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음란 알바의 세계

주부도 청소년도 돈이라면 ‘헤벌레∼’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경제난에 주부들과 대학생들이 음란 알바의 유혹에 빠지고 있다. 육아비,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음란 사진 모델을 하거나 음란 방송을 하는 등 새로운 범죄에 가담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노인들까지 가담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은 더해졌다. 음란 알바는 쉽게 버는 만큼 후폭풍도 거세다. 음란 알바를 했던 사실이 드러나 자살을 시도하는 사례까지 있었다. 충격적인 음란 알바의 세계를 자세히 들여다본다.

지난 15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여성의 중요 부위 등의 노출한 사진을 제작·유포해 돈을 번 전모씨(50)를 음란물을 제작해 온라인상에 유포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법률 위반)로 구속했다. 모델 계약을 맺은 뒤 음란물 제작을 도운 여성 14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음란 사진 제작 모델로 일한 14명의 여성 중에는 30대 주부도 포함됐다.

가슴 노출부터
수위 높여가∼

시간당 1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자신의 나체를 촬영하게 한 주부 박모(37)씨는 4살 난 딸을 둔 평범한 주부다. 박씨는 “딸을 키우면서 생활비가 부족해 평범한 모델일로 돈을 벌려고 했지만 음란물 촬영을 하면 고액을 받을 수 있다는 제안에 솔깃해 나체 촬영을 하게 됐다”며 “딸과 남편에게 미안하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박씨는 6시간 촬영에 60만원을 받아 아이 육아비와 생활비로 사용했다고 한다.

박씨를 비롯한 여성들을 촬영한 음란 사진들은 얼굴의 눈, 코를 보정하는 작업을 거친 뒤 인터넷에 게재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보정하면 실제 얼굴과 달라져 못 알아볼 것이라는 전씨의 말을 믿고 범행에 가담했다”고 진술했다. 또 대부분의 여성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범죄행위에 해당되는 줄 모르고 가담했다고 한다.

그보다 앞선 지난 11일에는 한 인터넷 방송 사이트서 개인방송 채널을 열고 음란방송을 한 주부가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20대 주부 A씨는 회원들이 주는 사이버머니로 육아비를 벌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가슴 노출부터 점점 수위를 높여가는 방식으로 음란 방송 BJ(인터넷 1인 방송 진행자) 활동을 했다.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음란 알바가 유행이다. 방학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서 최대한의 돈을 벌기 위해 단가가 높은 곳으로 알바가 몰린다. 무엇보다 높은 비용을 주는 곳은 다름 아닌 화류계다. 돈을 벌기 위해 일부 여대생들은 방학 때만 되면 화류계 알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음란 알바를 하게 된다.

최근 알바를 찾던 여대생 B양은 시간당 꽤 높은 비용을 주는 알바를 접하게 됐다. 업체 측의 설명에 따르면 ‘남성과 대화를 하는 것만으로 알바비용을 준다’는 것이었다. 업체 측의 설명도 그럴 듯했다. 요즘에는 워낙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사는 남성도 많고 외로움을 타는 경우도 많으니 그저 적절하게 남성과 대화만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B양은 실제 면접까지 봤고 일하기로 했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 가 보니 단순히 대화만 하는 알바는 아니었다. 그곳은 속칭 변태 서비스의 하나였던 ‘키스방’이었던 것. 이곳은 대화가 주 목적이 아니라 키스와 스킨십 그리고 ‘자플’이라고 불리는 남성들의 자위행위가 주목적인 곳이었다.

육아비 벌려고 아찔한 사진 모델
생활비 벌기 위해 ‘키스방’ 취업

결국 그녀는 기겁을 한 채 현장을 빠져나오고 말았다. 방학을 앞두고 이런 일을 겪는 여대생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 단가가 높은 알바를 찾으려는 여대생들과 이 같은 처지를 이용한 변태 업소 업주들의 욕망이 있는 한 이러한 일은 계속해서 벌어질 수밖에 없다. 현실을 알면서도 일하러 가는 여성들도 적지 않다. 비록 자존심도 상하고 도덕적인 부분도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짧은 기간에 돈을 벌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자신이 입던 속옷 등을 팔아 수입을 올리는 여성들도 있다. 자신의 속옷을 팔아 4000만원을 챙긴 여성들이 경찰에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이 여성은 이른바 ‘우수고객’만 따로 모아 자신의 노출 사진 등을 팔기까지 했다. 20대 여성 D씨는 지난 2010년 8월부터 지난 4월까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카페를 만든 뒤 자신이 입던 속옷, 스타킹, 노출 동영상 등을 판매해 4380여만원을 챙겼다.

D씨는 5만원 이상 중고 속옷을 산 남성들을 비공개 카페에 초대해 자신의 알몸 사진을 보여주며 유혹하기도 했다. 또 다른 여성 이모(26)씨는 스마트폰 메신저프로그램을 이용, 자신이 착용한 팬티와 음란물을 판매했다.


대학생 위험하다
노인들까지 이용

이씨는 인터넷 한 카페 게시판에 ‘입던 팬티 5만원, 대소변 하루치 3만원 판매’ 등의 글을 올려 이 게시글을 보고 접근한 남성에게 메신저로 속옷 및 음란물을 판매, 19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이씨는 자신이 속옷을 입은 일수에 따라 가격에 차등을 뒀고 그 기간에 실제 착용하고 있음을 확인해 주는 ‘인증샷’을 이메일로 보내줘 남성 구매자들을 확보했다. 이씨는 또 팬티나 스타킹을 구매한 남성들에게 패키지 형식으로 아동음란물도 함께 판매했다.

