교 분야 검증은 아직인데.
▲ 외교는 도지사 권한 밖의 일이다. 하지만 외자유치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외국에서 ‘대한민국’을 알리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2006년 하반기 이후 FDI 기준으로 외자를 유치해 낸 실적은 총 2773건으로 대략 76억 달러(약 8조4535억원) 규모다. 도에서 주관한 MOU(양해각서) 체결 기준 투자유치 실적은 위와 같은 기간 동안 72건으로 대략 119억 달러(약 13조2364억원) 규모였다.

경기도~수도권 30분 생활권
감세 자체는 포퓰리즘 아니다

- 얼마 전 삼성에서 평택 신도시 투자 유치를 결정했다던데.
▲ 기업이 국가를 선택하는 시대에 세계적 기업인 삼성이 대한민국의 경기도를 선택한 사실은 큰 의의가 있다. 이번 결정이 향후 대한민국의 글로벌 대기업들이 국내에 많은 투자를 하게 되는 신호탄이 됐으면 한다. 산업단지 조성으로 100조원이 넘는 투자금액을 통해 약 1만5000개가 넘는 고급 일자리들이 창출된다. 금년에 분양 계획과 함께 부지조성 공사에 들어가 2015년 준공 완료 예정이다. 평택 고덕 신도시에 삼성전자가 들어오면 일자리와 잠자리가 함께하는 자족도시로의 발전이 가능해진다.

이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창원, 울산, 안산 등 이후 처음이다. 면적은 대략 529만 평 규모(택지 409만 평+산업단지 120만 평)다. 이 같은 성과는 수도권규제 조치에도 불구하고 평택지원특별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나라는 자유주의 국가임에도 중국 공산당보다 기업중시 정책이 취약해 기업 활동이 매우 힘들다. 기업들이 공장 지을 곳이 없어 더 이상 외국으로 나가지 않도록 수도권 규제를 완화해야 된다.


-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가 뭔지 설명해달라.
▲ GTX는 지하 40~50m에서 최고 속도 시속 200km로 도심을 통과하는 세계 초고속 최첨단 지하광역철도 사업으로, 의정부에서 청량리까지 12분, 일산에서 강남까지 22분, 동탄에서 강남까지 18분 수준으로 빠르게 연결하는 획기적 교통수단이다. 2012년 착공에 들어가 2017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국가기간교통망 계획에 확정·고시됐다. 민간이 전체 사업비의 60%에 해당하는 7조2천억원을 부담하고 나머지 40%는 개발부담금(20%), 국가(15%), 지자체(5%)가 나눠 부담한다. 지자체 부담(약 6천억원)금의 경우 경기도와 서울시, 인천시가 각각 나눠 분담할 계획이다. 한편 GTX 노선 연장을 요구하는 시·군이 많아 금년 중 ‘GTX 노선 연장 및 철도고속화 방안 타당성 연구’도 추진할 계획이다.

- 각종 사업을 추진하려면 돈이 들어간다. 감세는 대선 공약이라며 이 대통령과 비슷한 견해를 보이던데.
▲ 기본적으로 감세 기조는 우리 재정 건전성에 중장기적으로 상당히 긍정적 작용을 한다. 감세 자체가 포퓰리즘이라고 보지 않는다. 감세라고 할 때 핵심은 대통령이 공약을 지킨다는 정치적 신뢰성 문제와 우리의 경제적 형편, 그리고 형평성 문제다. 소위 부자에게 세금을 덜어준다는 얘기는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법인세는 감세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옳고 경쟁국 수준(싱가포르, 홍콩, 대만)이어야 된다. 소득세 또한 형평성이 무너져 너무 높이는 것도 옳지 않다고 본다. 따라서 정치적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것은 무리가 있고 종합적인 검토를 해야 된다.

