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의 경기침체로 공실이 늘어난 상층부 상가, 사무실, 수익률이 떨어지는 역세권 인근 모텔 등 수익형 부동산들이 용도변경이나 리모델링을 통해 수익성이 좋은 원룸텔, 고시텔로 변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러한 변신을 통해 공실부담을 줄일 뿐만 아니라 장기간 방치할 경우 금융비용 및 관리비의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공실 가능성이 많은 2층 이상의 상층부 상가를 상권의 특성에 맞는 스터디카페와 같은 새로운 수익형 모델 개발로 위기를 돌파하고 있는 것이다. 각 지역의 특성에 맞춰 새로 생긴 사업 모델을 적극 유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공실 빌딩’리모델링 통해 임대료·매매가 껑충
원룸·고시텔, 스터디카페 등 수익형 모델 인기
최근 장기간 공실인 상가들이 원룸텔이나 고시텔로 변신중이다. 원룸텔로 변경하는 경우 투자비용이 크지 않으면서 수익률은 상가 2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상층부에 있어 기존 임차인이 계약이 끝나거나 영업이 잘 안 돼 계약기간도 채우지 못하고 빠져나가는 경우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장기간 공실로 방치돼 있던 ‘천덕꾸러기’상가가 원룸텔로 변신하고 있다.
천덕꾸러기서
황금알 거위로
2009년 7월 건축법상 용도 분류에 포함되지 않았던 고시원이 제2종 근린생활시설(바닥면적 1000㎡ 미만)로 인정받은 후부터다. 주로 상가 공실률이 높은 지역으로 분류되는 경기도 일산·분당 신도시, 용인시 동백지구, 부천시 일대 등에서다.
서울·수도권에 건물을 신축하는 경우 토지매입비용과 건축비 등 최소 10억 이상의 비용이 들지만 기존 상가를 리모델링하는 경우 투자비가 상당히 절감된다. 리모델링 비용은 서울은 3.3㎡당 280만원선, 수도권은 210만원선이다. 전용 400㎡ 상가의 경우 상가 매입비에 리모델링비 2억5000만~3억3000만원을 투자하면 32실 이상의 원룸텔을 만들 수 있다.
최근에는 기존에 상가를 가지고 있는 수요자 뿐 아니라 원룸텔로 리모델링하기 위해 경·공매를 통해 저렴하게 상가 건물을 매입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1~2인 가구가 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재건축·재개발 등으로 다세대·다가구 등 소형주택이 줄어들어 수요가 넉넉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상가보다 수익률이 높다. 판교, 용인 등 일부지역에서는 아예 분양중인 상가의 일부 층을 원룸텔로 분양하기도 한다. 원룸텔로 리모델링을 고려하고 상가 일부 층을 매입할 경우 같은 건물 안에 노래방 등 소음이나 진동을 발생하는 업종이 입점해 있는 건물은 피해야 한다. 대부분 원룸텔의 경우 구분등기가 아닌 지분등기인 경우가 많아 소유권 이전에 제한이 있을 수도 있으니 주의를 요한다. 임대수요를 고려해 대학가나 역세권 등 1~2인 가구가 많은 곳이 유리하다.
서울 남현동에 사는 박경한(39)씨는 총 5층 상가건물 중 사무실 용도로 사용하고 있던 4, 5층 2개 층을 빌려 임대 사업을 시작했다. 교통편이 좋은 사당 역세권에 위치해 있지만 임대가 안 돼 오랫동안 비어있던 업무시설인 사무실을 고시원 120실로 바꿨다.
고시원 운영자인 박씨의 전체 투자비용은 3억원 정도로 리모델링 공사비용이 2억5000만원 정도 들어가고 보증금이 5000만원에 월세는 500만원 정도 들었다. 주로 강남과 충무로, 명동일대 직장인들이 이용하는데 임대료는 방의 크기에 따라 45만원에서 50만원선이다.
매달 들어가는 건물 임대료와 관리비를 제외하고 투자금 대비 수익률만 최소 25%에 달한다. 때문에 도심 주요 역세권에서는 기존 업무시설인 사무실을 주거용 고시원으로 개조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비슷한 면적으로 건물을 신축해서 임대 사업에 나서는 경우 토지매입비용과 건축비 등 최소 10억원 이상의 비용이 들지만, 기존 상가를 리모델링할 경우 비교적 소액으로 짧은 기간 안에 설비를 마치고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물론 주의할 점도 적지 않다. 인건비, 냉난방비와 같이 규모와 무관하게 발생하는 고정비용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최소 면적이 400㎡는 돼야 하고 역세권, 대학가, 산업단지 주변 등 유동인구나 상주인구가 많은 지역이 유리하다. 또 건물의 용도가 고시원 임대 사업을 할 수 있는 근린생활시설로 지정이 돼 있는지,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위법 건축물은 아닌지 건축물 대장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최근에는 도심의 모텔이나 사우나를 낙찰 받아 원룸이나 고시텔로 용도를 변경하거나 스크린골프장, 여성전용 헬스장 등으로 바꿔 가치를 높인 뒤 되파는 전문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법과 경기침체가 맞물리면서 수익률이 급격히 떨어진 역세권 인근 모텔이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익률이 떨어지는 도심 모텔을 경매로 싼값에 잡아 리모델링을 한 뒤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바꾸려는 투자자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상주인구 등 주변 상권
위법 건축 여부 살펴야
작년부터 건축허가가 이뤄지고 있는 도시형 생활주택은 독신 또는 나홀로족, 신혼부부 등 수요를 위해 역세권 등에 들어서는 소형(원룸형)주거 형태다. 이 때문에 기존 역세권 오피스텔 상가, 모텔 등을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용도변경하려는 건물주들이 늘고 있다.
