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권 재창출 시나리오 가동

반기문·김무성·오세훈, 누구에 러브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이 ‘킹메이커’로 거듭날까. 한 유력 월간지는 측근발 소식을 통해 내년 대선서 그가 구심점을 자처하고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의 폭탄발언에 정치권에선 ‘가능론’과 ‘회의론’이 교차하고 있다. 가능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친이(친 이명박)계의 조직적인 움직임을 예상하는 반면, 회의론자들은 발언의 출처를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그 속에 어떤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을 것이란 데는 양쪽 모두 동의하는 모습이다. <일요시사>는 해당 발언을 다각도로 분석해봤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차기 정권을 반드시 내 손으로 창출하겠다”고 말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월간조선> 9월호는 이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라는 사람의 입을 빌려 해당 소식을 전했다. 이어 해당 측근 인사는 “대치동 슈페리어 타워에는 모든 정보가 집중되고 있다”며 이미 상황이 진척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 전 대통령은 해당 타워에서 집필활동을 하는가 하면 여러 인사들을 만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력 의지
드러낸 MB

한때 해당 보도의 진위 여부를 두고 정치권이 소란스러웠다.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주장하는 쪽(가능론자)은 검찰 수사와 관련된 일련의 상황들이 이 전 대통령의 생존본능을 자극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검찰은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의 장례식 직후 롯데에 대한 수사를 재개한 상태다.

잘 알려진 바대로 롯데는 친이명박 기업 중 하나다. 검찰의 수사가 어느 선까지 올라갈지는 예상하기 힘드나, 이 전 대통령 입장에선 포스코 비리와 관련해 이상득 전 의원이 검찰에 출석했던 지난 상황이 떠오를 법하다. 친이계 인사들이 “박근혜정권은 임기 4년 내내 직전 정권과 관련된 기업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를 하는 이유기도 하다.

반면 내년 대선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이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내다보는 사람들(회의론자)도 다수 존재한다. 그들은 보도의 출처 자체를 의심하는 모습이다. 이 전 대통령이 언론에 직접 얘기한 것이 아니라 측근을 통해 나온 말이기 때문에 어떤 의도가 숨겨져 있을 것이라 관측하고 있다.


핵심 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들도 해당 보도에 펄쩍 뛰는 모습이다. ‘친이계 좌장’ 이재오 전 의원은 복수의 언론을 통해 “200% 사실이 아니다”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 전 대통령은 보도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도대체 누가 그런 소리를 하고 다니느냐며 언짢아하셨다”며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도 하셨다”고 전했다.

박근혜 실정
MB에겐 이득?

그렇다면 해당 발언이 나온 배경은 무엇일까. 이는 현 정권의 행태와 연관된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호 기사는 “박근혜 대통령과 완전히 갈라선 반박(반 박근혜) 세력이 의지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박 대통령이 임기 중 단 한 번도 ‘역할’을 맡기지 않은 데 따른 섭섭함을 간접적으로 토로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전한 바 있다.
 

실제 현 정권에 대한 이 전 대통령의 섭섭함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 전 대통령은 최근 새누리당의 한 의원을 만나 “나도 (국정 운영을) 못했지만, 나보다 더 못하는 것 같다”고 심경을 전한 바 있다. 해당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은 박 대통령이 국정을 잘못 이끌어 가고 있다는 비판적인 시각이 강했다”며 “특히 계속되는 검찰의 재벌수사에 불만을 토로했다”고 밝혔다.

이는 가능론자들의 생각과 일치한다. 직전 정권의 비리를 캐기 위한 표적 수사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이 전 대통령이 권력의지를 내보였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또 박근혜정권의 잇따른 실정이 해당 발언이 나오게 된 근본 원인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인터뷰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 8월에는 여러 정치적 사건들이 있었다. 먼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새로운 의혹들이 하루 걸러 언론을 통해 보도되던 시점이다. 청와대와 친박계의 ‘우병우 지키기’ 움직임으로 현 정권의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새누리당 8·9 전당대회(이하 전대)에선 이정현·조원진·이장우 등 친박(친 박근혜)계가 지도부에 당선됐다. 이는 친이계를 중심으로 한 비박계의 위기 의식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언론을 통해 비박(비 박근혜)계가 우 수석 사퇴에 무게를 두는 발언이 나오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또한 ‘화해·치유재단’ 설립과 일본의 10억엔 송금에 반발하는 목소리로 시끄러운 상황이다. 야권과 진보언론, 시민단체에선 이를 강제성과 국가배상 책임을 비켜간 굴종적 위안부 합의라 보고 적극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박 대통령이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오늘은 제71주년 광복절이자 건국 68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날”이라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을 부정하는 뉴라이트 역사관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측근 통해 “내 손으로 정권 창출”
가능론 대 회의론…결국 의도된 일?

