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친박 파열음 내막

모종의 밀약? 벌써 균열 시그널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모종의 밀약을 맺은 것처럼 움직여왔던 반기문-친박계 사이에서 최근 균열의 신호가 잡히고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피어오르기 시작했던 ‘반기문 친박계 대선주자설’을 생각한다면 의외의 전개다. 일각에선 처세술에 능한 반 총장이 친박계와 의도적인 거리두기에 나서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요시사>는 반 총장을 중심에 두고 격변하고 있는 대권 지도를 읽어봤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추석 연휴 동안 사실상의 대권 도전 의사를 전했다. 미국 현지시각으로 지난 15일 뉴욕 유엔본부 사무총장실을 찾은 정세균 국회의장, 여야 3당 원내대표와의 면담 자리서 반 총장은 내년 1월 중순 이전에 귀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그 자리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전한 대권 도전 권유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1월 귀국
대권 권유 받아

당시 정 원내대표는 반 총장에게 “10년간 국제 외교무대 수장으로서 분쟁 해결이나 갈등 해결에 경험을 쌓아왔는데, 소중한 경험과 지혜를 (대한민국) 미래세대를 위해 써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알려진 것처럼 정 원내대표는 충청권 유력 인사로 충청 대망론의 핵심 키맨으로 분류된다.

이어 정 원내대표가 “결심한 대로 하시되, 이를 악물고 하라. 힘은 없지만 마지막으로 혼신을 다해 돕겠다”라는 김종필(JP) 전 총리의 구두메시지를 반 총장에게 전해, 대권 권유가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충청권 맹주이자 ‘킹메이커’의 대명사격인 김 전 총리이기에 단순히 흘려들을 말이 아니라는 게 정가의 중론이다.

반 총장과 김 전 총리 간의 의미심장한 대화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반 총장은 지난 5월 방한, 김 전 총리의 자택을 방문한 바 있다. 이후 지난 7월에는 김 전 총리에게 ‘지난 5월 한국 방문 때 감사했다. 내년 1월에 뵙겠다. 지금까지처럼 지도 편달 부탁드린다’는 취지의 친필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1월 반 총장의 귀국 소식이 전해지자 추석 연휴기간은 이른바 ‘반풍’의 차지가 됐다. 확실한 이슈 선점에 성공한 것이다. 온 가족이 모인 자리였기에 파급력은 더욱 강했다. 만약 내년 대선을 의식해 기획한 발언이었다면, 대성공인 셈이다.

반 총장과 면담한 여야 3당 원내대표가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해 후일담을 전하자 ‘반기문 대망론’은 더욱 뜨겁게 타올랐다. 당시 정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반 총장의 귀국 후 행보는 그때 가봐야 파악이 될 것”이라며 “지금부터 내년 일을 고민하는 듯한 인상은 받지 못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같은 자리에 있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의 생각은 달랐다.
 

우 원내대표는 “(반 총장이) 대선 출마 권유에 안 하겠다는 말은 안 하더라”며 “귀국해서 국민과 접촉을 세게 하겠다는 취지로 얘기했다. (대선 출마) 결심을 굳힌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박 비대위원장도 “정 원내대표가 과감하게 (대선 출마를) 권했더니, 반 총장이 싫지 않은 표정으로 듣고 있더라”며 “당연히 (대선에 출마)할 수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반기문-JP
신 밀월관계

정치권은 물론 사회 전반에 걸쳐 반 총장의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관심사는 과연 그가 여당 대선주자로 나설지, 아니면 야당 대선주자로 나설지, 그도 아니면 제3지대서 새로운 정치세력과 함께할 것인지가 관심사다. 더 들어가면 그가 과연 여당 대선주자로 나올 경우 대부분의 예상처럼 친박계를 선택할지, 비박계로 선회할지도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지는 시나리오는 반 총장이 친박계 대선주자로 나서는 경우다. 이미 여러 차례 보도가 됐듯 친박계는 반 총장과 접촉면을 늘려가며 그에게 끊임없는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단적인 예로 친박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이 ‘외치 반기문-내치 친박계 총리’를 골자로 한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꺼낸 일이 있다. 다분히 반 총장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을 ‘누나’로 부르며 친분을 과시하는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 또한 지난 6월경 김 전 총리를 예방해 ‘반기문 대망론’에 교감을 나눴을 정도다.


