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혈투’ 금호가 전쟁 풀스토리

‘형제의 난’드디어 끝났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지리멸렬했던 박삼구-박찬구 형제의 다툼이 종지부를 찍었다. 화해의 손을 내민 동생에게 형은 고마움을 표했고 이제 각자의 길을 갈 일만 남았다. 여기까지 오는 데 걸린 시간이 7년이다.

지난 11일 금호석유화학은 박삼구 금호아시나아그룹 회장과 기옥 전 금호석화 대표이사를 상대로 한 ‘CP 부당지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아시아나항공 이사진에 대한 배임 혐의 형사고발을 취하했다. 현재 진행 중인 상표권 소송 역시 원만하게 조정하는 방향으로 뜻을 모았다.

따로 또 같이
갈 길 간다

금호석유화학 측은 “주주에게 이익을 되돌려주는 기업 본연의 목적에 더욱 집중하고자 금호아시아나그룹과의 모든 송사를 내려놓고 갈 길을 가기로 결정했다”며 “금호아시아나도 하루빨리 정상화돼 주주와 임직원, 국가경제에 보다 더 기여할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취하 배경을 설명했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금호석유화학의 모든 소송 취하에 대해 존중하고 고맙게 생각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양 그룹간 화해를 통해 국가 경제 발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금호석유화학의 소송 취하는 박삼구·박찬구 형제 간 갈등이 일정 부분 봉합됐음을 의미한다. 지난 2009년 촉발된 경영권 분쟁 이후 서먹해진 둘 간의 관계가 7년이 지나서야 회복된 셈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946년 전남 나주 출신의 고 박인천 창업주가 46세의 늦은 나이에 택시 2대로 세운 광주택시에서 출발했다. 1971년 금호석유화학을 시작으로 꾸준히 사세를 확장하면서 어느덧 건설, 물류, 금융을 아우르는 대기업으로 급성장했다.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또 한 번 대담한 도박을 단행한다. 2006년 11월 대우건설 지분 72%를 6조4000억원에 사들인 데 이어 2008년에 대한통운마저 4조6000억원에 인수한 것이다. 그 사이 재계 순위는 7위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박삼구-박찬구 형제 다툼 종지부
손 내민 동생에 형 고마움 내비쳐

그러나 연이은 인수합병은 악재로 되돌아왔다. 짧은 기간에 급속도로 덩치를 불리는 통에 현금 유동성에 허점이 생긴 것이다. 특히 대우건설을 품에 안는 과정에서 쌓였던 빚이 발목을 잡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주식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전체 지분 6조4000억원 가운데 3조5000원을 재무적 투자자에게 대출해 충당했다. 2009년 말까지 인수 당시 주가 2만6000원보다 6000원 높은 3만2000원이 안 될 경우 이 가격에 주식을 되산다는 ‘풋백옵션’을 내걸었다.
 

그러나 2008년 불어닥친 금융위기 여파로 대우건설 주가는 1만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했고 투자자에게 약속한 3년이라는 시간은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왔다. 투자자들은 당연히 풋백옵션 행사하며 대우건설을 3만원에 사줄 것을 요구했고 이 금액의 총액은 무려 4조2000억원에 달했다.

결국 대우건설 인수 이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불어난 부채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존폐 위기로 몰아넣었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의 잇단 재매각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 과정에서 형제 간에도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남았다.

동지서 적으로
7년의 비방전

박삼구 회장이 그룹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반면 그룹 내 석유화학 부문을 이끌던 박찬구 회장은 이를 극구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박삼구 회장이 이를 묵살했고 둘은 그룹 경영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게 된다.


먼저 움직인 쪽은 박찬구 회장이었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재매각하자 박찬구 회장은 박삼구 회장의 공격적 경영 실패를 문제 삼고 나섰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처한 2009년에는 박찬구 회장은 금호산업 지분을 전량 매각한 뒤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대폭 늘리며 계열 분리를 시도했다.

여기에 맞서 박삼구 회장은 같은 해 7월 ‘지분공동보유’ 규칙을 깬 박찬구 회장을 해임한 채 본인도 도의적 책임을 지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표면상 동반 퇴진이었지만 사실상 형이 동생을 내보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박삼구 회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동생인 박찬구 화학 부문 회장이 공동경영 합의를 위반해 해임 조치를 단행했다”며 “동생을 해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그룹 회장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박찬구 회장 역시 가만있지 않았다. 박찬구 회장은 2011년 3월 금호석유화학 계열을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분리시켜 달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분리를 신청했다. 이때부터 수십건에 달하는 소송이 본격화됐다.

2013년 9월에는 ‘금호’ 상표권을 놓고 형제간 소송에 돌입해 지난해 7월 법원이 박찬구 회장의 손을 들어줬지만 박삼구 회장은 납득할 수 없다며 항소했다. 2014년에는 박찬구 회장이 박삼구 회장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2014년 기준 금호아시아나와 금호석유화학 계열사의 피소건수는 91건, 피소금액은 2193억원에 달했다.

심지어 2010년부터 그룹 창립기념일 행사도 따로 치를 만큼 형제간 불신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창업주의 기일과 성묘도 각각 챙기는 등 갈등의 골이 쉽게 메워지지 않을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소송 취하로
화해무드 조성

그러나 평행선을 달리던 형제간 대립은 2015년에 접어들면서 조금씩 변했다. 둘 사이에 어딘지 모를 화해무드가 조성되고 있다는 관측이 잇따랐다. 금호산업은 지난해 9월 금호피앤비화학에 발행했던 어음대금 90억원과 이자 30억원을 법원에 공탁했고 금호피앤비화학은 소송을 취하했다. 금호산업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고 금호피앤비화학은 금호석유화학그룹 계열이다.