일련의 사건들로 박 대통령은 여론의 역풍을 맞은 상태다. 이러한 박 대통령의 잇단 실정이 이 전 대통령과 친이계의 자신감을 높여줬을 가능성도 있다. 이 전 대통령이 활동할 수 있는 판은 이미 깔려 있는 상황이다. 친이계 인사들이 원내외 구분 없이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원외에선 이재오·정의화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이 전 의원은 최근 ‘중도 신당’을 기치로 창당을 준비하고 있다. 당명은 늘푸른한국당(늘푸른당)이다. 늘푸른당은 6일 발기인대회를 거쳐 내년 1월 창당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앞서 지난 5월 ‘새한국의 비전’ 출범식을 가진 정의화 전 국회의장 또한 대표적인 원외 친이계 인사로 불린다. 본인은 새한국의 비전에 대해 “대선을 위해서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선 정 전 의장이 내년 대선의 ‘킹메이커’가 될 수 있다고 예상한다. 때문에 이 전 대통령이 이들 친이 성향의 정치세력과 함께 대선에 맞춰 활동할 수 있다는 예상을 충분히 해볼 수 있다.

최근 대권 도전을 시사한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와 함께하는 그림도 그려볼 수 있다. 안 전 대표의 측근인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서 “이재오 전 의원도 중도 정당을 추구하고, 정의화 전 의장도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고자 한다. 국민의당도 새로운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며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다. 이 의원은 이 전 대통령 밑에서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을 지낸 인물이기도 하다.

이재오·정의화
원외 인사 주시

최근 정치권에선 새누리당 비박계가 제3지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제3지대론’이 제기된 바 있다. 만약 상황이 이와 같이 전개된다면 이 전 대통령이 구심점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비박계 내에는 친이계 인사들이 다수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지난 8·9 전대에서 단일화를 이뤘던 주호영·정병국·김용태 의원 등이 친이계로서 원내서 활동하고 있다. 친박계 지원을 등에 업고 당선됐지만, 정진석 원내대표 또한 대표적인 친이계 인사로 분류된다.

남경필·원희룡 등 지자체장들 중에도 친이계가 포진해 있다. 이미 죽은 권력이지만, 세의 규모적인 면에선 친이계가 친박계에 절대 꿀리지 않는다는 말도 나온다. 특히 박근혜 정권이 임기 말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친박계의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친이계의 상대적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종합해보면 이 전 대통령이 ‘킹메이커’로 나설 수 있는 환경은 이미 조성돼 있다. 그렇다면 과연 누구를 내세운다는 것일까. 앞서 <월간조선>서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이 집중적으로 관찰하는 인물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세 명이라고 한다.


해당 측근은 “반 총장의 경우 이 전 대통령이 직접 저울질하고 있다”며 “저울질이란 건 대통령 후보로 나섰을 때 당선 가능성이 있는지를 따져본다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반 총장은 친박계가 내세우는 대표적인 대선주자다. 이미 여러 언론을 통해 친박계의 반 총장 옹립설이 보도된 바 있다. 그러나 친이계 쪽에서도 반 총장 영입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8·9 전대 과정서도 비슷한 논의가 있었다. 당시 비박계 후보들은 “반 총장을 친박 후보로 가둬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연설을 한 바 있다.

잠룡 3인 언급 MB와 인연 있다
냉랭한 여론 “최악의 대통령”

친이계 인사들의 반 총장 접촉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이명박정권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윤진식 전 의원은 반 총장과 동향 출신으로 연이 닿아 있다.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정진석 원내대표는 앞서 반 총장 방한 당시 제주도로 달려가는 등 적극적 움직임을 펼친 바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을 지낸 권성동 의원과 대통령실 인사비서관 선임행정관 등을 지낸 윤한홍 의원은 지난달 26~28일 뉴욕 유엔본부를 방문해 반 총장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만남이 정책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며 국내 정치에 선을 그었지만, 비박계 의원과 반 총장의 만남 자체만으로 주목받는 분위기다.
 