- 개헌에 대한 부정적 입장 표명이 있었는데.
▲ 현행 헌법은 1987년 민주화 운동의 결과물이다. 대통령 임기를 단임제로 하며 선출을 국민 직선으로 하는 헌법 자체에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 예전 직선제 개헌을 주장하다 2년 6개월 옥살이를 했다. 단임제는 우리와 같이 정치 갈등이 심한 나라에 좋은 제도다. 4년 중임제도 나름의 의미가 있지만 중임제가 되면 촛불시위와 같은 정치적 갈등이 더욱 격렬해질 수 있다. 헌법은 태극기와 같이 국가의 상징, 정통성이 지속돼야 할 가치로 봐야 한다. 개헌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없고 정치적 명분도 약하며 국가적 어려움이 산적한 ‘지금’은 적기가 아니다.

- ‘박근혜 대세론’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 대세론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도 2년이나 남은 시점에서 언론에서 과도하게 ‘대세론’ ‘대권행보’로 몰아가는 것은 대통령 정책 추진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못하다.

- 지난달 초 대구·경북 신년 하례 때 유독 김 지사만 축사 기회가 없어 서운하진 않았는지.
▲ 특별히 섭섭하다는 생각은 없다. 하지만 대구·경북 지역에서 초·중·고를 나왔고 부모님 조상 대대로 그곳에 계셨다. 아직도 친지와 식구들이 있으며, 추억이 많이 스민 곳이다. 나의 뿌리다.

- 중·고등학교 시절 김문수는 어떤 학생이었는가.
▲ 사회 정의에 대한 관심이 누구보다 강해 고교 3학년 때 박 전 대통령의 ‘3선 개헌’을 반대하다 무기정학을 받았다. 헌책방에 들어가 ‘사상계(思想界)’ 같은 잡지를 구해다 보기도 했고, 경북 중·고등학교에서 고취시켜준 ‘엘리트 의식’의 영향을 받아 대한민국이 우리 어깨에 달렸다 생각하는 ‘자부심’ 하나만큼은 대단했다는 기억이다.

대구·경북 지역은 김문수의 뿌리
대북 접경지 전역에 불 밝혔으면

- 지난해 애기봉 점등 당시 만감이 교차했을 것 같다. 당시 심경이 어땠나.
▲ 북한의 포사격 위협이 있었지만 개의치 않고 참석했다. 애기봉 점등은 단순히 등불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자유·평화·통일의 거룩한 씨앗을 뿌리는 의미있는 행사다. 북한이 애기봉 점등을 싫어하는 것은 불빛을 밝힐 경우 이를 바라보는 북한 주민들의 동요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군부대가 허락한다면 애기봉 뿐 아니라 통일전망대와 DMZ 모든 철조망에도 불을 밝혔으면 한다.

- 안보 관련 ‘대한민국 국군’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지사의 생각은.
▲ 지난해 북한의 천안함·연평도 도발을 겪으며 국가 안보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국가 안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경제와 문화가 발달해도 안보가 흔들리면 나라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한다. 그동안 우리 군이 북의 도발에 단호히 대처하지 못해 북의 도발이 이어졌다. 북의 도발에 10배 이상 강력한 대응을 해야 추후 북의 도발이 없을 것으로 본다. 반복되는 도발을 막고 국토를 지키기 위해 육·해·공 전 군이 합동해 대응해야 한다. 국민 모두 국가에 대한 애국심과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 최전방 접경지인 경기도 특성상 북의 기습공격에 노출돼 있으므로, 군과 힘을 모아 도민은 물론 나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빈틈이 없도록 하겠다.

- 같은 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누는 일은 없어져야 될 텐데.
▲ 대한민국을 통일 강대국으로 만들어내고 싶다. 우리는 실제 경제·과학·기술 부문에서 이미 강대국이지만, 강대국의 꿈을 갖고 있지 않아 보인다. 통일에 회의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통일은 우리 민족에게 하나의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남북 경제 차이가 커서 1세대는 걸려야 남북이 대동소이해질 것이라고들 하는데, 이는 달리 말하면 그만큼 북한은 개발하고 가꿀 것이 무궁무진하다는 반증이다. 통일이 되면 우리 젊은이들이 중국과 러시아 등 대륙으로 뻗어갈 수 있게 된다. 통일은 우리 민족의 염원이다. 중국· 일본과 겨뤄도 당당하고 손색없는 ‘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국민의 뜻과 힘을 한 곳에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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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