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 베이스볼> 건대부중 야구부 박찬민 감독

“야구도 결국 노력밖에 없죠”

건국대학교 사범대학 부속중학교(이하 건대부중) 야구부의 박찬민 감독은 어린 시절부터 광진구 지역에서 야구를 시작했다. 대학(건국대학교) 졸업 후 군대를 갔다 와서 몇 군데의 중학교와 고등학교서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하다 결국 자신의 모교인 건대부중으로 다시 돌아와 지휘봉을 잡았다.

이제 사십대의 중반에 접어들어 지도자로서 꽃봉오리를 피우기 시작한 박 감독과 대화를 하다보니 논리적인 명석함이 뒷받침되는 지도자로서의 리더십과 제자인 선수들에 대한 많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 8월 제35회 세계청소년야구대회(U15)에서 한국대표B팀의 감독으로 선임, 준우승의 영예를 차지했던 그를 다시 만나봤다.

-야구 경력과 지도자 이력은?
광진구 소재 어린이회관서 운영하던 리틀야구단에서 처음 야구를 시작했다. 용마초등학교 야구부로 옮겨 그곳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중학교는 건대부중 야구부의 창단 선수로 진학했고, 지금의 청원고인 동대문상고를 거쳐 건국대학교에 진학했다.

선수시절 포지션은 주로 외야수였고 대학 졸업 후 모교인 건대부중의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군대 전역 후에는 경기도 분당의 매송중과 야탑고 그리고 청원고의 코치를 하다가 안양 충훈고 야구부의 창단 코치까지 했다. 건대부중의 감독으로는 20088월에 부임했다.

-지금 건대부중은 서울지역 최강 팀 중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처음 부임했을 때는 선수가 7명밖에 되지 않았다. 당시의 교장선생님은 나에게 야구부 해체를 권유할 정도였다. 2009년부터 선수들을 차례로 모으고 그들을 훈련시켜 가며 야구부를 재건하기 시작했다. 2010년부터 차츰 전력이 강화되며 야구부도 안정을 되찾았다. 그 해 대통령배를 우승, 초등학교에서 진학을 해오는 선수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때 우승의 주역 중 한 명이 장충고를 거쳐 지금 기아 타이거즈에 입단을 한 박찬호다. 건대부중 출신으로는 올해 2017년 프로야구 드래프트서 포항제철고의 이창율(LG 트윈스 지명)과 강릉고의 김시현(삼성 라이언즈 지명)도 나의 제자들이다. 두 선수 모두 3차 지명의 높은 순위로 프로구단에 지명됐다. 제자들이 그렇게 훌륭하게 성장하는 것을 볼 때마다 지도자로서의 보람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건대부중 선수들의 수급과 상급 학교로의 진학 상황은 어떠한가.
나는 좋은 선수가 있다고 반드시 그 선수를 데리고 오는 스타일은 아니다. 지역적인 위치상 주로 강동구에 있는 초등학교, 고명초와 길동초, 준촌초, 가동초, 그리고 중대초에서 선수들이 진학하고 있으며 근처의 리틀야구단서도 선수들을 수급 받고 있다.

고등학교로의 진학은 주로 강북 지역, 덕수고와 장충고, 경동고, 배재고 그리고 모교인 청원고(구 동대문상고)로 진학시키는데, 속칭 밀어넣기라고 하는 진학은 절대 시키지 않는다. 해당 선수의 특성에 맞게, 그리고 해당 고등학교의 감독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에 맞추어 진학시키고 있다.

-중학교서 야구선수로 뛰는 시기는 사실 유소년야구의 취미 단계에서 벗어나 전문적인 야구선수로 도입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본다. 이 연령대의 선수들에 대한 지도관은?
그렇다. 정말 중요한 시기이고 신체적인 성장과정서 선수별로 빨리 성장한 선수가 있는가 하면 더딘 선수도 있어서 힘의 차이가 개인별로 가장 많은 시기다. 그리고 야구라는 스포츠가 단지 잘 던지고 잘 때리는 개념서 확대 발전해 여러 가지의 다양한 기능으로 개인 실력과 경기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배우는 시기다.

나는 선수들을 어느 한 포지션에 정착시키지 않고 여러 포지션을 다양하게 경험하게끔 이른 바 로테이션을 시키며 지도하고 있다. 때로는 그러한 포지션의 변경을 받아들이지 않는 선수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럴 때는 일단 내가 지정한 포지션으로 시합에 투입시키고, 그 시합이 끝나면 선수와 함께 그 시합에서의 역할에 대해 서로 복기하면서 논의와 설득을 한다.

“훌륭한 선수? 서서히 만들어지는 것”
근성, 자기관리, 끊임없는 훈련 강조

이제까지는 그러한 과정을 통해 거의 모든 선수들을 여러 포지션으로 경험하게 했다. 중요한 것은 어떠한 선수든 체격 조건이나 성격에 맞는 야구의 포지션이 있다는 것이다. 운동신경이 전혀 받쳐주지 못하는 선수들도 있기는 하지만, 대개는 그 선수의 특성에 맞는 포지션이 언제나 있다는 생각으로 포지션별 로테이션 지도를 기본 원리로 한다.


