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홍’ 대한당구연맹 복마전

출항하자마자…좌초 위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배를 항해하는 데 있어 선장의 역할은 절대적이라고 할 만큼 중요하다. 선장이 키를 조정하는 방향에 따라 배는 암초를 만나 좌초될 수도 있고, 험난한 항로를 무사히 헤쳐 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배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 어떨까. 그럴 땐 유능한 선장도, 훌륭한 선원도 전부 배와 함께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선장을 뽑았지만 여전히 암초 더미에서 휘청거리고 있는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 내부를 살펴봤다.

지난 1일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이하 연맹)이 통합 초대 회장 선거를 치렀다. 지난 3월22일 (구)국민생활체육회 전국당구연합회(이하 당구연합회)와 (구)대한당구연맹(이하 당구연맹)이 산통 끝에 통합된 지 약 4개월 만이다. 서울 SK핸드볼경기장 회의실서 진행된 이번 선거에서 남삼현 한양대학교 특임교수가 101표의 유효표 중 45표를 얻어 초대 회장으로 당선됐다.

시작부터 '삐걱'

남 회장은 이트레이드증권 대표이사 시절 당구연맹 공식후원사로 참여하는 등 당구와 인연이 깊다. 남 회장은 선거에 출마하면서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후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착시키겠다”면서 “최고 방송 전문가들을 영입해 1년 내내 다양한 매체서 당구 경기를 방영하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하지만 남 회장이 큰 포부를 펼치기엔 주변 사정은 그리 녹록치 않다.

연맹 관계자에 따르면, 남 회장의 선거 출마 배경에 당구연합회서 횡령 혐의로 ‘파면’ 징계를 받은 전 사무처장 B씨와 전 사무과장 H씨가 개입해 있다는 의혹이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급기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는 이 같은 내용의 진정서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협회지 광고료 횡령 의혹을 받고 있고, H씨는 대회 참가비를 개인 계좌로 받아 횡령한 사실이 문체부 산하 스포츠비리신고센터 조사 결과 적발된 인물이다.

선거 개입·직원 비리 의혹
통합 이후에도 ‘첩첩산중’


연맹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남 회장이 선거에 출마한다는 사실은 B씨가 운영하는 잡지 <큐스포츠> 인터넷 사이트에서 기사가 나오면서 알려진 것으로 안다”면서 “남 회장이 당선 다음날 당구 관계자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에 B씨가 동석한 사실도 있다”고 두 사람의 관계에 의구심을 표했다.

B씨는 “남 회장과는 관계도 없고, 친분도 없다. 통합단체에서 일할 생각도 없다”며 의혹에 대해 일축했다. 그러면서 B씨는 “다만 징계(파면)와 관련해서는 연맹에 새 집행부가 구성되면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할 생각”이라고 했다.

남 회장 역시 “B씨가 나하고 무슨 관련이 있겠나”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또한 남 회장은 B씨가 통합 단체로 복직할 가능성에 대해 “현재 비리와 관련돼 있거나 비리 의혹으로 분쟁 상태에 있는 인물은 연맹에 들어올 수 없다”면서 “B씨를 둘러싼 일이 다 정리되지 않는 이상 연맹으로 복직될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의혹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또 다른 연맹 관계자는 “대한체육회서 인준한 임원 현황에 B씨와 관련된 인물이 몇몇 있다”고 주장했다. 남 회장은 “임원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비리에 관계된 인물들은 모두 제외했다”고 밝힌 바 있다.

남 회장 주변의 암초는 외부 소문뿐만이 아니다. 남 회장은 오는 29일부터 내달 4일까지 구리시체육관서 열리는 ‘2016 구리 세계 3쿠션 월드컵’에서 조직 운영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이후 10월 제97회 전국체육대회, 2016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 전국당구대회 등 치러야 할 대회가 줄지어 있다. 하지만 내부 직원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연맹은 통합되기 전부터 내부에서 임원 및 사무국(처) 직원들의 비리 의혹이 연이어 불거져 나왔다. 이에 문체부는 두 단체 모두를 비리단체로 지정했고, 2분기와 3분기 지원금을 모두 삭감하는 초강수를 뒀다.