이씨에게서 팬티나 스타킹, 음란물 등을 구매한 남성들은 모두 20대 중반부터 30대 후반 사이의 평범한 직장 남성들로 경찰조사에서 “호기심에 속옷을 샀다”고 진술했다. 대소변은 이씨가 광고효과를 높이기 위해 판매한다고 했을 뿐 실제 거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해 6월 경남 진주경찰서는 인터넷 웹하드 사이트를 운영하며 음란 동영상을 유통한 혐의로 웹사이트 운영업체 대표이사 윤모(43)씨 등 임직원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이들에게 활동지원금 등을 받는 대가로 음란물을 비공개 카페에 대량으로 올린 김모(40)씨 등 5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피해자 속출
자살시도까지

윤씨 등은 헤비 업로더들에게 매달 100만원에서 200만원의 활동지원금을 주고 이들이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올리도록 한 뒤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2만7000여편의 자신들이 운영하는 웹사이트 비공개 카페를 통해 음란물을 유통, 4억5000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김씨 등은 카페 운영자에게 활동지원금과 무료이용권을 받는 대신 음란물을 올리고 자신들이 올린 음란물 1GB를 비공개 카페 회원들이 내려받으면 1000원씩 받는 방법으로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30만원에서 1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붙잡힌 헤비 업로더 중에는 가모(62)씨와 이모(72)씨 등 노인들도 포함돼 음란물 유통이 노인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적발된 노인들은 경찰 조사서 “특별한 수입이 없어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이러한 음란 알바의 덫에 걸려 인터넷에 떠도는 음란물의 희생이 된 사람들도 적지 않다. 영상이 삭제되지 않고 온라인으로 떠돌자 당사자 일부가 자살을 결심하기도 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

피해 여성들은 잘못된 길에 들어왔다 싶어 후회하며 영상 삭제를 요청했으나 제작자들은 음란 영상물을 사이트 운영자에게 그대로 팔아넘겼다. 이후 온라인을 통해 떠돌던 영상은 결국 주변인에게까지 알려져 이들의 피해가 속출했다. 직장 동료에게 영상 내용이 알려져 직장을 그만두는가 하면 남자친구의 지인이 이 영상을 보고 남자친구에게 알려줘 헤어진 사례도 있었다.

또 누가 알아볼까봐 아예 집 밖으로 외출하지 않아 갇혀있다시피 하고 자살을 결심하는 등 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혼을 앞둔 한 여성은 얼굴이 알려질까 전전긍긍하며 취업을 아예 포기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경남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여대생 등 20대 여성의 취업을 미끼로 구인·구직 인터넷 사이트에 허위 광고를 게재, 이를 보고 찾아온 여성의 음란 영상을 제작한 혐의(정보통신망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이모(35)씨 등 2명을 구속했다. 또 다른 영상 제작자 1명을 포함해 영상을 온 라인으로 유포한 혐의로 김모(29)씨 등 28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대화만 해도 하루에 수십만원
입던 속옷 팔고 거액 벌기도

경찰에 따르면 고교 동문인 이씨 등은 2004년 12월 구인·구직 인터넷 사이트에 ‘아마추어 이벤트 피팅·사진 모델을 구한다’는 광고를 실은 뒤 이를 보고 찾아온 C(22)씨 등 20대 여성 20여명을 대상으로 음란 영상 200여편을 제작한 뒤 1000여만원을 받고 캐나다에서 운영하는 음란 사이트에 공급했다.

이씨 등은 청년실업이 심각한 점을 악용했다. ‘얼굴과 신분 노출 없이 촬영 3시간당 15만∼50만원 당일 지급’이라는 문구를 내세워 여대생 등을 유혹했다. 이들은 처음에는 평상복 차림의 야외 사진 촬영으로 여대생을 안심시킨 뒤 안대를 씌운 채 서울 시내 여관 등으로 유인, 건장한 체격의 남자 2~3명을 동원해 반항하지 못하도록 하는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음란영상을 제작했다.

이들은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영상 제작 과정에서 자신은 복면 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여성의 신체만 노출시키기도 했다. 김씨 등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다운받은 수천편의 음란 사진과 동영상을 온라인 카페 등에 유포했다.

음란물을 유포한 이들은 30대 14명, 20대와 40대 각 6명 등의 순으로 많았고 회사원이 다수를 차지했으며 대학생과 여성 1명도 각각 포함돼 있었다. 음란 영상의 희생이 된 피해자는 모두 23명으로 20대 초반의 여대생이거나 대학을 졸업하고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여성이 대부분이며 직장을 구하던 중 구인·구직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했다가 고액의 아르바이트 허위 광고에 속아 음란 영상을 찍는 꾀임에 빠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최근 사례 급증
온라인의 영향


음란 알바의 유혹에 대해 한 전문가는 “인터넷으로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정보를 접한 사람들이 범죄인지 모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 사회학과 교수는 “경력 단절을 겪는 여성들이 소득이 줄고 가계가 어려워지면서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음란물 제작 등 범죄에 가담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범죄학연구소 관계자는 “성매매 업소에 나가서 돈을 벌어 자녀들을 학원에 보내는 사례들이 과거에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온라인의 영향으로 더 많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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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