모텔이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 상가, 오피스텔 등도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활용이 가능하지만, 그중에서도 모텔은 대부분 역세권 등 상업지역에 있는 데다 방의 구조가 도시형 생활주택과 비슷해서 개조하기에 안성맞춤이란 분석이다. 도심 모텔을 경매로 낙찰 받아 원룸이나 고시텔, 일반근린생활시설로 용도 변경하거나, 규모나 시설 면에서 최신식 찜질방에 밀려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사우나를 스크린골프장, 여성 전용 피트니스센터 등으로 바꿔 가치를 올린 뒤 되팔거나 안정적인 임대료 수입을 얻는 방식도 유행이다.
신림역세권에 있는 K모텔은 지하 1층 지상 5층 건물로 3~4년 전에는 월 4000만원대를 유지하는 수익률 높은 숙박시설이었다. 그러나 1~2년 사이 주변에 신축모텔들이 들어서면서 매출은 점점 떨어지게 되었고 결국 경매로 나오게 됐다. 이 모텔을 리모델링한 건축업자인 허창(40)씨는 경매로 매입 후 숙박업을 포기하고 일반 근린생활시설로 용도 변경해 임대수익률 9%대의 안정적인 상가 건물로 수익을 얻고 있다.
방배동에 사는 홍성호(51)씨는 작년 서울 군자교 인근에 있던 5층 규모의 산부인과 전문 병원 빌딩을 30억원에 매입 후 5억원을 들여 리모델링한 후 약국과 이비인후과 소아과 등 개인 병·의원 상가로 탈바꿈했다. 이 빌딩에선 현재 보증금 6억원, 월 임대료 2800만원의 고정 수익이 들어온다. 리모델링 후 시세도 55억원으로 2배 가까이 뛰었다.
매입한 건물을 리모델링해 도시형생활주택이나 고시원으로 변신한 사례도 있다. 수원에 사는 임홍수(45)씨는 올초 안산시 중앙동 지역에서 건물을 4억8000만원을 들여 매입한 빌딩을 고시원으로 리모델링했다. 리모델링에 들어간 비용은 약 1억원. 현재 이 고시원에선 보증금 1억원과 월 임대료 520만원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 빌딩 가치도 8억원대로 껑충 뛰었다.
테마상가의 경우 아예 업무용 오피스로 전환한 사례도 있다. 2005년 3월 오픈한 성남 분당구 수내역 인근 애견 전문 쇼핑몰 ‘쥬쥬시티’는 개점한 지 6개월 만인 2005년 9월말 문을 닫았다. 분양률이 낮고 임차인을 구하기도 쉽지 않았던 데다 운영비용에 비해 수익률이 턱없이 낮았기 때문인데 현재 이 건물은 통째로 외국계 펀드로 넘어가 수익형 오피스빌딩으로 전환됐다.
수도권 기준 비용 3.3㎡당 210만~280만원
3억원 들이면…투자 대비 수익률 최소 25%
분당 서현역 인근 테마상가 ‘시마 1020’도 마찬가지다. 2003년 미분양 상가를 일부 사무실로 전환했던 이 상가는 분양률이 50~60%에 그치는 바람에 시행사 측에서 금융비용을 치르지 못해 한신상호저축은행이 출자한 판타곤이라는 회사로 소유권이 넘어갔다. 판타곤측은 이 건물을 하층부는 편의점 음식점 등의 근린생활시설, 상층부는 사무실로 전환했다.
이밖에 서울 남부터미널 국제전자센타 쇼핑몰 역시 오피스로 전환했다. 통상 연면적 3만3000㎡ 이하 오피스 빌딩은 상가에 비해 3.3㎡당 임대료가 적다는 장점도 전환하는 데 작용을 하였다.
인천국제공항 인근에서는 비워져 있는 오피스텔이 숙박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게스트하우스 등을 운영하는 사업자가 소유주로부터 오피스텔을 빌려 적게는 하루 이틀에서 많게는 2, 3개월까지 공항 이용자와 여행객들을 상대로 숙박업을 하는 형태다. 인천공항 인근 국제업무지구에는 2~3년 전부터 오피스텔이 대거 들어섰지만 장기 거주 수요가 없어 임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단기 숙박 수요는 많다. 오피스텔을 이용한 숙박업 운영은 임대 수요 부족에 따른 저렴한 오피스텔 임대료와 인천공항 인근의 부족한 숙박시설이라는 조건을 파고든 결과다.
서울 신촌에서는 임차인을 구하기 힘든 지하상가와 이면도로 상가건물의 2층 이상 상가에서 ‘스터디카페’가 성업하고 있다. 스터디카페는 직장인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카페 등 회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세미나 및 스터디 공간을 빌려주고 사용료를 받거나 차와 음료를 파는 사업모델로 2~3년 전부터 크게 늘어나고 있다. 공실을 줄이려는 상가 소유주와 유동인구가 많은 대학가 역세권에 넓은 공간을 확보하려는 사업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사례다.
“임대 수요에 맞게”
대형 쇼핑몰도 변신
지하철 2호선 신촌역 인근의 주상복합상가인 ‘르메이에르’에서는 지하상가 점주들이 연합해 조합을 결성하고 스터디카페를 유치했다. 지하 2층에 위치해 2년여간 공실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2007년 4월 1155㎡의 공간을 활용해 스터디카페가 문을 열자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얻고 있다.
노래방과 주점이 성업하던 이면도로의 2층 이상 상가에도 스터디카페가 하나둘씩 자리를 잡고 있다. 경기불황으로 대거 공실이 나면서 권리금이 사라지고 임대료가 소폭 떨어지자 객단가가 높지 않은 스터디카페가 입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