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은 권력구조 개편 아닌 국가 구조 대개편”

<대한민국 이끄는 유력정치인 릴레이 인터뷰>①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


오는 2012년 대선을 2년여 앞둔 시점에서 <일요시사>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라는 기획으로 편집국장 대담을 진행한다. 지난 세월 대한민국 정치발전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고 앞으로도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판단되는 여야 유력 정치인, 정계 원로와의 만남을 통해 차제의 시대정신과 정치발전 과제 등에 관한 철학과 지혜를 담아낼 예정이다. 그 첫 시작으로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를 만나 고견을 들어봤다.  

강소국 연방제 개헌 추진시 “적극 참여” 강조
반박 전선 구축 관련 “별로 듣기 좋지 않다”


한겨울 칼바람이 매서웠던 지난 19일, 과학 비즈니스벨트 관련 당 정책토론회 축사를 마치고 돌아온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를 국회 본청 당 대표실에서 만났다. 이날 토론회장에서 이 대표는 국민중심연합 심대평 대표와 바로 옆자리에 앉아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마침 이 날은 한나라당 측에서 최고위원회의 ‘대전 개최’를 계획했다 결국 무산된 날이기도 하다. 다시금 충청권이 정국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는 시점에서 ‘충청 기반의 전국 수권 정당’을 꿈꾸는 이 대표를 만나 정국 현안과 관련된 그의 소신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나의 개헌은 ‘국가 구조 대개편’
한나라당 개헌 주장과 차이

- 이재오 특임장관이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는 ‘개헌’이 실현 가능성 있다고 보시는지.
▲ 정치 상황에 따라 이해관계나 이해타산에 따르는 개헌을 하자는 게 아니다. 우리 국가가 21세기 들어 앞으로 50년 100년 내다보고 국가의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국가 구조를 바꿔야 된다. 연방제 수준으로 분권하는 수준으로 가야된다. 중앙 집권적 20세기형은 한계가 있다.

국가 구조를 연방제 수준으로 바꿔 국가를 5~7개 광역으로 나눠 각 광역을 지방정부가 맡아 각각 스위스 덴마크 같은 강소국으로 만들어야 된다. 이런 강소국 5~7개가 합쳐진 대한민국은 강대국이 된다. 이러한 국가 구조 대개조를 위한 개헌이 필요하다. 연방정부의 권력구조는 대통령과 총리가 역할 분담하는 권력구조다.

- 혹시라도 개헌이 실제 이뤄진다면 참여 의사는 있으신지.
▲ 지금 여권에서 나오는 개헌 논의는 현재의 국가 구조를 두고 권력 구조만 바꾸자는 것이니 내가 말한 것과 다르다. 우리가 말하는 연방제 수준 분권 국가라면 직접 만들어가는 주체도 되고 실제 참여도 할 것이다.

- 최근 일각에서 주장하는 ‘보수 대연합’ 논의가 있던데 참여 의향이 있으신지.
▲ 지난 지방선거 후 ‘보수 대연합’ 얘기를 꺼낸 뒤 그런 얘기가 나온다. 한나라당에서는 합당 얘기도 나왔는데 그것은 방향이 다르다. 내가 말한 보수 대연합의 의미를 왜곡시켰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진보 좌파 진영들이 뭉쳐 성공했다. 보수 진영은 당한거나 마찬가지다. 적어도 보수가 정신 차리고 왜 보수여야 되는가 보수의 가치를 국민들에게 설득하고 이해 구하자는 거다. 마치 어느 당과 합당을 의미한 것은 아니다. 취지가 다르다.

보수의 위기라는 말 ‘공감’
박 전 대표 ‘지지율 잘 관리해야’

- 지금 한나라당은 집권여당으로서의 역할을 잘 하고 있다고 보시는지.
▲ 헷갈릴 때가 있다. 중도실용이 이념인 것처럼 대통령도 말하고 한나라당도 그런 말을 하는데 중도실용이 뭔가. 이념을 떠난 중간 지대에서 실용 추구를 하겠다는 것인데 그건 죽도 밥도 아니다.
사회는 성장과 분배, 자유와 평등이라는 식으로 보수와 진보 사이 이념 차가 있다. 그런 가운데 합리적이고 유연한 중도보수나 중도진보는 있을 수 있으나 (대부분) 중도 표방은 애매모호할 때의 도피처다. 실용은 정책의 수단적 개념이지 목표가 될 수 없다. 진정한 보수를 추구하는 가치가 아니다.


