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스러진 달 (최종회) 저격

  • 황천우 작가 shs@ilyosisa.co.kr
  • 등록 2016.09.09 18:05:47
  • 호수 10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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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부인 가슴에 총을 쏘다

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네 놈이 어떤 행동을 하던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 네가 살고 조국과 가족을 살릴지 아니면 네놈도 죽고 네 주변 모두를 몰살시킬지는 전적으로 네놈이 판단할 일이다. 알겠는가!”

“저도 살고 모두 살릴 겁니다. 그러니 제발‥‥‥.”

석원의 애걸하는 모습을 살피자 갑자기 한숨이 흘러나왔다.

잠시 후 권총을 석원에게 내밀었다.

“이 총 받을 수 있겠나!”


순간 석원이 고개 들어 권총과 무표정한 동일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며 그 말의 의미를 생각한다는 듯 눈을 깜박였다.

“반드시, 반드시 거사를 성공시키겠습니다.”

“이따위 정신 상태로 네놈이 무슨 수로 거사를 성공시키겠다는 이야기냐. 그저 계집 구멍이나 밝히는 놈이!”

“아닙니다. 반드시 성공할 것입니다. 그러니 제발‥‥‥.”

동일의 강경한 반응에 석원이 다시 고개 숙여 바닥에 이마를 대었다.

“나는 이쯤에서 내일 거사를 취소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물론 네놈은 물론이거니와 네놈의 처자식 그리고 어머니와 형제들 그리고 이 계획에 참여했던 기미코 등 모든 사람들까지 몰살을 면치 못하겠지만.”

“지도원 동무, 아니 나카소네 상. 정말입니다. 정말로 이 목숨 바쳐서라도 거사를 성공할 터이니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석원이 급기야 이마를 바닥에 부딪치기 시작했다.

“한심한 놈 같으니라고. 네 놈이 이 거사의 중요성을 진정으로 알고 있는 게냐? 또 너를 위해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북조선에서 들인 공이 어느 정도인지 아느냐?”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나카소네 상. 그러니 제발.”

“아는 놈이 이따위로밖에 못해! 북조선이 네 놈 장난감인 줄 아는 게냐!”

“아닙니다, 나카소네 상. 하라시는 대로 모두 하겠습니다.”

“정녕 그렇다면 각서를 쓰도록 해라.”

동일이 목소리를 낮추자 석원이 다시 고개 들었다.

“네 뭐든지 다하겠습니다.”

동일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석원을 테이블 앞에 앉도록 했다.

이어 자신이 주었던 노트와 펜을 가지고 오게 하여 각서를 쓰도록 했다.

물론 거사를 성공시키지 못할 시 기미코를 포함하여 가족 등 모두의 목숨을 북조선의 처사에 기꺼이 일하고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오라 지시했다.

가져온 물을 병째로 마신 동일이 석원에게 건넸다.


“마셔!”

석원이 강압적인 분위기에 밀려 마지못해 한다는 듯이 물을 마셨다.

“지금부터 정신 똑바로 차리고 듣도록 해!”

동일이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석원에게 지금까지 여러 경로를 통해 그에게 주입시켰던 이야기를 깊게 각인시켰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상하게도 불안감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 TV를 켰다.


막상 TV를 켰으나 눈앞에 펼쳐지는 장면들이 머리까지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다.

한순간 그 현상을 느끼고는 그 사유를 생각해보았다.

물론 크든 작든 어떤 일을 시도하게 되면 알게 모르게 불안감은 발생되게 마련이었다.

그러나 그도 잠시, 일의 예측 가능성을 타진하며 불안의 강도를 조절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일은 도대체 감이 잡히지 않았다.

결의에 찬 저격 계획…음모에 빠져
울려 퍼진 총성…붉게 물든 국립극장

전혀 불안해 할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미 완벽하게 시나리오를 작성하였고 한 치의 빈틈도 없이 그리 진행되게 되어 있는데 솟구치는 불안감의 정체가 무엇인지 오히려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가만히 오늘 벌어질 일을 그려보았다.

