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사라져야 할' 필드의 반칙플레이
'꼭 사라져야 할' 필드의 반칙플레이
  • 자료제공 : <월간골프>
  • 승인 2016.08.1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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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엔 반칙왕이 많다

골프 전설 보비 존스는 “스코어를 속이지 않는 나를 칭찬하는 것은 은행 강도를 하지 않았다고 칭찬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는 누구나 룰을 한두 번 어겼다는 말이다. 국내 프로선수들과 사석에서 이야기해 보면 “골프를 치면서 룰을 어기지 않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란 말을 듣곤 한다.

범죄 수준 기발한 룰 위반 다반사
활개 치는 속임수…걸리면 오리발

룰을 알면서 슬쩍 어기는 경우도 있고 진짜 몰라서 어기는 경우도 있다. 오죽하면 찰스 프라이스가 “골프는 낚시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미국인을 거짓말쟁이로 만든 오락이다”라고 말했을까.

이기려고 슬쩍

물론 골프는 룰을 어기기 위해 만들어진 스포츠가 아니다. 여러 종목 중 골프가 가장 복잡한 룰을 갖춘 이유는 ‘룰을 얼마나 많이 지키기 위해 노력하느냐’의 게임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누가 감히 또 다른 누구를 지적할 수 있을까 싶은 종목이다.

핸디캡 3인 후배가 있다. 후배에겐 최근 아주 나쁜 버릇이 생겼다. 볼이 산으로 가거나 시야에서 안 보이는 쪽으로 가면 손에 볼을 잡고 있다가 “여기 있다!”며 서슴없이 ‘알까기’를 한다. 우연히 이런 모습을 목격한 후부터는 그가 깊은 러프, 해저드 쪽으로 가면 시선이 함께 따라간다.

볼이 없을 때 십중팔구 알까는 장면이 목격된다. 차라리 보지 말 걸. 알까는 모습을 보고 나면 여러 면에서 속상하다. 그런데 깜짝 놀랄 일은 다른 사람들도 후배의 ‘볼 찾기 신공’을 비웃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나만 알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잘 맞은 공이 디봇 자국에 들어가 있을 때 한번쯤 빼고 싶은 유혹을 느껴보지 않은 골퍼는 없을 것이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조차 가장 불합리한 골프룰이 디봇 자국에서 구제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만큼 억울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대부분 골퍼들은 억울한 마음을 가슴에 묻고 그대로 샷을 한다. 이때 한번이라도 유혹에 지게 되면 버릇처럼 ‘터치’를 하게 된다. ‘필드의 반칙왕’은 그렇게 나오는 것이다. 반칙은 그만큼 달콤하다. 눈 한번 지그시 감으면 보기가 파가 되고, 파가 버디가 되기도 한다.

필드에는 각종 반칙왕이 활개를 친다. 터치하는 것은 사실 반칙 축에 끼지도 못한다. 최고 권위의 골프대회인 마스터스에서는 디봇 자국에서 샷을 하는 경우가 한 번도 없었다. 러프가 아니라면 공이 잔디에 잠기는 법도 없다. 잔디 상태가 완벽하기 때문이다. 굳이 터치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벌타 받지 않고자 거짓
‘반칙=왕따’ 비극적 결말

정말 상상하지 못할 기발한 방법으로 골프룰을 위반하는 ‘필드의 반칙왕’들이 있다. 그는 ‘벙커샷의 귀재’라는 소리를 듣는다. 공이 아무리 사람 키보다 깊은 벙커에 빠져도 완벽하게 빠져나온다. 그래서 누군가 혹시 샌드웨지가 아닌 손으로 공만 던지는 ‘핸드웨지샷’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몰래 지켜봤다. 그의 놀라운 벙커샷의 비결은 샌드웨지로 공 뒤쪽 모래를 살짝 파내는 것이었다. 공 뒤쪽을 파면 마치 공을 티 위에 올려 놓은 것 같은 효과를 내기 때문에 벙커샷이 무척 쉬워진다. ‘반칙샷의 귀재’였던 것이다.

이런 골퍼도 본 적이 있다. 공 뒤에서 마크를 하는 척하다가 동전(마커)을 엄지손가락으로 한참 앞에 튕겨 놓고 공만 집는 것이다. 그럼 원래 공 위치보다 1m 이상 홀쪽으로 가까워지게 된다. 이른바 ‘동전 치기’ 반칙이다.

‘가보면 있어’란 별명을 갖고 있는 골퍼 얘기를 들은 적도 있다. 그는 티샷을 이상한 곳으로 날려 놓고도 절대 잠정구를 치는 법이 없다. 동료들이 잠정구를 치라고 하면 항상 “가보면 있어”라고 말하고는 무시하기 일쑤다. 미스샷을 할 때는 카트를 타지 않는다. 티샷이 모두 끝나면 그는 쏜살같이 현장으로 달려간다. 그리고는 외친다. “여기 공 살아 있네. 7번 아이언 가져다 줘.”

알까기를 한 게 분명한데 그렇다고 정황만으로 룰을 위반했다고 비난할 수 없다. 그래서 동료들은 그에게 ‘가보면 있어’란 약간 수치스러운 별명을 붙여줬다.

알까기 때문에 홀인원을 날린 에피소드도 있다. 한 유명인 얘기다. 홀이 보이지 않는 블라인드 파3홀에서 티샷을 날렸다. 조금 긴 듯했지만 그래도 정확하게 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린 위에도 그린 뒤쪽에도 공은 없었다. 너무 억울한 나머지 알까기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동료들이 보지 않은 사이 주머니에 있던 공을 슬쩍 떨어뜨렸다. 그리고는 칩샷으로 핀에 붙여 파를 기록한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공을 집으러 홀에 손을 넣었더니 공 2개가 잡히는 것 아닌가.

아무도 모르게 2개를 꺼내서 주머니에 넣고 나중에 확인해봤더니 자신이 처음 티샷한 바로 그 공이다. 공이 사라진 게 아니라 홀인원이었던 것이다. 생애 첫 홀인원의 기쁨은 온데간데없고 알까기를 한 자괴감에 그 유명인사는 한동안 골프채를 잡지 않았다고 한다. 그 에피소드도 몇 년이 지나서야 공개했다.

기발한 반칙

이런 골퍼들도 가끔 봤을 것이다. 분명 나무 맞는 소리가 여러 번 난 것 같은데 절대 아니라고 오리발 내미는 골퍼. 페어웨이 한번 거치지 않고 숲속을 전전하다 파세이브했다고 우기는 골퍼. 분명 숲 깊은 곳으로 공이 들어간 것 같은데 별로 깊지 않은 곳, 그것도 나무 사이 너무 좋은 위치에서 공을 찾았다는 골퍼도 있다.

필드의 반칙왕들은 조만간 블랙리스트에 오를 것이고 언젠가 돈과 시간은 있어도 같이 라운드할 동료가 없어 골프를 접어야 하는 비극적 종말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