- 보수정권을 넘어 ‘보수의 위기’라는 말도 조금씩 들리던데 그에 동의하시는지.
▲ 대선이 다가오는 만큼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 국민이 보수 정권에 기회를 줬다. 그럼 다음에도 ‘그래 보수의 가치는 참 중요해. 보수를 추구하는 정당을 다시 신임해보자’는 얘기가 나와야 보수 정권이 계속된다. ‘그건 뭐 봤더니 전혀 기대하는 것과 같지 않다. 실체가 뭐냐’는 생각을 하면 국민이 실망하고 좌절을 느끼게 된다. (지금은) 보수의 큰 위기다.

- ‘깨끗한 보수’ ‘유능한 진보’를 함께 취할 수 있다고 보시는지.
▲ 진보와 보수 사이에 차이가 뭐냐? 정치적으로 자유와 평등, 경제적으로 성장과 분배의 차이다. 자유의 극단이 자유방임이고 평등의 극단이 막시즘이다. 양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적정하게 균형을 잡아간다는 개념을 머리에 두고 사회 발전을 위한 균형점을 잡아간다면 필요할 땐 서로 공조와 협력도 말할 수 있다.

대선 패배는 전적으로 내 책임
각계각층 지도자인 JP 존경

- 일각에서는 대표님께서 ‘반 박근혜 전선’을 구축한다는 주장을 제기하던데.
▲ 개헌 얘기를 꺼낸 걸 가지고 주로 친이계 쪽 개헌 주장과 연계해 그런 말을 하는 것 같다. 별로 듣기 좋지 않다. 저와 자유선진당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개인에 대한 찬성 또는 반대를 위해 창당한 정당도 아니고, 개헌은 국가 미래를 위해 국가가 향해 나갈 비전 얘길 한 것이다. 정치적 이해타산 당리당락을 위해 말한 게 아니다.

- 현재 박 전 대표 지지율이 40%에 육박하고 있다. 한때 비슷한 지지율을 얻으셨던 대표님께서 이를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 박 대표 지지율을 분석해보진 않았다. 40%는 참 대단한 거다. 지지율이 근거 없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지금으로선 그러한 지지율을 잘 관리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 차기대권에 도전하신다면 3전4기이신데, 도전하실 의향이 있으신지.
▲ 자유선진당이 ‘불임정당’이나 곁 불 쬐는 정당이 되려고 창당한 것은 아니다. 수권정당으로 국가의 미래를 주도할 정치적 역할을 하려 창당했다. 당원 모두가 권력 의지를 가져야 된다고 강조한다. 개인적으로 대선 참여 여부와는 별개의 문제이고 그(대권 도전)에 관한 문제는 아직은 뭐라 말할 입장이 아니다.

- 지난 3차례의 대선에서 패한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
▲ 전적으로 내가 부족해서다. 어쨌든 본인이 부족해서 그런 결과가 온 것으로 생각한다. 많은 반성을 해봤다.

- 충청권의 맹주로 일컬어지는 JP(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와 근자에 교류가 있으셨는지.
▲ 기회가 없었다. 그 분은 충청권뿐 아니라 산업화 시대부터 지도자의 한 분이셨고 그 만큼 각계각층에서 존경 받고 있다. 충청권에서도 중요한 지도자다. 저는 (그 분을) 존경한다.


- 요즘 이미지 정치가 대세인데, 세간에서 ‘이회창’ 하면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까 생각해보신 적 있나.
▲ 나 자신을 이야기하는 건 어렵다(웃음).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타인이 가진 이미지다.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 추측해 (그것을) 행동에 대한 자료로 삼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청소년기 젊은이들은 이 부분에 조심해야 된다. 자칫 열등감에 사로잡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나도 직접 겪었고 그 후 공직에 들어와서도 ‘혹시 나의 행적, 나의 판결, 나의 소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하는 부분을 지나치게 걱정하다 매우 혼란스러웠던 경험이 있다.

- 얼마 전 민주당 손학규 대표 측과 복지와 관련해 공방도 있으셨는데, 그쪽 진영에서 밝힌 복지를 ‘시대정신’으로 보시는지.
▲ 국가 발전 과정에서 복지 확대는 하나의 추세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성장이 높아지면 자연히 소득이 늘고 복지 수요가 는다. 자연스럽게 수반된다. 복지 확대 자체를 시대정신으로 볼 수 없다. 복지 확대가 국가 재정 구조를 악화시키지 않고 국가 부채를 늘리지 않고 지속 가능한 복지로 가야지, 무분별 무책임한 복지 확대로 가면 국가 재정 심지어 국가 복지를 깨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시대정신은 자연스런 추세를 가지고 말할 게 아니다. 양극화나 빈부격차처럼 사회 공동체의 일체성을 깨는 현상이 해소돼야 된다. 이게 사회통합이고 시대정신이다. 사회 통합이 우선 실현돼야 한다.

