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손학규 정면충돌 시나리오

전대 끝나고 큰 싸움 벌어진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야권의 거대 잠룡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와 손학규 전 고문이 장외서 대권 민심 다지기에 한창이다. 야권뿐 아니라 여권에서까지 손 전 고문 영입전에 뛰어든 가운데 오는 8·27전대를 마치고 문 전 대표와 손 전 고문이 정면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문 전 대표와 손 전 고문은 나란히 호남을 방문해 호남 민심 회복 경쟁에 돌입했다. 문 전 대표는 축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어록 가운데 ‘야권대통합으로 민주세력의 힘을 하나로 모아서 정권교체를 해 달라’는 말을 인용해 “내년 대선서 대통령님의 유지를 잇겠다”고 약속했다.

둘 다 모두
“새판 짜겠다”

같은 자리서 손 전 고문은 “김 전 대통령은 5번의 죽음의 위기를 극복하고 대통령까지 되면서 인동초정신을 보여주셨다”면서 “우리도 이 위기를 김대중 정신으로 국민의 뜻을 모아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두 명 모두 DJ를 거론하면서 호남 민심 잡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문 전 대표가 손 전 고문에게 “언론에 비치는 모습이 아주 좋다. 빨리 돌아오셔서 힘을 주셔야죠”라고 말하자 손 전 고문은 대답 없이 웃기만 한 것으로 알려진다.

네팔서 귀국한 문 전 대표는 전당대회에 입김을 불어넣을 경우 자칫 더민주가 친문패권주의로 흐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한동안 여의도와 거리두기를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의 복귀시점은 오는 27일 더민주 전대가 끝난 이후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앞서 지난 5월, 손 전 고문은 “정치의 새판을 짜겠다”고 밝혀 공식적으로 정계복귀를 시사한 바 있다. 그는 지난달 29일 한 모임에서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다는 것을 느낀다.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되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정계복귀 선언을 했다고 보고 있다.

손 전 고문의 현재 당적은 더민주지만 그는 정계복귀 장소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더민주는 물론이고 국민의당을 비롯한 새누리까지 손 전 고문에 대한 영입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간 새판짜기를 강조해온 손 전 고문이 제3의 길을 모색할 수도 있지만 사실상 정계복귀는 더민주, 국민의당 두 당 중 한 당일 것이란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더민주는 실질적으로 대주주라고 불리는 문 전 대표가 버티고 있고, 국민의당에는 안 전 공동대표가 대선주자로서 몸을 풀고 있다. 손 전 고문이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두 대선후보와의 한판승부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야권 잠룡으로 꼽히는 박원순 서울시장과도 만남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정가의 관심이 쏟아졌다.
 

박 시장은 휴가 중이던 지난 16일, 손 전 고문이 머물고 있는 전남 강진군 백련사 인근 토담집을 찾아 손 전 고문과 대화를 나눴다. 박 시장 측 관계자는 “배석자 없이 둘이 안부와 덕담을 주고 받았다”고 말했고, 손 전 고문 측 관계자는 “심각한 청년실업, 어려운 서민경제 등 우리 사회의 위기가 주로 화제였다”고 전했다.

문-손 나란히 호남행…장외 민심잡기 올인
“빨리 돌아오시죠” 세 결집 후 한판 승부

일각에선 둘의 만남을 두고 문 전 대표가 대선후보로 독주하는 상황에서 비주류 후보 간 연대 움직임으로 해석했다. 손 전 고문이 더민주 내 비주류 잠룡으로 인식되는 인사를 접하면서 외연확대에 나서는 동안 문 전 대표는 야권단일화에 초점을 맞췄다.

문 전 대표는 지난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도식이 열린 국립현충원 현충관서 “지난번 총선 과정에서 야권이 서로 경쟁했지만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다들 뜻을 함께 하게 되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저희(나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어떤 방식이든 함께 힘을 모아서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낼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고도 했다.


문 전 대표의 단일화 발언을 두고 안 전 대표는 “지금 국가가 큰 위기상황인데 이럴 때 김대중 대통령의 혜안이 그립다”며 “많은 어려움이 우리 앞에 직면에 있지만 김 대통령이 남긴 말과 원칙들을 명심해서 이런 위기와 난국을 꼭 극복하도록 하겠다”고 원론적인 발언만 했다.

안 전 대표는 문 전 대표의 단일화 제안에 대해서는 함구하면서도 손 전 고문의 합류에는 반색하는 입장이다. 손 전 고문이 국민의당에 합류할 경우 외연확장을 도모함과 동시에 대선 경선서 손 전 고문을 누를 경우 지지율 상승과 전국적 확장성을 갖는 대선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손 전 고문과 정운찬 전 총리를 향해 "당에 들어오면 비대위원장이나 당 대표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박 위원장은 “안철수 전 대표 한 사람만으로는 대선을 치를 수 없다. 우리가 문지방을 확 내려버려야 한다. 그분들이 당에 들어와 대선 경선 틀과 룰을 직접 만들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세론
손학규가 막는다?

