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백화점’ 한국가스공사 무슨 일이…

부패척결만 외치면 사고, 사고만 터지면 혁신타령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한국가스공사(이하 가스공사) 직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 18일, 직원들은 창립기념일에도 쉬지 못했다. 또 최근 연일 터지고 있는 내부 비리와 극성맞은 이승훈 사장의 행보 등이 직원들 불만을 자초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가 1000억원대 세금 추징에 술·골프접대 등으로 감사원 조사까지 받고 있어 파문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가스공사가 그동안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비도덕적인 행태를 벌여왔다”며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이번 파문은 좀처럼 진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긴장의 창립기념일

지난 16일 가스공사와 업계 등에 따르면, 감사원은 가스공사 직원이 협력업체 직원으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4월28일부터 6월13일까지 실지감사를 실시했다. 현재는 감사보고서 작성 등 내부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감사원에 따르면 가스공사 직원 30여명은 CCTV 구매와 관련해 판매 협력업체에 주기적으로 술과 골프 접대, 회식비 등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가스공사는 배관망 등 공급관리 시설 감시를 위해 정기적으로 외부 업체로부터 CCTV를 대량으로 구매해 왔다.

감사원 측은 공직비리 기동 점검을 하다가 가스공사 직원의 비리 의혹을 포착했다. 이에 가스공사에 대한 감사를 본격적으로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가스공사 직원과 협력업체 사이에 장기간 유착 관계가 형성된 것으로 파악하고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는 검찰 수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가스공사는 국세청으로부터 1000억원대 세금을 추징 받을 전망이다. 서울국세청 조사4국은 작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가스공사를 상대로 특별세무조사를 실시했다. 조사4국은 주로 대기업 탈세를 조사하면서 ‘재계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국세청은 가스공사가 액화천연가스(LNG)와 액화석유가스(LPG) 혼합물을 판매하면서 세율이 낮은 LPG 개별소비세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LNG의 경우 kg당 40∼60원의 개별소비세가 붙지만 LPG는 kg당 20원 수준이다. 가스공사가 LNG와 LPG 혼합물에 대해 LPG와 동일하게 kg당 20원의 개별소비세를 적용한 것이 문제가 됐다.

이외에도 국세청은 가스공사가 가스전 개발 사업을 위해 2009년 설립한 이라크 해외법인 등 해외 계열사에 가스 매입 단가 등을 과도하게 계상해 지급했다고 판단했다. 해외 법인을 부당 지원해 한국서 내야 할 법인세 등을 축소했다는 것이다. 이번 과세 처분에 대해 가스공사 측은 행정소송을 예고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다.

술·골프접대 파문…협력사에 갑질
세무조사 1000억대 추징 전망에 발칵

지난 8월18일은 가스공사 33주년 창립기념일이었다. 이런 날 칼같이 쉬는 게 공기업의 매력일 터. 그런데 가스공사 직원들은 이날 정상 출근했다. 이 때문에 직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나 이승훈 가스공사 사장이 국민 신뢰 회복이라는 명분으로 ‘혁신위원회’를 가동한 게 화근이 됐다.

이 사장은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출신으로 지난해 7월 가스공사 사장에 취임했다. 이 사장은 박근혜 정권의 싱크탱크로 활동해 온 ‘낙하산 인사’로 분류되며 취임 당시 노조의 반발을 샀던 인물이다.

장석효 가스공사 전 사장이 지난해 1월 뇌물수수와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돼 해임된 이후 바통을 이어받았다. 전임 사장이 비리에 연루돼 해임된 마당에 이 사장은 취임 초기부터 무엇보다 가스공사 내부의 기강해이를 다잡았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번에 직원들의 집단 비리의혹이 터진 것과 관련해 이 사장의 책임이 크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여론의 따가운 눈총이 쏠리고 있다. 민간기업서 이 정도의 집단 비리가 저질러졌다면 해당 CEO는 자리를 보전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일각에선 이 사장이 학자 출신이어서 직원들에 대한 장악력이 처지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이 사장은 취임사에서 “(임직원들의)청렴도와 신뢰도 등 전 부문에 걸쳐 글로벌 수준으로 향상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 같은 천명은 ‘말잔치’가 됐다.

이 사장은 특히 지난해 9월17일 가스공사의 비리 이미지 탈피와 신뢰회복을 위해 윤리-청렴 경영 선포식까지 개최했다. 당시 직원들은 직무 관련자와 일체의 금품 및 향응을 주고받지 않기로 다짐했었다. 결국 이 사장 재임 시 가진 이런 행사가 겉치레에 그쳤다는 것이 이번 비리 적발로 드러났다.

그 동안 가스공사는 갖은 비리로 구설에 올랐다. 그럴 때마다 가스공사는 매년 자정결의를 통해 청렴 의지를 만방에 알렸다. 하지만 이런 결의는 얼마가지 못한 채 매번 사건 사고가 터졌다.

2014년 9월 당시 장석효 가스공사 전 사장은 ‘자정결의 대회’를 개최하고 부패방지 종합대책을 수립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장 전 사장 본인은 불과 한 달만에 비리혐의가 포착돼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게 된다.

장 전 사장은 가스공사와 사실상 독점적 관계를 맺고 있던 기업 ‘통영예선’ 대표 때 접대비를 쓰면서 허위 영수증을 발급해 1억여원의 회사 돈을 횡령했다는 혐의(업무상 횡령)를 받았다.

게다가 업체 이사 6명의 보수 한도인 6억원을 초과해 연봉을 지급하거나 자신의 가족 해외여행 경비를 법인카드로 쓰는 등 회사에 30억3000만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추가로 받았다. 결국 이 사건 때문에 장 사장은 취임 2년을 넘기지 못하고 ‘비리 사장’이라는 불명예를 안은 채 해임됐다.

‘자정결의’란 용어는 장 전 사장이 자정결의 대회를 처음 개최하면서 유명세를 탔지만 대회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비리가 연달아 터지면서 ‘자정결의 징크스’를 만들어 냈다.

‘자정결의 징크스’는 현재 진행형이다. 장 전 사장이 회사를 떠난 뒤에도 공사의 청렴을 위한 노력은 계속됐지만 이후에도 비위가 잇달아 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말 가스공사는 한국가스안전공사와 반부패 청렴활동 역량 강화 및 공직사회 부패척결을 위한 ‘반부패 자율협력 협약’을 맺으며, 결의를 다졌다.

궐기? 지겹지도 않나

그러나 공허했다. 가스공사 간부급들의 비리가 2달을 채 넘기지 못하고 터졌다. 가스공사 간부급 직원들이 공사비를 부풀려주는 대가로 대형 건설사 관계자로부터 향응을 제공 받아 경찰조사를 받았다. 당시 가스공사 1급 간부 A씨 등 9명이 뇌물수수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신의 직장’ 한국가스공사

한국가스공사는 초봉이 3746만원(2015년 기준)이다. 평균임금은 8330만원으로 공기업 중에서도 연봉이 높은 편이다. 이 정도 연봉이라면 금융쪽을 제외한 공기업에서는 연봉으로 보자면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근속연수는 14.8년으로 직원들 복지 수준이 손에 꼽힐 정도로 좋은 것으로 전해진다. 1일 8시간, 주 40시간으로 주 5일 근무한다. 주택자금, 가계안정자금 등 생활안정자금을 운영하고 있으며, 매년 실시하는 건강검진과 중고생 학자금-중식보조비 등을 지급하고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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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