- 천안함·연평도 사태 등 남북 관계의 대립이 날로 커져가고 있는데 남북문제의 해법은 뭐라고 보시는지.
▲ 남북문제는 둘로 나눠 생각한다. 우선 현실적 문제인 ‘무력 도발’과 ‘안보 문제’ 그리고 근본적인 문제인 ‘대북 정책 기조’ 문제다. 우선 북의 무력 도발에 대해 강력히 대응해 다시 무력 도발 등의 모험을 하지 않게 만들어야 된다. 이 정권이 비판을 받은 것은 무력 도발에 대한 강력 대응이 해법이라는 확실한 신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천안함사건 때도 말로만 하고 큰 대응 안했다. 사실 연평도가 기회였다. 반격을 확실히 했어야 했는데 그것도 그냥 지나쳤다.
 
‘확전을 경계하라’는 터무니없는 소리도 나왔다. 기본적인 대북정책도 이 정부가 정권 수립 후 명확히 국민 앞에 제시 못했다. 이 정부가 김대중-노무현 정권 동안 추구한 햇볕 정책을 은연중에 답습하려는 태도를 보여온 게 사실이다. 남북문제는 대결이 아닌 평화공존을 지향하는 것은 틀림없다. 이를 제대로 이루기 위해서 북한을 평화 공존의 상대방으로 만들어야 된다. 북 체제의 개혁 개방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기 위해선 지원·협력도 무조건 퍼주는 게 아닌 체제의 개혁 개방과 연계된 기본 모토로 조건부 지원을 해야 된다.

대북 지원 ‘조건부’ 북 변해야
군 ‘상무정신’ ‘통합 훈련’ 강조

- 근래 발생한 북한의 대남도발로 국방 개혁 필요성이 절실한데 어떻게 바꿔야 된다고 보시는지.
▲ 우선 한미 연합 전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래서 그것을 떼 놓고 자주 국방이니 뭐니 하는 이름으로, 우리 독자적 군사력으로 앞으로 사태를 대비하자 말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전시작전통제권 이양을 노무현 정부 때 서둘렀던 것은 잘못된 것이다. 자주 국방이라는 이름에 취했다. 군은 첫째로 정신을 바꿔야 된다. 상무 정신이 확고해야 한다. 고대 삼국시대만 해도 한반도에 있던 정권들은 상무 정신이 있었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서 군의 대응 자세를 보면 굉장히 강력하고 완벽하게 반드시 지킨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전략적 측면에서는 작전의 ‘효율성’ ‘통합성’ 같은 것이 부족하다. 실제 상황이 벌어졌을 때를 대비하는 통합적 작전 훈련이 필요하다.

- 연일 교실이 무너져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해결 방안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
▲ 그게 참 걱정이다. 여러 가지 교육개혁 얘기가 나오는데 기본은 교사가 개혁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점이다. 교사가 개혁 대상이 아니다. 교사 스스로 나서고 학생 지도도 열정을 갖고 해야 된다. 다른 나라에서도 교사가 나서서 프로그램 만들고 주도적으로 한다. 교사들이 개혁의 대상이 되니 방관자가 된다. 교사 스스로 경쟁하고 질을 높여야 된다. 교원 평가제 같은 것들을 그래서 해야 된다. 학교는 자기규율(self discipline)을 가르쳐야 된다. 선진국에서는 법치의 근본이 공정과 규율이다. 우리는 그런 게 없다. 어렸을 때부터 자기규율을 가르쳐야 공동체의 바탕을 이룰 수 있다. 꼭 체벌해야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아이들을 매로 때리는 것은 원칙적으로 반대다. 그러나 ‘자기 규율’을 가르치는 일종의 사랑의 매는 있어야 된다고 본다.

- 끝으로 지금 이명박 정부 잘 하고 있다고 보시는지. 고언을 한 말씀 하신다면.
▲최근 감사원장 인선 파문을 놓고 보면 인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객관적으로 보기에 ‘그래 쓸 만한 사람 썼으니 잘했다’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게 아니라, 대통령이 하는 인사를 보면 지금 (이 정부가) 어디쯤 있는지 국민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탈세하고 투기성 부동산 매매를 한 사람들이 경제부처의 장이 된다면 그게 과연 되겠나? 품격도 그렇지만 어떻게 장관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겠는가. 이런 사람을 쓰는 정부는 어떤 정부인지 국민이 알아본다. 국민이 대통령과 정부를 믿고 신뢰해야 일을 할 수 있지 냉소적이고 돌아서서 조소하면 어떻게 일을 하겠는가. 인사가 중요하다는 것은 그런 면에서 두 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런 면에서 이명박 정부가 그동안 많은 실수를 했다. 나머지 임기 동안에 그 점만이라도 고치면 좋은 성과를 거둘 것이다.
 
대담=최민이 편집국장
정리=백대우 기자
사진=나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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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