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구속영장 기각> 치욕의 검찰 딜레마

큰소리치더니…총수 처음 놓쳤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100일을 넘겨가며 이 사건에 목 맨 검찰은 애써 자위하기도 벅차 보인다. 호기롭게 시작한 수사는 별다른 반전의 계기도 마련하지 못한 채 마무리될 공산이 커졌다.

175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지난달 29일 기각됐다.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현재까지의 수사진행 내용과 경과,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한 법리상 다툼의 여지 등을 고려할 때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열심히 쫒다
눈앞서 놓쳐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지난달 20일, 신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 이후 엿새 만인 26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국가 경제 등 수사 외적인 부분과 영장 기각 가능성까지 포함해 장고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나름대로 수사 결과에 자신이 있다는 뜻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사실 검찰 내부서도 신 회장 구속이 국가 경제 전반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신 회장을 구속 수사하지 않는다면 수사팀 사기 저하 및 내부 반발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재계 순위 5위 롯데에 대한 수사는 김수남 총장 취임 후 처음 이뤄진 대기업 수사였다. 김 총장이 구속수사 쪽으로 결단을 내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강력한 의지를 갖고 밀어붙인 구속영장 신청이 기각되자 검찰은 난처한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특수4부의 조재빈 부장검사를 비롯해 수사검사 4명을 동원하는 등 검찰도 나름대로 배수진을 쳤지만 헛수고였다. 


혹시나 했더니…100일 넘긴 수사 헛발질
호기롭게 시작했는데 반전 없이 마무리

신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차질을 빚는 것과 별개로 구속영장 청구 기각이 최선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말들이 오간다. 통상 기업수사는 총수의 구속여부에 따라 성패를 평가받는데 최근 검찰은 비리에 연루된 총수 대부분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근래 들어선 2013년 횡령 및 법인세 포탈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정도가 예외로 언급될 뿐이다. 즉, 신 회장도 예외적인 범주에 해당하는 셈이다. 게다가 검찰 수사서 드러난 신 회장의 횡령·배임액 1750억원은 앞서 검찰이 구속기소한 총수들의 사례와 비교해 봐도 몇 배 큰 액수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 2013년 7월 1600억원대 조세포탈·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 회장은 대법원 파기환송을 거쳐 지난해 12월 징역 2년 6월에 벌금 252억원이 확정됐지만 이후 건강문제로 형집행정지 등을 반복하다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이 회장의 경우 조세포탈이 포함되긴 했지만 배임·횡령죄만 놓고 보면 현재 신 회장이 받고 있는 혐의에 비해 적은 규모였다.
 

최태원 SK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도 SK그룹 계열사의 자금 45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6월의 실형을 최종 확정받았고 지난 7월 가석방됐다. 혐의 내용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최태원·재원 형제 모두 신 회장의 배임·횡령 규모에 비해서는 훨씬 적은 액수임에도 실형을 면치 못했다.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은 횡령액 557억원, 배임액 2841억원과 2조원대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로 구속기소됐지만 항소심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회사자금 131억원에 대한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석채 전 KT 회장은 횡령 혐의 일부에만 유죄가 인정돼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1000억원대 배임 행위 등으로 기소된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은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고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은 2011년 1400억원대 배임·횡령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1·2심 모두 징역 4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013년 오리온그룹의 담철곤 회장도 수백억원대 회삿돈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올해 4월 상고심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됐다.

그냥 이대로
불구속 재판?

검찰은 향후 수사 마무리 과정을 신속하게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검찰은 신 회장을 제외한 비리 연루자들에 대한 혐의 입증 작업을 끝내고 사건 수사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검찰 측은 구속영장 재청구를 염두해 둔 상태지만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신 회장과 함께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등 그룹 총수 일가를 일괄 기소하는 방침도 고려해봄직하다. 탈세 혐의 등으로 기소된 신 총괄회장의 세번째 부인 서미경씨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 대한 자료를 일본서 넘겨받아 탈세액 등을 수정하는 작업을 병행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신 회장을 비롯한 롯데그룹 총수 일가를 전원 불구속 기소하고 수사를 종결하는 방향이 보다 현실적이다. 법원으로부터 불구속 기소의 명분을 얻은 만큼 시간을 더 끌면서 이 사건을 손에 쥐고 있을 이유가 사실상 없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검찰이 신 회장이 배후인 것으로 의심하는 롯데케미칼의 270억원대 소송 사기와 200억원대 통행세 비자금 의혹도 미완으로 종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롯데홈쇼핑의 9억원대 비자금 조성 및 정·관계 로비 의혹의 실체 규명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홈쇼핑 수사는 지난달 7월, 강현구 사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돼 이미 동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신 회장을 구속한 뒤 강 사장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해 다시 수사에 시동을 건다는 검찰의 복안은 현 상태에선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아울러 수사의 최대 현안이었던 총수 일가 비자금 부분은 규명되지 못한 채 미제로 남을 공산이 크다. 검찰은 애초 핵심 수사 목표로 ‘비자금 규명’을 내세웠지만 성과는 만족스럽지 않다. 롯데건설서 300억원대 비자금 출처를 찾아냈으나 아직까지 미진한 부분이 많다. 총수 일가는 물론 그룹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와의 관련성을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롯데그룹 2인자였던 이인원 정책본부장이 소환을 앞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가운데 신 회장의 신병 확보가 비자금 규모와 용처 파악의 필요조건으로 꼽혔지만, 답을 찾기 요원해졌다. 이는 신 회장의 구속영장 범죄사실에 비자금 부분이 빠지는 결정적 단서로 작용했다.