다만 여기서 손 전 고문의 고민이 깊어진다. 손 전 고문이 박 위원장의 제안을 수락해 국민의당을 선택할 경우 대선 경선 틀과 룰을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안철수당'이라고 불릴 정도로 안 전 대표가 지배하고 있는 국민의당에 합류할 경우 경선 승리조차 장담키 어렵다.
 

설사 안 전 대표를 이기고 국민의당 단독 대선 후보가 되더라도 문 전 대표와의 한판 승부도 불가피하다. 지속적으로 야권 '단독후보론'을 내세우고 있는 문 전 대표의 말대로 내년 대선에서 10년 만에 야권이 정권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야권 대통합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기 때문이다.

손 전 고문이 국민의당이 아닌 더민주를 택하게 된다면 문 전 대표와의 대결은 더민주 내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앞서 박 시장을 만나는 등 비주류 외연확장에 나선 점을 볼 때 손 전 고문이 더민주 내에서 세 결집을 통한 한판승부를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오는 27일 열리는 더민주 전대 결과에 따라 문 전 대표와 손 전 고문의 입장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당초 더민주를 장악한 주류계에 의해 더민주에서 이종걸 당 대표 후보가 컷오프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예상을 깨고 이 후보는 컷오프서 살아남았다.

“문과 끝판승부 벌인다”
손, 전대 후 진입 가능성

이 의원은 한 언론을 통해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손학규계라고 불리는 분들에게 별다른 지시를 내리지는 않았다”면서도 “손학규 의원을 따르는 분들이 저를 지지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일부 당원에게 “제가 당 대표가 되면 손 전 고문을 모셔오겠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후보는 손학규계의 측면 지원이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예비경선 결과를 놓고 보면 손학규계의 결집력이 친문(친 문재인)계에 밀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이 후보와 문 전 대표 모두 손 전 고문의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둘의 속셈은 엇갈린다. 이 후보는 손 전 고문을 영입해 비주류와 주류를 아우르는 대선후보로 내세우려고 하는 반면, 문 전 대표는 본인의 러닝메이트 혹은 페이스메이커 역할로 세우려 하는 모습이다. 주류계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추미애 의원은 “1등 후보를 지키겠다”고 말해 노골적으로 친문계의 지지를 호소함과 동시에 문 전 대표 띄우기에 나섰다.

이처럼 8·27 전대가 주류 대 비주류의 양상으로 접어든 가운데 누가 당권을 차지하느냐에 따라 손 전 고문의 더민주 합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손 전 고문이 더민주에 조기 합류해 대선 경선을 치르는 그림도 그려진다.
 


이 후보가 당권을 잡는다는 것은 당원 민심이 비주류를 향하고 있다는 뜻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후보가 문 전 대표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도 손 전 고문에게는 일정 부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이 후보는 대선 경선에는 다양한 인물이 나와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고 문 전 대표 대세론에는 회의적인 모습을 내비쳤다.

손학규-잠룡 연대
문재인 무너뜨리기

반면 추 의원이 당선된다면 더민주는 본격적으로 문 전 대표 띄우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경선의 룰과 틀 자체도 문 전 대표 중심으로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손 전 고문은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문 전 대표의 러닝메이트로 전락할 수도 있다. 오는 27일 열리는 전대 결과에 따라 손 전 고문이 더민주서 본격 등판할지 아니면 제3지대를 구축할지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에는 손 전 고문을 제외하고도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김부겸 의원 등 잠룡들이 다수 포진돼 있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한다. 손 전 고문이 더민주 내 잠룡들과 연대해 세를 규합한 다음 문 전 대표의 아성을 무너뜨릴 그림도 그려볼 수 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종인 ‘문재인 제동’ 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세론에 회의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김 대표는 한 언론과의 퇴임 인터뷰에서 “‘이대문’(이대로 가면 대권후보는 문재인)하고 집권과는 별개의 사항”이라며 “착각하면 큰일난다”고 일갈했다.

김 대표는 “자기들이 막강한 패거리를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이대문’ 이야기가 나올 수 있지만, 그것과 내년 대선 결과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걸 인식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전 대표가 주장한 ‘화합’과 ‘외연확장’에 대해 말만 가지고 화합과 외연은 힘들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더민주 대선 레이스에 대해 “앞으로 진행되는 과정을 더 두고 봐야 한다”며 “누구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끌고 가선 밋밋하고 맥빠져서 안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계 복귀 여부로 관심을 모으는 손학규 전 고문에 대해서 “더민주라는 협소한 공간만 생각할 게 아니라 외곽에서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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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