알려진 것처럼 윤 의원은 충청권 유력 인사들의 모임인 ‘충청포럼’의 회장을 맡고 있는 인물로 충청대망론을 위해 모종의 역할을 할 것이란 예상이 있다. 윤 의원과 김 전 총리가 손잡고 반 총장을 필두로 충청대망론을 완성할 것이란 전망이 가능한 대목이다.

내년 1월 귀국 알려…대권 도전 시사
JP, 정진석 통해 “돕겠다” 대권 권유

그런데 반기문-친박계의 ‘신 밀월관계’에 균열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특이점은 일방이 아닌 쌍방 간 거리두기를 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친박계는 최근 반 총장에 대해 ‘검증론’을 펼치고 있다. 그동안 반 총장 영입을 ‘상수’라고 주장해온 홍문종 의원은 최근 기존의 입장을 바꾼 듯 보인다. 그는 복수의 매체를 통해 “요즘 반 총장을 보면 걱정이 많다”며 “정치에선 문재인·안철수는 프로, 반 총장은 아마추어 아니냐”고 우려를 표했다.
 

윤상현 의원도 비슷한 시점에 <중앙일보>를 통해 “반기문=친박 지지라는 등식은 허상”이라며 “반 총장은 혹독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청권 친박계 의원인 김태흠 의원 또한 “반 총장은 국내 정치에서 리더십을 보여준 적이 없다”며 검증론에 힘을 실었다.

이러한 친박계의 갑작스런 변심에 정치권은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고도의 정치 전략이라는 견해와 정말로 반 총장과 친박계의 사이가 멀어졌다는 주장이 5:5로 공존하고 있다.

고도의 정치 전략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양측이 의도적인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고 본다. 내년 대선이 아직 1년3개월이나 남아있기 때문에 반 총장의 ‘이미지 소모’를 최소화 하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홍문종·윤상현
검증론 제시

실제 정치권에선 반 총장이 대권 행보를 본격화하는 순간 파상 공세를 받게 될 것이란 예상이 주를 이룬다.

한 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는 “반 총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순간 1달 동안 혹독한 공격을 받을 것”이라며 “자칫 낙마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정치 경험이 없는 반 총장이기에 각종 의혹으로 공격을 받을 경우 버텨낼 재간이 없을 것이란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특히 오랫동안 해외서 거주해 친인척 관리가 되지 않아 반 총장을 견제하는 세력의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른 시점에 대권 도전을 공식화했을 경우 신선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최대한 출마 시점을 늦추려는 친박계의 복안이라는 해석도 있다. 현재 반 총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할 만큼 국민의 관심도가 높은 상황에 있지만, 갈수록 반 총장에 대한 관심은 떨어질 것이란 게 정치권의 정설이다.


지난 대선서 일어났던 ‘안철수 신드롬’이 지금의 ‘반기문 대망론’보다 더 뜨거웠음에도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잠잠해졌다는 선행학습효과 또한 존재하는 상황이다.

반 총장과 친박계가 진정 멀어졌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친박계가 이번 김 전 총리의 구두 메시지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한다. 즉, 정 원내대표가 상의도 없이 “반 총장을 돕겠다”는 김 전 총리의 뜻을 전했다며 친박계가 불편해 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친박계가 여권 핵심 지지층을 의식, 반 총장을 포기하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즉 친박계가 플랜B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경북(TK), 부산·경남(PK)서 치솟고 있는 박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이러한 플랜B 움직임을 만들어냈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사드, 지진 등으로 TK서 부침을 겪고 있다. 또한 부산 신공항, 한진해운·대우조선 사태 등으로 PK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몇 달간 여론조사를 보면 영남권서 박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50%를 넘나드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친박계가 충청권 인사를 대선주자로 내세울 경우 영남권 표심 이반이 지금보다 더욱 가속화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친박계 인사들이 돌아선 영남권 표심을 다시 돌려놓기 위해 반 총장 대신 영남 출신 대선주자를 선택, 그를 지원하기 위해 반 총장과 거리를 두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영남권 지지율 회복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친박계 뿔났나? 지지→검증 선회
비박, 3지대 주자 가능성 급부상
“친박 갈 마음 없어” VS “반기문은 아마추어”


양측 역학관계의 변화는 친박계에서만 일어나는 일방통행이 아니다. 반 총장 측에서도 친박계와 멀리하려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한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반 총장이 자신의 외교 라인 측근에게 친박계 주자로 절대 나서지 않을 것이란 말을 했다고 한다.