석원이 다섯 발의 실탄을 장착한 권총을 바지 주머니 속에 넣고 택시를 이용하여 행사장에 도착한다.

그의 도착과 맞추어 이강철이 나서서 초청장을 확인하고 비표를 교환해주어 자연스럽게 행사장 입장을 유도한다.

아울러 문석원의 조바심을 자극하면서 행사장 내 가장 먼 거리에 좌석을 배치하도록 되어 있다.

이어 행사가 진행되는 순간 발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권총의 공이치기를 뒤로 후퇴하도록 했다.

그리고 강철이 문석원의 지근거리에 앉아 있다 문석원이 첫 발을 발사하는 낌새가 일어나면 그 순간보다 먼저 천장으로 실탄을 발사해서 혹시나 모를 일에 대해 사전에 조처 취하도록 했다.

아울러 김경수는 문석원의 시선에서 벗어나 박정희 대통령 바로 뒤에 위치하여 강철과 보조를 맞추기로 하였다.

사전 각본에 의하면 여하한 경우라도 박정희 대통령이 위해를 입는 일은 불가능했다.

또한 주변 사람들의 안위도 생각했다.

그런 연유로 전례에서 벗어나 박 대통령의 연설대를 연단 정면 한복판이 아닌 한쪽으로 치우쳐 설치하도록 했다.

하여 문석원이 사전 지침에 따라 행동한다면 행사장에 참석한 그 누구도 위해를 입을 수 없었다.

내친 김에 일이 끝난 후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점검해보았다.

문석원은 죽이지 않고 산채로 생포하기로 되어 있다.

만약 실패할 경우 문석원은 지침 받은 대로 일본인으로, 또 단독작품으로 몰아갈 일이었다.

권총 역시 일본의 한 파출소에서 탈취하여 입국 시 트랜지스터 라디오에 숨겨 들어왔다 고백할 것이다.

그리고 이외의 사항에는 강력하게 묵비권을 행사할 것이다.

그러나 이내 그의 정체가 우리 측 조사에 의해 밝혀지고 아베 고타로와 그의 연인 기미코 또 조총련 정치부장인 이호룡의 행적까지 드러나고 그 이외의 일은 영원히 미제로 남을 터다.

모든 과정을 꼼꼼하게 살펴보았으나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행사가 거행되는 국립극장 쪽을 바라보았다.

비록 보이지는 않지만 바로 가까이 있는 듯했다.

잠시 그곳을 주시하다 시계를 바라보았다.

막 열 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시선을 TV에 주었다.

애국가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애국가를 들으며 마음을 가라앉히려 심호흡했다.

조금 진정되는 듯했다.

마음을 다잡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까지 맑았던 하늘이 갑자기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덜컥 가슴이 내려앉았다.

그 상태에서 하늘을 바라보기를 잠시, 다시 TV로 시선을 돌렸다.

어느새 대통령이 연설대로 자리를 옮겨 연설하기 시작했다.

가만히 소리를 들으며 화면에 집중했다. 흐릿한 화면에 행사장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만족하리만큼 행사장 배치가 제대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런데 박정희 대통령의 목소리는 그저 귓가에서 윙윙대고 있었다.

방금 전처럼 머리로 입력되지 않았다.

잠시 후 갑자기 화면에서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장 모습이 잡혔다.

박 대통령이 연설대 뒤로 몸을 숨기고 연단에 있던 사람들이 혼비백산하여 엉덩이를 천장을 향해 들고 있었다.

순간 연단 뒤에 있던 경호실장이 자리를 박차고 앞으로 나섰다.

그 옆을 바라보았다.

바로 곁에 앉아 있는 육영수 여사께서 초연한 자세를 유지하며 고개를 약간 돌려 앞을 주시했다.

마치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확인하겠다는 듯이.

바로 그때 동일의 입에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안 돼!”

<끝>

<지금까지 ‘스러진 달’을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다음호부터 ‘삼국비사’가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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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