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영구’ 심형래 영화감독

뜨거운 열정 불굴의 의지 로 할리우드 고고씽


대한민국 국민 바보 ‘영구’가 <라스트 갓파더>로 돌아왔다. 이번엔 세계무대다. ‘영구없다’를 연신 외치던 땜통머리 한복 영구는 ‘오케이(Ok)’를 외치는 2대8 가르마 나비넥타이 ‘YoungGu’로 변신했다. 장장 14년 만에 영구로 우리 곁에 돌아온 심형래 감독. 그의 족적을 따라가봤다.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다음으로 존경하는 게 심형래
월급 줄 돈이 없어 밤무대 뛰면서도 신념 잃지 않아


그는 1982년 제1회 KBS <개그콘테스트>에서 동상을 받으며 데뷔한 이래 <유머1번지> 등 수많은 프로그램에서 영구, 바보 포졸, 눈치 없는 펭귄, 멍청한 파리, 헝그리 복서 등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1980년대 최고의 개그맨으로 전성기를 누렸다. 심지어 ‘아이들이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다음으로 존경하는 게 심형래’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영구’는 지금까지 온갖 개그의 패러디 소재로 이용되는 등 끊임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1980년대 전성기
역대 최고 개그맨

개그맨으로 승승장구한 심 감독이지만 거기에만 머물지 않았다. 1984년 남기남 감독의 <각설이 품바타령> 출연을 시작으로 영화에 도전한 심 감독은 <우뢰매> 시리즈에 연이어 출연했다. 특히, 1989년 영구를 주인공으로 한 <영구와 땡칠이>는 공전의 히트를 쳤고, 이후 영구 시리즈는 흥행 돌풍을 이어갔다.

그러던 1993년, 심 감독은 ‘영구아트무비’를 설립, 본격적으로 영화에 뛰어들었다. 심 감독이 처음으로 꾀한 것은 괴수영화와 SF영화의 접목. 그러나 첫 영화인 <영구와 공룡 쮸쮸>를 기획한 뒤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은 험난했다. 찰흙으로 빚은 공룡은 마른 뒤 갈라지기 일쑤였고, 유토와 라텍스로 만드는 걸 알게 되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유토로 만든 공룡의 피부를 실리콘으로 입힌 뒤 색깔이 먹지 않아서 고생했다. 무게가 200㎏이 넘는 공룡에 사람이 들어가 움직이게 하는 데도 애를 먹었다. 불 뿜는 장치가 오작동해 연기와 불이 입 속으로 되돌아 가는 바람에 질식사가 날 뻔 하기도 했다. 당시 돈으로 공룡 1마리당 1억~2억원을 주고 일본·미국에서 빌려 쓰는 게 나을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심 감독은 포기하지 않았다. 3년 연속 연예인 소득 1위를 차지하면서 번 돈으로 장만한 집·땅·건물 등을 팔아 최첨단 장비를 구입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데 쏟아 부었다. 24억원을 들여 천신만고 끝에 지난 1994년 <티라노의 발톱>을 완성했다. 하지만 스티븐 스필버그의 <쥬라기공원>과 개봉일이 겹치면서 빛을 보지 못했다. 이번에도 심 감독은 좌절하지 않았다. 스스로가 정한 방향으로 거침없이 나아갔다. 직원들 월급 줄 돈이 없어 밤무대를 뛰어야 했지만 ‘하면 된다’는 신념을 잃지 않았다.

우리 영화 세계무대 진출할 수 있는 ‘길’ 닦아
<라스트 갓파더> 드라마·기술적 약점 최소화 주력


이 가운데 심 감독은 지난 1995년 <파워킹> 수출로 번 돈 130만 달러와 우일영상의 주문을 받아 제작한 <영구와 우주괴물 불괴리> <할매캅> <심비홍> 등으로 번 돈으로 영화사를 꾸려 지난 1999년 야심작 <용가리>를 세상에 내놨다. 하지만 결국 처절한 실패를 맞게 되면서 갖은 구설수와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그럼에도 심 감독은 7년의 진통 끝에 <용가리>의 몇배 규모인 <디워>를 내놓는 뚝심과 집념을 보여줬다.

수작이냐 졸작이냐로 양 극단의 평가를 받던 <디워>는 한국에서만 800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그 해 최다관객 영화로 등극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 1500여 개 극장에서 개봉하기까지 했다. 한국 역사상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영화 <괴물>이 미국에서 불과 70여 개 관에서 개봉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였다.


그리고 지난해 12월29일, 심 감독은 야심차게 준비한 블록버스터 코미디 <라스트 갓파더>를 내놨다. <라스트 갓파더>는 개봉 첫날부터 압도적 스코어로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라스트 갓파더>는 개봉일 하루 동안만 13만명 관객을 끌어 모으면서 박스오피스 2위를 자치한 <헬로우 고스트>의 7만2000명을 거의 더블 스코어로 압도했다.