주장에 따르면 당시 반 총장은 “내가 친박계에 얹힐 만큼 바본 줄 아냐”고 말했다는 것. 이는 친박계 주자로 나설 경우 기대할 수 있는 지지율이 최대 30%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친박계는 확장성이 없어 더 이상의 지지층 유입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정치 분석가들의 생각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그가 비박계 또는 야권 주자로 출마할 것인가. 대체로 더민주를 제외하고는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야권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더민주 지도부가 친노·친문 체제로 개편된 상황에서 반 총장을 영입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자칫 경선에서부터 질 수 있어 본인도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비박계에선 반 총장을 반기는 목소리가 높다. 새누리당 나경원 인재영입위원장은 차기 대선을 앞두고 반 총장도 영입 대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나 위원장은 대표적인 비박계 인사다.

인재영입위원장이 되기 전부터 그는 복수의 매체를 통해 “반 총장이 여러 덕목을 갖추셨기 때문에 나오실 만하고, 나오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전해왔다. 비박계 잠룡인 유승민 의원은 SBS 라디오서 “(반 총장처럼) 경륜이 있는 좋은 분들이 우리당 대선후보 경선에 많이 참여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환영할 일”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제3지대 출마론’도 있다. 정치권에선 반 총장이 새누리당 경선에서 밀릴 경우 비주류 쪽 대선주자들과 제3지대서 모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 총장이 선거 경험이 없어 자칫 날카로운 검증 공세에 쓰러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시나리오다.

실제 3지대서 모일 만한 인물들은 양과 질에서 어느 대선 때보다 풍부한 상황이다. 긴 칩거를 끝내고 정계 복귀를 선언한 더민주 손학규 전 고문을 포함, 정운찬 전 국무총리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미 외곽에선 3지대 플랫폼을 위해 이재오 전 의원과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발벗고 나선 상태다.

반 총장이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 손을 잡을 수 있다는 ‘반기문-안철수 연합’ 시나리오도 나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더민주 민병두 의원은 지난 20일, 자신의 SNS에 올린 ‘대선 시나리오’라는 글을 통해 “본선에서 대선 3파전이 전개될 경우 예상되는 시나리오 중 하나는 분권형대통령제 개헌을 매개로 한 ‘반기문-안철수 연합’”이라며 “역단일화 혹은 호충경 연정(호남, 충청, 대구, 경북 연정)”이라고 주장했다.

반기문-안철수
연합 가능성

즉 반 총장이 외교·안보·통일 대통령 역할을 하고 안 전 대표가 경제 등 국내 정치에 집중하면서 다수당의 리더, 다시 말해 총리가 될 기회를 열어준다는 시나리오다. 다만 민 의원은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기 위해선 반 총장이 새누리당의 최종 후보여야 하고 선거 막판까지 승리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 전개돼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반기문 견제나선 잠룡들
“북핵 문제에 성과 없다”

여권 대선주자들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견제가 본격화되는 조짐이다. 대권 행보를 보이고 있는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지난 21일 중견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반 총장에 대해 “(반 총장이 우리나라에 없었던) 지난 10년간 대한민국은 밑바닥부터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과연 깊은 고민이 있었는지 궁금하다”며 “반 총장이 10년간 사무총장으로 있는 동안 (북핵 해결) 노력도 잘 보이지 않고 성과도 알 수 없기 때문에 국내에 들어오면 그동안 하지 못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주자, 대통령 자격 지적
“국내에 들어와도 역할 미미”

한때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기록하다 최근 부침을 겪고 있는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도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후 기자들에게 “반 총장의 임기가 얼마 안 남았는데 미국 언론에서는 ‘최악의 사무총장’이라고 비판을 하고 있다”며 “(반 총장이) 국내 정치에 연결된 것이 옳지 못하다는 시각에서 그런 비판 기사를 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전 대표는 반 총장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 줄 것을 기자들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실제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뉴욕타임즈> 등 복수의 외신들은 기사 및 기고문을 통해 반 총장을 ‘유명무실한 사람’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특히 최근에는 반 총장이 취임(지난 2007년 1월)한 이후 북한이 네 차례 핵실험을 단행했으며, 그 기간 동안 그는 북핵 문제 해결에 기여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는 기사가 나온 바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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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