팽목항을 시작으로 20일간 전국을 돌며 민생투어를 벌였던 김무성 전 대표 또한 이 전 대통령의 리스트 안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와 이 전 대통령 모두 김영삼 전 대통령이 발탁한 ‘YS 키즈’라는 점에서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992년 14대 총선 때 민자당 비례대표로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대선출마를 위해 통일국민당을 창당하자 맞불 작전으로 ‘샐러리맨 신화’의 상징이었던 이 전 대통령을 영입했다.

두 사람이 서로 호흡을 맞춘 전례도 있다. 지난 2007년 제17대 대선 때 김 전 대표는 당시 한나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 되어 이명박 선거대책위원회서 활동한 바 있다.

당시 친박계였던 김 전 대표는 박근혜 선대위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아 이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지만, 이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선주자로 확정된 후에는 “이명박 (당시) 후보를 돕는 게 대의명분에 맞다”며 당선을 위해 뛰었다. 무엇보다 김 전 대표가 비박계의 수장이기 때문에 이 전 대통령이 주목하고 있는 대선주자로 분류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MB 주목하는
잠룡들 누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또한 후보군 중 한 명이다. 오 전 시장은 친이계 출신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제33·34대 서울시장을 역임했다. 당시 오 전 시장은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있던 시절의 개발정책을 기본 축으로 이를 확대, 계승하는 방향을 취했다. 오 전 시장은 이 전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오 전 시장이 당선되는 데 이 전 대통령의 지원이 있었다는 당시 정황이 있다. 지난 2006년 5월 지방선거 때 오 전 시장과 당내 경선을 치렀던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인터뷰를 통해 “(이명박 서울시장이) 나를 지지하기로 했던 약속을 깨고 오세훈을 밀었다”고 전한 바 있다.

또한 오 전 시장이 스스로 2017년 대선 출마를 시사했던 적이 있어 눈길이 간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오 전 시장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지방선거에서 재선을 하면) 8년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국민과 당이 원한다면 (대선 출마를)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과연 이 전 대통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전면에 나설 것인가. 이에 대해 가능론과 회의론이 공존하지만, 무엇보다 이 전 대통령을 바라보는 여론이 좋지 않다는 점에서 신중한 움직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 미디어 imTV와 여론조사 전문기관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지난달 8∼9일 전국 만 19세 이상 국민 1016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방식(무선 70%, 유선 30%)의 자동응답시스템(ARS조사)을 이용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 최악의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32.4%)으로 조사됐다. 이어서 전두환 대통령(17.9%)이 2위를 차지했으며, 노무현(10.3%)·이승만(9.2%)·김대중(8.9%)·박정희(8.5%) 대통령이 그 뒤를 이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새누리당의 격정토로
국회의장 사퇴결의안 보니…

새누리당이 지난 1일 정세균 국회의장의 정기국회 개회사에 강력 반발, 사퇴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총공세를 펼쳤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정 의장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는 내용을 담은 사퇴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정 의장의 정기국회 개회사가 발단이 됐다. 당시 정 의장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관련한 논란은 국민 여러분께 참으로 부끄럽고 민망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최근 사드배치와 관련한 정부의 태도는 우리 주도의 북핵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우병우 사태’와 ‘사드 배치’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우병우·사드사태 일침
정기국회 개회사 발단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에 발끈하고 나섰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정치적으로 편향된 국론분열적인 언사를 국회의장석에서 버젓이 행하는 국회의장은 헌정사에서 정 의장이 처음일 것”이라며 “사퇴 촉구 결의안을 채택해 달라”고 요구했다. 다른 의원들 또한 “이것은 국회법에 대한 국회의장의 정면 도전”이라며 “새누리당은 지난 70년간 쌓아올린 대한민국의 의회 민주주의를 뿌리째 흔든 정 의장의 폭거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전했다. 이어서 새누리당은 정 의장의 사죄와 국회의장직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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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