문체부가 지난 2월 배포한 보도 자료에 따르면 대한당구연맹의 전현직 임원들은 허위 계약서로 대행사 지급 비용을 정산하거나 비용을 부풀려 지급한 후 아내의 계좌로 되돌려 받는 등의 방법으로 4억7000여만원 상당의 금액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중 몇몇은 문체부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 현재 수사 중에 있다. 게다가 사무국 직원들의 급식비, 연구수당과 관련한 부적정한 회계 처리 의혹도 함께 불거졌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대한당구연맹 비리 관련 조사 결과 통보’ 자료에 따르면 연맹 사무국 직원들은 2009년부터 2015년까지 7년에 걸쳐 1인당 매월 17만5000원∼22만원씩 총 7000여만원을 급식비 명목으로 지급받았다. 문체부는 관련 규정 어디에도 매월 정기적으로 급식비를 지급할 수 있는 근거가 없었다면서 적절치 못했다고 지적했다.

연구수당 역시 마찬가지다. 사무국 직원들은 2009년부터 2015년 10월까지 연구수당 명목으로 10만원씩을 지급받았다. 7년간 연맹이 사무국 직원들에게 지급한 금액은 총 3700여만원이다. 이 역시 관련 규정에 근거가 없다고 문체부는 문제 삼았으며, 횡령으로 의심된다는 소견을 내놨다. 사무국 직원들이 급식비와 연구수당 명목으로 7년간 지급받은 돈은 약 1억원이 넘는다.

4분기 예산 삭감 위기
관리단체 지정될 수도

이 문제에 연루된 연맹 N 사무과장은 “급식비, 연구수당 등의 지급은 관행이다”며 “다른 단체들도 많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체부 체육정책과 관계자에게 N씨의 주장대로 관행 여부를 묻자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면서 “다른 단체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면 조사해서 징계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사무국 직원들에 대한 징계 조치가 아직도 완료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처음 급식비, 연구수당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문체부는 사무국장 K씨와 사무과장 N씨에게 중징계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연맹 규정상 직원의 중징계는 정직·강등·해임·파면 조치다. 하지만 3월에 열린 법제상벌위원회에서 K씨와 N씨는 경징계에 해당하는 감봉 3개월 조치를 받았다.

이에 문체부는 지시 사항을 충실히 이행하라며 이들에게 재징계를 지시했다. 하지만 K씨의 징계는 정직 3개월로 결정됐고, N씨는 그대로 감봉 3개월 조치를 받았다.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징계가 결정되면 당사자에게 통지를 하고, 대한체육회에 보고하면 징계 효력이 생기는 구조다. 하지만 K씨와 N씨에 대한 징계는 아직 당사자 통지가 이뤄지지 않아 효력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N씨는 징계 처리 절차상의 하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징계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N씨는 “직원의 징계 문제는 인사위원회서 처리돼야 하는데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논의됐기 때문에 무효”라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새 집행부가 구성되면 인사위원회가 열릴 것이고 그 때 징계가 결정되면 따를 것”이라고 했다.

남 회장은 “비리와 관련된 사람들은 임원, 직원을 불문하고 전부 업무에서 배제할 생각”이라면서 “구리 3쿠션 월드컵 이후에 그들에 대한 엄격한 조치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신임 회장의 단호한 일성에도 불구하고 문체부나 대한체육회서 연맹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문체부 관계자는 “연맹 내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4분기 지원금도 깎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대한체육회 관계자 역시 “우리는 가맹된 종목 단체를 지도, 감독할 책임이 있다”면서 “내분이 있거나 선수, 지도자 선발 과정에서 비리가 발생하는 등 조직 운영에 문제가 있다 싶으면 사실관계 확인 후 이사회에 안건을 올려 관리단체로 지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갑갑한 상황

관리단체로 지정되면 그날부로 임원진은 모두 해임되고, 대한체육회서 직접 단체를 운영한다. 기업이 회생불가 상태에 접어들면 채권단 혹은 법원이 관리를 맡는 것과 비슷한 형태다. 통합 이후에도 여전히 내부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연맹의 항해가 순항할지 좌초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