하지만 <디워>와 달리 비판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과거 득달같이 달려들어 물어뜯던 일부 ‘천적’ 비평가들은 ‘조용한 방관자’ 모드로 일관하는 모습이었다. 심 감독이 이번 <라스트 갓파더>에서 크게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 때문이다.

<디워> 미국 내
1500개 극장서 개봉

우선 드라마나 기술적인 부분에서의 약점을 최소화했다. <디워>는 흥행작이지만 관객과 평단 사이에서는 취약한 드라마와 다소 거친 CG가 문제로 지적됐다. 일각에서는 개봉 3일만에 300만 관객이라는 신드롬 같은 관람 열기를 지나친 애국심의 발로로 해석하며 영화적 완성도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라스트 갓파더>는 슬랩스틱 코미디에 가족적인 러브 스토리를 버무려 드라마 완성도를 높였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훨씬 업그레이드됐다.

메이저 스튜디오인 파라마운트의 세트장을 이용해 1951년 미국 뉴욕을 재현했다. 또 <덤 앤 더머>의 마크 얼윈이 촬영감독으로 참여, 안정감에 기여했다.스케일도 커졌다. 걸프전에 사용된 탱크 등 80대의 대형 차량을 동원했는가 하면 시가지 촬영을 위해 중심부 도로를 막고 경찰의 통제 하에 포와 총을 쏘아대기도 했다. 또 수많은 엑스트라를 동원해 실제 전쟁을 방불케 하는 액션신을 연출했다.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점은 <디워>에서 메가폰만 잡았던 심 감독이 직접 주인공까지 맡았다는 것이다. 원래 연출보다는 코미디 연기가 ‘전공’인 심 감독은 오랫동안 가다듬은 코미디를 미국식으로 재해석했다. 본격적으로 영화감독의 길로 접어선 이래 심 감독의 시선은 늘 해외로 향해 있었다. <용가리> <디워>는 물론 최근 개봉한 <라스트 갓파더>까지 모두 해외 수출을 염두에 두고 만든 작품이다. 국내 영화감독 대부분이 국내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 이유에 대해 심 감독은 해외 영화 산업 시장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왕 영화를 만들 바에 큰물에서 놀자는 것. 그러나 해외 시장, 그것도 할리우드 진출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자국 영화에는 개방적이지만 외국영화에는 폐쇄적인 할리우드의 속성 때문이었다. 심 감독에 따르면 할리우드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명성’이다. 아무리 좋은 시나리오와 아이템을 갖고 있어도, 실제로 제작사와 감독이 그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역량이 증명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과거 <용가리>와 <디워>를 제작했던 경력이 많이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3D 애니메이션
차기작 준비 완료

현재 심 감독은 널리 알려진 배우와 함께 작업하고, 안정된 투자자를 확보할 수 있을 만큼 할리우드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처음만 하더라도 영화를 어떻게 파는지 방법조차 몰랐다. 그야말로 ‘맨 땅의 헤딩’을 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이제 심 감독은 기획만 좋다면 해외 시장에 영화를 얼마든지 팔 수 있다고 자신한다. 해외 영화시장은 국내와 비교가 안될 만큼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돈을 벌기 위해 해외 무대를 고집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우리 영화가 세계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을 닦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심 감독은 벌써부터 차기작을 염두에 두고 있다. SF와 코미디에 이은 그의 도전은 <추억의 붕어빵>이란 가제가 붙은 3D 애니메이션이이다. 한국전쟁 이후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추억의 붕어빵>은 부모를 잃은 아이의 해외 입양을 다룬 작품이다. <추억의 붕어빵> 역시 해외시장을 염두에 둔 작품이다. 전쟁 뒤 입양된 아이들이란 소재를 선택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전세계가 공감하는 내용인데다 과거 한국 아이들은 서양 국가로 많이 입양됐기에 미국, 유럽의 성인들에게도 공감을 줄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추억의 붕어빵>은 이미 미니어처 등을 통해 제작전 구상을 마쳐놓은 상태다. 60년대 한국을 정교하게 재현해낸 미니어처는 지난해 별도의 전시회를 가질 정도로 퀄리티가 높았다. 해외 바이어들을 상대로 미니어처를 통한 브리핑을 선보였고, 이를 본 중국 측 관계자는 벌써부터 찬사를 보내고 있다. 지금까지 3D 애니메이션은 할리우드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만일 심 감독이 3D 애니메이션까지 영역 확장을 성공할 경우 한국 영화계에 또 하나의 지평을 써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영화를 시작한 이래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달려온 심 감독. 아직도 그의 열정은 식을 줄 모른다. 그의 열정과 꿈이 빚어낼 차기작에 대한 기대가 벌써부터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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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