-지금 청원고의 2학년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투수 조성훈이 건대부중서 지도 받은 선수라고 들었다.
공을 던지는 피칭에 대한 자세가 좋았고, 투구 시 '공을 때릴 줄 아는 선수'였다. 그런데 중학교 졸업 때까지 키의 성장이 느렸고 힘이 약했다. 중학교 졸업 당시의 키가 170정도였을 거다. 그런데 부친의 키가 180이상이었기에 고등학교에 가서 2차 성장의 시기를 맞으면 반드시 키가 클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나의 모교인 청원고는 투수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학교고, 그곳으로 가면 투수로서 기회가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선배인 청원고의 윤성훈 감독께도 반드시 투수로 조련해줄 것을 당부했었다. 고등학교 진학 후 10, 이번 대회에서는 그 이상 자랐다고 하던데 기대에 맞게 좋은 투수로 성장하고 있다.

-세계청소년야구대회(U15)로 화제를 돌려보자. 대표A팀과 비교하면 연령의 차이를 떠나 팀의 컬러와 플레이 스타일 등이 달랐는데?
나는 재작년인 2014년 하와이대회에도 코치로 참가했었다. 이 대회와 참으로 인연이 깊다. 일단 코칭스탭을 선임하는 데 있어 중학교의 감독들 중에서 나와 같은 유형의 야구철학을 가지고 있는 감독들을 지향했다.

서울시 중학교 중에서 빠른 선수들을 주축으로 센스와 주루플레이에 의한 작전 야구를 많이 구사하는 강남중학교의 김정길 감독을 수석코치로 하여 작전의 구사와 전체 팀 전략을 논의했고, 역시 같은 유형이었던 하준형 전 성남중 감독을 주루와 야수코치로, 그리고 덕수중 공태웅 감독을 투수코치로 구성했다.

선수 선발 기준은 역시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작전 수행능력이 뛰어난 선수 선발이 기준이었고 투수진 또한 여러 가지 유형의 선수들을 선발했는데, 애초부터 유형이 다른 여러 투수들을 로테이션의 형태로 경기마다 투입하려는 전략으로 대회를 준비했다.

야구에선 타격과 투수력의 슬럼프가 언제든 나타나기 마련이고, 그러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에는 작전에 의한 공격과 여러 투수들의 로테이션 투입이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투수진의 운용에 있어서 내가 견지했던 원칙은 항상 모든 투수를 기용하면서 위기 시에는 투수의 교체를 빨리 가져간다는 것이었다.

-대표A팀을 상대로 끝까지 선전했다.
일단 우리 또한 중학교 3학년 연령의 선수들 중에서 최고의 정예 인원을 선발했고, 그러한 선수들의 구성에 만족했으며, 선수들 또한 뛰어난 기량으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둬줬다. 속초에서의 강화훈련과 연습경기 때는 팀의 타격이 터지지 않아 작전에 의한 득점을 하는 연습을 많이 했는데 그것이 바로 선수들에게 많은 자신감을 갖게 해줬다. 우리가 뒤져 있을 때도 언제든지 득점을 하여 승부를 뒤집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선수단 전체에 돌고 있었고, 그러한 이유로 결승전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선전할 수 있었다.

훈련기간 중에는 작전에 의한 연습을 많이 했는데 연습을 통해 자신감을 끌어 올린 후, 본 대회에 들어가서는 몇 차례 필요한 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작전을 구사하지는 않았다. 이번 대회 모든 과정을 통해서 선수들의 실력이 몇 단계 향상되었다고 확신한다.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수준과 구성이 너무 좋았고, 코칭스태프의 구상을 잘 따르고 이행해준 선수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모든 선수들의 성실했던 태도 또한 매우 보기가 좋았었다.

-마지막으로 자라나는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나는 대학 시절 우리나라 야구 천재라고 불리는 이종범(전 기아 타이거즈)과 함께 생활을 하며 그의 훈련 과정과 슈퍼스타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그는 나의 1년 선배이고 같은 방을 사용하며 내가 훈련을 보조했었다.

내가 옆에서 지켜 본 바에 의하면, 이종범은 타고 난 재질뿐만 아니라 자기관리와 근성 또한 최고의 수준이었다. 개인 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는 않았지만 훈련하는 동안의 집중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었고, 그러한 훈련을 방해하는 요소가 있으면, 예를 들어 누군가 다른 선수가 옆에서 잡담을 하거나 떠들면, 개인 훈련의 시간을 바꿔가며 홀로 집중력이 좋은 환경을 만들며 훈련하곤 했다.

그외의 시간에는 취미와 여가를 충분히 즐겼다. 언젠가 시합 중에 베이스런닝 도중 부상을 당해 발목이 돌아갔던 적이 있었는데, 대회가 끝날 때까지 퉁퉁 부은 발목을 일반 테이프로 칭칭 감고 나가 또 도루를 하기도 했다.


천재는 타고난 자질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결국 야구서도 훌륭한 선수는 최고의 근성과 혹독한 자기관리, 그리고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어린 선수들이 이러한 얘기를 꼭 귀담아 듣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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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