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에 잠겨있던 정선희가 입을 열었다.
주간지 ‘시사IN(시사인)’과의 인터뷰에서 정선희는 남편 고 안재환의 죽음과 관련해 사채업자에게 협박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정선희는 “지난 9월4일 남편에게 사채에 대해 처음 들었다. 남편이 종적을 감추자 사채업자들이 가족과 나를 압박했다”며 “사채업자들은 건달이 남편을 데리고 있고 모든 것을 폭로하겠다고 했다. 이들은 계속 말을 바꿔가며 공갈,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사채 규모에 대해서는 “남편 친구에게 30억∼60억원 정도라고 들었다”며 “(결혼 전) 사채에 대해 전혀 몰랐다. 알았다면 서둘러 결혼을 했겠느냐”고 답했다.
또한, 정선희는 “남편과 故 최진실의 죽음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진실 언니와 남편은 통화한 적도 없다. 돈거래는 더더욱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선희가 뒤늦게 입을 열었지만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우선 남편의 사채설을 인정하면서 사건은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사채설은 측근들의 입을 통해서만 흘러나왔다. ‘故 안재환의 40억 사채설’도 정선희 측근이 제기했을 뿐 정작 당사자인 정선희는 함구해 여러 추측들만 나돌았다. 또한 정선희가 그동안 경찰 조사에서 사채설을 부인해 왔던 것으로 알려져 입장을 번복하게 된 계기도 의문으로 남아 있다.
진실 밝혀야 할 때가 왔다고 스스로 판단한 듯
경찰 “안씨 가족과 정씨 주장 크게 다르지 않아”
정선희가 입장을 번복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경찰 조사에서 입을 다물었던 그녀가 이제야 와서 입을 연 것은 진실을 밝혀야 할 시기가 왔다고 스스로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남편과 최진실의 잇따른 사망으로 정신적 충격이 심했던 정선희는 병원 신세를 질 정도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웠을 것이고, 정선희는 남편의 사채설을 최대한 숨기기 위해 노력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해석도 나오고 있다. ‘친언니’처럼 절친했던 최진실의 사망이 입을 열게 한 주원인이라는 것이다. 사실이 밝혀지지 않는 한 피해가 더 늘어날 수 있음을 정선희가 인지했다는 해석이다.
정선희는 남편과 연락이 끊긴 8월22일부터 남편의 행방을 수소문하고 다녔다. 정선희는 “남편이 집에 안들어 오는데 가만히 있는 아내가 어디 있나. 매일 전화하고 문자하고 백방으로 찾아다녔다. 집을 나간 날 화장품 사업을 하는 이사님으로부터 남편과 연락이 안 된다는 전화가 온 이튿날부터 남편 주변 사람을 만나고 다녔다”고 설명했다.
실종신고를 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정선희는 “연예인인데 떠들 수도 없는 문제였다. 잡음이 들리면 남편이 방송일을 하기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면 남편이 돌아와서도 해결할 길이 없어진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故 안재환이 실종된 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 됐고, 사채업자들의 협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단지 남편의 명예 때문에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것은 보통 사람의 상식에선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경찰은 정선희가 사채업자들에게 공갈과 협박을 받았다고 밝힌 것에 대해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서울 노원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정선희씨를 소환해 재수사 하는 일은 결정되지 않았다”며 “이미 안재환씨 가족의 주장과 정선희씨가 말한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다. 경찰은 안재환씨 가족의 주장을 토대로 지금까지 사채와 관련해 내사를 했고,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