현정부 들어 기업사정 수모
손만 대고 나중에 흐지부지

오히려 검찰의 진짜 걱정거리는 따로 있다. 땅에 떨어진 검찰의 위신이다. 신 회장에 대한 영장 기각은 결국 롯데그룹 비자금 수사가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서울중앙지검 수사 인력 3분의 1과 특수부 수사부서 2곳이 동원된 대규모 기획수사가 물거품이 된 것이다.

검찰은 수사착수 당시 롯데그룹 비자금에 초점을 맞췄다는 뜻이다. 수사초반 압수수색을 통해 총수일가 급여장부 등을 확보했고, 신 회장을 포함한 그룹 주요 인사들의 개인계좌 추적에도 나서며 비자금 혐의 입증을 어느 정도 자신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사가 3달 넘게 진행되면서 비자금 수사는 벽에 부딪혔다. 검찰은 롯데건설 등 일부 롯데 계열사가 비자금을 조성해 사용한 정황을 파악했지만 신 회장과의 연결고리는 찾지 못했다. 계열사 사장들은 일관되게 신 회장의 비자금 조성 지시가 없었다고 말했고, 검찰은 이를 뒤집을 만한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

땅에 떨어진 체면
위상 추락 어쩌나

결국 검찰은 신 회장이 총수 일가에 불법으로 급여를 지급하고, 부실 자회사에 자금을 몰아줘 다른 계열사에 손해를 입혔다는 횡령 및 배임 혐의에 초점을 맞춰 신 회장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검찰이 주장한 신 회장 범죄 혐의들은 롯데 측 반박 논리를 뒤집지 못했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부-롯데’ 고개 드는 빅딜설 내막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부지가 확정된 가운데 정부와 롯데그룹 간 빅딜설이 제기되고 있다. 그룹 총수를 겨냥한 검찰의 칼날이 부담스러운 롯데그룹과 사드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바라는 정부가 윈윈전략을 구축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지난달 30일 국방부는 “성주군 내 3곳의 사드 배치 후보지와 기존 성산포대에 대한 한미실무단의 최종 평가 결과 롯데 스카이힐 성주골프장(성주CC)이 최적지로 결론났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성주CC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대략 세 가지 정도다. 먼저 성주읍 북쪽 산악지대에 위치한 성주CC는 해발 680m로, 기존 배치 예정지인 미사일기지 성산포대(380m)보다 높아 안전성 논란서 좀 더 자유롭다.

전자파 유해 논란과 관련해서도 성주 시내 군청서 18km나 떨어진 산속에 있어 주민들의 불안감도 덜어낼 수 있다. 성주CC 인근엔 성주포대보다 적은 2000여명의 주민이 거주 중이다. 여기에 이미 도로가 나 있어 접근성까지 좋다.

불구속-골프장 주고받고?

성주CC는 롯데상사 소유이며, 운영은 호텔롯데 리조트사업부서 맡고 있다. 다만 정부가 롯데그룹 사유지에 사드를 배치하려면 별도의 절차 등을 거쳐야 한다. 롯데로부터 해당 부지를 사들이는 방식이 유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정부와 롯데간 ‘빅딜’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롯데 수사와 연관 지어 보는 시각이다. 롯데그룹은 오너간 경영권 분쟁에서 파생된 검찰 수사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핵심 임원들이 검찰을 들락날락하는 상황.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이미 구속됐고, 검날은 신격호 총괄회장을 향하고 있다.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도 소환이 임박했다.

세간의 시선은 신동빈 회장에 쏠린다. 법원은 지난달 29일 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신 회장의 구속 여부는 이번 롯데 수사의 관전포인트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사드 부지는 ‘빅딜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일부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검찰 수사와 맞바꿀 수도 있다는 의혹이다. <주>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