금호그룹은 계열 분리 이전인 2009년 말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계열사인 금호피앤비화학을 대상으로 각각 90억원, 30억원 규모의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기업어음(CP)을 매입토록 했다. 그러나 2010년 초 금호산업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으로 CP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되자 금호피앤비화학은 2013년 5월 어음금 청구 소송을 낸 바 있다.
 

물론 1건의 소송취하로 둘 사이 쌓인 앙금이 전부 해소된 건 아니었다. 금호산업이 어음 원금과 이자를 법원에 공탁했고 금호석유화학에서 소송을 취소한 과정은 상표권 소송 판결에 따른 당연한 수순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서로에게 창끝을 겨누던 모습은 일정 부분 사라졌다는 게 중론이었다.

화해무드는 지난해 말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화그룹이 완전 분리된 후 한층 뚜렷해졌다. 박삼구 회장이 그룹 재건에 본격적으로 나서자 박찬구 회장이 진정성에 동조하기 시작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9월, 박삼구 회장이 “동생과 추석에 함께 성묘를 가고 싶다”고 화해 용의를 내비쳤다. 박찬구 회장도 올해 초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화해 가능성을 생각해 보겠다”고 언급했고 급기야 형제간 화해가 현실이 되기에 이른다.


물론 7년간 쌓인 해묵은 감정이 완전히 해소됐을지는 의문이다. 박찬구 회장의 여건이 박삼구 회장보다 유리한 상태였기에 가능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금호그룹 재건 후 또다시 '형제의 난'이 불거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다. 금호타이어 인수에 난항을 겪는 만큼 형제 간 갈등이 부각될 가능성을 일단 차단하겠다는 취지라는 것이다.

실제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석유화학의 소송 취하로 당장 금호터미널 부실 실사와 합병 정당성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특히 금호타이어와 금호고속 인수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금호타이어는 오는 11월 예비 입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불거진 금호터미널 실사 보고서 조작 논란이 화해모드를 조성하는 계기가 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호터미널의 실사 용역을 수주한 삼덕회계법인은 최근 금호아시아나 측 회계사가 금호터미널의 실사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직인을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대우건설 인수로 표출된 갈등
이후 계속된 제살깎기 소송전

해당 회계사는 사문서 위조 혐의로 종로경찰서와 서울남부지검에 고소된 상태다. 경찰은 해당 문서의 위조 및 경위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실사는 삼덕회계법인이 아닌 삼정KPMG가 진행하고 금호아시아나 측이 삼덕회계 법인의 이름을 도용했다는 증언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룹재건의 중추가 될 금호타이어 인수 과정서 박삼구 회장이 박찬구 회장에게 공동인수 등을 제안하며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한 자금 마련 과정에서 박찬구 회장이 모종의 역할을 하고 그룹 재건을 마무리한 뒤 일정 계열사를 박찬구 회장이 맡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소송 취하 과정에서 마음을 비우고 ‘각자의 길’을 가겠다던 박찬구 회장의 입장을 감안하면 공동 인수 가능성은 희박하다. 박찬구 회장이 애써 분리한 회사를 다시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로 편입시킬 가능성은 없다는 판단이다.

분쟁 마무리
향후 행보는?

업계 관계자는 “최근 화해무드는 재벌가 분쟁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아 수사기관의 타깃이 된 롯데그룹 사례처럼 갈등이 지속되면 서로 이로운 점이 없다는 교훈이 컸을 것”이라며 “금호타이어 인수전과 관련해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있는 박찬구 회장이 향후 어떤 판단을 내릴지 지켜볼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동서발전 유해물질 방류 파문
녹색기업 맞아?


동서발전이 울산 앞바다에 유해물질을 방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실은 최근 울산해양경비안전서는 동서발전 울산화력본부에서 ‘디메틸폴리실록산’을 배출했다고 밝히면서 표면화됐다. 2011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500톤에 달하는 양이 발전소 주변 바다로 흘러들어갔다는 것이다. 동서발전은 2004년부터 12년간 녹색기업으로 선정된 곳이다.

울산해경에 따르면 동서발전 울산화력본부는 해양 방출이 금지된 소포제 ‘디메틸폴리실록산’을 5년간 무단방류했다. 관련 직원 2명이 불구속 입건돼 조사 중이다. 발전소는 바닷물을 냉각수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거품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해당 물질을 섞은 것으로 밝혀졌다. 디메딜폴리실록산은 인체 노출 시 눈 손상 및 피부염을 일으키고 다량 투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디메틸폴리실록산 바다에 배출
2004년부터 12년 녹색기업 선정

울산해경은 동서발전 울산화력본부가 유수분리조 안에 잠수펌프를 설치한 사실도 밝혀냈다. 폐유가 섞인 물을 바다로 몰래 흘려보낸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동서발전은 “잠수펌프는 홍수 등 유사시 유성혼합물이 넘칠 경우에 대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경찰의 수사는 전현직 임직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공교롭게도 동서발전은 2004년부터 12년간 녹색기업으로 선정된 전례가 있다. 녹색기업에 선정된 동서발전은 그간 각종 특혜를 누려왔다. 시설 점검을 피할 수 있는 면책특권은 환경 점검 소홀로 이어졌다. 동서발전은 지난해 8월에도 평택화력에서 같은 물질 배출 건으로 조사를 받았던 전례가 있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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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